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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6

       “이걸 어떻게 바로 하나?”

        ​

        “설명해줬잖아.”

        ​

        설명이 어려웠는가?

        ​

        전혀 그렇지가 않다.

        ​

        알짜배기 핵심들만 쏙쏙집어서 해준 특별과외다.

        ​

        “어디부터가 어려운 건데?”

        ​

        “일단 어떻게 흥에 몸을 맡기나?”

        ​

        거기부터라면….

        ​

        “처음부터네?”

        ​

        “…취익.”

        ​

        잔뜩 기가죽은 굴락.

        ​

        샤먼이라는 놈이 저렇게 기가 약해서 어디다 써먹겠는가.

        ​

        “일단 해 봐.”

        ​

        “알겠다. 성공시킨다.”

        ​

        단번에 성공은 어려울 것이다.

        ​

        무아지경이 뉘 집 애 이름도 아니고, 상당히 힘든 부분이니까.

        ​

        “취이익…”

        ​

        김빠지는 소리를 한번 낸 굴락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

        하지만 다시 떠지는 두 눈.

        ​

        “….”

        ​

        “왜 안 해?”

        ​

        “흥이 나지 않는다.”

        ​

        굴락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어깨를 늘어뜨렸다.

        ​

        “인간샤먼, 생각해봐라.”

        ​

        “오크새끼 한테 생각해보란 소리를 다 듣네.”

        ​

        어처구니가 없는 와중에 굴락은 한없이 진지했다.

        ​

        “취익, 나는 네크로맨서에게 쫓기고, 형제들은 다 죽었다.”

        ​

        “어…”

        ​

        “동족들도 계속 죽어 가는 마당에 흥이 나겠나? 취익…”

        ​

        생각해보니 진짜 불쌍한 놈이었다.

        ​

        기구하고 딱한 놈.

        ​

        굴락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

        “바르쿠, 북이라도 쳐 달라.”

        ​

        “취익! 신성한 의식 돕는다! 샤먼 성장해라!”

        ​

        금세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두웅 –

        ​

        둥 –

        ​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

        ​

        그 가운데서 굴락이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

        “취이익…”

        ​

        “야, 몸에 힘 다 빼고 해.”

        ​

        내가 말을 하는 순간 굴락이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

        나름대로 집중하는지 진지해지는 모습.

        ​

        얼추 따라 하는 듯했지만, 아직 낯선 듯 했다.

        ​

        “취익, 나를 지운다.”

        ​

        “지운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비워.”

        ​

        지팡이를 흔들며 뛰어오르는 굴락.

        ​

        그런데 어째 점점 뛸 수록….

        ​

        “왜 흉악해지냐?”

        ​

        굴락이 몰입을 할수록 춤이 이상해지고 있었다.

        ​

        나는 즐겁게 추는 것이라면 저건 마치 싸우는 듯한 느낌.

        ​

        “흉악해? 싸워?”

        ​

        일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

        그럴듯한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잠깐! 멈춰 봐!”

        ​

        “취익?”

        ​

        오크에게 맞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

        ***

        ​

        퍼억!

        ​

        오크하나가 굴락의 손에 얼굴을 맞고 바닥을 뒹굴었다.

        ​

        “취익! 더 덤벼라!”

        ​

        이번엔 다른 오크를 들어서 집어던지는 굴락.

        ​

        쿠웅.

        ​

        굴락과 주변을 둘러싼 오크들이 어지럽게 엉키기 시작했다.

        ​

        얼마간 난전이 벌어지고 순간을 포착한 내가 소리를 질렀다.

        ​

        “지금!”

        ​

        “취이익!”

        ​

        흉폭함을 담고 번들거리는 두 눈.

        ​

        굴락이 그대로 지팡이를 들고 몸을 흔들었다.

        ​

        내가 찾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

        오크는 몬스터.

        ​

       흥을 느끼기보다는 저것이 더 맞다.

        ​

        싸우려고 하는 투지와 본능적인 흉폭함.

        ​

        “취익!”

        ​

        굴락은 미친놈 처럼 눈이 헤까닥 돌아가 있었다.

        ​

        완전히 싸움에 몸을 맡긴 것이다.

        ​

        나와는 다른 방법으로 이르는 무아지경.

        ​

        금세 내 옆에서 푸른 불길이 타올랐다.

        ​

        화르르륵 –

        ​

        나는 다시 입을 열어 소리를 질렀다.

        ​

        “불 약해지잖아! 더 밟아!”

        ​

        “취이이익! 모두 굴락을 덮친다!”

        ​

        “공격!”

        ​

        굴락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오크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

        동작이 격해 질수록.

        ​

        눈이 번들거릴 수록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

        “인간샤먼! 굴락이 이상하다!”

        ​

        바르쿠라는 오크가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럴 만 했다.

        ​

        지금의 굴락은 무슨 광전사라도 된 듯 이성을 놓고 날뛰고 있었으니까.

        ​

        “계속! 멈추면 안 돼!”

        ​

        내 말에 오크들이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

        고통을 느끼지 못 하는 듯 맞으면서도 싸우는 굴락.

        ​

        화르르르륵 –

        ​

        굴락의 흥분을 따라 불꽃이 거세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

        누래진 눈동자와 잔뜩 선 실핏줄.

        ​

        미친놈이 발작을 하는 듯 이어지는 굴락의 행동들.

        ​

        흘러나오는 살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

        슬슬 진정을 시키려는 순간.

        ​

        “취익!”

        ​

        굴락이 멈춰 섰다.

        ​

        언제 날뛰었냐는 듯이 정상이 된 모습으로.

        ​

        “취이익! 알겠다.”

        ​

        “응?”

        ​

        “이제 배웠다. 인간샤먼이 했던 것 흉내 낼 수 있다. 나는 다르게 해야 한다.”

        ​

        그걸 벌써 알았다고?

        ​

        확실히 방금 굴락은 무아의 상태와 비슷하기는 했다.

        ​

        흥에 몸을 맡기듯 흥분에 몸을 맡겨 버렸으니까.

        ​

        “보여 준다. 오크들 모두 물러서라.”

        ​

        “취이익! 온몸이 아프다.”

        ​

        “다음번에는 때려 준다.”

        ​

       잔잔해진 불꽃으로 걸어간 굴락이 조용히 눈을 내리감았다.

        ​

        “냄새가 진해졌다.”

        ​

        스윽 –

        ​

        올라가는 지팡이.

        ​

        그리고 굴락의 거친호흡이 뿜어져 나왔다.

        ​

        마음을 잔잔히 가라앉히며 시작하는 나와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

        흥분과 광기에 정신줄을 놓아버린다는 것이 어울렸다.

        ​

        “몬스터 답기는 하네.”

        ​

        이윽고 굴락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나를 따라 하는 춤사위.

        ​

        하지만 즐겁게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싸우던 모습을 춤으로 흉내 내는 듯 움직이는 몸.

        ​

        “미치겠네, 이걸 진짜 해?”

        ​

        사람의 영혼에 영향을 미치듯 굴락이 하는 행동에 오크의 영혼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

        – ….

        ​

        – …!!

        ​

        – …%^&!!

        ​

        굿판이 벌어지면 영혼들이 와서 즐긴다.

        ​

        동네 잔치에 놀러오듯이.

        ​

        저 광기와 흥분에 가득한 동작들은 사람이라면 기겁을 하고 도망갈 것이다.

        ​

        도저히 정상인이 낼 수 없는 감정들이니까.

        ​

        그게 어디까지나 사람의 영혼이라면 말이다.

        ​

        “허…”

        ​

        느껴져 오는 영혼들의 흥분감.

        ​

        잡귀들이 뿜어내는 더러운 광기와는 조금은 다른 감정들.

        ​

        순수하게 싸우고 싶다는 투지와 비슷했다.

        ​

        전투를 벌이며 느끼는 고양감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

        더 놀라운 건 영혼을 넘어서 살아 있는 오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

        ​

        “싸운다!”

        ​

        “취익! 취익!”

        ​

        흥분을 주체하지 못 하는 듯 뜨거운 콧김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들려오던 북소리들도 강렬한 힘을 담고 울리기 시작했다.

        ​

        두우웅 –

        ​

        두우웅 –

        ​

        굴락에게서 나오는 광기가 퍼져나가고 오크들의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게 느껴졌다.

        ​

        오크의 영혼과 살아 있는 오크 모두에게서 흘러나오는 투지와 광기.

        ​

        “….허.”

        ​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져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

        예술가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아니라 격투선수들이 뿜어내는 듯한 감정들.

        ​

        “이거 내가 뭘 가르친거야?”

        ​

        시뻘게진 눈을 치켜뜬 오크들을 보아라.

        ​

        본적은 없지만 광전사가 있다면 딱 저런 모습일 것이다.

        ​

        굿하지만 주술과 비슷한 효과.

        ​

        순간, 오크들에게서 광기가 터져 나오며 짐승이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

        잔뜩 목을 긁으며 나오는 거친 목소리들.

        ​

        “크르르…”

        ​

        “싸우고 싶다!”

        ​

        나는 다급하게 세레나의 손목을 잡아챘다.

        ​

        “뒤로 빠져야 해.”

        ​

        “크리스 이건…”

        ​

        “…빠?”

        ​

        내가 강신을 할 때도 자고 있던 루나마저도 이상함을 느낀 듯 깨어났다.

        ​

        불꽃에서 멀어지는 순간.

        ​

        오크들이 서로 격돌하기 시작했다.

        ​

        “야이 새끼들아! 너희끼리 쳐 싸우면 어떡해!”

        ​

        개싸움도 이런 개싸움이 없었다.

        ​

        주먹이 막히면 몸으로 들이 받았고, 도끼가 부서지면 날째로 쥐고 휘두르고 있었다.

        ​

        “야, 이거 원래 이래?”

        ​

        – …&%$%?

        ​

        이놈이 알턱이 있겠는가.

        ​

        오크의 영혼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전투를 즐기고 있었다.

        ​

        저놈들이 싸우는걸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

        “크리스, 안 말려도 괜찮을까요?”

        ​

        “음…”

        ​

        저놈들이 즐기는 방식이 저런 것이라면 굳이 말릴 필요가 있을까?

        ​

        종족도 다른 마당에 오크들의 방식을 배려해 주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

        원래 이쪽 계통이 별의별 일들이 다 있는 업종이니까.

        ​

        “말도 안 되는 소린데. 잘되고 있는 게 맞는 거 같아.”

        ​

        “…이게요?”

        ​

        “빠! 시끄여! 루나, 자야 해…”

        ​

        불길이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게 타오르고 있었다.

        ​

        순도 마저 높아져 색깔마저 진해졌다.

        ​

        “이거 어쩌면…”

        ​

        샤먼의 영혼이 머무르는 불길.

        ​

        영혼을 치유해주는 불길이 강해졌다는 건 저 영혼이 깨어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

        조금 가까이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

        저벅 –

        ​

        걸음을 내디디니 세레나가 걱정을 하며 따라붙었다.

        ​

        솔직히 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

        이런 형태는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

        “수틀리면 엎어야겠는데?”

        ​

        “…그게 가능한가요? 저렇게 날뛰는데?”

        ​

        “그럼. 아무나 못 하는 거긴 한데…엎어야 하는 굿판들이 있어.”

        ​

        굿판을 엎는다라고 하는 것이 있다.

        ​

        금기시되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한번 본적이 있었다.

        ​

        대노하신 스승님께서 굿판을 뒤집어 엎는 것을.

        ​

        “아직도 살벌하네…”

        ​

        잡귀를 하나 데려다 놓고 했던 내림굿.

        ​

        그냥 신기가 있을 뿐 무당이 될 사람이 아닌데도 허주를 내려 버리는 굿이었다.

        ​

        명백히 돈을 바라고 한 잘못된 굿.

        ​

        이런 경우에는 신령님들이 노하신다.

        ​

        사람인생 망치기 전에 엎어야 하는 굿판이니까.

        ​

        어쨌든 굴락과도 인연이 닿은 이상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다 싶으면 엎어 버리는 게 나았다.

        ​

        저렇게 살기등등한 놈들을 세상에 풀어놓으면 곤란할 테니까.

        ​

        “흐음…”

        ​

        불과 가까워졌음에도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

        오히려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

        ​

        온천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랄까.

        ​

        “장군신 비슷하기도하고…”

        ​

        신령은 아니다.

        ​

        장군신과 비슷하지만 오히려 강한 귀신과 가까운 형태.

        ​

        “그렇다고 귀신이라 보기에도 애매한데…”

        ​

        무당이 죽어서 귀신이 되면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

        “….”

        ​

        지금 눈앞에 있는 영혼은 오크들의 선조다.

        ​

        따지고 보면 줄을 잡고 내려오는 조상신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어쨌든 굴락이 말하는 전사의 영혼이라는 것이 이놈도 포함된 것일 테니까.

        ​

        하여튼 뭐라고 딱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

        이런 영혼을 표현하는 말이 없으니까.

        ​

        “일단 치유가 되는 것 같기는…”

        ​

        뚜두둑 –

        ​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투둑 –

        ​

        “세레나, 이거 들려?”

        ​

        “…어떤 소리를 말하는 거죠?”

        ​

        아무래도 세레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

        그렇다는 것은.

        ​

        “세레나! 루나 데리고 뒤로 물러나!” 

        ​

        방울을 뽑아 드는 순간 샤먼의 영혼과 눈이 마주쳤다.

        ​

        순식간에 내 몸을 감싸는 푸른 불길.

        ​

        머릿속으로 언어의 형태를 한 생각이 흘러들어왔다.

        ​

        “건들지 마! 안 다쳐!”

        ​

        눈앞이 하얗게 변하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

        “크리스!”

        ​

        “빠!”

        ​

        세레나가 루나를 데려가서 다행이었다.

        ​

        간만에 하는 기절이 이런 식일 줄이야.

        ​

        쿵.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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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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