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06

       수도에서의 생활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많은 일들.

       꼬여있던 관계.

       싫어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대화.

       

       

       많은 걱정에서 시작했던 여행이지만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른 아침의 데스문트 저택.

       

       

       거울 앞에 선 나는 수학여행 때 입고갈 옷을 고르는 고등학생처럼 옷장을 미친 듯이 뒤지고 있었다.

       

       

       “하… 뭘 입어도 어색한 것 같은데.”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코트를 몸에 대보고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은데….

       몸이 너무 부한 것 같고, 날씨와 비교하면 너무 가볍게 입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고 털옷을 입기에는 돈 많은 졸부 같은 느낌이 들고…

       

       

       좀처럼 입고 나갈 옷을 고를 수가 없었다.

       

       

       평소에 집사복만 입어서 그런지, 패션에 대해 아는 것은 제로에 가까운 나는 좀처럼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를 수 없었다.

       

       

       ‘멋지게 입고 싶은데.’

       

       

       오늘은 아가씨와의 데이트니까.

       

       

       최대한 멋지게 보이고 싶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번호를 물어볼 정도로. 그것이 아가씨의 기를 살리는 집사의 의무이자, 아가씨를 놀릴 수 있는 나만의 유희 거리니까. 겸사겸사 아가씨에게 칭찬도 듣고 싶었고.

       

       

       그래서 그런지, 옷을 고르는데 평소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다.

       

       

       침대 위에는 벗어놓은 옷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체크 무늬와 검은색 니트 같이 조그마한 차이가 있을 뿐임에도 좀처럼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를지 못하는 나는 깊은 한숨을 뱉었다.

       

       

       “코트는 너무 과한가…?”

       

       

       ‘잘 보이고 싶은데…’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는 곳이 하멜과 같은 촌구석이 아닌, 수도의 극장이다 보니, 옷을 고르는데도 따져야 할 것이 많았다.

       

       

       많은 귀족이 다니고, 과거의 악연이었던, 아카데미 동기도 있을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잘살고 있는 것처럼 차려입어야 했었다.

         

         

       나도 조금 설레기도 했으니까.

       

       

       극장이라…

       

       

       안 가본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알다시피 나는 연극이라는 문화와 친하지가 않다. 정확히는 고상한 문화생활과 연이 없었지. 전생에도 그렇고 이번 생에서도 뮤지컬이나 음악회 같은 귀족들의 취미와 연이 짧았었다.

       

       

       문화를 알아가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아가씨를 잘 놀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공부하고, 사람을 감동하게 만드는 일보다 사람을 패는 일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극이라는 문화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별로 없었다.

       

       

       연극이야 아가씨를 따라서 몇 번 가보긴 했지만, 내 의지로 연극을 고르거나 하지는 않아서 이번에 아가씨와 함께 볼 연극을 고를 때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아가씨, 뭘 보고 싶습니까?

       -아무거나.

       -이마에 딱밤을 때리기 전에 말하세요. 아무거나라는 말은 집사를 불행하게 한답니다.

       -음… 모르겠는데. 그냥 리카르도가 좋아하는 거 보자.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거 말고 리카르도가 좋아하는 거.

       -이마 딱 대세요.

       

       

       나는 아가씨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그럼에도 아가씨는 같은 답을 하셨고 졸지에 나는 인생 일대의 고민을 하게 되었지.

       

       

       로맨스.

       액션.

       코믹.

       

       

       제국의 많은 연극 중에서 아가씨의 마음에 들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

       

       

       좀처럼 이렇다 하는 답을 내릴 수 없던 나는 유리아에게 자문을 구하게 되었다.

       

       

       -음… 누구랑 보실 건데요?

       -아가씨와 보려고 합니다.

       -저랑은 요?

       -네?

       -아니에요… 그러면 이거 어떠세요?

       

       

       유리아는 내게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연극을 추천해줬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본 연극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던 연극을.

       

       

       사랑과 멜로.

       액션과 코믹.

       그리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요소가 담긴 연극 하나를 말이다.

       

       

       -이게 가장 무난할 거예요.

       

       

       센스없는 직감을 따르는 것보다, 많은 경험이 있는 여주인공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유리아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옷장을 뒤지기를 반복했다.

       

       

       “역시. 집사복이 나으려나.”

       

       

       나는 옷장 구석에 있는 집사복을 흘겨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께서 오늘은 멋지게 입고 나오라고 했으니까.

       

       

       나는 옷장 구석에 잘 다려놓은 검은 색 정장을 집었다.

       

       

       “이걸로 하자.”

         

       

       *

       

       

       말끔하게 차려입고 저택의 1층으로 내려가는 길. 넓은 홀 앞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의 뒷모습이 슬며시 보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용인들의 도움을 받은 아가씨.

       

       

       뒷모습에 우아한 기품이 흐르고 있는 아가씨를 보고서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보풀이 가득했던 드레스가 아닌, 검은색 진주가 작게 박힌 드레스는 이른 아침임에도 달이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일게 했다.

       

       

       그동안 꾸미지 않은 모습만 보다 보니 잊고 있었는데, 역시 귀족이라는 건가.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그치며 계단에서 내려왔다. 한걸음. 두 걸음. 천천히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에도 아가씨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있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나는 아가씨의 등 뒤를 살짝 건드리며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너무 예쁘십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아가씨의 귀는 살짝 달아올라 있었다.

       

       

       부끄러워서 그러나, 싶어 나는 빼꼼히 아가씨의 옆 모습을 슬며시 바라봤고.

       

       

       “으엣…!”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가씨의 망가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흐에에엑…”

       

       

       아가씨는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의 배를 잡고 있었다. 꽉 쥔 코르셋과 사투를 벌이는 아가씨.

       

       

       아가씨는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소리쳤다.

       

       

       “리카르또! 나 죽어…”

       “푸하하!”

       

       

       오늘은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는 날.

       

       

       아가씨는 단단히 꾸미고 나오셨다.

       

       

       나는 아가씨의 뒤에 서서 페x리 1호기의 손잡이를 잡고 살짝 밀었다.

       

       

       “풀까요?”

       “아니야…! 나 날씬해서 괜찮아.”

       

       

       아름다워 보이려는 아가씨의 고집도 좋지만 나는 평상시의 아가씨가 더 좋았다.

       

       

       “코르셋을 차고 계시면 많이 못 먹습니다.”

       “그러면 벗을래.”

       

       

       작은 웃음이 나오는 나였다.

       

       

       *

       

       

       거대한 극장 앞.

       

       

       오랜만에 단둘이서 극장에 찾아온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들어가기를 머뭇거리고 있었다.

       

       

       “안 들어가?”

       “아니요. 들어갈 건데 말이죠. 여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습니까?”

       “원래 많아.”

       

       

       아가씨는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귀족의 품격을 자랑했다. 고혹스러운 미소를 짓는 아가씨의 얼굴에 ‘촌놈.’이라는 미묘한 비웃음을 읽을 수 있었다.

       

       

       “저기 대문으로 들어가면 돼.”

       “아… 대문.”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촌스러워 보이면 어떡하지 싶었고 아가씨에게 폐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VIP석을 예매를 하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던 나는 입구가 아닌 후문으로 휠체어를 밀었다.

       

       

       “여기 아니야.”

       “생긴 지 얼마 안 된 극장이라서 그런가, 길이 어렵군요.”

       “맞아.”

       

       

       아가씨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생겨서 기대돼.”

       

       

       아가씨의 얼굴에는 기대라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나는 아가씨 옆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재미있게 놀아봅시다.”

       “응.”

       “간식도 시키고 맥주는… 시키지 말고 음료수로 하죠.”

       “왜!?”

       “음주운전은 안 됩니다.”

       

       

       음주운전이란 말에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주운전은 나쁜 거지.”

       

       

       역시 배움이 빠른 아가씨였다.

       

       

       다소 어설프긴 했지만, 매표소에 찾아온 나는 예약한 티켓을 안내원에게 받을 수 있었다.

         

         

       “VIP석 두 분 맞으시죠?”

       “네.”

       “그럼 안내해드리도록 하겠… 아..”

         

         

       안내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아가씨를 봤다.

       

       

       “아… 그…”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는 계단이라서 그런지, 갈피를 못 잡는 안내원의 어색한 미소. 대처하기에 곤란하다는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안내원에게 안심하라는 미소를 남기고 아가씨를 보며 꿇어앉았다.

       

         

       “아가씨.”

       “응”

       

       

       설레는 얼굴로 티켓을 꼭 쥐고 있던 아가씨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빨리 안 들어가고 뭐 하냐는 의문을 담은 표정에 나는 살짝 몸을 틀어 아가씨에게 등을 내밀었다.

       

       

       “계단이라서 휠체어가 오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네요.”

       

       

       아가씨는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페x리 1호기는 계단도 올라갈 수 있어.”

       “오랜만에 제 등에 업히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음…”

       

       

       깊은 고민에 잠긴 아가씨는 수줍게 손을 내 목에 감았다.

       

       

       “출발.”

       

       

       손으로 등을 톡톡 두드리고 가라고 재촉하는 아가씨의 작은 손짓에 나는 작은 웃음을 짓고 안내원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이 의자는 안전한 곳에 보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미흡한 서비스를 제공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별말씀을요.”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나의 걸음에 아가씨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고동이 살며시 느껴졌다.

       

       

       VIP실로 향하는 어두운 계단.

       

       

       아가씨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중얼거렸다.

       

       

       “리카르도.”

       “네?”

       “재미있겠지?”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누가 고른 연극인데 말이죠.”

       “그렇지? 있지…”

       

       

       아가씨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도착한 VIP실은 화려했다.

       

       

       화려하게 밝은 조명이 어둠을 밝혀주며, 부드러운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푹신한 쿠션의 의자는 부드러운 벨벳으로 위에 놓여있었고, 이 극장에 우리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객석 아래에 보이는 연기자들의 인사. 그리고 많은 사람들 속에 보이는 연인들.

       

       

       아가씨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손짓했다.

       

       

       “우와….”

       

       

       작은 감탄사를 뱉는 아가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오길 잘했네요.”

       “어?”

       “아닙니다.”

       

       

       연극의 제목은 [어느 소녀의 슬픈 사랑이야기.]

       

       

       애달픈 사랑을 담은 이야기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후원 감사 맨트는 다음 회차에 쓰도록 하겠습니닷!
    감사합니닷!

    다음화 보기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