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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어서오세요, 클락. 그리고 그쪽은…….”

        “마리엘 체스워드인 것이어요. 홀크로프트 백작가의.”

        “최근 증명의 층에서 소문이 자자하신 분이시군요. 저는 실프 공략대의 참모를 맡고 있는 마가렛이라고 합니다.”

       

        나는 마리엘과 함께 38층의 어느 술집에서 마가렛과 만났다.

        168기생들이 자주 모이던 장소라고 한다.

        테이블에는 같이 천변의 방에 도전하는 다른 공략대원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나와 마리엘을 포함해 숫자는 총 여섯으로, 의외로 다들 아는 얼굴이었다.

       

        “어? 클락 님?”

        “오랜만이다, 반갑군.”

        “꺄아아아악!! 언니이이이!!”

        “체, 첸돌 님의 숙적이자 대학원생들의 왕……! 어째서 여기에……!”

        “어라? 다들 아는 사이였나요?”

       

        세라와 아르투르.

        그리고 치안대 소속 마법사이자 대학원의 감독관인 샬롯과 엔이었다.

        의도적으로 안면이 있는 이들끼리 섭외한 것은 아닌지 마가렛도 다소 놀란 눈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실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했다.

       

        “아무리 공략대의 정보가 있더라도 팀원 중 절반 이상을 실력 미달인 이들로 채우면 시련을 통과하기 어렵거든요.”

        “세라와 아르투르는 기존 인원이군요.”

        “네, 미티어와 글레시아는 상성이 좋아요. 천변의 방에서 서로의 속성의 약한 부분을 공략할 수 있죠.”

        “그러면 저 애들은……?”

        “부서의 특성상 치안대는 등반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고연차들이고 두 사람도 그에 해당해요.”

       

        치안부는 중층 이상에서 발생하는 백가나 고위 마법사들간의 갈등에는 손대기 어려웠다.

        그래서 최대한 넓은 활동 범위를 확보해야 하는 정보부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하층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잦았다.

        자신들의 손으로 풀어준 나를 쳐다보는 감독관들의 눈에는 아직 공포가 깃들어 있었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들끼리 팀을 꾸리는 것보다야 편했다.

        자연스레 위치노트를 손에 들고 가장 구석진 창가 자리로 향하자 마가렛이 작게 읊조렸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쨌거나 다 모였으니 간단하게 브리핑을 시작할게요. 목표는 천변의 방 공략, 예상 소요기간은 대략 일주일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테이블 위에 한 장의 지도와 투명한 수정구를 내려놓았다.

        출구로 나가는 방향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해 공략법을 세우는 마도구였다.

       

        “천변의 방에서 목숨을 잃지는 않지만 정신적인 피해는 그대로 남아요. 최악의 경우 기억을 구성하는 마력회로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시도는 최소한으로 하는 편이 좋아요.”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지 미리 알 수 있나요?”

        “여기 모인 여섯 명이 공포스러워하는 대상이 혼재된 형태로 여러분을 막아설 거에요.”

        “그럼 혼자 도전하는 편이 좋지 않나요?”

        “아뇨, 인원이 많은 편이 오히려 수월할 테니 안심하세요.”

       

        마가렛은 큐브 형태의 그림이 그려진 지도를 가리켰다.

        천변의 방을 구성하는데 사용되는 마력적 자원, 즉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어서 인원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구현도가 떨어지게 된다.

        보스 몹으로 예를 들자면 시련 안에서 나를 막아서는 인물이 170센치의 아녜스였을 때, 인원수가 늘어날 때마다 그녀의 키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었다.

       

        여섯이라는 숫자는 공략에 가장 적합한 규모로 이때는 딱 얼음 정수기 높이의 아녜스가 등장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상 늘어나면 시련 자체가 불안정해져 붕괴하거나 신장 2미터 아녜스, 칠현자 호소인 배틀에서 승리한 아녜스, 혹은 스페셜 버전인 ‘악의의 층 아녜스’ 등이 대거 출현하는 것이었다.

       

        “시련의 통과 방법은 기본적으로 ‘문’을 찾는 거에요. 인원이 여섯이면 총 세 단계로 구분되는데, 각 스테이지가 여러분의 심상으로 구현되어 있어 복잡한 구조를 가져요.”

        “문은 어떻게 찾죠?”

        “제가 바깥에서 소통하며 위치를 알려줄 거에요. 클락 씨, 이거 받으세요.”

       

        마가렛은 자신을 꼭 닮은 안경 쓴 인형 하나를 내게 건네며 바깥과 소통할 수 있는 마도구라 설명했다.

        이미 40층을 통과한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지만 대신 이걸로 우리를 돕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로브 안주머니에 인형을 챙겨 두었다.

        마침 얼마 전 프리나가 영석을 넣어 다시 만들어 준 인형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공간이 비좁았다.

       

        친구 사이니까 잘 지내겠지.

       

        “우선 한 번 들어가서 환경을 확인하면 본격적으로 공략법과 루트를 짤 수 있을 거에요. 혹시 질문 있나요?”

        “저요.”

       

        모든 설명을 마친 그녀가 우리를 둘러보자 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

        공략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이명은 언제 적어서 내면 되나요?”

        “네?”

        “꼭 갖고 싶은 이명이 있어서요. 혹시 중복되면 어떡하죠?”

        “……하아. 이명은 그런 식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에요.”

       

        마가렛은 조명의 은은한 빛을 머금은 안경을 치켜올렸다.

        마침 그녀가 내게 건넨 인형도 같은 재질의 안경을 끼고 있었다.

       

        “마법사의 이명은 또 하나의 자신에 대한 본질이에요. 정확히는 마탑이 당신들의 존재를 관찰하여 정하는 거죠.”

        “존재를 관찰해요?”

        “네, 예를 들어 저는 공략대에 소속되기 전부터 학파를 불문하고 사람들과 함께 탑을 올라왔어요. 그래서 얻은 이름이 바로 ‘소통의 빛’. 이 안경의 수정체에 들어온 빛은 설령 시련 너머라 할지라도 제게 도달해요.”

       

        나는 마가렛의 말을 듣고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탑이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다면 내 이명은 ‘날개없는 천사’나 ‘선량한 해주술사’가 될 가능성이 너무나 높단 뜻 아니던가!

       

        오호 통재라.

        지금껏 분탕의 왕이 되기 위해 열심히 분탕질을 쳐왔음에도 타고난 본성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번 투기장 1등도 반드시 사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사이, 마리엘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테이블에 올려놓은 수정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와 비슷한 두려움이 엿보였다.

       

        “그럼 전 가볼 테니 공략 시작 날짜에 39층에서 보는 것이에요.”

        “벌써 가신다고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

        “대원들끼리 합을 맞추려면 그 전에 연습이 필요해요. 마리엘 씨는 학파가 어떻게 되시죠?”

        “알려줄 수 없는 것이에요. 연습 역시 저를 빼고 진행해도 좋…….”

       

        ====

        — 주딱은질서선 : 맞다! 파딱 해제권을 양도하기 전에 서류 심사와 적성 검사, 그리고 다른 공략대원들과의 심층 인터뷰가 있다는 것 알려드려요 ㅠㅠ

        — 주딱은질서선 : 제가 몇년 동안 사랑으로 보듬어왔던 아이들인데 나쁜 사람에게 입양되면 안되잖아요? 동료와의 관계가 나쁜 사람은 쵸큼…….

        — 주딱은질서선 : 그리고 소정의 보호비도 주신다면 감사히 받을게요 ㅍ퓨ㅠㅠㅠ

        ===

       

        “……지는 않은 것이에요.”

       

        나의 기지 덕에 마리엘의 단독행동은 수포로 돌아갔다.

       

        덕분에 식사를 끝낸 후, 우리는 루스리아 학파의 라운지에 모여 마가렛의 지휘 하에 기초적인 전술행동과 포메이션을 연습했다.

        모험가 시절을 거쳐 온 내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움직임이 삐걱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어설펐다.

        샬롯과 엔은 나를 무서워해 적보다 거리를 더 두고 있고, 마리엘은 신비의 파편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

        그나마 세라와 아르투르가 다른 대미궁에서부터 문하생들을 끌고 다닌 경험이 있어 비교적 내 움직임에 따라왔다.

       

        ‘어디 지하 4층짜리 던전에 던져 놓으면 일주일 안에 전멸하겠군.’

       

        마법의 위계가 아무리 높아도 뒤통수에 화살이 꽂히면 죽는다.

        천변의 방에서 목숨을 잃는 일은 없다고 하나 잘못하면 기억이 삭제된다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마가렛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비교적 평가가 후했다.

        그녀는 연습이 끝난 후 창대를 분리하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클락 씨가 중심을 잡아줘서 다들 처음 치곤 괜찮네요. 각자 위계도 높아서 적어도 발목을 붙잡진 않을 거에요.”

        “이 정도 수준으로도 통과할 수 있는 건가요?”

        “안에서 반드시 전투가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정보나 전체적인 전황을 볼 줄 아는 눈, 그리고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인데…… 저희 공략대에 정식으로 소속될 생각은 없으신가요?”

        “지금은 딱히 없습니다.”

       

        공략대의 참모라 그런지 특별히 대단한 건 안했는데도 벌써부터 영입할 생각이 가득했다.

        실프 공략대는 내부 분위기도 좋고 곧 상층으로 발돋움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런 제안을 아무에게나 하는 편은 아니었다.

        허나 나는 삼국지로 따지자면 위와 촉을 제치고 오를 고를 대인.

        손오정통론의 부활을 꿈꾸는 입장에서 이미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열차에 탑승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는 반쯤 농담이고 굳이 모르는 이들 사이에 섞여 탑을 오르고 싶지 않아 거절한 것이지만 마가렛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 모양이었다.

       

        “혹시 당신도 마리엘 씨 처럼 최상층 공략대에 곧바로 합류할 생각인가요?”

        “최상층이요?”

        “네, 그녀가 얼마 전 그쪽에 접촉을 시도한 적 있거든요. 여긴 다들 아는 사이니까 소문이 빠르게 돌죠.”

       

        마리엘이?

        아직 상층도 돌파하지 못한 그녀 실력에 너무 큰 꿈을 가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

       

        “지금 최상층에서 활동하는 공략대는 칼레이도스랑 플라레의 칠현자가 이끄는 팀뿐인데, 둘다 중층에 있는 마법사에게 초대장을 발송할 일은 없을 테니 꿈 깨라고 전해주세요.”

        “…….”

        “우선 제 제안은 넣어두고 천변의 방 공략이 끝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죠.”

        “알겠습니다.”

       

        나중에 마리엘에게 이야기를 들어봐야겠군.

        나는 연습이 끝나자 위치노트를 붙잡고 투기장에서 싸우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

       

        “샬롯 언니, 저희 잘 할 수 있겠죠? 첸돌 님께서 최대한 저 악마를 감시하라고 하셨잖아요.”

        “걱정할 것 없어 엔. 아예 기회가 되면 담궈 버릴 테니까.”

        “하, 하지만 그러다가 저희가 역으로 잡아먹히게 되면…….”

        “마탑의 등불은 꺼지지 않아. 보란 듯이 떨어뜨려 버리고 우리 둘만 41층으로 올라가는 거야.”

       

        며칠이 흘러 시련 입장 당일.

        적의를 풀풀 풍기는 쌍둥이들을 포함해 다른 이들이 모두 모였다.

        30층의 시련이 붕괴해서 그런지 39층의 포탈 앞에는 눈치게임에 실패한 놀이공원처럼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다른 이들은 이 지루한 시간을 그저 위치노트나 끄적이는데 쓰고 있지만 같은 행동이라도 나는 목적이 달랐다.

        마탑이 뭐라하든 원하는 이명을 얻기 위해 마지막까지 투기장에 열중했다.

       

        유혈이 낭자하는 디스랩을 통해 메테오가 얼음마법이라는 ‘근신메’의 멘탈을 완전히 파괴하며 최후의 승리를 거머쥘 때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마가렛은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로브 자락을 여매며 말했다.

       

        “다들 준비 되셨죠? 최대한 흩어지지 마시고 제가 출구를 찾을 때까지 클락 씨의 지휘를 따르세요.”

        “네에.”

        “41층에서 기다릴게요. 다들 무운을.”

        “그럼 가보겠습니다.”

       

        다음 층에서 기다린다는 말은 공략대원들이 쓰는 말이었다.

        모험가들 역시 ‘조합에서 기다린다’는 인사를 자주 썼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배웅을 받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빛이 몸을 통과하고 나자 40층의 시련, ‘천변의 방’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 여기는…….”

        “낮이 익군. 분명 마탑의 1층이다.”

       

        던전에 입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바로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곧장 기감을 퍼뜨렸다.

       

        유원지를 연상캐하는 천막이 곳곳에 쳐져 있는 거대한 부지.

        아르투르의 말처럼 마탑 1층의 상업지구, 정확히는 ‘시스테인 파크’였다.

        천변의 방은 마법사의 깊은 내면에 있는 공포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스테이지 1에 입장하자마자 후방에 있던 샬롯과 엔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언니, 저기, 저기 보세요!”

        “…….”

        “오고 있어요……! 그게 오고 있다고요!!”

       

        경매장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커다란 마차.

        벽 대신 쇠창살을 달고 있는 거대한 감옥의 형태를 한 탈것 위에는 어둠에 잠식되된 악마 같은 것이 꿈틀대고 있었다.

        보아하니 죄수인 듯한데, 치안대의 감독관인 두 사람이 이렇게 무서워할 정도면 엄청나게 죄질이 나쁜 마법사인 게 분명했다.

       

        말도 없이 홀로 덜컹거리며 중앙 광장을 지나던 마차는 이내 쿵!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몸을 일으킨 검은 악마는 품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내며 핥았다.

       

        — 아아…… 역시 나한테는 너밖에 없ㅇㅓ…….

        — ㅇㅏ무ㄹㅐ도 우린 이렇ㄱㅔ 될 운명이었ㄴㅏ……

       

        “꺄아아아아아악!!!”

        “대, 대학원생의 왕!”

        “아아아아아—— 꼬르륵……!”

        “그것도 둘 씩이나! 이건 악몽이야……! 악몽이 틀림 없어……!!”

        “응? 나?”

       

        졸도해 버린 여동생을 받으려다 같이 다리가 풀려 주저 앉아버린 언니.

       

       공포에 잠식된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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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

[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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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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