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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6

       -또옥. 또옥.

        

       불쾌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지는 물방울 소리가 귀를 찌르듯이 들려왔다.

        

       멀리서 흘러오는 몬스터의 그르릉거리는 울음소리와, 자신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차츰차츰 가까워지고 있는 도끼 함정의 소리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천장에서 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까지 들려온다는 건, 나오나 시스템상 상대 지하의 발걸음 소리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서로 루트가 엇갈렸거나, 이미 지상을 노리고 뛰었다는 의미.

        

       평소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상에 브리핑을 하고 사냥에 속도를 붙였을 터였다.

        

       그러나 라켈, 김태호는 차분하게 방패를 앞세운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나갔다. 언제 기습이 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랜덤 캐릭터 선택 과정에서 우연의 신이 이예나의 손에 도적을 쥐어 준 탓이었다.

        

       ‘도적으로 은밀한 발걸음 특성을 찍고도 칼질하고 다니는 그 미친년.’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하지 않다.

        

       -또옥.

        

       속으로 남몰래 욕을 삼키던 그는, 또다시 자그마한 물방울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얼굴을 굳히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슬슬 킬킬거리는 고블린 팩의 웃음소리에 묻혀야 할 위치다. 그럼에도 물소리가, 여전히 그의 귀를 괴롭힌다는 건-

        

       ‘아……. 역시.’

       

       몇 초 후 도착한 고블린 팩 캠프에는 더 이상 시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죽어도 한참 전에 죽었다는 의미다.

        

       상대는 자신이 겁쟁이처럼 살금살금 기어올 걸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몬스터를 쓸어 담고 떠나간지 오래였다.

        

       큰 실점은 아니지만, 안면에 잽을 맞은 기분. 라켈은 살짝 악문 잇새로 숨을 내뱉으며 브리핑했다.

        

       “고블린 비었어요. 탑 조심하세요.”

        

       《확인. 지금 지상 괜찮으니까 천천히 가자.》

        

       《봇봇! 버제님 봇으로 힐 집중요. 이거 뚫어버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저 탑 조금 빠질게요! 여기 압박 들어오는 게 좀 이상해요.》

        

       《탑은 너무 노골적으로 빼지 말고 유인. 미카님은 탑에 도적 보이는 순간 바로 봇에 쿨타임 기술 다 써서 화력 몰빵해주세요.》

        

       《오케이, 상대 봇기사 피 없어서 튀었고, 법사 메즈기 1개 빠졌어요. 압박 들어갑니다.》

        

       그래도, 괜찮았다. 지상의 상황을 들어보면, 그들이 ‘아따먹따먹과 5인의 도적'(당시에는 ‘C조’라는 정상적인 이름이었지만)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었으니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를 포함하여, 모든 상대의 개인 방송을 몇 차례나 염탐하며 만들어낸 전략이었다.

        

       첫째. 상대 랜덤 주사위에서 도적이 나오면, 이예나가 지하로 온다는 의미이니- 마스터 기사 유저인 라켈이 지하로 가서 드러눕는다. 교전을 피하며 공간만 점유해나가면, 도적의 발 정도는 게임 끝날 때까지 묶어 둘 자신은 있었다.

        

       수비와 반격에 몰빵해서 준비한 빌드는, 상대가 조바심을 내서 먼저 달려들어 주기만 한다면 실력차를 극복하며 역으로 잡아내는 데 특화되어 있었으니.

        

       둘째. 상대 랜덤 주사위에서 도적이 안 나오면, 별포크가 지하로 온다는 의미이니- 챌린저 광전사 유저인 에스마키가 지하로 가서 도륙을 내버린다. 브론즈를 지하에서 저격하는 건 조금 너무하다는 이야기야 듣겠지만, 어쩌겠는가. 애초에 이런 룰의 대회다.

        

       복잡한 전략은 그 외에도 끝없이 이어졌다. 상대가 우리에게 억지로 도적을 쥐어주는 경우, 2사제를 강요하는 경우, 상대가 2도적을 하는 경우…….

        

       팀 리더 역할을 한 챌린저, 에스마키가 세밀하게 계획된 전략을 끝없이 쏟아낸 탓이었다.

        

       처음에는 ‘브론즈들 데리고 그게 되겠어요?’라는 말을 차마 내뱉지는 못한 채 반신반의했으나- 멘티 티어가 자아를 버리고 계획된 움직임만 기계적으로 수행하니, 팀의 전력은 놀라운 속도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회의 룰에 최적화된 준비 방법이었던 것이다.

        

       합동 연습 시간은 어마어마하게 필요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침 6명 모두 나오나를 전업으로 하는 ‘하꼬’에서 ‘소기업’ 수준의 스트리머로서, 이번 대회의 홍보효과에 사활을 걸었던 덕이었다.

        

       그 결과 폭탄받아라 팀은 점차 전략을 제대로 수행할 역량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고- 모두들 함께 꿈을 가득 부풀리며 대회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해골팩 잡고, 함정상자 경로 확인하면서 지상 합류합니다.”

        

       《확인.》

        

       《봇 뚫었어요! 전진!》

        

       들려오는 승전보에, 아드레날린이 한 번 더 솟구쳤다.

        

       이긴다.

        

       가볍게 이기고, 바다바다까지 짓밟아 우승을 쟁취한다.

        

       그렇게 긴장감과 욕망, 희망과 공포를 가슴에 꾹꾹 눌러담은 채 계획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라켈로부터, 불과 두 걸음 뒤.

        

       빈 공간이 일그러지며, 허공에서 검은 실루엣이 흐릿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예나였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달려와서 고블린 팩을 몇 초만에 정리하고- 다음 사냥터로 떠나가지 않은 채 캠핑하고 있던, 이예나.

        

       이전에 레반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던 심리전이 다시 한번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푸욱.

        

       일격. 칼이 몸을 파고드는 소리와 함께, 튀어오르는 붉은 피 이펙트가 라켈의 우측 시야 하단을 옅게 가렸다. 시야는 남아있었으나, 대응이 늦어지기엔 충분한 방해.

        

       -푸욱.

        

       이어서, 물이 흐르는 듯한 움직임의 연격. 두 번째 공격음과 함께, 그의 우측 시야 전체가 피로 진하게 물들었다.

        

       “도적 지하!”

        

       절망적인 교전의 시작이었지만- 어차피, 자신의 역할은 바리케이드였다. 부수고 지나갈 수는 있겠으나, 그만큼의 시간과 체력은 대가로 내놓아야 하리라.

        

       라켈은 사각이 되어버린 우측을 대방패로 단단히 가드한 채, 빠르게 뒤로 돌았다.

        

       도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래? 오른쪽에서 기습? 공격한다면- 지금!’

        

       몸에 밴 타이밍에 맞춰 뒤로 살짝 움직이자, 그의 분신인 기사가 육중한 몸을 뒤로 날리듯이 날렵하게 백스텝을 밟는다.

        

       도적의 연계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회피하며, ‘저스트 회피’ 판정을 받아낼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

        

       그러나 기대하던 이펙트는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라켈은 자신이 엇박자 공격 심리전에 당했다고 생각에 이를 악물었으나- 어째서인지, 우려하던 공격음도 들리지 않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본 라켈은, 그제서야 도적의 모습이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신? 아니, 쿨이 안 될 텐데. 다음 캠프로 뛰었나? 아니다. 아따먹 플레이 스타일 생각해보면……매복이겠네. 내 동선을 읽어서……씨발. 이러면 해골팩은 너무 뻔해서 못 가겠는데. 대체 어디로 가야…….’

        

       단 두 번의 공격으로, 남은 체력은 고작 6할. 어설프게 사냥하다가 한 번이라도 더 뒤를 내줬다가는 바리케이드 역할도 하지 못한다.

        

       라켈은 다시 한번 방패를 앞세운 채, 조금 전보다도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예나가 선호하는 매복 포인트 정도는 모두 알고 있었다. 에스마키가 이예나의 개인화면을 꼼꼼히 체크하여 공유해주었기에.

        

       슬쩍, 은신을 했을 법한 장소에 등을 대주는 척하다가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가드를 올리고-

        

       은신 포인트 근처의 몬스터 팩을 사냥하려는 척하다가 뒤로 빠져, 은신 유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려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라켈이 그리 바쁘게 상상속의 도적과 싸우는 사이, 이예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상으로 달려간지 오래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 분석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는, 눈에 불을 켜고 제자를 칭찬할 껀덕지를 찾으며, 레반을 놀리고, 아크 방송을 한 쪽에 틀어 둔 채 채팅창을 구경하며, 무난한 플레이만 깨작거리는 이예나였고-

        

       지금의 이예나는, 이 부끄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정 직업군을 여러 번, 수 차례, 반복적으로 죽여야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이예나였으니.

        

       * * * *

        

       《아, 이게 뭔가요! 아따먹 선수, 이번에도 사제가 아니라 광전사를 노렸습니다! 에스마키 선수! 세 번째! 세 번째로 쓰러지고 맙니다! 팀의 리더가! 구심점이! 다시 쓰러졌어요! 이건 큽니다!》

        

       《에스마키 선수는 최선을 다해서 피하고 있어요. 하지만 작정하고 암습하는 도적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거든요! 이게 대체 몇 번쨉니까! 아따먹 선수! 또 파고 들어서 광전사를 고립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따먹! 이게 도적으로 가능한 플레입니까? 도적이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거든요!》

        

       《또! 또, 잠깐 돌출된 에스마키 선수에게 달려드는 아따먹 선수! 고라박스 선수의 연사에 광전사의 움직임이 제한된 순간, 바로 치명타를 날립니다! 에스마키 선수, 오늘 밤 도적이 꿈에 나오겠어요!》

        

       《이래서 전쟁에서 특수부대가 무서운 겁니다. 적진에 파고든 도적 한 명이 전략이고 진형이고 다 날려버리며- 아, 에스마키 선수! 또 다시! 버제 선수의 힐이 채 닿지 못했습니다. 집중, 집중해야 합니다!》

        

       《폭탄받아라 팀,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어요! 다전제입니다. 질 때 지더라도, 칼을 휘두르고 져야 다음 경기에서 힘을 낼 수 있어요!》

        

       《여기서, 레반 선수! 우리 팀에 아따먹만 있는게 아니다, 외치듯이 세 명을 연달아 끊어내며 저력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세 명 모두 멘티 티어여서, 어린이 셋을 괴롭히는 어른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이렇게, 경기, 마무리 됩니다! 와, 정말 어마어마한 경기였습니다. 언터처블스가  예능 대회로 기획되었다고 생각하시던 분들, 어안이 벙벙하시겠는데요.》

        

       《경기 전에 아따먹 선수가, 각오의 한 마디로 ‘죽일 거예요.’라고 하기에 대체 누구를 죽이겠다는 건가 했더니, 정말로 다 죽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특히 에스마키 선수하고는 뭐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집요하고 집요한 공격이었습니다.》

        

       《자, 폭탄받아라 팀, 빨리 추스르고 준비해야 합니다. 이제 2세트가 시작됩니다. 집중력을 회복해야 해요!》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이 사람 나오나의 신이면 개추]

       [대충 갤주 사진

        

       대충 갤주가 좆스마키 모가지 따는 GIF x 4

        

       대충 갤주 하이라이트 영상

        

       (첫 방송 중 노출 캡쳐)]

       –     개추

       –     ㄱㅊ

       –     마지막은 왜 대충 안 하고 진짜 사진이냐…고맙다

       –     ㄴ ㅎ

       –     진짜 존ㄴㄴㄴㄴ나 잘하네

       –     마스터랑 브론즈 다 무시하고 챌린저 목만 따러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년인가 진짜

       –     광전사대 도적 상성이 저게 맞아?

       –     아니 저 미친년 원래 이렇게 잘 했나? 아니지 않아?

       –     ㄴ 원래도 잘하긴 했어

        

       [작성자: ㅇㅇ]

       [제목: 2세트는 벌써 터졌는데]

       [폭탄받아라 팀 통째로 걍 멘탈 나갔네ㅋㅋㅋㅋㅋㅋ

        

       탱크를 만난 보병부대가 저런 느낌일까]

       –     아니 도적이 파고들어서 사제도 아니고 광전사 모가지를 따는데 뭘 어케 하냐고

       –     ㄴ 기사나 법사가 도적을 사람처럼만 마크했어도 ㅋ

       –     ㄴㄴ 하지만 둘 다 브론즈고……

       –     걍 폭탄받아라가 브론즈 배분을 잘못한 거임

       –     ㄴ 제발 지랄 ㄴ 그러면 뭐 브론즈를 탑에 보내리? 지하에 보내리?

        

       [작성자: ㅇㅇ]

       [제목: 오 갤주 MVP]

       [캬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

        

       나갤의 자랑 아따먹!]

       –     진짜 존나 안 어울리는 수식어네

       –     ㄴ 나갤의 망나니였는데……

       –     ㄴㄴ 팩트) 지금도 망나니는 맞다

        

       [작성자: ㅇㅇ]

       [제목: ??? 저 미친년 인터뷰에서 뭐라고 한 거야 방금?]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이볼은 집에서 만들기 좋아서 좋아요. 여름이 더 잘 어울렸는데, 오늘부로 가을이 된 느낌이어서 아쉽네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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