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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드발체프 성당에서 벌어진 치료 의식은 다소 기묘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수도승 복장을 한 남녀가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의 치료 과정을 곁눈질하며 한 명 치료할 때마다 자신의 기록을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56명째!”

         

       빛의 말뚝 여러 개가 허공에 떠오르더니 역병 환자의 감염 부위를 찔러 들어갔다.

       뭔가 타는 냄새와 함께 환자가 눈을 부릅뜨고 비명을 질러댔다.

       인두로 지지는 것 같은 고통이 전신을 관통했다.

         

       수녀의 치료는 효과가 빠르고 뒤탈도 없었지만,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

         

       “57명째.”

         

       반면 마법사의 치료는 시간이 더 걸리고 역병 인자가 떨어져 나간 뒤에도 자국이 남긴 했지만, 대신 어떠한 고통도 없었다.

       그가 변성 부위를 만지는 걸 지켜보며 언제 치료를 시작하나 눈을 깜빡이고 있으면 어느새 변성 부위가 툭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58명째!”

         

       발렌티나는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뒹구는 환자를 발로 밀어 옆으로 치우고는 다음 환자를 서둘러 불러들였다.

         

       반신이 변성 부위로 뒤덮인 환자가 그녀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섰던 사람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줄을 잘못 선 것은 아닌가 후회했다.

         

       그러나 고민은 순간뿐이었다.

       발렌티나가 그를 향해 말뚝 세례를 쏘아 보냈고, 그는 곧 땅 짚고 헤엄치기 대열에 합류했다.

         

       이걸로 59명째였다.

       발렌티나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다음 사람을 불렀다.

         

       “어서 앞으로 오시는 겁니다!”

         

       이제 한 명만 더 처리하면 그녀가 내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옆을 보아하니 원더스타인은 이제 막 59명째의 치료를 마친…….

         

       “60명째.”

         

       원더스타인의 선언에 발렌티나는 몸이 딱 굳고 말았다.

       60명?

         

       “우웃, 말도 안 됩니다! 저는 59명째입니다! 어느새……. 어느새 추월한 것입니까? 58? 59?”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기억을 되짚어가던 발렌티나는 뭔가를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아앗! 단장님, 방금 한 명 건너뛴 거 아닙니까?”

         

       그녀의 지적에 원더스타인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들켰군요.”

       “치, 치사합니다! 그런 비겁한 수를 쓴다고 제가 속을 줄 알았습니까?”

       “그럴 리가요. 대신 수녀님이 그러고 있는 순간 저는 벌써 다음 사람 치료에 들어갔으니까요. ……네. 이번에는 진짜로 60명째 달성! 하하, 이걸로 내기는 제가 이겼습니다.”

         

       발렌티나는 입을 쩍 벌렸다.

         

       “이잇, 다, 단장님은 비, 비겁한 인간입니다!”

       “끄아악!”

         

       발렌티나의 60번째 환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흥분한 나머지 그만 성정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을 깜빡했다.

       커다란 빛의 창 한 자루가 환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환자는 산 채로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을 맛보며 게거품을 물고 뒤로 쓰러졌다.

         

       “우왓!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십니까?”

         

       바닥에 뒤통수를 찧으려는 환자를 그녀가 붙들었다.

       그 순간, 원더스타인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2창34$@ &퀭#@1*&# 단!#5!쿵!]

         

       현재 시스템에 부하가 걸려서 글자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이 뭔지는 짐작이 갔다.

         

       치료에 들어가기 직전에 발동된 퀘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브 퀘스트-자강두숙

       : 미래의 두 숙적 사이에 자존심이 걸린 대결입니다.

         

       달성조건

       : 발렌티나보다 역병 환자 60명을 먼저 치료하기.

         

       성공 시 보상

       : 데볼루트 종속화 600개 즉시 완료.

         

       실패 시 페널티

       : 보유 중인 데볼루트 즉시 종속화 해제.

         

         

       아슬아슬했다.

       처음에 차이를 벌린 것과 마지막에 속임수를 사용한 것이 없었다면 절대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600개의 데볼루트가 종속화되는 효과는 바로 체감됐다.

         

       천근만근 무거웠던 몸이 상당히 가벼워졌고, 고장 난 TV 화면처럼 망가졌던 상태창이 일부 형태와 글자를 회복했다.

         

       그렇다 해서 60명 분의 데볼루트를 흡수한 것은 상당히 무리한 작업이었다.

       내부 조직이 온통 뒤틀리고 꼬이면서 육체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미소지었다.

         

       “후후, 그럼 내기에서 승리한 대가로 차를 얻어마셔 볼까요?”

         

       그가 환자 치료에 속도를 붙이자 성녀도 덩달아 속도를 올렸다.

       덕분에 그는 퀘스트와 별개로 그녀와 차 내기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달성조건은 퀘스트와 같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씩씩하게 대꾸하던 발렌티나였지만, 승부에서 진 건 분했는지 어딘가 망설이는 태도로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예배당 뒤편에서 조금 쉬고 있겠습니다. 후후, 천천히 타오십쇼.”

         

       방으로 들어선 원더스타인.

       그는 문을 닫자마자 무릎에 힘이 풀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런…….”

         

       고작 기초 능력치 한 단계 올린 것으로 60명 분의 역병 데볼루트를 한꺼번에 감당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교회에서 치료한 사람들은 회관에 있었던 사람들보다 훨씬 증세가 심각한 자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퀘스트 보상으로 600개가 감면되지 않았다면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간신히 몸을 새워 방 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신부가 예배를 준비하는 공간이었다.

       구석에 깨끗한 법복과 낡고 때탄 성경이 보였다.

         

       그는 벽을 짚고 서서 탁자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물이 든 주전자가 있었다.

         

       아무래도 발렌티나가 차를 타올 때까지 기다리긴 힘들 것 같았다.

       컵에 물을 따라서 한 잔 마시려는데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건 세례를 할 때 쓰이는 성수 단지입니다! 마도사가 그걸 마시면 어떡합니까?”

         

       원더스타인은 자신의 팔을 붙든 사람을 바라봤다.

       머리에 꽃장식을 단 분홍색 머리칼의 수녀가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차를 타러 간 거 아니었나요?”

       “차는 병사에게 타오라고 시켰습니다. 저는……단장님이 걱정되서 말입니다.”

         

       발렌티나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그의 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 몸 상태를 알고 있었나요?”

       “그래도 제가 명색이 퇴마사이지 말입니다……. 단장님이 데볼루트를 몸에 받아들이고 있는 건 진즉에 눈치챘습니다…….”

         

       그녀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만 몸 상태에 대해서는 제가 늦게 알아챘습니다. 하얀 꼬마가 나가면서 알았습니다.”

         

       내기를 걸고 신나게 원더스타인과 치료 경쟁을 벌이던 발렌티나.

       원더스타인이 먼저 앞서가던 터라 그녀는 온힘을 다해서 그를 추격했다.

         

       20명째를 돌파했을 때였나.

       마야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녀는 나가는 도중에 원더스타인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는 발렌티나를 향해서는 원망스러운 눈길을 던졌다.

         

       발렌티나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바보처럼 굴기는 했지만 멍청이는 아니었다.

       눈치도 충분히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원더스타인이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그렇게까지 서두르는 까닭은 짐작갔다.

       혹시나 남은 환자들의 상태가 위독해지기 전에 그의 체력이 닿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환자를 구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옆에서 신나서 내기나 걸었다.

         

       발렌티나는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순간 속도를 늦출까 고민했다.

       그러나 그건 또 그의 각오를 우습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고 몸을 불사르는데, 자신이 감히 게으름을 피워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그녀는 그의 각오를 존중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승부에 임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위험이 임박한 환자 120명을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치료할 수 있었다.

         

       “제가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단장님!”

         

       발렌티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원더스타인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뇨, 아뇨. 됐어요. 후후, 그리고 단장님이라고 그만 부르세요. 당신은 제 단원도 아니고, 서커스 업계 관계자도 아니지 않나요?”

         

       그의 말에 발렌티나는 쑥쓰러운 미소를 짓더니 평소의 씩씩한 태도를 회복하며 외쳤다.

         

       “네! 그럼 원더스타인 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원더스타인 씨도 저를 수녀님이라 부르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주시지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발렌티나 씨.”

         

       그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병사가 김이 나는 차를 들고 왔다.

       그는 30분 정도 쉬었다가 치료를 재개하겠다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참, 저희 단원들에게 전령은 보냈나요?”

         

       치료를 하던 도중 그는 문뜩 단원들 생각이 났다.

       그들은 아직 숲속에서 자신들만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명성 150을 달성한 기념으로 받은 보상을 활용하면 소식을 전할 수 있겠지만, 그때가 30명 째를 돌파했던 때라 상태창을 사용할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민 중 한 명을 단장님이 설명하신 장소로 보냈습니다.”

         

       원더스타인과 발렌티나는 함께 차를 마시며 성당 내부를 거닐었다.

         

       “원더스타인 씨는 대단하십니다! 데볼루트를 흡수하는 건 저도 처음 봤습니다! 마도사 분 중에는 신비한 힘을 가진 분들이 많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대장님도 단장님과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추적대의 대장.

       마신 카이랄의 사도라고 했던가?

         

       TT3에 적으로 나왔던 마도사 중 한 명이 떠올랐다.

       그도 마신 카이랄을 섬기는 마도사였는데 거울 속을 마구 왔다 갔다하며 플레이어들을 괴롭혔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마 데볼루트를 거울 속에 쑤셔넣는 건가?

         

       그렇게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그림들이 걸린 공간에 도착했다.

       대부분 성경의 내용을 구현한 종교화였다.

         

       발렌티나는 20년 동안 수도원 생활을 한 덕분에 종교적 지식이 탄탄했다.

       그녀는 그림 하나 하나 어떤 내용인지 원더스타인에게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의외군요.”

       “잘……못 들었습니다?”

       “그냥 힘만 센 전투승이라 생각했거든요.”

       “우웃! 그 말 취소하지 말입니다! 이래 보여도 저 정식 수녀 교육을 받은 몸입니다!”

         

       그렇게 함께 말을 주고 받으며 걷던 둘은 한 그림 앞에서 발을 멈춰섰다.

       원더스타인은 그림 아래에 있는 표제를 읽었다.

         

       <성 빅터와 역병 군주의 대결>

         

       그림을 보던 발렌티나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희 장로님들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데볼루트와 관련된 겁니다.”

         

       데볼루트라는 말에 원더스타인은 정신을 집중했다.

       저주 역병에 대해 알아낼 좋은 기회였다.

         

       “뭔가요?”

         

       그녀는 그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성자 빅터와 역병 군주 이야기는 들어보셨습니까?”

       “물론이죠.”

         

       흑사병을 퇴치한 것으로 유명한 성 빅터.

       그는 말년에 역병 군주라는 악마 또한 물리쳤다고 했다.

         

       “전설에 따르면, 성자 빅터가 역병 군주의 몸에 성정들을 박아 넣었을 때, 그의 몸이 갈라지면서 데볼루트들이 세상으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그럴듯하군요. 저주 역병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별 대단한 정보는 없었다.

       그냥 데볼루트의 기원에 관한 옛날 이야기가 다였다.

         

       멀리서 병사가 그들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휴식시간이 끝났다.

         

       “그럼 계속 치료하러 가죠.”

       “원더스타인 씨는 정말 괜찮은 겁니까?”

       “네. 그래도 이제는 천천히 달려야겠지요. 발렌티나 씨의 절반 속도 정도로?”

       “헤헤, 안심입니다.”

         

       원더스타인은 돌아서기 전에 창문을 바라봤다.

       저 아래 마을에서 사람들의 함성과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보다 커지고 목소리가 높아진 느낌이었다.

       비명이 조금 섞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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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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