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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아렌은 아직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난 지지 않았다!’

         

       일격에 쓰러지긴 했으나, 그건 제 몸 상태가 만전도 아닐뿐더러, 불의의 일격에 맞아 그리 됐을 뿐.

       자신이 약하거나 상대가 압도적이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아렌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백은사자가 자랑하는 ‘백사자’다.

         

       팬드래건의 백사자.

         

       현 시대를 대표하는 기사가 자신이란 뜻이었으니…!

       하여 그는 제 패배를 부정하였으며, 다시 싸운다면 결과가 달라지리라 확신했다.

         

       ‘비록 상대가 강한 것은 부정할 수는 없으나, 내가 검만 뽑았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다!’

         

       검을 뽑은 자신은 강하다.

       그러한 자기 확신으로 무장한 아렌이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확신은 그에게도 가득했었다.

         

       그랬을 텐데….

         

       ‘뭐, 뭐지, 저건…?’

         

       아렌은 제 앞에 펼쳐진 아수라장을 목도하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베, 베이커 경? 리먼 경….”

         

       베이커와 리먼.

       실력자까진 아니지만, 기사다운 무력을 갖춘 이들이 아닐 수 없다.

       한데 그런 그들이….

         

       ‘저, 저토록 볼품없이 당한다고?’

         

       어처구니가 없다.

       만약 저들이 불의의 기습을 당하였으면 모를까, 불한당은 정면에서 놈들을 향해 맹수마냥 크게 소리쳤고 두 기사는 몸이 굳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마치 무형의 기운이 두 기사를 덮친 것처럼.

         

       허나 이건 시작인 것처럼.

         

       “데, 델린 경. 테메른 경, 토바로스 경까지….”

         

       제1기사단이 자랑하는 맹자들.

       그들이 모두 눈을 뒤집은 채 무참하게 쓰러졌다.

       검을 뽑고 달려든 그들이었건만, 어린 아기가 어른에게 재롱을 부리다 가볍게 던져진 것마냥 모두가 나가떨어진 것이었다.

         

       그조차 저들을 제압하려면 고전을 면치 못하거늘….

         

       허나 저들을 제압한 것보다 더욱 경이적인 것은!

         

       “하! 맨날 트롤이라고 부르니까 지가 진짜 트롤인 줄 아나? 저놈 왜 저렇게 성장했어?”

       “…저와 검을 겨뤘을 때와 격이 다르군요. 저도 노력했다고 노력했는데, 이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을 줄이야….”

       “이건 네가 부족한 게 아니라, 단순히 저놈이 비상식적으로 성장한 것뿐이야, …그래도, 기사를 ‘백 명 이상 제압’하는 건 아무래도 성장이란 개념으로 정의해도 되나 싶지만, 그것도….”

         

         

       ─아무런 부상도 없이.

         

         

       …그래, 저 괴물은 무려 백 명을 가뿐히 넘는 백은사자를 손쉽게 쓰러트렸다.

         

       ‘뭐 저런 괴물이…!’

         

       땀을 흘리고 숨을 헐떡일지언정, 상처나 부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이 아렌의 안색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고, 기어이 저 괴물은….

         

       “-더 덤빌 놈은 없나?”

         

       “…….”

         

       “없나 보군. 그럼 승자의 권한으로 말하지. 앞으로 날 귀찮게 굴지 마. 난 정치놀음도 싫고, 너희와는 더더욱 얽히기 싫은 놈이니까. 그런데도 내 경고를 무시하고 덤벼든다면, 그땐 봐주는 것도 없다는 걸 알아야 할 거다.”

         

       담담한 경고.

       저놈은 무려 1기사단과 2기사단을 상대로 경고를 했다.

         

       무려 왕당파와 귀족파의 무력을 상징하는 그들을 상대로 말이다.

         

       허나 그 누구도 저 경고를 감히 무시할 수가 없다.

         

       지금 그가 보인 무력은 그야말로….

         

       ‘이런 미친, 오러 유저도 아니고….’

         

       ……오러 유저를 연상케 하기 충분했으니까.

         

       기사들은 떨리는 동공을 감추지 못하였고, 그중 자존심이 유독 강해 보이는 기사 한 명이 분을 참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협박하는 건 좋은데, 협박도 실력이 있어야 하는 거지. 실력도 없는 주제에 하는 협박은 개가 짖는 것보다 못해.”

       “!!?!”

       “분하면 실력을 키워. 참고로 말하건대, 너희 지금 실력은 적혈수리 한 명조차 못 당해낼 거다. 못해도 열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야 좋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군.”

       “이이…!!”

         

       다른 곳도 아니고 적혈수리와 백은사자를 비교하며, 그들보다 한참 부족하다 평가하는 그의 발언에 기사들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졌다.

       비록 이토록 무참히 졌어도 그들은 백은사자였다.

       왕도 최고의 기사단이란 말이다!

         

       모멸이 아닐 수 없고, 발끈하는 게 당연했으나…!

         

       “말했잖아, 불만이면 덤비라고. 다만, 이제 ‘봐주는 건 끝났다’는 건 알아야 할 거다.”

         

       “…….”

         

       나지막한 경고가 울려 퍼졌고, 그들은 모골이 송연하다는 것이 뭔지 경험해야 했다.

         

       그가 내뿜는 기세가 그들을 완전히 압도하였기에.

         

       …백은사자의 완전한 패배인 셈이었다.

         

       *

       *

       *

         

       이한은 왕실 감옥에 있었다.

       억지로 끌려온 건 아니다.

       그저 허약하기 그지없는 병사들이 상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벌벌 떨며 다가와.

         

       – 그…. 이, 일단 가, 같이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고 하는 꼴이 안쓰러워 와준 거지.

         

       또한 끌려왔다고 해도.

         

       – 밥이랑 침대 준비 안 하면 이 감옥 무너트릴 거니까 알아서 해라.

       – 어…. 그것이….

       – 아님 저기 쓰러진 것들, 마저 두들겨 팰까?

       – ……다른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실상 철창 안에 있으나, 그 누구도 이한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갇히긴 갇혔으나, 깨끗한 물로 몸도 씻을 수 있고. 원한다면 병사들이 필요한 걸 챙겨주니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하루만 여기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하하하! 이놈 이거, 언제 한 번 크게 사고 칠 줄은 알았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사고를 치는구나, 크아하하!”

         

       “…좀 조용히 좀 웃어요, 귀청 터지겠네.”

         

       “하하! 이토록 우스운데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크아하하하!”

         

       “……돌겠네.”

         

       아무래도 조용히 있긴 그른 것 같다.

         

       이한은 그가 웃을 때마다 몸이 진동하였기에 몸이 다 떨렸다.

       마치 대형 스피커가 바로 코앞에서 직격하는 감각.

       웃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쓰는 사자후를 떠오르게 한다.

         

       ‘왜 나보고 다 괴물이래? 진짜 괴물이 여기 떡 하니 있는데….’

         

       이한의 비해 작은 몸집의 중년인.

       마른 가지와도 맞먹는 허약한 몸을 가졌을 게 분명한 백발의 중년인이거늘.

       정정한 걸 넘어 힘이 넘쳐났고, 눈빛에서 피어오르는 형형한 안광은 젊은 기사 못지않은 강렬한 생기와 기력이 넘쳐흘렀다.

         

       올해 70세가 넘었음에도 여전히 정정한 양반이 아닐 수 없으리라.

         

       발타르.

         

       살아있는 전설이자 대영웅, 혹은 팬드래건 최강이자 최고의 기사란 명성을 가진 기사가 바로 그였다.

         

       ‘…이 양반, 이렇게 강했구나.’

         

       이한은 서늘함을 느꼈다.

         

       올해 들어 유난스러울 정도로 큰 사건 사고를 겪었기 때문일까?

       그는 강제적으로라도 성장해야만 했고, 다행스럽게도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또한 그는 살아남으며 강해졌다.

       육체의 한계를 넘나드는 수련과 기적의 비약, 그리고 목숨을 건 투쟁 등을 통해 얻은 경험치가 드디어 그를 레벨 업 시킨 느낌이라고 보면 되었다.

         

       하여 이한은 자신이 어느 정도 강해졌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턱도 없었네.’

         

       주륵…!

         

       이한은 기어이 식은땀을 비처럼 쏟으며 발타르와 자신의 격차를 실감했다.

         

       성장했기에 도리어 더 실감한 것이었고, 자신과 발타르란 남자의 힘 차이가 여실 없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까마득했다.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상대가 나보다 백 바퀴 이상 앞서고 있던 거네, 이건.’

         

       등조차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역시 겸손해야 하는 거네.”

       “그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냐?”

       “우라질….”

         

       이 양반에게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싶은 아득함이 그를 덮쳤지만, 이한은 그럼에도 대항한다는 마음가짐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무조건 이 양반 따라잡는다.’

         

       상대가 백 바퀴, 아니 천 바퀴 이상 앞서고 있을지언정!

       어떻게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뛰면 되는 거다.

       아득하다고 하여 포기하는 순간 그건 끝인 거다.

         

       자기긍정과 극한의 행복회로.

         

       패전처리 투수나, 팀을 말아먹었음에도 당당해야만 하는 축구감독마냥 극한의 멘탈 케어를 선보이는 이한이었다.

         

       비록 지금은 지더라도 나중에 이기면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허허, 혼자 뭐 저리 표정변화가 다양한지, 원.”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질리지 않는다며 방금 전과 다른 의미로 웃어대는 발타르였다.

         

         

       허나 그 웃음에는 어딘지 제자나 자식의 성장을 바라보는 흐뭇함이 담겨 있었다.

         

       * * *

         

       발타르는 딱히 이한을 혼내거나 놀리기 위해 이 야밤에 기사단까지 온 것은 아니었다.

       그가 그 정도로 한가한 사람도 아니었고.

         

       “한가한 거 맞잖아? 일도 거의 안 하고 자기 애인들이랑 놀기만 하는 양반이.”

       “어허!”

       “…맞잖아?”

       “주둥이가 고약한 것이 매가 필요한 모양이구나.”

       “……그냥 다물게.”

         

       하루 종일 기절하고 싶지는 않은지라 입을 다무는 이한이었다.

         

       “흘흘, 너 때문에 궁전이 난리가 났더구나.”

         

       135명이란 인원이 한 명한테 묵사발이 난 사건.

       이 때문에 명분상 3기사단의 단장인 발타르 또한 야밤에 불려온 것이다.

         

       어떤 이는 괄괄 대며 난동을 부린 자를 처벌하라고 난리였으나….

         

       “도리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기사단 수준이 얼마나 처참했으면 일개 평기사 한 명에게 다 패배했을까.”

         

       그러나 발타르는 이한이 잘못했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에게 백 명 이상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수치스러워하고 반성하는 게 옳은 바.

         

       “멍청한 것들이지. 전쟁 때 이런 사달이 났는데도 잘잘못을 따질 건지, 원….”

       “…큼.”

         

       뭔가 심각한 사인이 많았던 것 같다.

       이한은 왠지 이제 은퇴하여 유유자적 살 노인을 고생 시킨 느낌도 들어 고개를 돌렸다.

         

       …자기도 심했다는 자각은 있기에.

         

       다만.

         

       ‘좀 억울한 것도 있는데….’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한도 이렇게까지 할 마음은 없었다.

       먼저 시비를 건 선동자 몇몇만 가볍게 타이르고 끝낼 셈이었지.

         

       한데.

         

       – 이놈! 우릴 모함하지 마라!

       – 어찌 우리가 왕자 전하를 이용했다고 하는 것이냐…!

       – 천하의 무도한 자를 보았나!

         

       …대충 이런 식으로 성을 내더라.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이었고, 도리어 목소리를 키우는 그들이었으며 점점.

         

       ‘지들이 일을 키웠지.’

         

       한 명을 쓰러트리니 다른 놈이 오고, 그놈을 쓰러트리니 갑자기 아군을 부르더라.

       거기다 아군마저 쓰러트리니 점차 소리치며.

         

       – 스, 습격이다! 습격…!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습격을 외치는 놈들이었으며, 그렇게.

         

       “2기사단까지 와서 가세하던데?”

       “…수치를 모르는 것들이군.”

         

       제 발 저리는 것을 넘어, 남의 도움까지 원하다니….

         

       이건 그야말로 기사단의 수치였고, 부끄러움이었다.

         

       허나 그 무엇보다 수치는.

         

       “그렇게 비겁하게 덤비고도 전부가 다 패배한 주제에, 내게 도움마저 요청하다니…. 이거야 원. 기사단이 아니라 용병대도 이러진 않을 텐데.”

         

       다 늙어빠진 힘없는(?) 노인에게 도움마저 요청하는 비굴함.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가관이었다.

         

       “네가 보기엔 어떻더냐?”

       “뭐가? 기사단 수준? 아니면 떼로 덤비고도 나한테 진 거 말한 거야?”

       “둘 다.”

       “…흐음, 확실히 허접하던데? 개인의 실력이야 뭐 기사들 ‘평균’에 턱걸이하는 수준인 놈들도 많더라. 어떤 놈은 수련도 안 한 건지 성장이 멈춘 놈도 있던데, 아마 그런 놈들은 얼마 안 가서 자멸하겠지.”

         

       교직에 임하며 검술학부에게 강조했던 외적인 단련.

       즉, 내공만 단련하고 외공은 등한시하다 보니 몸이 유리나 다름없는 것들이 백은사자에는 넘쳐난다는 의미였다.

       비록 지금이야 젊음과 재능, 투기법 등으로 버티고 있겠으나, 나이가 들어 몸이 노쇠 한다면 그때부턴 젊음이고 재능이고 없다.

       투기법이 일으키는 폭발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멸할 테니까.

         

       …그러나 실상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말이야, 최근 기사단 하나랑 싸울 일이 있었거든.”

       “들었다. 빨간 병아리 놈들을 깨버렸다고.”

       “…그거 비밀인데, 어떻게 알아?”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어쨌든, 하고자 하는 말이 무어냐.”

       “……음, 그냥 이거야. 기사단이란 건 분명 기사단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기사들끼리의 협력과 신뢰도 중요하다는 거야.”

         

       적혈수리와의 결투를 이겨내긴 했으나, 이한은 그때 정말 간담이 서늘했다.

       기사들의 합격진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았으며, 명문 기사단이 가진 저력이 무엇인지를 맞아가며 깨우친 것이다.

         

       그래선지 여전히 그날을 생각하면 온몸이 욱신거린다.

         

       자칫 삐끗했다면, 아니 기사단이 조금만 더 비겁했다면?

       명예와 결투 같은 모든 걸 제외하고 겨뤘다면?

       그들이 이한을 죽이는 데 전심전력을 기울였다면….

         

       그랬다면 어찌 됐을까.

         

       그에 대한 결론을 내는 건 쉬웠다.

         

       “난 죽었겠지.”

         

       그 정도로 기사단은, 아니 트리스탄은 강했다.

         

       한데 반대로 백은사자는.

         

       “다 따로 놀더군. 거기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서 제압하기 더 쉬운 것도 있었어.”

         

       적이 있음에도 적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신경 쓴다.

       다른 이가 자기의 등에 칼을 꽂을까 싶어 두려워하는 게 보이는 거다.

         

       즉, 백은사자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

       동료가 아니라 정적으로 본다는 것이었으며, 이런 기사단은….

         

       “마음만 먹으면 더 빨리 제압하는 것도 가능했어. 나한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그렇게 따로 놀고 있는데…. 솔직히 그게 기분 나빠서 더 패기도 했지.”

       “허허.”

       “어쨌든, 내가 봤을 때 이런 건 기사단이 아니야. 기사단이라고 하고 싶으면 좀 더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게 맞지. 그러니 난 오늘 기사단과 싸운 게 아니야. 계속 1대1로 싸웠고, 허접한 놈들을 차례차례로 격파한 거지.”

         

       협력할수록 도리어 약해지는 자들.

         

       그의 말은 사실상 백은사자는 기사단이 아니란 뜻이었다.

       왕국과 같은 역사를 지닌 기사단에 대한 촌철살인.

       기사단을 비롯한 수뇌부가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수치스러운 평가였다.

         

       허나 그 수뇌부의 비공식적 ‘정점’은.

         

       “옳거니!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시야가 넓어졌구나. 예전이었다면 그런 것도 몰랐을 녀석이.”

         

       …기뻐하는 건 그만의 착각이 아닐 것이다.

         

       발타르는 이한의 혹평을 들으면서도 기뻐했고, 이한은 떨떠름했다.

         

       “…왜 그렇게 좋아해?”

       “네 녀석이 드디어 기사단이 무엇인지를 이해한 것이 기뻐서 그런다. 아무리 기사도와 기사단이 뭔지를 가르쳐주어도 한 귀로 흘러들었거늘, 이제야 뭘 좀 아는구나, 하하!”

       “…….”

       “이제 슬슬 네 녀석도 복직해도 되겠어. 기사단으로 돌아오는 즉시 내 자리를 물려주도록 하마, 허허!”

         

       기사단이 역사적인 굴욕을 겪었지만, 어쩌란 말인가?

       이 젊은 기사의 시야가 넓어졌음에 보탬이 되었지 않은가.

         

       기사단 전체가 굴욕을 겪었어도 이한의 성장을 확인했으니 기쁠 따름이었다.

         

       하여 발타르는 이제 교관 일을 정리하고 그가 복직하길 바라였다.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한 지금이야말로 복직의 적기이며 단장이 될 기회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발타르는 기대감을 품고….

         

       “-나 복직 안 할 건데?”

         

       “……?”

         

       …허나, 안타깝게도 발타르의 기대감을 철저하게 배반당했다.

         

       성장은 했으나, 예의는 더 없어졌음을 증명하듯 그는 건방지게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단장도 안 할 거고. 그 귀찮은 걸 내가 왜 해?”

       “…명예로운 자리다만.”

       “그거 다른 애나 줘. 필요한 애들 많을 텐데.”

       “…….”

       “왜?”

       “…어째 버르장머리가 더 없어진 것 같다 싶어서 말이다.”

       “고쳐볼래?”

       “……요즘 안 맞긴 하였지.”

         

       이한과 발타르의 시선이 부딪쳤다.

       둘 중 누구도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으며 사나운 기세를 머금는 그들은, 당연한 수순처럼…!

         

         

       쿠우웅!!!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날 밤, 철창 스무 개가 반파된 이후에야 두 사내의, 아니 괴수들의 격돌은 멈추었고.

         

       이러한 두 괴수가 싸운 이유가 단지 복직하기 싫은 기사와 일을 짬 때리려는 기사 간의 사소한 다툼이란 사실을 끝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은 당연한 얘기였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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