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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107화. 짧은 휴식

       

       

       

       

       

       투콰앙ㅡ!!

       

       항상 고요하던 영혼의 바다에 울려 퍼지는 우렛소리. 마치 바다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벼락을 보는 듯했다.

       

       

       “아하하하하!!”

       

       투콰쾅ㅡ!!

       

       저 멀리 떠 있는 해적선에서 즐겁게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케넬름은 모래사장에 서서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벼락에 꿰뚫리고 있는 문어는 그녀가 잡아온 악마, 너글이다. 본래라면 그냥 죽였겠지만… 재밌는 생각이 떠오른 케넬름이 즉흥적으로 실천에 옮긴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위대한 분을 위한 깜짝 이벤트라고 해도 좋으리라.

       

       

       ‘위대하신 분이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네요.’

       

       “으하하하!! 쏴, 쏴라!!”

       

       

       어찌나 즐거워하시는지 웃음소리가 영혼의 바다 전역에 울려 퍼진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위대한 분의 행동을 인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흐, 흐어… 흐아아…”

       

       샤아아아-

       

       

       온몸에 벌집처럼 구멍이 난 너글의 숨이 점차 멎어가고, 먹물처럼 까맣던 영혼의 바다가 조금씩 본래의 색을 되찾아간다.

       

       흙탕물보다 까맣던 바닷물이 점차 밝아지더니, 우주를 품은 구슬처럼 찬란하고 오묘한 빛을 내뿜어내기 시작한다. 무수한 은하수와 별들이 바다에 빠진 듯한 신비로운 풍경.

       

       영혼의 바다는 본래 이런 모습이었다. 

       

       위대하신 분이 마땅히 누리셔야 했을 권능의 원천. 바다가 정화되어 갈수록 자신이 위대하신 분의 힘을 빌려 개입할 수 있는 부분도 점차 늘어가리라.

       

       

       “후음ㅡ”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던 케넬름은 의미심장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색을 되찾은 영역이 제법 넓기는 하지만, 바다 전체에 비하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

       

       그래도 너글이 제법 강력한 악마였기에 이만큼의 바다가 정화된 것이리라.

       

       너글을 무찌른 해적선이 위풍당당하게 뱃머리를 돌려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케넬름은 위대한 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영혼의 바다에서 돌려보냈다.

       

       다른 이들이 이 유희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다라는 매개체를 통했기 때문이다.

       

       바다는 뿌리와도 같았다. 모든 지성체들이 공유하는 거대한 뿌리. 너무나도 깊은 곳에 있는 뿌리여서 그 본질을 아는 이가 없을 뿐.

       

       

       ‘꿈이란 바다의 변두리에서 발을 담그는 것.’

       

       

       아마 다른 이들에게는 덧없는 한순간의 꿈처럼 기억되리라.

       파도가 덮쳐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모래성처럼, 시간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질 것이다.

       

       

       “어우, 재밌네 이거.”

       

       

       해적선에서 위대한 분이 내린다. 그 몸은 찬란한 별빛으로 가득했다.

       

       케넬름은 방긋 웃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위대하신 분도 이것을 그저 한순간의 꿈으로 기억하시리라.

       

       아직은.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았으니까.

       

       

       

       

       

            * * * * *

       

       

       

       

       

       짹- 째잭-

       

       귓가에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얼굴을 비추는 밝은 햇빛에 꿈뻑꿈뻑 눈을 뜬다. 이리저리 뻗친 머리카락이 마치 용맹한 사자와도 같았다.

       

       

       “으음…”

       

       

       케니스는 부시시하게 일어나서 멍하니 간밤에 꾸었던 꿈을 떠올렸다.

       뭔가 굉장하고 엄청난 꿈을 꾼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엉망진창에다가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했던 것 같았다.

       

       

       “아으…!”

       

       

       쭈욱 기지개를 켜자 커다란 가슴이 공격적으로 존재감을 자랑했다. 나른한 몸을 털어내며 꿈틀거리던 케니스는 문뜩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바쁘게 오가는 모험가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녀, 편안하게 앉아서 햇살을 즐기는 노인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한낮의 풍경이다.

       

       

       ‘…어?’

       

       

       케니스가 후다닥 달려서 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늦었다!’

       

       

       해가 중천에 걸려있었다. 방을 뛰쳐나간 케니스는 머리에 물을 묻혀서 대충 가라앉히고, 빠르게 씻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움직임으로 씻은 케니스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뛰쳐나갔다. 점심에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늦었다.

       

       사람이 가득한 대로를 빠르게 가로지르자, 마주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용사님! 안녕하세요!”

       

       “데이브 너도 안녕?”

       

       

       골목대장 꼬마는 길가의 꽃을 주며 수줍게 인사를 했다.

       

       

       “어머, 용사님.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아하하… 어제 좀 늦게 잤나 봐요.”

       

       

       애플파이를 잘 굽는 엑시아 부인은 느긋하게 인사를 건넸고.

       

       

       “용사 나으리! 이것 좀 먹고 가셔요! 오늘 아주 기가 막힌 놈이 들어왔는데, 공짜로 드릴게!”

       

       “으으…! 나중에요!”

       

       

       케니스는 인사를 건네오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돌려주며 걸음을 재촉했다. 부디 너무 늦지 않았기를…!

       

       성도에서는 만남의 광장이라고도 불리는 분수 앞,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분수가 보이기 시작한 케니스는 잠시 걸음을 멈춰서 손으로 머리카락을 슥슥 정리했다.

       

       행여나 머리카락이 헝클어졌을까 몇 번을 더 확인하고서야 잰걸음을 옮긴다.

       

       

       “휴…”

       

       

       분수대 앞에 그 사람이 보인다. 

       

       케니스가 늦어지자 연신 한숨을 쉬며 사방을 둘러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보자 괜히 장난기가 발동한 케니스,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천천히 등 뒤로 걸어갔다.

       

       아주 천천히…

       

       상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더욱더 천천히, 조용하게…

       

       그렇게 상대방과의 거리가 제법 가까워졌을 때ㅡ

       

       

       “왁!”

       

       “꺄아아앗!”

       

       

       갑작스럽게 큰 소리를 내서 놀래킨다! 케니스의 의도대로 기겁하며 펄쩍 뛰어오른 상대방.

       케니스가 깔깔 즐겁게 소리내어 웃었다.

       

       

       “푸흡! 너무 놀라는 거 아니야?”

       

       “케, 케케니스으…?”

       

       

       루엘 사제가 케니스를 돌아보더니 눈망울을 글썽거렸다. 크게 놀랐는지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이렇게 되자 도리어 케니스가 깜짝 놀라서 루엘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어, 어? 루엘 울지마, 응? 내가 미안해.”

       

       “우, 우으…”

       

       

       울기 직전의 표정인 루엘이 두 팔을 벌리고 케니스에게 안겨왔다. 저지른 잘못이 있는 케니스는 어쩔 수 없이 루엘을 품에 안고 머리를 토닥여줬다.

       루엘은 케니스의 가슴에 파묻혀서 얼굴을 도리도리 흔들며 눈물을 닦았다.

       

       

       “후으으… 놀랬잖아요…”

       

       “진짜 미안해. 그렇게까지 놀랄 줄은 몰랐어.”

       

       “다음부터 진짜 그러지 마세요…”

       

       “그래그래. 이제 뚝 하자.”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진정이 된 루엘은 케니스를 올려다봤다. 

       

       

       “케니스, 혹시 뭐 먹었어요?”

       

       “음, 아니? 아직 안 먹었어.”

       

       

       뭘 먹기는커녕 방금 막 일어났다.

       봐둔 식당이 있는지 루엘이 콧김을 내뿜으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그러면! 제가 좋은 식당을 알아냈거든요! 오늘 그쪽에서 점심 먹어요!”

       

       “그럴까?”

       

       

       루엘이 씩씩한 걸음으로 앞장서고, 케니스가 그 뒤를 따른다. 케니스와 루엘 사이에서는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주로 루엘이 이야기하면 케니스가 받아주는 형식이었다.

       

       시끌시끌한 시장통을 지날 때는 케니스가 루엘의 손을 잡아줬다. 행여나 루엘이 인파에 휩쓸려 길을 잃을까 싶었다.

       

       

       “그래서 말이죠! 요즘 안토니오 대사제님이 다시 경전을 집필하시는데ㅡ!”

       

       “와, 진짜?”

       

       

       케니스의 손을 꼭 잡은 루엘이 신나게 떠드는 말에 대꾸해주던 케니스는 고개를 돌렸다.

       

       따각- 따각-

       

       경쾌한 나막신의 소리.

       

       

       “음?”

       

       

       누군가 케니스의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특이한 향기가 났다. 그것은 싱긋한 풀 내음과도 비슷했다.

       비에 젖은 흙의 냄새, 이름 모를 들짐승의 채취, 벌레 파먹힌 낙엽의 냄새가 뒤섞인 그것은 마치…

       

       

       ‘숲에서 맡을 법한 냄새가…?’

       

       

       케니스의 곁을 스쳐 지나간 이는 북적이는 인파에 묻혀 사라져 버렸지만, 케니스는 까치발을 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인파를 훑었다.

       눈에 힘을 부릅 주고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냥 무작정 따라가볼까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악마 특유의 꺼림칙한 기운도 아니고, 그냥 좀 특이한 체취가 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각국의 사람들이 모두 모였으니 혹시 모르는 일이다.

       케니스가 여기저기 둘러보자 루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그래요?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지나갔어요?”

       

       “음, 아니야.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그래요? 그럼 얼른 가요! 이러다가 늦겠어요!”

       

       

       케니스는 루엘의 재촉에 걸음을 조금 빠르게 재촉했다. 루엘의 안내를 따라 좁은 골목길 여기저기로 들어가기를 한참.

       

       루엘이 안내한 식당은 골목길 깊은 곳에 있는 작은 가게였다.

       

       어떻게 찾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낡고 오래된 음식점. 간판에 써진 글씨는 비바람과 시간에 지워져서 그 흔적만이 남았고, 흐릿한 고기 모양의 그림이 음식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찰랑-

       

       문은 삐걱거리는 소리 없이 매끄럽게 열렸다. 기름칠을 꾸준하게 하며 관리하는 듯했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루엘은 몇 번 와봤는지, 주인장을 할아버지라고 크게 부르며 가게로 들어갔다.

       

       

       “으잉? 루엘 똥깡아지 왔니?”

       

       “히히. 제가 누구 데려왔는지 좀 보세요!”

       

       

       이내 가게 내부에서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나왔다. 세월이 남긴 깊은 주름과 자글자글한 눈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안녕하세요.”

       

       “어이쿠, 용사님 아니십니까.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아이, 아니에요.”

       

       “할아버지 제가 말했죠! 저 진짜 케니스랑 친구라니까요?”

       

       “정말 용사님이랑 친구였구나? 우리 똥깡아지 루엘이, 이것 좀 먹어보련?”

       

       

       루엘은 주인 할아버지의 앞에 서서 콧김을 쉭-하고 내뿜으며 팔짱을 꼈다. 주인 할아버지는 그런 루엘이 마냥 귀여운지 주섬주섬 꺼낸 간식을 건넸다.

       

       

       “와ㅡ! 할아버지 고마워요!”

       

       “하, 하하…”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케니스는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어쩐 일로 루엘이 식당을 추천한다 싶었는데, 주인 할아버지와 뭔가 내기를 한 모양.

       케니스는 슬쩍 의자에 앉아서 메뉴판을 살폈다. 

       

       루엘과 놀아주던 주인 할아버지는 케니스에게  다가왔다.

       

       

       “용사님, 낡고 오래된 가게지만 이 늙은이가 자신 있는 요리로 대접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요리를 위해 가게 내부로 들어간 주인 할아버지. 이윽고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가게를 가득 메웠다.

       낡고 오래된 가게인 만큼, 주인은 범상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임이 분명했다.

       

       

       “와ㅡ 냄새 너무 좋은데? 루엘, 여기를 어떻게 찾은거야?”

       

       “히히. 얼마 전에 팔라딘님이 여기가 맛있다고 하셨어요! 나중에 케니스랑 한번 가보라고 하시더라구요!”

       

       “팔라딘께서? 데모닉 팔라딘님?”

       

       “네!”

       

       “흠… 그렇구나?”

       

       

       아직은 많이 어색한 그녀의 아버지가 이 가게를, 그것도 자신과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니. 

       무슨 일 있나 잠시 생각하던 케니스는 이윽고 생각을 멈췄다.

       

       

       “자, 용사님. 그리고 똥깡아지. 음식 나왔습니다.”

       

       “와…”

       

       “와ㅡ”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그녀의 생각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항상 큰 힘이 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뱀같은 악마(움브라)는 이미 죽었습니다!! 주인공에게 영혼이 찢겨서 죽어버렸지요!! 작 중 표현이 부족했던 것 같네요!! ( _ _) 악마에게 인권이 없는 것은… “상식” 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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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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