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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6

       ​꿈을 꾸었다.

       살이 베이는 듯한 한기.

       폐허가 된 제국과,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신성 왕국, 이카일을 수호하던 파도가 움직임을 멈추고, 아틸라 산맥이 얼어붙던 그날…….

       ​

       아리아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끔찍한, 하지만 잊어서는 안되는 기억.

       ​

       ‘…….’

       ​

       꿈이었기에, 지켜보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쩌저저적.

       ​

       어느새 대륙은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제국의 황녀였던 그녀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

       – 이만 끝내자.

       ​

       돌아보자, 그곳에는 후회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올리비아가 있었다.

       ​

       ……후회? 네 주제에?

       올리비아의 손이 닿기 무섭게, 몸이 바닥에서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

       그러다가 볼에 닿는 차가운 느낌과 함께 아리아는 꿈에서 벌떡 일어났다.

       ​

       “……!”

       ​

       주변은 온통 얼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찬찬히 둘러보니, 카르시안의 레어였다.

       오랜만에 악몽을 꾼 것도, 다 이 냉기 때문이리라.

       ​

       “이 몸께서는 마법진 해제하느라 밤을 쫄딱 샜는데, 누구는 속 편히 자고만 있군.”

       “……진행은 얼마나 됐죠?”

       “9할 정도. 거의 끝났다.”

       ​

       에리야스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

       드래곤은 동면에 들 때, 침입자를 막기 위한 마법진을 설치해둔다. 못해도 수백 년 단위로 동면에 들기에, 마법진의 강도는 당연히 최대로 설정해둔다. 레드 드래곤 로드인 에리야스조차 해제하기 버거워 할 정도로 말이다.

       ​

       에리야스가 아리아를 품평하듯 말했다.

       ​

       “여전히 나약하기 그지 없구나.”

       “저번보단 나아요.”

       ​

       ‘저번’은 전생을 뜻하는 것이었다.

       ​

       “쯧. 내가 보기엔 거기서 거기다.”

       “에리야스님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죠.”

       “…….”

         

       에리야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리아를 쳐다봤다. 원래 저렇게 순순히 인정하는 인간이 아니다.

         

       그들 일행이 올리비아로부터 2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아리아의 심계 덕분이었다.

         

       올리비아의 수를 앞서 읽고, 항상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인간.

         

       그게 아리아였다.

         

       고집 세기로 유명한 레드 드래곤, 심지어 로드인 에리야스가 아리아를 따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2년 동안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에.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거냐.”

       

       아리아는 대답하는 대신 싱긋 웃었다.

         

       “그따위로 웃지 마라. 불쾌하다.”

       “왜요?”

       “그 빌어먹을 년이 짓던 미소랑 똑같으니까.”

         

       친구끼리는 서로 닮는다더니, 아리아는 가끔씩 올리비아 같은 행동을 보일 때가 있었다.

         

       “적어도 카르시안에게는 보이지 마라. 그 년이 폭주하면 나로서도 쉽게는 못 막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웃은거에요.”

       “……뭐라?”

       “카르시안 님은, 단순한 협력관계로는 만족하시지 못할거에요.”

         

       주종에 가까운 협력관계.

       적어도 카르시안은 그렇게 다뤄야 했다.

         

       “카르시안 님은 올리비아에게 조련당했을 때의 습관을 마지막까지 잃지 못했어요. 부탁보다는, 강압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어요.”

         

       에리야스가 흥미롭다는 듯 아리아를 보았다.

         

       “……그래서, 역으로 조련하겠다? 드래곤 로드를?”

       “혹시라도 저 쪽에 붙었다간 곤란하니까요. 본인이 반대하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만……그러지 않으실 분이라는 걸 아시잖아요?”

       “그렇지.”

         

       씨익 웃는 에리야스는, 지금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쉽지는 않을거다.”

        “올리비아를 죽이는 것만 할까요.”

       “당연 그거보다는 쉽겠지.”

         

       아리아는 출입을 막고 있는 마법진을 노려보았다.

         

       “그러니 힘내주세요. 카르시안 님을 끌어들이는 건 포석일 뿐이니까요. 끝나자마자 곧바로 남부로 내려가서…….”

         

       츠츠츠츠츳!

       

       심상치 않은 기운에 아리아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는 구름들.

         

       “예사롭지 않은 투기군. 누구지?”

        “……무왕이요.”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중요한 인물이었나 보군.”

       

       지나가듯 묻는 말에, 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없어요. 동부는……안타깝지만 이제 끝났다고 봐야해요.”

       “저 곳에 올리비아가 있다는 말 아닌가? 당장 가서 싸우면 되는 것 아닌가?”

       “함정일 가능성이 있어요.”

       “함정?”

         

       아리아는 대답이 없었다. 에스티 때는 실수로 흔적을 드러냈다고 쳐도, 이번에는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보여줬다.

       올리비아의 심계는 깊다. 아리아가 올리비아와 친구가 되려고 마음먹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 황녀님. 언제까지 순진한 바보인 척 할거야?

         

       유일하게 아리아의 본성을 꿰뚫어 본 인간.

         

       “……인간이 언제 제 치부를 순순히 드러내는지 아세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질문에도, 아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보다 더한 치부가 있을 때 뿐이에요.”

         

       치부를 숨기기 위해, 치부를 드러낸다.

         

       “……그래서, 저게 올리비아의 치부다?”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여요. 하지만…….”

         

       뭘 숨기기 위함일까? 도대체 무엇을?

         

       아리아는 망부석처럼 자리를 잡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몇 명이나 모였을 줄 알고 저런 패기를 부리는거지? 자신이 있나? 아니면 역으로 꼬아서…….

         

       한참 동안 망부석처럼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아리아에게, 에리야스가 말했다.

         

       “해제됐다.”

         

       어두운 공동 너머로, 차디찬 한기가 흘러나왔다.

       올리비아의 것보다는 못했지만, 웬만한 인간들은 단번에 얼어붙어버릴 정도의 한기였다.

       한참 걸어가던 에리야스가 무언가를 깨닫고 멈춰섰다.

         

       “……안 춥나?”

         

       보온 마법을 걸어주는 것을 깜빡했다.

       깜짝 놀란 에리야스가 뒤돌아섰을때.

         

       “말씀드렸잖아요. 저번보단 낫다고.”

       

       아리아는 올리비아를 똑 빼닮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올리비아는 팔짱을 낀 채 알림창을 확인했다.

         

       [단서 5개를 획득했습니다.]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단서 보상은 올리비아를 실망시켰던 적이 없었다.

       항상 가장 절박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보상이 딱 알맞게 나타났었다.

         

       [특별 보상]

       [역제압]

       – 앞으로는 당신이 역으로 제압당했을 경우에도,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딴 게 나온단 말인가?

       그것도 특별 보상으로.

         

        ‘……불길하게.’

         

       이건 뭐, 망하라고 저주하는 것도 아니고.

         

       회귀자들이 올리비아에게 제압당하면, 기억만 약간 틀어질 뿐이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제압당하면?

         

       바로 오체분시 될 것이다.

         

       어쩌면 단순히 죽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디 지하 독방에 묶어놓고, 죽기 직전까지 고문할 수도 있다.

         

       ‘요즘 뭐 이리 불길한 게 연달아 나오냐.’

         

       몇 십년 전부터 자신의 존재를 예언한 주술사도 그렇고, 이제는 단서까지 쌍으로 지랄났다.

         

       “……징하다 징해. 그렇게 처맞고도 살아있냐.”

         

       에스티는 기절한 무왕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저 둘을 글레이시아의 레어로 데려가는 것은 무리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남겨두는 편이 효율이 더 좋았다.

         

       단서 #4, 단서 #5, 그리고 월의 마경에 출입하기 위한 열쇠 한 개까지.

       이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부 얻었다.

       때문에, 더 이상 대륙 동부에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

         

       “……갈 생각인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키엘이 말했다.

       예전부터 느낀거지만, 키엘은 참 이상한 곳에서 눈치가 빨랐다.

       특히 이별과 관련됐을 때.

         

       “가야지. 여기 온 것도 마법에 휩쓸려서 온건데.”

       “휩쓸리다니?”

       “적탑주였나? 이카일에서 그 놈이랑 만났었는데, 날 마주치자마자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더라고.”

         

       아무튼 여기 온 건 적탑주 잘못이다.

       에스티한테 걸린 것도, 무왕을 만난 것도.

       아무튼 전부 적탑주 때문에 생긴 일이다.

         

       옆에서 에스티가 맞다는 듯 추임새를 넣었다. 덕분에 키엘을 입맛대로 구슬리기가 훨씬 쉬워졌다.

         

       “……적탑주 그 작자가 이카일에는 왜? 아니, 그 전에……너를 공격했다고?”

         

       아드득, 이빨 깨무는 소리와 함께, 키엘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뭔가 다른 포인트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키엘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이번 만남을 우연히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덮어씌우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됐어. 대충 제압한 다음 쓰레기통에 처박아놨으니까.”

         

       올리비아는 일부러 괜찮다는 듯 말했다.

       키엘이 ‘괜찮다’는 말에 발작하는 것을 알고 한 행동이었다.

         

       아마 이대로 제국으로 돌아간다면, 돌아가는 즉시 적탑주부터 참교육하지 않을까.

         

       뭐, 팰 명분이야 많으니까. 정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고.

         

       갑자기 1황자 지지를 선언한다거나……그런 거 말이다.

         

       황제의 최측근인 로트실드 가문이 1황자에게 붙는다면, 그 즉시 2황자는 나락행이니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2황자는 갈두르에게 결자해지를 강요할 것이고. 그 후야 뭐……뻔하지 않겠는가?

         

       “가끔씩 들를게.”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을 것 같아?”

       “죽을 거면 나한테 죽고싶다며.”

         

       무미건조했던 에스티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죽여주려고?”

       “……아니.”

       “그럼 그렇지.”

       

       에스티가 혀를 찼다.

         

       “무왕한테는 말해 놓을게. 너 내년에 또 올거라고.”

       “내년은……조금 그렇고.”

       “그러면 내후년.”

       “내후년도…….”

       “오지마. 그럴거면 그냥 평생 오지마!”

         

       에스티는 그렇게 말하고 연못 속으로 잠수했다. 올리비아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에스티 나름의 배려를 알아챈 탓이다.

         

       “간다.”

         

       [스킬, ‘텔레포트’를 사용합니다.]

         

       아쉬워하는 키엘의 얼굴이 점차 사라져 갔다.

       물 밖으로 눈만 빼꼼 내민 에스티도, 한 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깨끗한 하늘 아래, 아름다운 설산의 모습이 드러났다.

       산 중턱에,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자, 오늘은…….”

         

       멜리나의 동공에, 올리비아의 모습이 비췄다.

       그녀가 반색하며 달려왔다.

         

       “리, 리비야!”

         

       제자들도 슬금슬금 다가온다. 모두,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멜리…….”

         

       그 순간, 황금빛 사슬이 올리비아의 몸을 옭아맸다.

         

       “……나?”

       “오늘이 며칠인지 아니?”

         

       웃음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약속했던 일주일이……어느새 지나 있었다.

         

       “아, 그게……그러니까.”

         

       멜리나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이들아, 너희들의 스승에게, 그동안의 성과를 보여주렴.”

       “……어떻게 보여드립니까?”

         

       아라미스의 질문에, 멜리나가 말했다.

         

       “공격하려무나.”

         

       설마 죽기야 하겠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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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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