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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파지지직!!

       

        붉게 변한 게이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현상을 지켜보던 호주 헌터 협회의 전문가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 쉣!”

       

        전문가가 할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쌍소리였지만, 이 주변에서 그의 말투를 지적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같은 심정이었으니까.

       

        “오! 맙소사.”

       

        “이럴 수가!”

       

        “신이시여!”

       

        전문가의 호위를 위해 따라온 경호 헌터도, 그 외의 다른 이들도 모두 안색을 창백하게 물들였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호주의 유일한 EX랭크 게이트.

        일명 ‘울루루 게이트’라고 부르는 그것이었으니까.

       

        “게이트가…… 열리려고 한다!”

       

        각각의 게이트는 일반적으로 푸른색을 띤다.

        물론 상황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략 푸른색 계열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딱 하나.

        게이트가 유일하게 푸른색 이외의 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바로 게이트 내부에 몬스터가 너무 많이 늘어나, 게이트가 완전히 열려 버리는 경우다.

        지금의 울루루 게이트처럼.

       

        “비상! 비사아아앙!!”

       

        애애애애애앵~!

       

        완벽하게 게이트가 터지려는 징조를 보이는 울루루 게이트의 모습에, 울루루 게이트를 경비하는 헌터 협회의 주위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한편 다우림과 송지혜.

        각각 다트 스트림에서는 ‘최강물소’와 ‘살랑미미’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인터넷 방송인들.

        그들은 평생 인연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한국 헌터 협회의, 그것도 협회장실이라는 어마어마한 장소에 가만히 앉아서 커피를 들이켰다.

       

        “……오빠. 우리 왜 여기 있을까?”

       

        “글쎄?”

       

        그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전부 오늘 저녁에 잡혀 있는 ‘라그나 & 최강물소 & 살랑미미’ 세 사람의 현실 합방 때문일 것이다.

       

        멸천룡의 게이트 초대가 끝난 후, 다우림은 라그나에게 살랑미미와의 합방 제안했다. 그리고 라그나는 그것을 흔쾌히 허락했고 말이다.

        심지어 황송하게도(?) 그냥 일반인인 다우림과 송지혜의 사정을 보아서, 라그나가 직접 송지혜의 집으로 찾아오기로 했다.

        당연히 갑자기 떨어진 사태에 한국은 비상사태에 들어갔고, 멸천룡의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던 양지 엔터테인먼트와 한국 헌터 협회는 급하게 다우림과 송지혜를 호출했다.

       

        이렇게 되어서…… 이 둘이 이곳에 불려 온 것 정도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멸천룡의 게이트를 구경했던 날, 휴방날, 그리고 어제까지 단 3일밖에 여유 시간이 없었으니…… 오늘 저녁에 합방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터 협회에 불려 올 수도 있는 법.

        ……문제는 왜 이 둘이 협회장실에 앉아 있냐는 것이다.

       

        “우리 뭐 잘못했나?”

       

        “어…… 드래곤을 합방에 끌어들인 거?”

       

        “…….”

       

        그건…… 잘못한 것 맞는 것 같은데?

        단순히 아는 지인을 합방하자고 권유한 것이 죄가 되지는 않지만, 그 ‘아는 지인’이 드래곤이면 죄가 맞는 것 같다.

        특히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이 야근하게 되었다면 더더욱.

       

        다우림과 송지혜가 4번째 커피잔을 쭈욱 들이킬 때였다.

        협회장실 문이 열리며, 건장한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자신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중년의 남자.

        이 한국 헌터 협회를 대표하는 김두식 회장을 앞에 두게 된 줄이 바짝 얼어붙었다.

       

        김두식 헌터 협회장은 비록 C랭크 헌터에 불과하나, 한국에 있는 이들 중 그를 쉽게 생각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한국에 헌터 협회를 유치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이였고, 이 한국에서 살아 있는 전설 취급받는 사람이니까.

        현재 한국에서 이만한 헌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그의 공이었다 할 만큼 대단한 인물인 것이다.

       

        “이런. 너무 얼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아아아아닙니다.”

       

        “그럼요.”

       

        이미 서 있는 자세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세.

        능력을 각성한 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번뜩이는 안광.

       

        비록 C랭크 헌터인데다, 현장직에서 물러선지 10년이 넘어가지만…… 일반인에게는 그 역시 범접할 수 없는 헌터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김두식 협회장은 쓴웃음을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

       

        “서서 이야기하기도 그러니, 앉아서 이야기하죠.”

       

        “네, 네넵!”

       

        “알겠습니다.”

       

        바짝 얼어 버린 상태로 자리에 앉는 둘.

        마치 군대에 갓 전입한 신병마냥 각 잡힌 상태로 앉은 둘을 천천히 살피던 협회장이 입을 연 것은, 그들의 앞에 새로운 커피잔이 놓여졌을 때였다.

       

        후릅!

       

        비싼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협회장.

        두 눈을 감고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하듯 하던 협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갑자기 두 분을 보자고 한 것은, 급히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

       

        “저희에게요?”

       

        휘둥그레진 얼굴로 협회장을 바라보는 둘.

        그런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던 협회장이 착잡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말하기에 앞서……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기밀 사항입니다. 어디 가서 말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

       

        “!!”

       

        기밀 사항?!

        아니…… 그런 중요한 것을 왜 저희에게 하십니까?

        저희는 대기업 스트리머도 아니고, 그냥 하꼬 스트리머란 말입니다!!!

       

        그런 둘의 속마음을 읽어낼 재량이 없는 협회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2시간 전, 호주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호주의 헌터 협회에서 세계 헌터 협회로 발송된 내용은 이렇다.

        세계에 존재하는 7개의 EX랭크 게이트 중 하나이자, 호주에 위치한 EX랭크 게이트.

        울루루 게이트가 곧 열릴 징조를 보이고 있다고.

       

        “……네?!”

       

        “엑?!”

       

        협회장의 말을 뒤늦게 이해한 둘이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EX랭크 게이트가 터지는 경우는 지구 역사상 최초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멸천룡의 게이트는 뭐냐고?

        어…… 그쪽은 조금 다르다고 봐야 한다.

       

        설명하자면 복잡하긴 한데, 멸천룡의 경우에는 인간을 적대하지 않기에 게이트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게이트가 터졌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의 울루루 게이트는 확연히 다르다.

        그쪽은 확실하게 인류에게 적대적인 존재들이 존재하고,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문제는 그 게이트가 EX랭크 게이트라는 것.

        이번에 멸천룡의 게이트를 구경한 이들은 EX랭크 게이트의 수준이 어떤지 잘 알 것이다.

        인간이었다면 나름 이름 날리며 유명해졌을 수준의 괴물들이 경비병을 하고 있으며, 인간이었다면 S랭크가 되어 세계에 이름을 알렸을 존재가 하급 기사를 하는 세상.

        그리고 그 보스 몬스터는 인류의 모든 이들이 대항조차 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그 ‘멸천룡’이다.

       

        즉, EX랭크는 인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터지려고 한다고?!

       

        “크, 큰일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둘의 호들갑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는 협회장.

        그냥 보면 민간인 둘만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커피잔을 들고 있는 협회장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어온 그조차 지금의 상황에 겉으로만 평온을 연기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방송인 둘이 곧 닥쳐올 사태에 절규하고 있을 때였다.

        다우림은 문득 든 의문에 협회장을 바라보았다.

       

        “저…… 그런데 왜 그런 이야기를 저희에게 하시는지?”

       

        그들이 무슨 S랭크 헌터이기라도 하는가? 아니다.

        그들이 세계에 이름을 떨친 유명한 대기업 스트리머라도 되는가? 아니다.

        그들은 그냥 평범한 FPS 전문 스트리머, 라츄얼 스트리머일 뿐이다.

        그냥 멸천룡과 친분이 조금 있는…… 아?

       

        “저, 협회장님.”

       

        “네.”

       

        “저 방금 굉장히 무서운 생각이 하나 났는데요.”

       

        “네.”

       

        “……아니죠?”

       

        “…….”

       

        다우림은 간절한 시선으로 협회장을 바라보았다. 제발 자기 예상이 틀리길 바라면서.

        하지만 다우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협회장의 시선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놈의 불길한 예상은 왜 빗나가지를 않는지…….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의 인류에겐 EX랭크 게이트를 막아 낼 힘이 없습니다.”

       

        협회장이 진지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의 미간이 좁혀지며, 오랜 경험을 한 이의 연륜으로만 느껴지는 기백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이대로라면 호주는 멸망할 것이고, 어쩌면 뉴질랜드와 남극, 그리고 최악의 경우엔 세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겠죠.”

       

        “…….”

       

        “…….”

       

        꿀꺽!

       

        세계 멸망까지 이야기하는 협회장의 말에 둘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둘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협회장이 말을 이었다.

       

        “그나마 이현님과 백익룡님이 나선다면 가능성은 있겠지만…….”

       

        엘더 드래곤인 백익룡의 힘이라면, EX랭크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는 강대한 몬스터들 정도는 문제없을 것이다.

        멸천룡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이 개미를 눌러 죽이듯 손쉬운 일일 테니까.

        문제는 EX랭크 게이트의 보스다.

       

        “백익룡님도 보스만큼은 어찌하기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엘더 드래곤인 백익룡조차 보스의 강함을 상대하기 힘들다고 공언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2년 전에 호주에 잠시 들렀을 때 했던 말이기는 하지만 겨우 2년 사이에 보스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백익룡이 강해진 것은 아니지 않나?

       

        “그, 그럼 어떻게 하죠?”

       

        송지혜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협회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결국 세계 헌터 협회 연합은 인간의 힘으로는 호주를 구원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

       

        작게 한숨을 내쉰 협회장이 두 방송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협회장이 무슨 이유로 자신들을 불러 모았는지 깨달은 둘의 안색이 푸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할 때.

       

        “그러니 두 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협회장이 둘에게 허리를 숙였다.

       

        “부디 멸천룡님을 설득하는데, 힘을 빌려주십시오!”

       

        “…….”

       

        “…….”

       

        툭!

       

        쨍그랑!

       

        두 민간인의 손에서 떨어진 커피잔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깨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들에게 주어지는 버스트 콜 미션!

    독자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무려 표지가 나옵니다!!!

    표지의 주인공은 당연히 소설의 주인공인 우리의 할모니(?)! 멸천룡 그랑 라그나 입니다!!

    지금은 작가님의 예약이 밀려 있어서, 표지가 나오는 시간은 다음 달 말이 될 것 같네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부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세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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