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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바벨, 아니 프로키온에서의 일이 끝난 후. 용사와 나는 또다시 세상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강한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돌아보기 위한 목적의 여행.

       

       바벨의 탑이 무너지면서 용사가 겪은…. 첫 살인이 상당히 충격이었는지, 용사가 여러모로 심란해하는 모습이 보였으니까.

       

       선량한 용사로서는 처음으로 사람이었던 것을 죽인 것이 충격이었으리라.

       

       그런고로.

       

       

       “바다다!”

       

       

       용사와 함께 드넓은 바다를 보러 온 것이었다.

       

       

       “갑자기 왠 바다입니까?”

       

       “음. 저 드넓은 바다를 보거라.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생긴 드넓은 수평선.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 속이 뻥 뚫릴듯한 상쾌함이 느껴지는 풍경.

       

       심란한 용사에게도 조금은 이 풍경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데리고 온 것인데.

       

       

       “뭐, 조금 장관이긴 하군요.”

       

       “그렇지?”

       

       

       약간은 도움이 되는 모양이었다.

       

       음. 용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여기까지 데리고 온 보람이 있지.

       

       거기에 용사의 검에 박혀있는 다이아몬드도…. 용사에게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건 확인했었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잠잠했단 말이지. 음.

       

       내가 가까이에 있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 잘은 모르겠네.

       

       

       “그래서, 제게 이 바다를 보여주려고 오신건가요?”

       

       “음. 그것도 있지만….”

       

       

       나는 작은 강아지처럼 변해서 내 발에 몸을 비벼대고 있는 짐승의 신을 집어들었고.

       

       

       “조금 갈 곳이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는 바다를 향해, 짐승의 신을 힘껏 집어던졌다.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짐승의 신은 수면에 닿기 직전에 모습을 바꾼다.

       

       매끈한 피부의 돌고래로 변하는 짐승의 신. 역시 예상대로 고래 종류도 짐승으로 포함되는구나.

       

       잠깐, 그렇다는건 고래 수인도 가능하다는 소리인건가? 음…. 그 점에 대해서는 깊게 파고들지 말자.

       

       

       “갑자기 무슨….”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바다 위에 나무로 만들어진 배가 만들어진다.

       

       나무를 엮어 만드는 뗏목이나 통짜 나무를 파내고 깎아내 만드는 느낌의 배가 고작인 이 시대에 이런 배는 눈에 띄겠지만!

       

       꽤 멀리까지 가야하는데, 뗏목을 타고 가고싶진 않거든!

       

       

       “저건…. 배입니까?”

       

       “그래. 내가 만들었단다.”

       

       

       예전에 여행하면서 원시적인 항해를 하는 인간들을 만나긴 했지만, 그들이 타고 다니는 것은 뗏목이나 통짜 나무배가 고작이었으니까.

       

       이렇게 제대로 만들어진 배는 처음보겠지!

       

       뭐, 다른 인간들이 제대로 된 배를 만드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지만.

       

       

       “갑자기 배는 또 왜….”

       

       “지금 만나러 갈 존재가 저 먼 바다에 있어서 말이다.”

       

       

       슬슬 테티스도 만나러 가야할 것 같으니까 말야.

       

       배를 만들고, 짐승의 신을 동력으로 삼아 바다를 건너는 것이지!

       

       

       커다란 고래로 모습을 바꾸게 한 짐승의 신을 밧줄로 묶어서 배를 이끌게 하여, 바다를 나아간다.

       

       음. 역시 짐승이라도 신은 신. 거친 바다의 해류를 어렵지 않게 가르며 내달리는 모습은 장관이로구만.

       

       그런 배 위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지루하니까. 낚시도 하고 말이지!

       

       솔직히 마음먹으면 손쉽게 건져올릴 수 있는 물고기들이지만. 낚시는 또 다른 것이 아니겠는가.

       

       어떤 물고기가 낚시바늘을 물까? 상상하며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이 상당히 즐겁단 말이지.

       

       

       “우욱….”

       

       

       뭐, 용사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멀미가 심한 것 같구나.”

       

       “죄, 죄송해요. 우읍….”

       

       

       나는 말 없이 용사의 등을 두드려주었고, 용사는 바다를 향해 한껏 토해냈다.

       

       음. 땅 위에서는 어떠한 몬스터도 썰어버릴 수 있는 용사지만, 바다 위에서는 한없이 무력해지고 있었다.

       

       끄응. 그냥 용사는 땅 위에 남겨두고 혼자 움직일걸 그랬나? 그랬다면 한순간에 테티스를 만나고 돌아올텐데.

       

       결국, 내가 용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벌꿀에 재운 생강으로 차를 만들어서 먹게 해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배멀미에 시달리는 용사를 배의 객실에 눕혀두고 마법으로 잠재운 후, 나는 다시 바다를 나와 테티스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드넓은 바다에 혼자 남겨져 있는 테티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 – – – – – – – – – – – – – – – – – –

       

       

       “이얏호!!”

       

       

       푸르른 바다를 빠르게 가로지르며 흰 포말을 그려나가는 물고기.

       

       아니, 인간.

       

       아니, 물고기 인간.

       

       그러니까…. 인어.

       

       

       상체는 인간이면서 하체는 물고기인 인간들이 배 주변을 신나게 헤엄치고 있었다.

       

       어. 음…. 인어가 있을지는 생각 못했는데.

       

       

       “뭐야 이거? 뭐지 이거? 뭐임?”

       

       “단단해! 바위보다는 덜 단단한 것 같지만. 그래도 단단해.”

       

       “위에 사람이 있어! 머리에 뿔이 달려있어! 땅 위의 사람들은 저렇게 뿔이 달려있는걸까?”

       

       

       음. 좀 많이 밝은 인어들이었다.

       

       사소한 것 하나 하나에 꺄르륵 웃음을 터트려대는 인어들. 내가 아는 언어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일단 인간의 후손인 것 같긴 하다만.

       

       음…. 테티스를 만난다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

       

       

       “테티스를 만나러 왔으니 비켜다오.”

       

       “테티스?”

       

       “테티스가 누구?”

       

       “바보야! 거대한 흐름님이잖아!”

       

       “거대한 흐름님! 거대한 흐름님!!”

       

       

       거대한 흐름이라니. 뭐, 테티스가 바다 전체의 흐름을 장악하다시피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만.

       

       인어들은 내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서 자기들끼리 산만하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래서는 시간이 얼마가 지나도 나아갈 수 없겠구만.

       

       하는 수 없지.

       

       

       「테티스.」

       

       

       이쪽에서 부르는 수 밖에.

       

       

       「엄마?」

       

       

       음. 금방 대답이 들려오는구나.

       

       

       「정말로 엄마에요?」

       

       「그래. 나란다. 오랜만이구나.」

       

       

       그 순간.

       

       

       “우왓!”

       

       “바다의 흐름이 바뀌었어!”

       

       “모두 도망쳐! 거대한 흐름님이 움직인다!”

       

       

       거대한 해류가 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짐승의 신이 당황하여 해류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막대한 힘 앞에서 짐승 한 마리의 힘은 거스를 수 없는 폭거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게 해류를 타고 도착한 곳은 거대한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바다였다.

       

       

       「어, 엄마….」

       

       

       테티스의 본체인 소용돌이였다.

       

       

       「그, 그게…. 죄송해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막상 엄마를 보니 잘 말할수가 없네요. 그러니까…. 으으….」

       

       

       나는 말 없이 테티스를 보라보다가, 작게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네? 네…. 잘…. 지냈어요. 그동안 혼자 지내면서, 엄청 생각했어요. 왜 그랬을까. 왜 싸움을 말리지 못했을까. 왜 엄마를 실망시켰을까…. 계속 생각했고 계속 후회했어요.」

       

       

       테티스는 물기가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엄마. 실망시켜드려서…. 좀 더 잘 하지 못해서….」

       

       

       테티스는 확실히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었다.

       

       그래. 그거면 된거야.

       

       그걸로 충분하지.

       

       

       “괜찮단다. 충분히 반성한 것 같구나.”

       

       「엄마….」

       

       “이제 내 화도 풀렸으니 말이다. 충분히 반성한 아이에게는 화를 낼 수 없으니.”

       

       

       나는 싱긋 웃고서 말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나 하자꾸나.”

       

       

       그동안 쌓인 이야기나 조금 풀어보자.

       

       

       – – – – – – – – – – – – – – – – – – – –

       

       

       “어, 음…. 뭔가 이상해요. 육체를 가진 것이 오랜만이라 그런가…. 어색하네요.”

       

       

       나는 눈 앞의 물색 머리의 여성을 보았다.

       

       당연하게도, 테티스의 화신체였다.

       

       

       “그래도 본체로만 있는 것보다는 이편이 좋지 않겠느냐.”

       

       “그건 그렇네요. 본체로는 뭘 하려고 해도 쉽지 않아서요. 조금만 움직였다가도 해류가 엉망진창으로 엉켜서 바다가 난장판이 나곤 해서.”

       

       “지나치게 거대한 탓이지.”

       

       

       너무 거대한 나머지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니까.

       

       그저 크다고 해서 다 좋은건 아니란 말이지.

       

       

       “그건 그렇고…. 엄마. 상당히 귀여워지셨네요.”

       

       “음. 그러게나 말이다. 모습을 바꾸기만 하면 이런 작은 여자아이가 되어버리니. 곤란하단 말이지.”

       

       

       겉모습을 약간씩은 바꿀 수 있지만, 뿔이 달린 은발의 작은 여자아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단 말이지.

       

       억지로 바꾸려 했다가는 힘을 온전히 쓰지 못하기도 하고.

       

       

       “저는 귀엽다고 생각해요.”

       

       “음. 말만이라도 고맙구나.”

       

       “진심인걸요?”

       

       

       그래. 나를 위로하려는 말이겠지.

       

       

       “아무튼, 이걸로 화신을 만드는 마법은 다 가르쳤구만.”

       

       “역시 제가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네요.”

       

       “음, 쉽사리 올 수 없는 곳이지 않느냐.”

       

       

       드넓은 바다의 가운데 쯤에 있으니까. 쉽사리 올 수 없지.

       

       뭐, 나 혼자라면 올 수 있지만…. 용사에게 바다를 보여주는 겸사겸사 왔고 말이지.

       

       음, 어, 아차! 용사!

       

       나는 황급히 선실 안쪽으로 들어가 반쯤 건어물마냥 말라있는 용사의 생명력을 북돋아 주었다.

       

       

       “어머나, 인간?”

       

       “음. 내가 세심하게 키운 인간이란다.”

       

       

       용사는 지금 잠들어있으니까, 막 이야기 해도 상관 없겠지.

       

       

       “헤에…. 역시 엄마는 누군가를 키우는걸 좋아하시나 보네요. 하긴, 그러니까 저희들도 키우셨죠.”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만….”

       

       

       그냥, 내가 키우지 않으면 외톨이로 지내다가 어딘가 삐뚤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키우게 된 것이니까.

       

       결코 내가 키우고 싶어서 키운 것이 아니니까!

       

       

       “네에.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렇겠지요. 엄마 안에서는 말이에요.”

       

       

       이 녀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반응이 없다. 평범한 쿨후원인 모양이다.)

    어, 음…. 어쩌다보니 본가에서 한편 썼습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쥐어짜니 나오긴 나오는게 참….

    연말이라고 인사했는데 또 한편 더 쓰다니! 이러면 부끄럽잖아!!!

    2023년의 남은 날이 고작 이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래놓고 내일 또 쓰면 그건 선넘는거겠지…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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