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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우와~ 황금이다!”

         

       “허허허….”

         

       “이걸 하루만에..”

         

       금자 백 냥. 흑묘나 혁기린이나 사마염이나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현물로 금자 백 개가 넘게 쌓여 있는 광경은 또 특별한 경치겠지.

         

       “눈이 뒤집힌 자들이 엄한 짓을 할 수 있으니 경비의 강화를 부탁드립니다.”

         

       “하하, 걱정 마시게 대협.”

         

       금자로 탑을 쌓기 시작한 흑묘와 그러다가 떨어져 금자가 찌그러질까봐 안절부절하는 혁기린. 흑묘는 눈빛이 보이는 상황이었다면 금전보다 눈이 더 반짝거릴 것 같은 즐거운 기색이다.

         

       딱히 황금이 탐난다기보다는 그냥 번쩍거리는 황금이 많으니 신이 난 모양.

         

       “일은 잘 되고 있냐?”

       

       “방금 전까지 열심히 하고 왔다니까요. 준비는 다 갖추어 두었으니 낚시만 하면 돼요.”

         

       예전에는 뭔가 불길한 밤의 상징 같은 느낌이었다가 요새는 그냥 방구석에서 이것 저것 건드리다가 화들짝 놀라는 집냥이 같은 느낌으로 변모한 흑묘지만 그냥 보여주는 모습만 저렇게 바뀌었을 뿐.

         

       월복당의 수장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으니 믿어야지.

         

       월복당은 그냥 조직이 아니다.

         

       유저들이 얼마나 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개발자 놈들이 이를 악물고 숨겨 놓은 히든 피스나 이스터에그 등. 유저들은 결국 게임에 숨겨 놓은 모든 요소를 다 뜯어내는 자들이다.

         

       천년에 한번 등장하는 신비 비경, 사라진 전전대 고수의 비급, 아무도 모르는 무림의 비사. 이런게 뭐 대수인가. 어차피 플레이어, 고인물에게 한번 찍히면 그대로 낱낱이 까발려져 예쁘게 가이드라인이 그려진 뒤에 공략으로 포장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월복당은 플레이어의 손에서 자신들의 비밀을 지켜내는 것에 성공했다. 신비정보조직 월복당. 플레이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명칭에 월복당을 파내본 유저들도 꽤 많았지만 월복당의 실체를 잡은 플레이어는 없었다.

         

       그래서 나도 미구현 요소나 맥거핀인줄 알고 있었지.

         

       월복당과 그 당주인 흑묘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러고보니 두 분. 제 남장 사실을 알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들었다 하심은? 사마염 태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 성별에 대한 부분은 꼭 함구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흑묘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물론이에요! 전 이미 혁기린 대협을 제 동성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우리끼리만 있을 때는 남자 연기대신 편하게 지내요!”

       

       “후후후. 알겠습니다.”

       

       “좋아요!”

       

       흑묘가 휙 달려들어 혁기린을 껴안았다. 그 반동으로 흔들리는 금자의 탑. 

         

       “앗 그렇게 움직이시면!”

         

       흔들!

         

       금자의 탑이 출렁였다.

         

       “이 높이에서 돌바닥에 떨어뜨리면 금자가 찌그러지고 말아요!”

       

       혁기린이 깜짝 놀라서 출렁이는 금자의 탑 옆부분을 손가락으로 가격했다. 흔들리는 중심의 맥을 단번에 파악한 것인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기울었던 금자의 탑이 한번 비틀거리더니 곧바로 섰다.

         

       “오…대단해요!”

         

       짝짝짝!

         

       “아, 아니 이런 걸 가지고 박수씩이나…!”

         

       짝짝짝!

         

       “그, 그만하세요!”

         

       쑥스러워하는 혁기린과 그런 혁기린의 모습이 귀여워서 일부러 더욱더 박수를 치고 있는 흑묘. 수치심에 더욱더 몸을 배배 꼬는 혁기린. 그리고 그런 혁기린의 모습을 직관하고 있는 사마염.

         

       음.

         

       이런 사람들을 믿고 작전을 결행해도 괜찮은 거겠지?

       

       “두 분은 뭘 하고 계신 겁니까?”

         

       화장을 지우고 평범한 무복으로 갈아입은 여일예가 차가운 눈으로 금자의 탑을 바라보았다.

         

       “어제 은공께서 밤새 땀흘려 도박해 벌어들인 돈입니다! 제자리로 돌려 놓으세요!”

         

       여일예의 호통에 구시렁거리며 다시 금자를 재배열 하는 흑묘. 그런 흑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을 좁히는 여일예.

         

       “어제 은공께서 얼마나 열심히 돈을 벌어들였는지 아십니까? 자존심이고 체면이고 모두 벗어던지고 그저 일심으로 긁어모으신 돈입니다. 함부로 취급할 게 아닙니다.”

         

       “선배가 뭘 어쨌다고요?”

         

       “사람들의 비웃음에 겁을 먹은 채 부들부들 떠는 연기를 하셨지요. 그것도 어제 밤 내내 말입니다!”

         

       “헤에. 그리고요?”

         

       “돈을 따고도 차마 크게 기뻐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돈을 챙기는 모습이 참으로 한심한 모습 그 자체더군요! 연기인 것을 알면서도 감탄을 금치 못할 솜씨였습니다!”

         

       “커흠…그만하시게.”

         

       “아닙니다! 은공께서 얼마나 체면을 구기고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 돈을 벌었는지 알아야. 이 돈의 소중함을 깨닫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만하라고.”

         

       흑역사 방출 멈추라고. 흑묘가 풉풉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어제 성락루에서 펼쳤던 활약에 대한 목격담을 싹 다 모아 서류로 정리해 박제해 놓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한창 여일예가 열을 올리며 내 흑역사를 방출하고 흑묘와 혁기린이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는 와중.

         

       “당가의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비천마차가 도착했다.

         

       *** ***

         

       “호 낭인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얼굴에 윤기가 반짝반짝 흐르는 당도연이 포권을 해 보였다.

         

       “…도경 형은요?”

         

       당도연이 말없이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시체 한 구가 들어 있었다. 당도경은 마차 안에서 죽었다.

         

       물론 진짜 죽지는 않았고 9할 정도만 죽었다.

         

       “…으어어어.”

         

       “자, 도경 형. 일어나시게. 일어나서 물 한잔 하면 좀 괜찮아 지더군.”

         

       내가 당도경을 부축해 짊어지고 나자 당도경이 입을 열었다.

         

       “호, 형…어찌하여 비천마차로 날 부르셨소.”

         

       그야, 너 때문에 나도 이 마차에 탔는걸.

       

       너는 알고 탔지만 나는 모르고 탔다고.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내 침묵에 대답을 기다리던 당도경의 고개가 툭 하고 떨궈졌다. 살펴보니 기절한 건 아니고 기력이 다 해서 고개를 들 힘도 없는 모양이다.

         

       흑묘가 간도 크게 비천 마차 주위를 맴돌았다.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한 모양이다. 다른 사람은 ‘대체 저 마차가 뭐길래 초절정 고수를 떡으로 만든거지?’라는 경계심을 가지고 접근도 안 하고 있는데 말이야.

         

       “호오, 비천 마차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비천 마차..? 빨라 보이긴 하네요.”

         

       “후후 당연하지요. 사천에서 당가타까지 고작해야 하루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의 혁명입니다. 이미 운행한지 오 년이 지난 당가의 유서 깊은 탈것이지요.”

         

       당도연이 또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저 영혼탈곡기에 흑묘까지 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황급히 두 사람을 불렀다. 이제부터 흑묘의 활약이 중요한데 탈곡당하면 큰일난다고.

         

       자꾸 비천마차에 호기심을 보이는 흑묘와 그런 흑묘를 어떻게든 비천 마차 안에 태우려는 당도연의 마수를 저지하느라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운기조식 후 간신히 회복한 당도경이 합류했다.

         

       “도경 형, 혹시 산적 두령들은 몇 사람이나 맡을 수 있겠습니까?”

         

       “죽이고자 한다면 넷이고 다섯이고 문제가 아닙니다. 암기전에서 암기를 아주 넉넉하게 내어 주셨거든요.”

         

       당도경이 허리춤의 암기낭을 툭툭 쳐 보였다. 당가에서 직계의 암기를 죄다 빼앗아 차고 다니던 때와 수량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모습. 대체 암기 지원을 얼마나 빵빵하게 해 준 거야.

         

       “도연이는 독을 위주로 챙겼습니다. 정말 살상만을 위해 사용하면 둘이서도 정남산의 산적을 전멸시키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혁기린과 여일예가 마른침을 삼키는 것이 보였다. 뭐…당도경은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말했지만 둘이서 산적 연합을 쓸어버린다는 것은 쉬이 말할 수 있을 힘이 아니었다.

         

       이게 바로 당가의 무서움이지.

         

       무인의 힘은 내공에서 온다. 그러나 이 내공은 하루아침에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약을 먹으면 하루아침에 늘어나기야 하지만 영약이 괜히 영약인가. 구하고 싶을 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저차가 있을 뿐 무인 한명이 할 수 있는 활약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당가의 무인들은 그런 제약에서 반쯤 벗어나 있다. 암기와 독을 거침없이 풀어낼 각오만 한다면야 본인과 같은 경지의 다른 무인보다 몇 배, 혹은 몇 십배의 활약을 할 수도 있다.

         

       황금보다 비싼 암기들을 비둘기에게 주는 강냉이처럼 거침 없이 뿌릴 수만 있다면야 초절정 둘이서 초절정 넷과 오백의 무인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두사람은 최소한의 활약만 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 두 사람은 조연이나 단역이 되어야 하니까.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사천성의 일은 사천성의 사람들이 해결해야지.

         

       그걸 못 했기에 구파일방의 지부가 설립한다고 난리가 난 게 아닌가.

         

       “흐음. 그런데 이 전단지를 그대로 뿌려도 되겠습니까? 이래서야 대협이 간섭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습니까.”

         

       사마염이 의외로 날 걱정해주는 소리를 했다.

         

       “뭐, 일을 이렇게 벌여놓고도 흑립에 숨어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미 얼굴은 노출했다. 무협지에서 역용술을 펼치면 아무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 무림천하에서 그 정도 수준의 역용술은 무림의 절기로 꼽히는 상승무공들이다.

       

       성형수술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전문의가 혼신의 힘을 다해도 그렇게 티가 나는데 그냥 내공으로 얼굴을 주무르면 그게 자연스럽게 얼굴이 나오겠는가.

         

       어지간한 역용은 단번에 티가 나며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한 번 보는 것은 몰라도 감시의 눈길이 가득한 기루에서 쓰고 있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냥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이쯤에서 내 그림자를 슬쩍 한번 보여 줘야 황금선에게 혼란과 분노를 안겨 주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진행해주세요.”

         

       사마염이 고개를 끄덕였다.

         

       *** ***

       

       “휴우…”

         

       광양문도인 장삼은 한숨을 내쉬었다. 광양문은 사천성에서 그래도 괜찮은 평가를 받는 문파였다. 구파일방의 한 곳인 점창파와 제휴관계인 것만 해도 이 사천성 문파들 사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사천성의 문파라고 모두 구파일방과 끈이 닿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견실한 중소문파가 아닌이상 구파일방은 접촉조차 하지 않으니까. 실제 구파일방과 제휴관계인 문파는 이 사천성의 문파 전체를 통틀어 보면 3할 정도일까.

         

       그렇기에 늘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저 빌어먹을 자식들…”

         

       “그런 짓을 하고도 잘만 돌아다니는군.”

         

       사천성 문파들이 밥그릇 걱정 때문에 사천의 거대문파들이 개입하는 것을 결사반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특히 다섯 대문파의 성명은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아주 적절했기에 그 성명 이후에 사람들의 시선이 배는 매서워졌다.

         

       ‘이거 눈치 보여서 살겠냐고..!’

         

       이 오해를 벗을 수 있다면 진짜 뭐라고 하고 싶은 것이 장삼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산적의 세는 강맹하고 사천성의 문파들은 작았다.

         

       “포고요! 포고!”

         

       그런 생각을 하며 분통을 터트리는 와중 관군들이 돌아다니며 사방에 전단지를 흩뿌렸다.

         

       “태수께서 산적을 토벌하기 위한 토벌군을 모집 중이오! 곧 관청의 단상에서 태수께서 설명회를 진행하실 것이니 참고하시오!”

         

       ‘산적 토벌?’

         

       장삼은 시큰둥한 눈길로 관군들을 바라보았다. 삼지창의 날이 뭉뚝한 것은 제압용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 창을 잡고 있는 파지법조차 엉망이다. 무인으로 따지면 삼류나 될까. 이런 관군들이 나선다고 문제가 해결이 되겠는가.

         

       주변 사람들도 다 그런 생각인 듯 소 닭 보듯 관군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전단지의 내용이나 한번 볼까.

         

       장삼은 그렇게 생각하며 종이를 주웠다.

         

       “…뭐지.”

         

       [♚♚사천태수의 의용군 모집 성명♚♚방문시$$전원 태수 사마염☜☜목격기회100%증정※ ♜사천당가 투견 당도경, 당도연 ♜참여예정¥ 참여문파 §§ 조건없이 §§ 개선행진 ★참여가능★ 명성획득기회 @@@ 즉시이동: 북천대로 관아 앞 단상. ]

       

       어쩐지 소용돌이가 느껴지는 전단지였지만 아무튼 내용은 머리에 날아와 박혔다. 

         

       “…당가. 당가의 사람들이 토벌군으로 나선단 말인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포고문을 뿌리고 다니는 것은 바로 관군이었다.

         

       장삼은 홀린 듯이 관아로 향했다. 온 사천성에 전단지가 뿌려진 듯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발 딛을 틈도 없었다.  장삼은 군중들 사이에 서 있는 여러 무인들을 목격했다. 그들도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직접 이 자리로 걸음한 것일까. 

         

       “여러분 반갑습니다. 사천태수 사마염입니다.”

         

       와아아아아!!

         

       사천태수의 등장에 사람들은 함성을 질렸다. 아무튼 산적을 토벌하기 위해 군을 내기로 했으니 우선 환호성을 보내주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진정시킨 사마염이 크지는 않지만 귀에 쏙 박히는 낭랑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천성 인근에 산적들이 날뛰었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들었으나 이 사마염은 부끄럽게도 무(武)에 일천한 일개 문사에 불과해 이리 시일을 지체하게 되었습니다.”

       

       사마염의 정중한 태도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 차분함을 되찾은 좌중들은 침묵으로 질서를 지켰다.

         

       “다만 관군만으로 산적을 토벌하기에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 되는 바. 그렇기에 이 사천성의 영웅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성명문을 내게 되었습니다.”

         

       웅성. 웅성.

         

       그리고 그 침묵은 곧바로 깨졌다. 아니 사천성의 문파들이 산적을 토벌할 힘이 없다는 것은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가 아니었나. 그런데 왜 태수가 뒷북을 치는 것일까?

         

       성급한 사람들이 현실을 모르는 태수가 헛짓을 한다고 욕을 했지만 사마염은 말을 이었다.

         

       “무에는 일천한 본인이 진두지휘를 할 수는 없는 바. 그리하여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으니 바로 사천에 유명한 명가, 중양진의 위를 보유한 가문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중양진이면 관직 이름 아닌가?”

         

       “맞네. 아니 문가의 사람이 무인들을 이끌고 산적을 토벌한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에 한 청년이 단상에 올라왔다. 그 청년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투견 당도경이잖아!”

         

       “아니 그럼 중양진의 관직을 가진 가문이 당가였단 말인가!”

         

       “당가가 관직이 있었다고? 금시초문이네만!”

         

       “이 사람! 당가가 이 사천의 호족임을 잊었는가! 당연히 관직 정도는 있겠지!”

         

       “반갑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부드럽게 찍어 누르는 내공. 사람들의 혼란은 가시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기대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천당가에서 나서서 산적을 토벌한다지 않는가!

         

       “사천태수 사마염 공의 요청에 따라 이번 산적 토벌의 전권을 위임받은 당도경입니다. 강호의 동도 여러분에게는 투견 당도경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지 모르겠군요. 산적들로 인해 사천성의 만민이 고통받는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찰나, 관의 요청이 들어와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와아아아아!!!

         

       당도경! 당도경!!

         

       “이 당도경, 의기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이 당도경의 한 손과 관군의 병력만으로는 산적을 말끔하게 토벌하기에는 손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무리하여 토벌을 진행해 그 불씨를 잔뜩 남긴다면 훗날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알겠습니까? 그리하여 태수님과 상의 하에 이런 포고문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평소부터 사천성 문파들의 정기를 흠모해 왔던 도경입니다. 그 협기를 떨칠 일이 없어 안타깝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리 되고 나니 단번에 사천성의 협객들이 생각나지 뭡니까. 협기는 충분하나! 그 힘이 조금 부족하여 산적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던 안타까운 사천성의 협객분들 말입니다!”

         

       ‘기회다!’

         

       장삼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천성 사람들에게 쌓여 있는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천성 협객분들의 의기에 부합하고자 토벌에 참여하는 영웅분들을 위해서 관에서 몇 가지 조촐한 혜택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사마염의 말에 무복을 입은 자들의 귀가 곤두섰다.

         

       “우선 산적을 토벌한 무인과 문파가 어떠한 활약을 했는지 기록한 영웅비를 사천중로 한복판에 세울 예정입니다.”

         

       장삼은 귀를 후볐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였다. 공적이….박제가 된다고?

         

       협행을 해도 기껏해야 잠깐 화제가 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조금만 시일이 지나면 진위여부도차 알 수 없어지는 판국인데 산적을 토벌하면 그 공적이 사실로 기록되어 영구박제가 된다고?

         

       “또한! 산적을 포로로 잡아 관아로 압송해주시는 협객분들을 위한 개선 행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개선 행진? 가슴을 쭉 펴고 사천인들의 흠모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 대로를 행보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뒤로 여러 가지 혜택들이 나열되었다. 문파에 참여한 곳에 산적 토벌에 기여했다는 감사패를 놓을 수 있다던가. 개개인들에게는 산적 토벌에 참여했다는 증명인 영웅건이나 무기에 매달 수 있는 수실을 수여한다던가.

         

       “오오오오!!”

         

       무인들은 그런 사실이 발표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아무 말 없이 분위기를 잡고 있어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동으로 영웅이라는 사실이 인증되는 영웅건이라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얻어야 할 귀물이었다.

         

       현대인의 발상이 짙게 투영된 물건들! 현대의 마케팅 맛을 처음으로 본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환호했다. 

         

       이미 관아의 앞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산적 토벌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만으로도 열광하기에 충분했고 무인들은 자신의 명예와 공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명예와 간지를 모두 갖춘 참가보상에 환호했다.

         

       “여러분!”

         

       마지막으로 당도경이 쐐기를 박았다.

         

       “이 일은 시급을 다투는 일입니다! 모든 준비는 관아에서 마친 상태입니다! 그러니 내일 자정까지 참여신청을 받을 것이며 출발은 3일 뒤입니다! 어서 이 소식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흥분해 이 소식을 전파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지금 당장이라도 참여 신청을 하기 위해서 관아로 몰려가는 무인들.

         

       장삼은 광양문을 향해 달렸다.

         

       ‘이건! 무조건! 참여해야 해!’

         

       사천성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천안 흑역사 박제(부정)

    사천무림인 공적 박제(긍정)

    *혁기린이 호천안과 흑묘에게 남장을 간파당했다는 사실을 눈치챈 묘사를 추가했습니다.

    22/9/07일 혁기린이 호천안과 흑묘에게 남장을 간파당했다는 사실을 눈치챈 묘사를 강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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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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