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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6

       

       

       

       

       헤카르테교 코크먼 지부.

       최상급 마력석을 가득 실은 커다란 마차가 준비되었다.

       

       “바로 출발한다!”

       “옙!”

       

       헤카르테교 지부장은 실행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지부장의 자리에 오른 것도 그 실행력 덕분이었다. 

       

       부족한 마력석을 즉시 근처에서 닥치는 대로 매입해 필요량을 채운 후, 지부장은 지체 없이 마차를 준비시켰고 지부장과 부지부장을 포함한 주요 간부들은 지체 없이 가가레일 유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이렇게 주요 간부들이 모두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골렘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유적지의 비밀 통로 안에는 강한 골렘들이 몇십 기나 잠들어 있을 거다. 모두들 정신 바짝 차려라.”

       “예!”

       

       유물이 잠든 곳의 결계야 위치를 알고 결계 왜곡 주문만 정확하게 시전하면, 그 뒤로는 마력의 절대량만 받쳐 주면 된다. 

       

       그걸 위해 필요한 마력석을 전부 구해 왔으니, 결계가 있는 곳까지 가기만 하면 유물을 얻는 것 자체는 누워서 감자떡 먹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는 최소 4성에서 5성에 이르는 실력을 갖춰야 잡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골렘들이 즐비해 있고, 특히나 보스 골렘의 경우 5성 이상의 실력자가 수 명 필요하다.

       

       이는 마왕 헤카르테의 계시로 직접 들은 내용이기에 확실한 정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했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장 비싼 방어 아티팩트도 몸에 둘둘 두른 상태였다. 

       

       ‘마력석을 사느라 지부의 공금을 전부 써 버리긴 했지만…. 골렘을 잡은 뒤에 나오는 핵 조각을 회수하면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을 거야.’

       

       특히 보스 골렘의 핵 조각은 비싼 가격에 팔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주머니도 좀 채우고 말이지. 흐흐흐.’

       

       헤카르테교에 막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지부장으로서 자신에게 주는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는 가면 뒤에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

       

       쿠르르르르!!!

       

       “이, 이게 뭐야?”

       

       아르가 손바닥 젤리를 문양에 대자, 아르의 젤리를 중심으로 무언가 형용하기 힘든 기운이 벽을 타고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올 때 열었던 비밀 통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거의 벽면 전체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열리기 시작했다. 

       

       “…….”

       “…….”

       

       마침내 벽이 전부 열렸다.

       뻥 뚫린 통로의 복도에는 최상급 발광석이 박혀 있었다.

       

       “…나도 모르는 비밀 통로가 있었네.”

       

       내가 중얼거리자, 벽이 열리는 걸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아르는 귀를 쫑긋 세우더니 별안간 몸을 웅크리며 주먹을 꼬옥 쥐었다. 

       

       “응?”

       

       웅크린 채 몸을 미세하게 떠는 아르를 보며 내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아르는 있는 힘껏 뛰어 오르며 두 손을 활짝 폈다. 공중에서 아직은 몸을 띄우지 못하는 날개가 파닥거렸다.

       

       “쀼우우우웃!!”

       

       아르는 ‘레온, 봐써? 아르가 해내써! 비밀 통로 찾아써!!’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아르는 두 팔을 활짝 편 채 나에게 토도도 달려와 폴짝 뛰어 안겼다. 

       

       “쀼우!”

       

       나는 ‘아르 잘해써? 우응?’ 하고 물으며 기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르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그래, 아르 너무 잘했어. 나도 모르는 통로를 우리 아르가 찾아냈네?”

       “쀼우웃!”

       

       아무래도 아르는 드디어 자신이 혼자 힘으로 마법 이외의 무언가를 해내 나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쁜 모양이었다. 

       

       ‘그동안은 사실 마법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는 내가 가는 대로 따라만 왔었지.’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미 「레키온 사가」를 오랫동안 플레이해 왔던 고인물 유저였으니까. 

       

       그런 상태에서 뭔가 나에게 주체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아르에게는 상당히 큰 의미로 다가온 듯했다. 

       

       ‘기특하기도 하지.’

       

       나는 비밀 통로를 연 아르의 젤리를 문질문질 만졌다. 

       

       ‘근데 진짜 어떻게 한 거지?’

       

       내가 플레이할 때에는 진짜 한 칸 단위로 벽을 전부 건드려 봐도 아무것도 안 나왔었는데.

       

       ‘일단 들어가 보면 뭔가 단서가 있긴 있을 텐데….’

       

       문제는 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들어오는 동안에는 이미 어느 정도 수준의 적이 어디에 얼마큼 있는지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빠르게 전진할 수 있었지만….

       

       이 앞으로 얼마나 또 깊은 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적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

       

       만약 골렘보다 더 강한 적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면, 차라리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물러나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나는 아르를 안은 채로 입구 앞까지 걸어갔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리고 그때, 바로 옆에서 실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일단 안쪽에서 마물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요. 애초에 지형도 그리 깊지 않은 것 같고요.”

       “그런가요?”

       “네. 아시다시피 제가 감 하나는 좋잖아요.”

       

       그건 그랬다. 

       숲에는 가끔 기척을 기가 막히게 숨기는 야생형 마물들이 출몰하는데, 실비아는 단 한 번도 놈들의 기습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 

       

       어떤 날 밤에는 내가 사용한 라이트 마법이 지형에 가려지는 바람에 반대편에 있던 실비아가 잠깐 동안 어둠 속에서 싸워야 했던 적이 있는데, 나중에 잡고 나서 확인해 보니 보이지도 않는 적의 급소를 죄다 정확하게 베어 놓았었다.

       

       ‘안쪽에 따로 마물의 기척을 차단하는 결계 같은 게 있지 않는 이상, 실비아 씨의 감은 믿어도 돼.’

       

       나는 조금 안심하고, 혹시 모를 함정을 조심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쀼우!”

       

       내 품에 안긴 채 복도 벽에 심어져 있는 반짝이는 발광석을 본 아르가 ‘레온! 저거도 가져가면 비싸게 팔 수 있을 거 가타!’라며 쀼 소리를 냈다. 

       

       “그래, 이따가 올 때 가져가자. 팔아서 맛있는 거 먹을까?”

       “쀼웃!”

       

       확실히 아르의 말대로, 밝은 빛을 뿜고 있는 발광석은 하나 하나가 상당히 비싸 보였다. 

       

       마치, 카르사유의 레어에 있던 발광석처럼.

       

       “어, 벌써 막다른 길이네요.”

       

       정면에는 돌로 된 탁자가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건 보물상자처럼 커다란 상자라기보다는, 간단한 악세사리 같은 걸 보관할 때 쓸 법한 육면체로 된 상자였다. 

       

       “뭐 보석 같은 거라도 들어 있나?”

       “쀼!”

       

       보석이라는 말에 아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나는 마지막까지도 혹여나 함정 같은 게 있을까 봐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달칵.

       

       걱정과 달리 상자는 아주 부드럽게 열렸다. 

       

       “이건….”

       “팔찌네요?”

       “그러네요…?”

       

       안에 들어 있는 건 금속으로 된 팔찌였다. 

       

       ‘백금…인가?’

       

       디자인은 심플한 편이었다.

       나는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팔찌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팔찌 아래쪽에 새겨진 문양을 보고 일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맙소사.’

       

       그 문양은 과거 대륙 남부의 도시 로하튼 전체를 폐허로 만들었던, 레드 드래곤을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잠깐, 그럼 설마 이 유적지 자체가 이걸 위해서….’

       

       그제서야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내가 「레키온 사가」에서 처음으로 가가레일 유적지의 비밀 통로를 알게 된 건 순전히 운이었다.

       

       석상 앞에서 버튼을 잘못 눌러 발견한 안쪽에서 나는 골렘을 잡고 경험치와 핵 조각을 얻었고.

       뭔가 여기에 골렘이 있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하면서도 결국에는 이유를 알아내지 못해 그냥 ‘개꿀 사냥터’라고 일축하고 끝내기로 했다. 

       

       여기에 대해 깊게 고민하기에는 이 대륙에는 좋은 사냥터와 해야 할 퀘스트들이 넘쳐 났으니까. 

       

       ‘그런데 이제 알겠어.’

       

       내가 눌렀을 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문양이, 드래곤인 아르가 누르니 마치 암호를 입력한 자물쇠처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하며 결계를 해제하고 벽면이 열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드래곤의 레어에서나 볼 법한 정순한 최상급 발광석이 있었고, 가장 안쪽에 있던 팔찌에는 레드 드래곤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하나, 둘까지는 우연이라고 해도, 이 모든 게 겹치는데 우연일 리는 없지.’

       

       이곳 가가레일 유적지는, 처음부터 드래곤의 유물을 보관하는 장소였던 것이다. 

       

       ‘그리고 골렘들은 이 결계를 지키는 역할을 했었던 거지.’

       

       유적지의 비밀을 깨달은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이걸 어쩐다. 조용히 여기에 다시 두고 가야 하나? 레드 드래곤 성격이면 남이 자신의 유물을 도굴해 간 걸 아는 순간 불같이 화를 낼 텐데.’

       

       잠깐. 

       

       불같이 화를 낸다고?

       

       ‘설마….’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유적지의 골렘도, 게임을 진행하고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이미 누군가가 잡은 뒤였지.’

       

       나는 그 누군가가 우연히 이 비밀 통로를 발견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처음부터 이 유적지의 비밀에 대해 알고 찾아온 거라면?’

       

       결계의 위치만 정확하게 안다면, 드래곤이 아니더라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하무트교의 짓은 아닐 거야. 놈들의 지부는 전부 대륙 동부에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마왕이 하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즉, 다른 마왕을 섬기는 놈들이 일부러 레드 드래곤의 심기를 건드려 로하튼을 쑥대밭으로 만들도록 유도한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억측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아직 레드 드래곤은 동면 중이지.’

       

       만약 레드 드래곤이 깨어나 유물을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레드 드래곤에게 가져다 준다면?

       아니면 조용히, 몰래 레드 드래곤의 레어에 두고 온다면?

       

       ‘로하튼에서 일어날 참사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레드 드래곤의 레어에 내 발로 찾아가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성격이 더럽기로 유명한 레드 드래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 물건이 마왕의 세력에게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그러므로, 이건 내가 가져간다. 

       

       나는 결심하고 팔찌를 집어 든 뒤 상자를 닫았다.

       

       “일단 평범한 팔찌는 아닌 것 같으니, 가져가 보죠.”

       “쀼우.”

       

       아르는 보석이 아니라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자신 덕분에 뭔가를 찾아내긴 했다는 생각에 만족한 듯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발광석도 잊지 않고 챙겼다. 

       

       쿠르르르!!

       

       우리가 나오자 벽면은 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완벽하게 닫혔다. 

       

       “후우. 유적지 하나에서 꽤 많은 걸 얻었네요.”

       “그럼 저희, 다음 도시 도착하면 회식 하는 거예요?”

       “당연하죠. 크게 쏘겠습니다.”

       “헤헤, 기대할게요.”

       “쀼우!”

       

       골렘의 방들을 지나, 우리는 처음 들어왔던 입구 쪽에 도착했다. 

       

       입구는 자동으로 닫혀 있었고, 나는 계단 옆의 벽면에 튀어나와 있는 돌을 꾹 눌렀다. 

       

       ‘이제야 다시 시원한 바깥 공기를 마시겠구만.’

       

       답답한 안쪽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서 바람을 쐬고 싶었다.

       

       드드드드드….

       

       문이 열리고, 내가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레온 씨.”

       “네?”

       

       방금까지의 신난 목소리와는 다른, 착 깔린 목소리로 실비아가 말했다. 

       

       “어서 나가야 해요. 누군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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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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