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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메르헨 아카데미 행정의 중심지, 바르토스관.

        

       중앙회의실에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을 제외한 학사 주요 인력과 헤겔 마탑주가 커다란 원탁 테이블을 두고 각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원탁 테이블 중심에선 신비로운 빛깔을 발하는 부유섬 형상이 제자리에서 느린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마나 알갱이를 그러모아 촘촘히 맞붙여 만들어 낸 것.

        

       염동 마법의 대가인 헤겔 마탑주, 아리아 릴리아스의 마법이며.

        

       헤겔 마탑의 마법사들이 부유섬을 실시간으로 집중 분석하며 파악해낸 내용을 아리아가 전달 받고, 그것의 형상을 본 따 허공에 새긴 것이었다.

        

       아주 잠깐, 부유섬의 어느 지점에서 연푸른 섬광이 일었다. 부유섬의 마력에 버금가는 엄청난 마력.

        

       그 마력의 근원지를, 이 자리에 모인 핵심 인력들이 모를 리 없었다.

        

        

       “헤겔 마탑주여, 방금 그건…?”

        

        

       부교장은 삽시간에 사라져 버린 연푸른빛 섬광의 정체를 대번에 눈치채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검은 괴물 출현.”

        

        

       적갈색 머리칼을 한쪽으로 늘어뜨린 왜소한 체격의 여성, 아리아 릴리아스가 무감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검은 괴물.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마족을 해치우고, 또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정체불명의 괴한.

       

       그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그 자리에 있던 학사 주요 인력 모두가 당황했다.

        

        

       “역시 결국, 나타났단 말입니까….”

       “마족이 나타나는 자리엔 항상 그가 튀어나오는군요.”

       “제길, 그를 믿어야 할지….”

        

        

       메르헨 아카데미에서 검은 괴물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필시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라 있는 자.

        

       페르난도 프로스트 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저번 1학기 때는 세계멸망급 마법을 가뿐히 사용하여, 신적인 존재처럼 하나의 세상에 군림했던 달 마족을 처치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즉, 검은 괴물은 아카데미를 넘어 이미 황국 자체가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물론 검은 괴물이 아카데미를 지키는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건, 학사 측에서도 느끼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가 어떤 속내를 품고 있는지,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상 섣부르게 그에게 호의를 내비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검은 괴물은 우리 편.”

        

        

       그때, 아리아의 한 마디가 회의실에 내려앉았다.

        

        

       “검은 괴물을 믿기 힘들다면, 나를 믿을 것.”

        

        

       헤겔 마탑을 굳건히 지탱하고 있는 마탑주, 아리아 릴리아스.

        

       비록 겉보기엔 어리벙벙하지만 혜안을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는 메르헨 아카데미의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

        

       그 두 여인만은 어째선지 검은 괴물에게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메르헨 아카데미가 검은 괴물의 정체를 파헤치는 데 주력하지 못했던 것도, 두 여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까닭.

        

        

       “……!”

        

        

       별안간 음산한 마력이 바람처럼 불어와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자, 오싹한 소름이 전신을 내달렸다.

        

       중앙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조금 전에 공기를 타고 흐른 섬뜩한 마력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느꼈으리라.

        

       아리아는 눈살을 찌푸리곤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뭔가가 오려 한다.

        

        

        

        

        

       “적들이, 땅에서…!”

        

        

       메르헨 아카데미 부지. 지면에서 흙더미로 이루어진 하얀 마족들이 듬성듬성 솟아나기 시작했다.

        

       동물의 형상부터 난쟁이나 마녀의 형상까지. 전부 부유섬이 창조해낸 하수인들이었다.

        

       끼긱대고 관절을 흐느적거리며, ‘니히히’하고 즐거운 웃음소리를 흘려대며, 마족들이 일제히 메르헨 아카데미를 노려온다.

       

       그들에게 인간이란 신체를 가르고 부유섬에 장식해 놓고 싶은 예쁜 재료에 불과했으니.

       

       

       [니히히!]

        

        

       푸우우우우!

        

       

       [냐하하!]

       

       

       콰가가강!!

       

       

       [느흐흐!]

       

       


       스윽!

        

        

       그러나 이곳은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 학사 인력뿐만 아니라 학생들마저도 실력이 출중한 자들이 차고 넘치는 곳.

        

       학사 인력과 더불어 학생들 또한 힘을 합쳐 마족들에게 대항했다. 마법과 마법이 격돌하고, 도신(刀身)이 섬광을 발하며 마족들을 베어나간다.

       

       그리, 아카데미는 농성전을 벌여나갔다.

        

       

       아카데미는 이 섬을 지킬 인력을 배분하고, 정예를 모아 부유섬 토벌대를 꾸렸다.

        

       토벌대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사역마를 타고 일제히 부유섬을 향해 돌격했다.

        

       전투에 특화된 교수와 황실 기사단, 경비 전력, 강력한 일부 학생으로 구성된 토벌대는 그 수가 100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작은 나라 크기에 버금가는 부유섬 앞에서 토벌대의 규모는 먼지처럼 한없이 작아 보이는 수준에 불과했다.

        

       토벌대의 목표는 이안 페어리테일과, 제멋대로 부유섬으로 떠나버린 마테오 조르다나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 그리고 부유섬을 조종하고 있을 마족을 해치우고 살아남는 것.

       

       아직 부유섬 자체가 마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이었다.

        

       만약 계획이 실패한다면, 부유섬 밑에서 전개되고 있는 흑갈빛 마법진이 온전히 제 형상을 갖췄을 때 모두 목숨을 잃고 말 터.

        

       그렇게 막중한 책임을 떠안은 토벌대가 부유섬에 이르고.

       

       시간이 흘러.

        

        

       

       [────────.]

        

       

        

       대기를 뒤흔드는 목관악기 소리. 부유섬의 울음소리가 하늘과 바다를 울렸다.

          

       메르헨 아카데미를 향해, 아킨스 해 상공에서 하수인 군단 소환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위협이 찾아온다.

        

       부유섬의 몸체에 이미 전개되어 있던 수많은 마법진이 적황색 빛을 강렬하게 쏟아냈다.

        

       곧 마법을 쏘겠다는 신호.

        

       대륙 최고의 명문, 메르헨 아카데미가 위치해 있는 섬이다. 수준 높은 마력이 고밀도로 뭉쳐 있는 곳이라 봐도 무방했다.

       

       즉, 부유섬에게 그 섬 자체는 이미 거슬리는 적이나 다름없었다.

        

       이윽고 메르헨 아카데미를 향해, 부유섬은 마법을 토해냈다.

        

        

       「지진해파 (땅 속성, ★8)」

        

        

       콰아아아앙!!!!!!

        

        

       적황색 마법진들이 메르헨 아카데미가 있는 섬과 바다를 향해 일제히 대량의 광선을 쏘아댔다.

        

       그 여파로 물결이 사정 없이 출렁이고, 섬과 바다가 무자비하게 뒤흔들린다.

        

        

       “꺄아악!”

       “다들 숙여!!”

        

        

       이내 과자 부서지듯 섬의 일부에 빗금이 새겨지고, 서서히 갈라지며 높다란 절벽을 형성했다.

        

       학사에 있는 마법사들은 힘을 합쳐 강력한 보호 마법을 전개해 건물이 무너지는 것과 광선 공격을 막아냈으나.

        

       부유섬의 [지진해파]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

        

        

       적황빛 마력을 머금은 거센 파도가 몰려온다.

        

       마치 세계를 가로지르고 있는 하나의 벽이라도 생긴 것처럼 보였다. 저러다 하늘에 닿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파고(波高).

          

       고밀도의 땅 속성 마력과 대량의 자연 마나를 머금은 거대한 파도는, 그 압력이 거대한 바위나 땅덩어리를 들이박는 것을 한참이나 뛰어넘는다.

       

       무엇이든 굳은 흙덩이 깨부수듯 가볍게 파괴해 버리며, 지각변동을 일으킬 터.

        

       아카데미의 마법사들이 전개한 보호 마법 따위로는 막을 수 없으리라.

        

       그것이 나라멸망급 마법, [지진해파]였다.

        

        

       “미친 거 아니니….”

        

        

       바르토스관 꼭대기.

        

       하얀 로브 차림의 여인은 아카데미로 몰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절망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동그랗게 말아 올린 뒷머리. 불로(不老)의 축복을 받아 20대 전성기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로즈레드색 머리칼의 미인,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

        

       왜 자신이 메르헨 아카데미 교장으로 부임하고 있을 때 이딴 위기들이 연이어 닥쳐 온단 말인가.

        

       문득 짙은 회의감이 들어, 엘레나는 ‘흐윽’하고 울먹이고 말았다.

        

        

       “1년만 더 일찍 은퇴할 걸….”

       

       

       이미 정년 퇴직은 하고도 남을 나이였다.

       

       불로의 축복만 받지 않았다면 그녀는 주름살 가득하고 머리도 완전히 희뿌옇게 물들어버린 70대 노인이었을 터.

       

       그러나 후회는 잠시뿐.

          

       이내, 그녀는 눈물이 핑 돌고 있는 눈으로 부유섬을 바라보며.

       

       완드를 치켜들고 전신에 흐르고 있던 마력을 힘껏 쏟아냈다.

        

        

       “그래, 덤벼라. 망할 새끼야.”

        

        

       교장 엘레나가 완드를 치켜들고 마력을 쏟아내자, 은은한 꽃잎 형태의 마력이 둥둥 떠다니는 단단한 결계가 섬 전체에 전개된다.

        

        

       쿠우우우우우웅!!!!

        

        

       [지진해파]와 엘레나의 결계가 격돌했다. 분홍빛 화염이 굉음과 함께 터져 나가며, 땅 속성 마나를 머금은 파도를 무서운 속도로 뒤덮었다.

        

       곧이어 마치 거대한 강철이 돌덩이에 부딪치는 듯한 둔탁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파도에서 날 법한 소리가 아니었다.

        

        

       쩌저적.

        

        

       [지진해파]는 결계를 쇄파하는 데 힘을 다하고, 그대로 바다에 내려앉았다.

        

       그 여파로 또다시 강한 해류가 일어나 사방에서 드센 바닷물이 메르헨 아카데미를 덮치려 들었고.

       

       엘레나는 다시 마력을 쏟아 부어 결계를 수복했다.

        

       아무리 강력한 파도라 해도, 평범한 바닷물로는 엘레나의 결계를 부술 수 없었다.

        

        

       “윽….”

        

        

       조금 전의 방어로 엘레나의 마력은 거의 고갈되어 버렸다.

        

       그녀가 강한 현기증을 느끼며 기둥에 몸을 기대자.

        

        

       

    콰아아아아아아앙!!!

        

        

       “……!”

        

        

       또다시 땅 속성 마력이 휘감긴 광선 다발이 바다를 가로지르고, 적황빛 파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 공격 한 번 막아내고 마력 고갈 상태가 되기 일보직전이거늘.

       

       나라멸망급 마법을 단번에 두 번이나 견뎌내라는 건 너무한 처사였다.

        

       그러나 물러설 순 없었다. 어떻게든 학생들을 지켜내야만 하니까.

        

       엘레나는 마지막으로 마력을 쥐어짜냈다. 비록 전보다는 약하지만 남은 마력을 통째로 들이부어 어떻게든 결계를 보강할 순 있을 터.

        

       이걸로, 버틸 수 있을까.

       

       엘레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도… 어렵겠지만.

       

       

       “해봐야지.”

       

       

       마력을 남김없이 쏟아내기 위해, 엘레나는 눈을 질끈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때였다.

        

        

       [끼아아아아아!!!]

        

        

       우렁찬 맹금류의 포효 소리에 교장 엘레나는 퍼뜩 두 눈을 떴다.

        

        

       크르르르릉!!

        

       쾅쾅!!

        

        

       뇌운이 자색으로 명멸하며, 신의 분노를 연상케 하는 우레 소리와 함께 천둥번개가 맹렬한 기세로 허공을 가로지르고.

        

       거대한 검은 뇌조 한 마리가 날아올라 날개를 활짝 펼치며 어마어마한 번개 마력을 사납게 흩뿌렸다.

        

       놀란 얼굴로 뇌신조-갈리아를 쳐다보는 교장 엘레나.

        

       그 검은 뇌조 아래, 절벽에서 여학생 한 명이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은 채 대량의 번개 마나를 흘리고 있었다.

        

       보랏빛 번갯불이 그녀의 고상한 미모에 빛을 더했다.

        

        

       “…….”

        

        

       메르헨 아카데미에는 매 학년마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학생들이 입학한다.

       

       도로시 하트노바나 앨리스 캐럴처럼, 학사진조차도 우습게 볼 수준의 천재들이 그 예시다.

        

       그중 마법학부 1학년 수석, 루체 엘타니아.

        

       자색 천둥번개가 그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사슬처럼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로즈골드색 머리칼이, 케이프숄과 교복자락이 그 여파로 마구 펄럭였다.

        

       심해처럼 아득하면서도 푸른빛 바다 같은 눈동자가 부유섬을 향하고.

        

       뇌신조의 힘을 빌린 루체의 마력이 엘레나가 전개한 마법진과 융화되어 섬 전체에 퍼져나갔다.

        

        

       파지지지지직!!!!!

        

        

       [뇌공의 결계].

        

       1학기 학기말 평가 때 구 메르헨 아카데미 부지를 점거했던 뇌신조의 강력한 번개 결계가,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이 전개한 결계에 덧대어졌다.

        

       마법을 이토록 잘 융화시키는 건 압도적인 수준의 [원소 효율]이 있기에 가능한 일.

        

        

       치지지직!!!

        

       쿠우우우우우웅!!!!!

        

        

       번갯불이 셀 수 없이 갈라지며, 드높은 파도에 새겨져 있던 마력을 흩트려놓았다.

        

       제르베르 남서부에 위치한 뇌운에서 오랜 세월 자생하며 살아온 뇌신조다. 전설의 마수가 형성시킨 번개 결계는 아득히 높은 방어력을 자랑했다.

        

       땅 속성 마력으로 강화된 파도가 결계를 뒤덮었으나.

       

       방전되는 소리와 단단한 무언가가 결계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만 울릴 뿐, [뇌공의 결계]는 멀쩡하게 제 자태를 유지했다.

        

       후속으로 들인닥친 거친 파도에도 끄떡없이 [뇌공의 결계]는 파지직, 거리며 메르헨 아카데미를 지켜냈다.

       

       

       위우웅.

       

        

       부유섬의 몸체에 새겨져 있던 적황빛 마법진의 기세가 줄어들었다.

       

       다음 공격을 퍼붓기까지 재정비 시간을 갖추려는 모양.

       

       바르토스관 꼭대기에서, 교장 엘레나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루체.]

        

        

       뇌신조의 점잖은 목소리가 루체의 머릿속을 울렸다.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어, 공중에서 날갯짓하는 거대한 뇌조를 쳐다보았다.

        

       그 마수가 날개를 한번 내저을 때마다 격풍과 자색 우레가 일었다.

        

        

       [이제 어쩔 셈이냐?]

       “저 섬으로 갈 거야.”

        

        

       자색 전류가 지직, 거리며 허공에 감돌고 있는 가운데.

       

       루체는 살벌한 눈빛으로 부유섬을 노려보며 냉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릉이, 저기 있을 테니까.”

        

        

       마족이 나타나는 자리엔 반드시 검은 괴물, 그릉이 나타난다. 필시 저 거대한 섬에도 그가 나타났을 것이었다.

       

       루체는 이미 아이작이 검은 괴물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부유섬이 출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작을 찾아다니느라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지만.

        

       만약 아이작이 검은 괴물로서 저 거대한 섬에 이르러 있다면, 그가 루체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유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여, 아직 풀리지 않고 있던 의문덩어리를 전부 날려보낼 확증을 얻어내고 싶었다.

       

       아이작이 그릉이라는 확증을.

        

        

       “태워.”

        

        

       뇌신조에게 루체의 냉소적인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뇌신조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다.]

       “……?”

        

        

       뇌신조는 제 주인인 루체보다도 훨씬 강한 전설의 마수다.

       

       이미 그는 엄청난 마나 감지력으로, 부유섬에서 몰아치고 있는 누군가의 거대한 마력을 감지하고 있었다.

        

        

       휘우우우우우우!!

        

        

       저 멀리, 부유섬 위편에서 서리를 머금은 은빛 바람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바람은 광범위하게 휘몰아치며 부유섬 위를 반절 이상 뒤덮었다. 이 먼 곳에까지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매서운 태풍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존재를, 누군가가 사역마처럼 부리고 있었다.

       

       그의 무시무시한 빙결 마력이 부유섬 위로 뿜어져 나왔다.

        

        

       “……?”

        

        

       때마침 부유섬에서 대피하고 있는 무리가 있었다. 루체가 뛰어난 시력으로 살피길, 아까 부유섬을 향해 출진했던 토벌대였다.

        

       그들 사이에서 기절해 있는 이안 페어리테일과, 그를 자기 사역마에 태우고 있는 마테오 조르다나가 눈에 띄었다.

        

       차석, 카야 아스트레앙까지도. 그녀는 부유섬을 떠나면서도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 섬을 쳐다보고 있었다.

        

        

       “……!”

        

        

       그리고 하늘에, 수 백 개의 거대한 마법진들이 천공을 메웠다.

        

       무언가가 일으킨 드넓은 은빛 바람 탓에 마법진의 빛깔은 구분되지 않았으나, 최소 7성급 이상의 마법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건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우리가 저 섬에 올라가 봤자, 죽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다.]

        

        

       자색 전류 속에서, 루체와 뇌신조는 숨을 죽이고 부유섬 위편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저 하늘은 이제, 뇌신조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괴물들의 전쟁터가 될 터였다.

        

        

        

       * * *

        

        

        

       1시간 전.

        

        

       “너희들은…?”

        

        

       부유섬 위.

        

       나와 카야는 가만히 서서 기절해 있는 흑발의 사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곤란해하는 눈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카야. 반면에, 나는 그저 멍하니 도끼눈만 뜨고 있을 뿐이었다.

        

       때마침 앞머리를 위로 넘긴 스타일의 갈색 머리칼 남학생, 마테오 조르다나가 도착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으나.

        

       나는 도저히 반응해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잘하고 있었잖아….’

        

        

       부유섬 위에서 평화롭게 기절해 있는 그 남학생은, 언제나 그러했듯 이안 페어리테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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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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