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6

        

       말하는 버섯을 목격하자 군인들은 일제히 훈련받은 대로 행동했다.

       얼굴에 착용하고 있는 방한용 스키마스크에 부착된 버튼을 눌러 정화 마법을 가동하고, 현혹에 대비하기 위해 착용하고 있는 고글을 카메라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자 투명했던 고글이 새까맣게 변하고, 고글의 중앙에 있는 소형 카메라가 작동해 사람의 눈을 대신해 고글 안쪽에 영상을 송출해주었다.

       귀에 끼고 있는 방한용 귀마개는 마력에 의해 성질이 변해 귀에 딱 달라붙으며 외부의 소음을 차단해주었고, 마력을 이용한 통신 기능을 작동시켰다.

         

       하지만 빅토르는 귀마개의 소음 차단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들었다.

       이는 듣는 것 정도로는 홀리지 않는다는, 빅토르 나름의 자신감에 찬 행동이었다.

         

       [ 헝-글! 헝-글! ]

       [ 시간이 오면 식사를 한다네~ ]

       [ 헝-글! 헝-글! ]

       [ 손님이 오면 초대를 한다네~ ]

       [ 그리고 말하지. ]

       [ 즐거운 식사가 되기를! ]

       [ 행복한 식사가 되기를! ]

         

       버섯들은 노래를 부르는 게 즐거운지 몸을 들썩들썩 움직였고, 어깨춤을 추는 것처럼 몸을 좌우로 조금씩 흔들었다. 태양처럼 타오르는 거대한 대관람차를 뒤로하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퍼레이드를 보는 것 같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인형 탈을 쓰고 행진하는 퍼레이드와는 다르게, 지금 노래를 부르는 것의 안에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빅토르는 노래를 부르는 버섯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중얼거렸다.

         

       “요정술사 짓인가?”

         

       요정.

       인격을 가지고 있되 인간이 아닌, 초월적이지 않은 초자연적 존재를 뜻하는 단어.

       전설이나 민담, 혹은 신화 같은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존재들이기도 했다. 당장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님프도 요정에 속하고, 유럽 사람들에게 이웃이자 금기로 여겨졌던 이야기 속의 존재들 역시 요정에 속한다.

         

       그리고 요정술사는 이러한 요정을 모방해서 소환하는 주술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소환하는 요정, 정확한 명칭으로는 ‘요정 모방체’라 부르는 주물은 이야기에서 전승되는 요정과 흡사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요정 모방체 생성 주술은 설화와 함께 전승됨에 따라 소실이 적어 여러 가지가 남아있으며,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 주술사들은 제 특기가 아님에도 하나둘 정도는 익히고 다니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뚜렷한 대처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술사가 많이 익히고 다니고 있다고는 하나 주술사의 숫자 자체가 적었으니까.

         

       표본 자체가 적으니 제대로 된 매뉴얼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빅토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술 외의 위협이 될만한 요소를 탐지하는 것뿐.

         

       “스캔해.”

         

       빅토르의 명령이 떨어지자 스캔용 특수 헬멧을 쓴 마법사가 나서서 노래 부르는 버섯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장갑 트럭으로 정보가 전송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저 버섯과 유사한 요정에 대한 정보를 그에게 보내주었다.

         

       “함정은 없습니다.”

       “쯧. 함정은 없다. 그렇다면 저 버섯이 함정의 역할을 한다는 소리인데.”

         

       빅토르는 혀를 차며 불평했다.

         

       “이래서 주술이 성가셔. 알 수가 없으니.”

         

       빅토르는 한숨을 쉬며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버섯의 형태를 하고 있으니까 아마 충격을 받으면 포자를 퍼뜨릴 수도 있을 거야. 그렇지?”

       “그렇습니다.”

       “불로 태워버렸다가 연기에 환각 물질이나 독이 있으면 위험하겠고. 그렇다고 물을 이용해 공격하려고 하면 잘못하다간 몸집을 불릴 수도 있을 테고. 그렇다고 가까이 접근하는 건 미친 짓이고. 훼손했다가 저주 같은 게 숨겨져 있으면 곤란하겠고.”

       “그렇습니다.”

       “역겨운 주술사 새끼들.”

         

       버섯은 왜 다가오지 않느냐는 듯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술자리에서 왜 더 마시지 않냐며 재촉하는 놈들과 비슷하게 보여 얄밉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불럇(Блять)!”

         

       빅토르는 어깨춤을 추는 버섯 대가리에 보드카 병을 후려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는 찢어진 틈새를 입처럼 오물거리는 버섯을 한 차례 노려보더니, 군인들에게 철수 신호를 보냈다. 버섯과 멀리 떨어진 다음 다연장 로켓으로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작정이었다.

         

       애매한 것에는 항상 포탄이 답이었다.

         

       그러자 버섯이 가지 말라는 듯 노래를 불렀다.

         

       [ 손님은 식사해야 한다네~ ]

       [ 손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네~ ]

       [ 힘든 여정에는 안식이 필요한 법! ]

       [ 지친 나그네에게는 따스한 식사가 필요한 법! ]

         

       그 노랫소리는 아까와는 다르게 다급했다.

         

       하지만 빅토르와 군인들은 노래 가사가 어떻게 되든 간에 신경 쓰지 않고 놀이공원 밖으로 향했고, 이윽고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악령을 다 베어버려 아무도 없어야 할 입구에 누군가 서 있었다.

       낡아빠진 나무 가면을 쓰고, 넝마같은 천 조각을 걸치고 있는 누군가가.

         

       괴인(怪人).

       사람과 괴물의 중간에 있는 듯한.

       식물과 동물의 중간에 있는 듯한.

         

       그런 기괴한 존재였다.

         

       그것은 제 고개를 천천히 쳐들더니 잡음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 어디를 가시는가. ]

         

       낡아빠진 나무 가면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이 낡았다.

       곳곳에 썩어버린 부분이 보였고, 바닥에 오래 뒹굴기라도 한 듯 알 수 없는 얼룩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얼룩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모습을 바꾸었고, 얼룩이 움직일 때마다 나무 가면에서 무언가 피어올랐다.

         

       하얀 가루와 같은 것.

       점점 자라나 기둥과 갓의 형태를 이루는 것.

         

       그렇다.

       나무 가면에서는 버섯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이다.

         

       그렇게 자라난 버섯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툭 하며 떨어졌고, 그렇게 떨어지며 버섯이 작은 산을 이루면 한데로 뭉쳐 사람의 머리통만 한 크기로 변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며 하나의 개체로 탈바꿈하고, 기둥에 작은 가로줄을 만들고는.

         

       [ 헝-글! ]

       [ 헝-글! ]

         

       아까 길가에 자라나 있던 말하는 버섯과 똑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입구는 틀어막혔다.

         

       철창도, 악령도 아닌.

       그저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에 지나지 않는 버섯들에 의해서.

         

       [ 식사나 하고 가시게. ]

         

       나무 가면을 쓴 괴인은 빅토르가 위치한 곳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괴인의 옆에 자라난 버섯들은 일제히 몸을 씰룩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 손님이 오면 대접을! ]

       [ 손님이 오면 식사를! ]

       [ 그것이 바로 헝-글의 규칙이니까! ]

         

       지지직-

         

       노랫소리와 함께 나무 가면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빅토르는 짜증이 난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검에 검기를 불어넣었다.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검기가 은을 타고 흐르며 치솟았고, 금방이라도 검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마치 빅토르가 느끼는 분노가 그대로 검기에 반영이 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고기가 아니면 먹지 않아. 알겠나?”

         

       그는 그 말과 함께 검을 휘둘러 검기를 날렸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검기는 괴인의 허리 부근을 정확하게 가르며 두 동강을 내버렸고, 괴인은 빅토르를 바라보는 그 자세로 사선으로 잘려 두 조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쓰러져야 함에도 괴인은 잘린 단면 그대로 자세를 유지한 채, 빅토르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 마침 고기를 준비했는데. 어떤가? ]

         

       상처를 지지고 헤집어 재생을 방해하는 빅토르의 검기는 괴인에게 소용이 없었다.

       사선으로 잘린 상처는 찰흙을 반죽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메워졌으며, 입고 있던 넝마조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 빅토르 알렉산드로비치 스미르노프. 자네에게도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인즉. ]

         

       괴인은 아까와 같이, 잡음이 섞인 평온한 목소리로 빅토르에게 말했다.

         

       [ 헝-글! ]

       [ 헝글이란 흥미로운 것이라네! ]

       [ 헝글이란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라네! ]

       [ 그래! 마치! ]

       [ 운명처럼! ]

         

       버섯은 괴인의 말에 호응하듯 노래를 불렀다.

         

       “주술사 아니랄까 봐 혓바닥으로 사람을 현혹하려고 하는군. 내가 네놈 같은 족속을 한두 번 본 줄 아나? 점을 볼 줄 안다는 집시 년이 나를 현혹해서 귀중품을 훔쳐가려고 한 적도 있고, 웬 사기꾼이 와서는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서 내 피 같은 돈을 노린 적도 있었지. 주식쟁이가 중국에 투자하는 게 어떠냐고 물은 적도 있었고,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펀지사기를 치려는 놈도 있었지. 그 놈들이 죄다 어떻게 되었는지 아나?”

         

       빅토르는 괴인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종으로 그어지는 검기는 허공을 자르며 괴인에게 도달하였고, 괴인의 사타구니서부터 정수리까지 반듯한 선을 그리며 그를 토막 내버렸다.

       빅토르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듯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횡으로, 사선으로. 다시 횡으로. 다시 종으로.

         

       쏘아지는 검기가 그물의 형상을 만들고, 이윽고 최소한의 규칙도 없이 그저 난도질에 가까워질 정도로. 그리고 빈틈이 점차 메워져 종국에는 면에 가까운 형상이 될 수 있도록.

         

       그의 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흔들리는 검이 허공을 찢는 것을 넘어 허공의 일부가 될 때까지 그는 칼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그렇게 괴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검기에 갈려버린 것이다.

         

       그렇다.

       말 그대로, 면에 가까운 형태로 엄습하는 검기에 의해 갈려버렸다.

         

       지저분했던 나무 가면은 가루도 남지 않았고, 천 조각은 이젠 조각이라고 부르기조차 모호할 정도로 잘게 다져졌다. 믹서기에 사람을 넣고 갈아버린 것처럼, 그렇게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이다.

         

       “죄다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지.”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렇게 갈렸음에도 피 한 방울, 살점 한 조각 하나 없었으니.

         

       [ 빅-토-르- ]

         

       이는 괴인이 실제 사람이 아닌, 인형에 불과함을 뜻했다.

         

       [ 대관람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

         

       빅토르의 검기에 의해 조각나버린 몸체는 가루의 형태로 다시 모여들었다. 가루는 살아있는 것처럼 사람의 머리와 비슷한 형상을 만들었고, 날벌레의 소리를 그러모아 사람의 목소리로 만드는 것 같은 기이한 음색으로 빅토르에게 말했다.

         

       [ 맛있는 고-기가 있으니. 어서 오게- ]

         

       그 뒤를 이어 버섯이 소리쳤다.

         

       [ 맛있는 고기! ]

       [ 편식쟁이 빅토르도 좋아할 고기! ]

       [ 러시아에서 벗어난 적 없는 러시아 촌놈은 이 맛을 모르지! ]

       [ 어렸을 적 훔쳐먹었던 양고기보다도 더 부드럽고! ]

       [ 월급 받고 바로 사 먹었던 닭고기보다도 더 향기롭다네! ]

         

       빅토르는 버섯이 부르는 노래에 오른쪽 눈을 잠깐 찌푸렸다.

       그리곤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네놈 낯짝이 궁금해졌다.”

         

       그러자 얼굴 형상은 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 그 정도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으니, 고기가 식기 전에 어서 오시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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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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