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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마법은 과거에서도, 현대에서도 가장 중요시되는 학문중에 하나였다.

    현실 그 자체를 조작하는 어떠한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것을 발전시킴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마법학은 그 전제하에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렇기에 이 시험은 현대 마법사회에 꽤 중요한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입상한다면 100만길 뿐 아니라 국제마법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으니까.

    아카데미 마법경시대회에서 우승하면 국제마법대회라, 확실히 어린 아이들의 경쟁심에 불을 지피는 구조다.

    마치 원형경기장의 검투사들과 비슷하다.

    무한경쟁.

    그래도 무엇이든 목표가 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사람은 목표가 없으면 성장할 수 없으니까, 경쟁은 목표를 설정하는데 꽤 간단하고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그와 별개로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한다는 점은 별로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

    “루크, 이제 일어나. 곧 도착이니까.”

    “으……. 아, 벌써 도착인가?”

    루크는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켜올렸다.

    최근 디아나와 함께 생활하며 정신적으로 꽤 피곤해진 탓에, 잠을 쫓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피곤한 순간에 들려오는 차체의 일정한 소음과 덜컹거림등은, 마치 자장가를 틀어놓고 안락의자에 앉은 것과 같았다.

    루크가 어찌 그 상황에서 잠을 자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저기가 마탑이야.”

    다이튼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이라, 정말 오랜만이로군.’

    루크는 아주 옛날에, 탑 구석에 처박혀 세상 그 자체를 이해하려하지 않는 마법사들은 마법사가 아니라는 발언으로 마탑의 성질을 좀 긁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타고나길 실전마법사로 태어난 루크의 시선에선, 도저히 탑에 처박혀 하루종일 연구만 하는 마법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인종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보통제는 또 얼마나 심했던지, 자기가 알아낸 정보는 절대 남한테 공개하지 않는 마탑의 폐쇄성에는 아주 치를 떨었다.

    스스로의 지식이 공개되기를 극도로 꺼리는데 어찌 지식의 발전이 있겠는가?

    루크는 그런 이기심이 마법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입장이었고, 스스로가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그 정신을 퍼트리고자 했었다.

    결국 마탑도 서서히 그 폐쇄성을 풀어나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루크를 좋은 시선으로 보지는 않았던 것이다.

    ‘마탑이 아직도 그 때의 날 기억하지는 않겠지만.’

    루크는 피식 웃었다.

    ‘뭐가 그렇게 기대되나.’

    다이튼은 루크가 웃는 감성을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뭐, 시험을 앞에두면 보통 엄청 긴장하기 마련인데, 루크는 도저히 긴장한 기색이라곤 보이질 않았다.

    차에 타자마자 태평하게 자버리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나라면 지금 긴장돼서 잠도 제대로 안 올 텐데.’

    시험을 좋아서 치르는 녀석은 정말 처음이다.

    애초에, 루크가 일반적인 아이는 아니긴 하지만…….

    ‘무슨 공부가 좋아지는 세뇌라도 걸린거아냐?’

    솔직히 그 편이 가능성이 높다.

    공부가 좋아지는 세뇌라니, 솔직히 그런걸 아무런 부작용 없이 걸 수 있다면 수많은 학부모들에게 돈을 쓸어담을 수 있을텐데.

    ———-

    “여기가 마탑이야.”

    “…….”

    다이튼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마탑은 한마디로 경이로웠다.

    드높은 탑, 그 주변을 감싸듯이 원형으로 둘러싼 크고작은 건물들, 입구 앞에는 ‘프리아 마탑학회’라고 쓰여있다.

    지금처럼 특별한 행사가 없는 평범한 날에는 마탑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어진 건물인 것이다.

    “허어…….”

    그리고 그 마탑의 존재를 올려다보는 루크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거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직으로 우뚝 솟아오른 마탑은, 정말 하늘에 닿을 것 처럼 높았다.

    루크의 몸이 작아져서 더 크게 보인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500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컴퓨터로 검색해서 바라봤을 때와는 또 다른 박력이로군.’

    그 높은 마탑은 사진으론 차마 표현할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원래도 마탑이라는 건물은 높았다.

    마법이란 본래 별의 자리와 마력, 그리고 그와 얽힌 계산을 필요로 하는 특성상 당연히 천문학과도 꽤 깊은 관계가 되어있었는데, 지상에서 뿜어나오는 마나에서 떨어질수록 더욱 깨끗한 하늘의 마력을 관찰 할 수 있었기 때문.

    그렇기에 5000년 전부터 마탑이라는 건물은 모든 마법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가능한 높이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더욱 깨끗한 천공의 화상을 수정구슬에 담기 위해서.

    “저렇게 높다면, 말도 못하게 깨끗한 화상을 얻을 수 있겠구나.”

    “뭐, 그렇겠지.”

    다이튼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마탑이야,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일반인은 사실 마탑에서 뭘 하든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이 밝혀내는 사실들은 당장 대중들의 삶을 바꿔놓지 않으니까.

    하지만 루크는 일반인이 아닌 마법사.

    당연히 마탑에 대한 관심이 다이튼과는 천지차이일 수 밖에 없다.

    어쩌지, 시험따위보다 마탑에 더 흥미가 생겨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참는게 맞겠지.

    지금은 마법경시대회의 준비탓에, 당장은 인력도 부족할테고.

    “시험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하는게지?”

    “나도 몰라. 저기 안내데스크에 가서 물어봐.”

    루크가 안내데스크로 걸어가자, 루크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안내원이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묻는다.

    “무슨일로 오셨어요, 꼬마아가씨?”

    “…….”

    꼬마아가씨라, 언제 들어도 너무나도 거북한 말이었다.

    꼬마도 아니고, 아가씨도 아니다.

    어떻게 맞는게 하나도 없나.

    “마법경시대회에 참가하려 한다만……. 이렇게 추천장도 있다네.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머, 그렇구나-? 아직 이렇게 어린데, 추천장까지? 기특하네~.”

    직원은 또 싱글벙글 웃으면서 루크에게 과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은 명백한 아이취급이었다.

    교복입은 여자아이가 근엄한 척을 하면서 고이 접은 추천장을 잘 보이도록 들어올리는 모습은 도저히 웃지 않을 수 없는 언밸런스가 아닌가.

    게다가 귀랑 꼬리는 또 왜 저렇게 만져보고 싶게 쫑긋거리고 살랑거리는걸까, 정말 쓰다듬으라고 꼬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미 루크의 표정은 굉장히 싸늘해져 있었기에 안내직원은 그 충동을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

    루크의 표정이 조금만 더 편안하게 풀어져 있었어도 그 행동을 참을 수 없었으리라.

    “큭…….”

    직원의 반응에 저쪽에서 다이튼은 고개를 돌리고 입가를 씰룩거리고 있었다.

    누가봐도 웃음을 참는 중인 모습이다.

    루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이제 그만 놀리고, 어서 안내를 부탁하지.”

    ——

    “자, 모두 자리에 착석해주시길 바랍니다.”

    자리에는 번호가 쓰여져있었고, 루크는 입장을 하면서 받았던 번호에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엔 이미 시험지가 놓여져 있었으나, 표지에 안내가 없으면 펼치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일단은 그냥 두었다.

    멍하니 기다리는동안 루크는 할 일도 없으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 역시 모두 청년들 뿐이로군.’

    자신만큼 조그만 아이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예상이야 했다만, 그 탓에 자신에게 생각보다 많은 시선이 쏠리는 것 같다.

    루크는 턱을 쓸었다.

    아이가 시험을 치는게 그렇게나 신기한 일인가?

    애초에 규정으로 기준을 그렇게 잡았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주이지않나.

    아무튼 많은 시선들을 그렇게 받아넘기고 있으니, 앞에서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시험감독관이 입을 연다.

    “종 치면 풀기 시작하세요.”

    그 말이 있은지 몇초 뒤, 시험이 시작되는 종이 울렸다.

    -때앵, 땡-.

    그 소리가 마치 달리기경주의 출발신호라도 되는 듯, 곧바로 시험지를 펼치며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시험지에 쓰여진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루크도 그들에 맞춰 시험지를 펼친다.

    시험지에 동봉된 채점 스크롤, 다수의 채점을 한순간에 진행해버릴 수 있는 인챈트 스크롤이었다.

    간단한 위조방지와, 색적마법이 혼합된 이 스크롤은, 매우 정밀하고 냉철하게 채점을 가한다.

    사람이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기입실수만으로도 작성자의 고된 노력을 쓰레기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무서운 마도구.

    생각보다 정밀하고 냉혹한 선별방식에 루크는 살짝 감탄할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도저히 그 냉혹함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꽃밭이다.

    뭐, 역시 아이들이 푸는 것이었던걸까.

    루크는 살짝 실망감을 나타내며 문제의 답을 채점스크롤에 찍어냈다.

    ——-

    담당관은 자리에 앉은 아이들을 보았다.

    다들 하나같이 성실해보이는 아이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이 띄는 아이는 가장 어리고도 특이한 외모를 가진 작은 아이였다.

    책상과 의자가 몸에 비해 너무 커서 발이 바닥에 채 닿지도 않는, 이 어려운 시험을 풀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고 귀여운 수인족 아이였다.

    백금발에 위로 쫑긋솟은 고양이귀와 가로로 튀어난 무언가의 뿔, 거기다 푹신해보이는 오동통한 꼬리, 그리고 오드아이.

    솔직히 너무 눈에 띄어서, 시선을 향하지 않을수가 없다.

    다른 아이들도 다들 같은 마음인지, 모두들 그 특이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아차, 시험 안내 해야지.’

    “종 치면 풀기 시작해요.”

    이래선 안되지만, 아이가 너무나 특이하게 생겨서 계속 바라보고 있다보니 시간이 금방 가버리는 바람에 조금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안내를 해 버렸다.

    저렇게 특이한 특징을 갖고도 어쩐지 어울린다고 생각해버리는 외모가 너무나 신비한 탓일까.

    시험을 치르고 있는 그 수인족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느라 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를 순간.

    5분정도 지났을까, 그 아이가 손을 들어올렸다.

    ‘스크롤에 기입을 실수했나.’

    뭐, 채점스크롤 기입을 실수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나이도 10살언저리로 보이는데, 이 정도 실수는 귀여운 편이지 않은가?

    그래서 감독관은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입가에 미소를 그려내며 새로운 채점스크롤을 하나 챙겨서 아이에게 다가가 그것을 건네었다.

    그러나 아이는 당황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 풀었단 말인데, 오해가 있었나보군. 자, 가져가게나.”

    그렇게 아이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내며 시험지를 건네왔다.

    정말로 기입은 다 되어 있었지만…….

    ‘찍은건가.’

    그러면 그렇지, 10살짜리 아이가 풀기엔 너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 나는 이제 뭘 하면 되겠느냐?”

    “음, 자도 되고, 아무거나 하고 싶은걸 해도 좋아. 다른 사람의 시험에 방해되지 않는 것들이라면.”

    “음……. 알겠네. 그럼 혹시, 나가도 되나?”

    “혹시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은거니?”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서 모든 문제를 찍어버린건가.

    안타깝게도, 아이가 이런 큰 시험은 처음이라 너무 과하게 긴장을 해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아이는 부정했다.

    “……그건 아니지만.”

    “그러면 자리에서 벗어나면 안돼. 시험중엔 마음대로 자릴 벗어날 수 없어.”

    “그, 그럼 화장실을 가는 건 왜 예외인가?”

    “그건 어쩔 수 없지. 옷에 실례를 할 수는 없잖아.”

    “아, 그럼 화장실을 가고 싶구나.”

    역시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자아이라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바로 말하기는 부끄러웠던 거겠지. 귀여워라.

    “그럼, 같이 갔다올까.”

    “……화장실도 누구랑 같이 가야하나……?”

    “그래야지, 네가 그럴 거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안 그러면 다른 반에 가서 이상한 짓을 할 수도 있잖니?”

    “그, 그건 그렇군.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아까부터 저 말투는 대체 뭘까?

    애가 어른스런 말투를 정말 자유자재로 쓴다.

    하나부터 열까지 특이함으로 만들어낸 아이가 있다면 바로 이 아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화장실가는 척 하면서 마탑구경하기!

    실제로 화장실을 갈 거니까 거짓말은 아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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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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