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7

    <107 – 벌써 먹었는뎅>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 이벤트를 완료했습니다.]

    [랜덤창고에서 나타난 ‘마수창고’로 자칫 인명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지만, 당신은 영리한 대응으로 피해를 막아내었습니다.]

    [무사완료 보너스로 300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울음소리 경험치+5]

    [길들이기 경험치+3]

    [착한아이 경험치+1]

    [마나량이 상승합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소득은 꽤 짭짤했다.

    마나도 얻었고, 포인트도 두둑했다.

     

    ‘포인트는 아무리 많이 모아도 부족하지!’

     

    물건의 소지허가나 사용허가를 받을 때에도 사용되는 것이 포인트이지만 그건 부차적인 이용방법.

    포인트를 이용해서 학점을 사며 학업과 관련된 사용을 하는 것이 주된 사용법이다.

     

    ‘약간의 응용을 더하면 상태창도 볼 수 있지.’

     

    플레이어는 “상태창”만 불러도 원래 열람 가능한 것이 상태창이지만 지금은 게임이 현실이 된 탓에 그런 게임적 편이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 대신, 아카데미의 고유마법으로 상태창 열람마법을 사용, 개인 상태창을 열람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도 지금껏 상태창을 보지 않은 이유.

    거기에는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1회 열람 당 1만 포인트.

    포인트를 지불해서 계측, 열람하는 유료상태창!

     

    ‘공짜로 쓰던 걸 돈 내고 쓰라고 하면 절대 안 보고 싶은 것이 한국인 마음이지!’

     

    애초에 나는 고인물이니까 딱히 안 봐도 된다.

    능력치도 스펙도 대충 몸과 머리로 가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필요한 건 상태창이 아니다.

     

    “교장님께서 엄살 부릴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제 시간에 출석하라고 하셨다. 당장 강의실로 가도록.”

    “네에…”

     

    화요일 3교시.

    교장의 강의가 기다리고 있었다.

     

     

    * *

     

     

    교장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다란 콧구멍에서 콧김을 훅 하고 뿜었다.

     

    “아아악-!”

    “너무 뜨거워-!”

    “이거 생물재해야!”

     

    상급반 학생들을 자지러지게 놀라게 만든 교장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출입금지구역을 당당하게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사고를 친 학생이 있다고 들었다.

     

    왜 다들 나 쳐다봐?

    내 얘기 아닐 수도 있잖아.

    시치미 뚝 떼고 헤스티아의 뒤에 숨자 헤스티아의 곰같은 손이 내 뒷덜미를 잡아 들어올렸다.

     

    “저지른 일은 자신이 직접 책임지는 것이 용병들의 원칙이야. 숨지 말고 받아들여, 오크노디.”

    “으으. 정론으로 공격하다니, 치사해요 헤스티아.”

     

    헤스티아는 내 어리광을 봐주지 않았다.

    교장은 내 얼굴을 뚱하게 쳐다보았다.

    뭘 봐 이 비만도마뱀 녀석아.

    그런 눈으로 뚱하게 마주보고 있자니, 교장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 훅 하고 입김을 불었다.

     

    “으갸갸걋!”

     

    얼굴가죽이 짓눌릴 정도로 거센 입김에 헤스티아의 팔에 매달린 채로 한참을 휘청거렸다.

    꼭 시속 200km/h를 밟는 미친 스포츠카 조수석에 창문 열고 탑승한 것처럼 괴로운 경험이었다.

     

    -미간에 불만이 많아 보이는데, 더 펴주랴?

    “아니요!!”

     

    반쯤 울듯이 웃으며 미간을 펴니 또 한 번 콧김을 뿜으며 거대종의 위엄을 선보인 드래곤 교장.

     

    -교내에는 1학년이 감당하기엔 어려운 시설이 여럿 존재한다.

    -너무 경솔하게 돌아다니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모르는 시설이 눈앞에 나타나거나 처음 보는 시설이 보인다고 쫄래쫄래 따라가지 말도록.

    -그건 너희가 선택받은 용사라서 나타나는 성스러운 신탁의 공간도, 운명적인 만남도 아니고 너희들의 모자란 선배들이 저지른 실수일 가능성이 99.9%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수인 제냐가 손을 들었다.

     

    “0.1%는 머다냐?”

     

    -성스러운 신탁의 공간이겠지.

     

    교장은 심드렁했지만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신들의 정원.

    신탁의 공간.

    거룩한 성소.

    신의 부름을 받아 도달하거나 우연히 발을 들여 도달하는 이곳에서는 신의 목소리나 호감, 신물이나 권능 등을 하사받을 수 있다.

    속된 말로 길 가다 로또 맞을 확률로 들어갈 수 있는 행운아들만의 복이 넘치는 이벤트.

    플레이어도 매우 드문 확률로 발을 들일 수 있다.

     

    ‘근데 신이 선신만 있는 건 아닌데.’

     

    플레이어인 나는 신들의 성소에 부름 받았다고 꼭 좋아할 것이 아님을 알기에 초연했지만 다른 학생들은 가슴에 불이라도 지펴졌는지 열의가 타올랐다.

     

    -설교는 이쯤하지.

    -오늘 <교장의 가르침> 강의는 몬스터를 요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요리할 몬스터는… 교정에서 가장 많은 몬스터인 자이언트킹크랩이다!

     

    교장은 나름 자신의 교육철학을 지니고 있다.

    재난 이벤트를 만들면 해결책도 제시해줘야지!

    강의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고통 받더라도 자신의 강의를 듣고 나면 이것도 버틸만한데?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드래곤교장의 목표다.

    하지만 그는 981기 학생들을 얕봤다.

    이미 구워먹고 쪄먹고 볶아먹고 온갖 방법으로 자이언트킹크랩을 맛본 학생들은 어리둥절했다.

     

    “교장님. 저희 벌써 자이언트 킹크랩으로 한 끼 배불리 배를 채웠는데요?”

     

    좀처럼 손을 드는 일이 없던 이사벨이 손수 손을 들어서 발언했다.

     

    “허접 게딱지♡ 덩치만 큰 맛집♡ 맛살샐러드나 되어서 잡아먹혀버려♡”

     

    2황녀 매스각키 또한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때의 맛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냐? 그걸 벌써 요리했다고?

    “진짜에요. 찜기까지 식당에서 빌렸어요.”

     

    이사벨의 말에 드래곤교장이 이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하는 얼굴로 당황했다.

    이에 모든 학생들의 얼굴에 은근한 기대가 떠올랐다.

    과묵함으로는 상위랭킹 1 2 3위를 나란히 차지할 동방검객 싱과 북부대공녀 아이린, 융합실험체 카시아마저 모두 얼굴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오늘 강의는 일찍 끝나나?

    솔직히 이 정도면 날먹이 가능한 부분 아닌가?

     

    -그럼 어쩔 수 없지. 교정에서 두 번째로 많은 몬스터를 요리하는 수밖에.

     

    “아…”

    “꼭 그렇게까지 강의를 해야만 했나…”

    “진짜 실망스럽네…”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실망했음을 드러냈다.

    물론 교장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근데 두 번째로 많은 몬스터는 대체 뭘까?

    게들이랑 같이 육지까지 밀려온 해산물이라도 있나?

    입맛을 찹찹 다시기도 잠시.

    교장님의 말을 듣고 얼굴이 싹 굳었다.

     

    -두 번째로 많은 몬스터는 빨간이빨버섯이구나. 버섯요리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마!

     

    지고쿠까지 덩달아 안색이 창백해졌다.

     

    “꼬, 꼭 그걸 먹어야만 하나?”

    “교장님.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습니다. 포자 하나만 놓쳐도 개판이 나는데 조리가 가능합니까?”

     

    빨간이빨버섯의 악명을 아는 용병출신 헤스티아도 떨떠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빨간이빨버섯을 식용으로 쓰지 못하는 이유는 기생포자 때문에 역으로 잡아먹힐까봐 두려워서 그렇지, 제대로 조리하면 충분히 섭식할 수 있다!

     

    교장이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 떠오른 마법진 아래로 소환되는 빨간이빨버섯들.

    개중에는 대장 격인 마더급 빨간이빨버섯도 포함되어 있었다.

     

    “키야악!”

    “키약!”

     

    -시끄럽다, 이 미물들아!

     

    “키잉…”

    “키이잉…”

     

    빨간이빨버섯들은 드래곤교장의 호통에 깜짝 놀라 파르르 떨며 쓰러졌다.

    소위 말하는 드래곤 피어Dragon fear라는 것으로, 상사의 호통에 부하직원들이 눈을 까뒤집고 거품을 물고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참고로 마더급 버섯부터는 버섯갓 속에 마력을 축적하는데, 이 마나를 저장하는 마나집적세포기관인 <마나포자낭>은 섭취하면 마나량을 올려준다.

    -이 희귀한 기관은 마더급 빨간이빨버섯이 천적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놓는 신체기관으로, 날로 마나를 먹으려는 2학년들이 빨간이빨버섯을 불법으로 사육하느라 아카데미 개체수 2등을 차지하였다!

     

    어쩐지 묘하게 수가 많다 싶더라니, 2학년 선배들의 트롤링이었구나!

     

    “980기 선배들 깬다 진짜.”

    “귀족으로서의 품위는 내다버렸네요.”

    “근데 좀 신박하지 않냐? 우리도 나중에 몰래 한 번 키워볼까?”

     

    드래곤교장이 마지막에 말을 한 사람을 쳐다봤다.

    교장을 따라 넌 눈치를 어디다 팔아먹고 그걸 다 티나게 소리 내서 말하냐고 꼽을 주는 학생들.

    사방에서 몰려드는 시선에 멋쩍어하는 인물의 정체는 손오천이었다.

    에휴.

    같이 있으면 쪽팔리니까 조금 떨어져있어야지.

    이사벨도 지젤도 모르는 사람인 척 고개를 돌리고 슬쩍 옆으로 떨어졌다.

     

    -자, 미련하게 덩치만 큰 버섯놈아. 당장 마나포자낭을 내놔라!

     

    드래곤교장의 협박에 마더급 빨간이빨버섯이 시무룩한 얼굴로 갓에 손을 집어넣고는 마나포자낭을 제 손으로 잡아 뜯었다.

     

    -음? 이거 왜 이래. 누구한테 먼저 한 번 뜯어서 준 것처럼 크기가 왜 이렇게 작아.

     

    마더급 빨간이빨버섯이 어디론가 시선을 돌렸다가 몹시 당황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무언가를 찾는 시늉을 했지만 그런다고 보일 리가 있나.

     

    ‘벌써 지젤의 망토 밑에 숨었지롱!’

     

    칭호작 하는 김에 빨간이빨버섯 친선대사가 되어서 버섯들도 평화롭게 아카데미에서 살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고 했던 약속은 개같이 멸망했다.

    본의 아니게 교장 때문에 마나포자낭 먹튀범이 된 이상, 쟤들이랑은 눈 마주치면 안 돼!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