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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다음 날.

       친선 대련의 무편집 영상이 업로드됐다.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려있던 이벤트였기에 당일 조회수는 무려 1300만을 돌파했다.

       그만큼 대련에서 화제가 될만한 장면들도 인터넷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중에서도 특히 남궁철이 패배한 직후 제 잘못을 떠벌리기 시작한 장면이 모든 커뮤니티를 도배했다.

       

       국민들의 여론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어느 사이트를 들어가도 남궁철에 대한 비난과 욕설이 난무했다.

       일명 ‘남궁철 논란’이었다.

       

       └내 씨발 저 새끼 관상 봤을 때부터 저럴 줄 알았음. 관상은 과학이라니까?

       └이거 협회에서 압수수색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님? 유포는 안 했다지만, 관계 영상을 몰래 찍은 것 자체가 불법이잖아.

       └유치원생 아이스크림은 왜 뺏어먹냐 병신 새끼.

       └와 시발······. 어떻게 남의 여자를 뺏지? 인간이 할 짓인가? 그걸 또 넘어간 여자도 씹걸레 년들이네.

       

       대한 아카데미 측은 따로 변호를 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통편집을 하거나 음성만이라도 제거하고 싶었지만, 길드 관계자들이라면 몰라도 영웅 아카데미를 입막음하는 건 불가능했다.

       

       탁재환 교관은 뇌물도 통하지 않을뿐더러 무력을 이용해 겁박할 수도 없는 남자였으니까.

       

       결국 대한 아카데미는 꼬리 자르기에 들어갔다.

       남궁철을 과감하게 퇴학 처리하며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쫓겨난 남궁철은 아우라 길드에 몸을 위탁했다. 그리고 은거하듯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음으로 화제가 된 것은 이현성이었다.

       남궁철 논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홀로 대련 상대를 모두 격퇴한 만큼 관심이 안 쏠릴 수가 없었다. 특히 이번에 새로운 소환수들을 선보이기도 했으니까.

       

       └대체 몇 마리를 소환하는 거냐? 그보다 5성급을 여러 마리 소환할 수 있는 게 말이 돼?

       └5성이 몇 마리지? 처음 보는 마물들이 많아서 어느 놈이 몇 성인지 가늠할 수가 없네.

       └히드라하고 좀비 드래곤, 이렇게 두 마리겠지.

       └깨비도 4 성이었을 때랑 모습 달라짐. 흑녀에서 백녀됐잖아. 그럼 깨비도 5성으로 진화한 거 아닌가?

       └그리고 철밥통도 5성으로 진화한 듯. 생긴 건 그대로긴 한데, 대정령까지 그냥 흡수해 버리는 마물이 4성은 아닐 거 아니야.

       └핑핑이는?

       └핑핑이가 뭐임.

       

       드르륵.

       한 남자가 모니터의 화면을 빤히 쳐다보며 마우스의 스크롤을 굴려댔다.

       

       “흐음······.”

       

       중후한 인상에 갈색 턱수염이 하관을 뒤덮은 남자.

       그의 정체는 바로 리버레이션의 수장인 김블라디미르.

       멸국한 러시아에서 대한민국으로 귀화한 러시아인이었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가볍게 몸을 기대며 혼잣말을 흘렸다.

       

       “분명 저번에 제거하려 했던 놈이었지. 성장이 빠르군.”

       

       블라디미르는 김수한의 성장세를 파악하기 위해 대련 영상을 시청했다.

       그런데 김수한은 모종의 이유로 불참.

       볼 것도 없겠다 싶어 그대로 영상을 종료했지만, 인터넷에 도배된 이현성의 평가에 문득 호기심이 동했다. 그래서 다시 짧게 영상을 확인했다. 전투 장면 위주로.

       

       “5성 마물이 넷······. 아니 다섯 마리인가?”

       

       이현성은 확실히 위험인물이었다.

       현역 특급 탐색꾼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아니, 베테랑 특급 탐색꾼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게 5성 마물을 다수 소환할 수 있는 소환사는 전 세계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을 테니까.

       

       “딱히 상관없겠지.”

       

       하지만 요주의 인물은 아니리라 단정했다.

       이현성은 대한 아카데미 소속이 아닌 영웅 아카데미 소속.

       영웅 아카데미가 이론 수업을 대한 아카데미 구관에서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론 수업보다는 실전이 중요하다는 핑계로 대한 아카데미에 거의 발을 들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말은 즉슨, 아카데미를 습격할 때 이현성의 방해를 받을 염려는 접어두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5성 마물이 아무리 많아봤자, 백호같은 신수를 소환하는 게 아닌 이상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였다.

       

       ······물론 조직의 재건이 완료된다면 말이다.

       최근 신원불명의 인간이 리버레이션의 거점들을 습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워낙 신출귀몰한 놈이어서 아직까지도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참고로 김수한은 절대 아니었다.

       그의 동선은 미행을 붙여 늘 확보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그런 이유로 현재 조직의 인원은 매우 부족한 실황이다.

       리버레이션의 수장인 김블라디미를 제외하면, 고작 다섯 명의 간부밖에 남지 않았다.

       

       ‘대체 어떤 놈인지······. 내부에 배신자가 있을 리는 없고.’

       

       작게 한숨을 내쉰 김블라디미르는 맞은편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간부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쓸만한 인재는 구하고 있나?”

       “예. 알바나라에 모집 공고 올렸습니다.”

       “······거기 올리는 게 맞는 건가?”

       “요즘은 다 이걸로 구한답니다.”

       

       블라디미르는 현기증이라도 느꼈는지 이마를 짚었다.

       남은 간부들도 죄다 쓸모없는 머저리밖에 없으니, 실로 조직의 미래가 어두웠다.

       

       ‘인재는 내가 직접 구해야겠군. 눈여겨본 놈들이 몇 있으니. 그동안은 아카데미 습격을 자제할 필요가 있겠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였다.

       콰앙!

       문을 부수면서 들어온 간부 하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습격입니다!”

       “뭐? 무슨 말이냐?”

       “말 그대로 습격입니다! 그, 그리고 이곳뿐 아니라 다른 거점도 현재 습격받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블라디미르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직을 습격하는 신출귀몰한 인간을 피하기 위해 이곳으로 거점을 옮긴 지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았다. 다른 거점들도 매한가지였다. 전부 최근에 옮긴 거점들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알고 습격을 해왔단 말인가?

       

       생각해 봤자 나오는 답은 없었다.

       블라디미르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면서.

       

       “그간 내가 없는 거점만 쥐새끼처럼 습격하더니 이제는 자신감이 과해졌나? 안 그래도 거슬렸는데, 이참에 죽여둬야겠군.”

       

       

       

       

       

       

       ***

       

       

       

       

       

       지체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친선 대련이 끝난 다음 날 바로 리버레이션의 거점을 습격했다.

       

       “커헉!”

       

       탁재환 교관이 보초를 서고 있던 리버레이션의 조직원을 간단히 제압했다. 

       죽이지는 않고 손날로 목뒤를 쳐서 기절시키는 선에서 끝냈다.

       

       여유롭다는 듯 손을 훌훌 털어내던 탁재환 교관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가 확실하냐?”

       “예. 밥통이가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었으니까요.”

       

       만일을 대비해 탁재환 교관을 대동했다.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까.

       실력이 검증된 탐색꾼이니만큼 심적으로도 안정이 되었다. 이래서 뒷배가 있으면 든든하다는 건가 보다.

       

       우리는 건물 내부로 들어서려다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탁재환 교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나?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마침 저도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에요.”

       

       같은 생각을 한 게 맞았다.

       우리는 뒤돌아 건물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제가 하겠습니다.”

       

       나는 그리 말한 뒤 도감을 펼쳤다.

       그리고 용식이를 소환했다.

       거대한 몸체가 지면을 강타하며 요란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용식이. 동시에 지축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진이라도 일어난 줄 착각할 정도였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아홉 번째 머리가 활기차게 인사했다.

       늘 다른 머리들이 대사를 독점하는 바람에 아홉 번째 머리가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아서, 도감에서 나왔을 때의 인사만큼은 녀석이 독점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용식아. 앞에 건물 보이지.”

       ─예! 보입니다! 아주 잘 보입니다!

       “저기에 인페르노 메테오 한 발 시원하게 날려.”

       ─명을 받들겠습니다! 어이, 들었냐? 떨거지들? 주인님께서 저 건물에 메테오를 쓰라고 하신다!

       

       우쭐한 표정으로 다른 머리들을 훑어봤다.

       그러나 무시당했다.

       와중에 내 명령은 들었는지 착실히 스킬을 발동했다.

       이번에도 역시 아홉 번째 머리의 대사는 없었다.

       

       콰아앙!

       

       인페르노 메테오가 눈앞의 건물을 뒤덮었다.

       건물에 무슨 결계라도 둘러놨는지 완전히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다. 반파된 정도였다.

       

       ‘저 정도면 충분하지. 어차피 이걸로 수장까지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벽이 허물어지고 콘크리트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거대한 토연이 몰아쳤다.

       

       이만큼 소란을 일으켜도 문제는 되지 않는다.

       어차피 이곳도 버려진 지역인 화천.

       거주민도 없으니 일반인이 휘말릴 걱정은 덜어도 됐다.

       

       “저 놈들인가 보군. 다섯 명인가······.”

       

       탁재환 교관이 건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외벽이 뚫려 건물 내부가 훤히 보였다.

       그곳에는 다섯의 인형이 멀뚱히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명은 일개 조직원이겠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간부는 수장을 제외하면 두 명.

       나머지는 다른 거점에 있다.

       여태껏 치고 빠지기로 리버레이션의 거점을 습격한 보람이 있었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갔다면, 수장과의 최종 결전에서 그의 곁을 보좌하고 있는 간부는 다섯이었을 테니까.

       

       ‘위험한 간부는 전부 처리했으니 간단하겠네.’

       

       참고로 블라디미르를 죽일 생각은 없다.

       미래 철밥통의 조언대로 생포할 예정이었다.

       그것이 완결로 이어지지 않는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토리의 최종흑막이 붙잡힌다면 주인공 버프 또한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에, 탁재환 교관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고 말해놓았다.

       

       이윽고 시야를 조금 가렸던 흙먼지가 모두 걷혔다. 

       건물 안에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네 놈이었냐······. 지금까지 우리 거점을 쥐새끼처럼 습격하고 다녔던 게.”

       

       나를 알아본 김블라디미르가 서늘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대답할 의무는 없다.

       깨비를 소환한 나는 곧장 환상 백호를 되는 대로 양산할 것을 요구했다.

       

       흉수 소환사의 카운터는 신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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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아카데미 유일급 마물 소환사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a madman in the novel who confessed to the heroines and was dum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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