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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6

       [‘화산의 매화’]

       

       [당신은 진실을 발견했습니다. 화산의 뿌리는 이미 썩었고, 모든 것은 혈교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화산은 멸망할 것입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화산은 바로 세워져야 합니다. 몰락할지라도 아름다운 멸망을 맞이해야 합니다.]

       

       [보상 : 바라는 것을 찾아내는 두루마리. + 매화검법의 교본]

       

       항시 생각하는 것이다만 이 게임의 시스템은 본인의 생각을 읽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적절한 순간마다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지 않으냐.

       

       누군가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는 듯 해 마음에 들지 않으나 이번 만큼은 어울려주도록 하겠다.

       

       그대가 내민 매화검에 흥미가 있으니 말이다.

       

       “화령님.”

       

       내가 퀘스트를 다 읽었을 무렵 박연이 내게 말을 걸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그의 입장에서 이 상황은 실로 당혹스러울 것이다.

       

       화산의 변고가 생겼단 소리에 손님을 데려왔는데 그 자가 장로를 쓰러트리고 문주와 싸우다 쫓겨나게 되었으니.

       

       도움을 요청한 입장에서 미안하게 되었구나.

       

       “아무래도 미움을 산 모양인지라 가봐야겠구나.”

       “그럼 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든 해결을 할 터이니.”

       

       다만 퀘스트의 끝을 보는 것이 그대에게 득이 되는 일일지는 모르겠구나.

       

       화산에 속한 그대에게서 보금자리를 빼앗게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자세한 것은 지금 말해줄 수 없으니 방송을 통해 확인하거라.”

       “상황이 많이 안 좋습니까?”

       “그래.”

       

       내가 무덤덤하게 답을 하자 박연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알겠다는 말을 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될 것이다. 내 여기에 들어서기 전에 문주를 만나보아야겠다 이야기했으니.

       

       허나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 그건 내 방송을 보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터이고.

       

       따로 설명을 해둬야겠구나.

       

       연과의 대화를 마친 후 바루와 함께 화산 바깥으로 나왔다.

       

       바루는 생각이 많아 보였다.

       

       구원을 위해 찾은 장소가 이미 썩어 들어가고 있었음을 알았으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겠지.

       

       일단은 그녀가 고민을 마칠 때까지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둘까.

       

       “궁금한 게 있으면 지금 물어 보거라. 당분간은 채팅창을 못 볼 수도 있으니.”

       

       – 가마니즘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지금 상황 요약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쉬이 말해 유저를 제외한 화산의 인원 모두가 타락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문주부터 시작해 사기를 몸에 품지 않은 자가 없으니 지금의 화산은 말이 정파지 혈교의 수하나 마찬가지다.”

       

       – ????

       – 진짜?

       – 설마. 화산파가 그래도 6대 문파 중 하나인데.

       – 아. 그래서 퀘스트가 업데이트 된 거구나.

       

       “그렇지. 추측하기로 화산의 구원이 이루어질 수 없기에 내용이 바뀐 게 아닐까 싶구나.”

       

       지금 화산에 머무르는 이들이 모두 타락한 이상 화산의 의지를 잇는 자는 더 이상 세상에 남아있지 않다.

       

       그러니 타락한 자들을 모두 죽인다 한들 화산이 부활할 수는 없다.

       

       – 이십사수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럼 저희 화산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진짜 망하는 건가요?]

       

       “화산의 아해더냐? 내 진심을 담아 충고 하자면 새로운 문파를 찾아보는 걸 추천하겠다.”

       

       지금 더 이상 화산에 머물러봐야 험한 꼴밖에 보지 못할 듯 싶으니.

       

       내 발언이 가져다 준 충격은 작지 않았다. 채팅창의 속도가 나를 비난할 때처럼 빨라졌다.

       

       화산이 사라진다는 충격. 게임을 접을까라는 한탄. 새로 어떤 문파가 좋겠냐 묻는 체념.

       

       그 와중에 한 사람이 도네이션을 보냈다.

       

       – 몽시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소림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지금 오신다면 환단이 공짜!]

       

       – 응. 빡빡이 문파 안 가.

       – 내가 문파가 없지 모발이 없냐.

       – 너넨 여자도 못 사귄다면서?

       – 그건 소림이 아니어도 똑같잖아.

       – ㄷㅊ.

       

       저들끼리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보니 당분간은 내 신경을 쓰지 않아도 괜찮겠구나.

       

       “바루야. 이 화산의 신령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느냐?”

       “가능하다. 기운을 추적하면 되니 말이다.”

       “그렇담 일단 그 신령의 안위부터 확인해보자꾸나.”

       

       화산을 수호해야 할 화산파가 이 꼴이 났는데 신령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혈교는 여전히 강맹하고 신령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으니 이는 신령이 혈교에게 패했다 보는 게 옳은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신령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조차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마는.

       

       내 말의 의도를 눈치 챈 것인지 바루는 곧바로 지팡이를 꺼내 눈을 감고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바루의 안색이 시퍼렇게 물들었다.

       

       “이 무슨.”

       “왜 그러느냐.”

       “산 전체에서 화산파에서 느껴지던 기운과 비슷한 게 느껴진다.”

       

       혈교가 산 전체를 장악했다는 소리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화산에서 수작을 벌이는 걸 막아야 하는 화산파가 혈교에 협력하고 있는데 그들의 마수가 그칠 일이 있겠는가.

       

       오히려 혈교의 규모가 적었더라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신령의 기운은?”

       “…느껴지는 곳이 있다.”

       

       자신의 동료가 살아있다는 말을 하는 바루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허나 그 장소는 사기가 가장 짙게 풍기는 장소다.”

       “살아있는 게 아니라 일부러 살려둔 것이구나.”

       

       이유? 그거야 뻔하지. 우리 같은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어찌해야 할까.”

       

       바루의 목소리가 떨린다.

       

       신령이 있는 장소로 가면 곤욕을 치를 것은 분명하다. 수많은 고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거기에 더해 그 모든 고난을 뚫는다 하여도 신령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가는 것보다 가지 않는 것이 옳다.

       

       바루도 이런 것쯤은 알고 있을 테지. 그럼에도 망설이는 것은 신령을 구하고 싶단 마음을 버리지 못한 것 일터.

       

       바보 같은 아해로구나.

       

       왜 그런 걸 고민하는 건지.

       

       “바루야. 함정을 돌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아느냐?”

       “…무엇인가?”

       “함정 채로 박살을 내버리는 것이다.”

       

       혈교주 녀석이 이번에 무엇을 준비했을지는 모르겠다.

       

       그 놈이 하는 행동은 음습하다는 의미에서 항상 내 예상을 뛰어넘었던지라.

       

       허나 그 준비가 그리 치열하지 않을 거라는 것만큼은 확신한다.

       

       지금 시점에서 그가 진심을 다해 준비하는 일은 따로 있으니까.

       

       그러니 박살낼 수 있다.

       

       충분히.

       

       “거기로 가겠다는 것이냐?”

       

       내 말을 들은 바루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너무 막무가내이지 않으냐?”

       

       “걱정 말거라. 내 그대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괴물인지를 알려줄 터이니.

       지금부터 그대가 할 일은 나를 보고 감탄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내 단언에 바루의 표정이 풀리더니 이내 그녀의 입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내해주면 되느냐?”

       “그래. 가보자꾸나.”

       

       *

       

       집무실에서 붓을 잡고 있는 현 화산의 문주 풍사율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 건 오늘 화산에 찾아온 여류무인이었다.

       

       화산에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는 건 매일 있는 일이었다.

       

       지금의 화산은 예전과 달리 항시 사람을 들임으로써 유지되는 문파. 바깥의 사람이 찾아오는 건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평소 같았다면 풍사율은 사람이 찾아오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그의 관할이 아니었으니까.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풍사율을 바깥으로 나오게 만든 건 그의 오랜 동료 중 하나였다.

       

       장로의 직위를 맡고 있는 그는 풍사율을 찾아와 지금 당장 바깥에 나가봐야 한다고 소리를 쳤다.

       

       그가 호들갑을 떠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기에 풍사율은 속으로 왜 또 난리를 치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허나 동료가 다음 말을 꺼냈을 때 그는 손에 쥔 붓을 놓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룡검법을 사용하는 이가 나타났네!’

       

       금룡검법.

       

       이전에 화산파를 이끌던 문주가 사용했던 검.

       

       동료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칠장로와 싸우고 있는 여류무인이 사용하는 검법은 분명 금룡검법이었다.

       

       착각할 리 없었다.

       

       그의 스승이자 동경이었던 무인의 검을 어찌 착각하겠는가.

       

       칠장로가 여류무인의 손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진 그 때 풍사율은 저도 모르게 여류무인의 근처로 향했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금룡검법을 사용하는가.’

       

       그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다른 어떤 의미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진심으로 궁금했던 것이다.

       

       유일한 사용자였던 금룡 태항운이 죽고, 비급서마저도 천마의 손에 태워져 실전 되어버린 그 무공을 어찌 사용하는 것인지가.

       

       여류무인은 풍사율이 풍기는 압박감 속에서도 태연했다.

       

       마치 자신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미소를 지은 여류무인은 이렇게 답을 했다.

       

       ‘궁금하더냐?’

       ‘그럼 직접 알아내 보거라.’

       

       그 모습을 본 풍사율은 저도 모르게 이 여류무인이 천마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패배를 생각지 않는 자신감도. 

       

       다소 오만하게 보이는 몸짓도.

       

       뭣보다 무심하고도 날카로운 그 눈동자가 천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눈앞의 여성이 천마와 다른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천하제일을 두고 다투는 천마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경지.

       

       꾸밈에 전혀 관심이 없던 천마와 달리 말끔한 외모.

       

       고독 속에서 살던 천마와 반대로 동료를 데리고 다니는 것.

       

       닮은 부분보다 다른 부분이 더 많았음에도 풍사율은 그녀의 뒤에서 천마를 보았다.

       

       그래서 도발에 응했다. 검을 맞대어 보기로 결심했다.

       

       이 자가 마교와 관련이 있는 자라면 검 속에서 그게 드러날 것이라 여겼기에.

       

       여류무인은 강했다. 육신의 경지는 이류에 불과했으나 그 속에 지닌 것은 결코 이류가 아니었다.

       

       검격을 받아내는 그녀의 모습은 금룡과 한없이 닮아 있었다.

       

       이를 깨달은 순간부터 풍사율은 그녀의 검에서 태항운의 흔적 이외에 그 무엇도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

       

       여류무인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스승의 모습이 비쳐서. 그게 꼭 혈교의 손을 잡아버린 자신을 다그치는 것 같아서.

       

       풍사율은 다급히 검을 거두고 여류무인을 쫓아냈다.

       

       그 후로 꽤나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풍사율은 여전히 여류무인이 남기고 간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옛 장문인이었던 태항운는 풍사율의 마음속에 짐으로 자리 잡은 이였다.

       

       주제 모르고 날뛰던 풍사율을 무인의 길로 인도해준 것이 태항운이었고.

       

       재능이 없는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것도 그였고. 

       

       천마라는 재앙이 도달했을 때에 가장 앞에 섰던 것도 그였으니.

       

       어찌 태항운을 잊겠는가.

       

       여전히 풍사율은 매일 잠을 잘 때마다 태항운이 죽던 그 날의 꿈을 꿨다.

       

       바닥에 쓰레기마냥 늘어져 있던 그의 시체와 그를 짓밟은 채 자신을 노려보던 천마의 모습을.

       

       그가 기억하는 천마는 살아있는 재앙이었다.

       

       무엇으로도 대적할 수 없는 악몽이자 심판이었다.

       

       화산파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천마를 마주한 것이 아니었다.

       

       아직 그녀가 소천마라 불리던 시절 그녀를 죽이는 데 실패했을 때부터 화산파는 천마의 복수를 짐작했고 그에 대한 대비를 했다.

       

       허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 화산의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 달려들었음에도 그 단신에 새긴 것은 단 하나의 상처뿐이었으니.

       

       돌이켜보면 화산이 패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반갑습니다.

    옛날 천마님은 무서운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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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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