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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샬롯 누님을 회귀자 취급하고 있다고?”

   [ 그래, 일단 임의로 그런 식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

     

   1차 시험이 끝나며 슬슬 결과가 발표될 무렵.

   크라슈는 브로치에서 전해진 크림슨가든의 목소리를 통해 메리와 시그린의 대화를 모두 전해 들었다.

     

   ‘확실히 샬롯이 보인 행보가 이전과는 많이 다르긴 한데.’

     

   크라슈도 만약 반대 상황이었다면 샬롯을 제일 염두 했을 것 같긴 했다.

   그녀는 변수 그 자체니까.

     

   가장 가능성 큰 인물이긴 하지.

     

   “그보다 거기 있던 아서는 가짜라고 했었지?”

     

   크라슈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가짜 아서라니.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이 나왔다.

   시그린과 메리의 반응을 보면 그녀도 모르는 인물인 듯했다.

     

   그런 녀석이 있었던 건가?

     

   ‘아서 녀석의 다른 수라 이건가?’

     

   동시에 크라슈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아서 녀석에게 무슨 득이 있나 하고 말이다.

     

   아서가 보이는 행보와 다르게 이번 행보가 아무리 변수가 많다고 해도 너무 소극적이었다.

   무려 모습을 감출 정도로 말이다.

     

   크라슈는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시점의 아서가 몇 회차인지 나는 아직 확인 못했어.’

     

   아서의 그 전 회귀는 확실하게 실패했다.

   크라슈가 스킬을 빼앗아 버린 시점에서 크라슈가 알던 아서는 돌아오지 못했으니까.

     

   지금의 아서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다.

   그것도 행동이 무척이나 소극적이고, 신중한 아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서가 이렇게 소극적이라고?’

     

   세 여자는 크라슈가 아서의 회귀를 빼앗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세 여자는 아서를 보고, 이번에는 신중하게 움직이는구나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아는 크라슈는 달랐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아서가 이 정도로 소극적이라는 건 여러 생각을 가지게 했다.

     

   ‘잠깐.’

     

   그 순간 크라슈의 동공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지금의 아서가 나와 있었던 회차의 기억만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어.’

     

   크라슈는 자신이 아서의 회귀를 빼앗았으니.

   지금 시점에 아서는 자신과 함께한 회차만 비어 있는 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실상이 그게 아니라면?

     

   회귀가 미래의 자신에게 기억을 ‘이어받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지니고’ 과거로 돌아오는 개념이라면?

     

   ‘힌트는 아서가 말한 기억 전승.’

     

   크라슈는 아서가 기억 전승을 어떻게 시켰는지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오늘의 정보를 얻은 순간 크라슈는 확신했다.

     

   아서는 자신의 회귀에 시그린, 메리, 아벨라라는 세 명의 여자를 엮어 데려온 것이라고 말이다.

   모종의 방법을 아서가 기어코 찾은 거겠지.

     

   하지만 아서는 크라슈에게 회귀를 빼앗겼다.

     

   그 결과, 모든 기억을 지니고 돌아와야 할 아서는 멸망하는 세계에서 죽었다.

     

   그럼 이 세상에 있는 아서는 누구인가.

   8회차? 6회차? 5회차? 2회차?

     

   아니다.

     

   ‘지금의 아서는.’

     

   0회차일지도 모른다.

     

   기억을 지닌 아서는 죽었으니까.

   이어질 기억이 없는 아서는 회차라는 개념조차 없는 아서다.

     

   크라슈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자신의 앞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올렸다.

     

   드러난 이마 사이로 땀방울이 맺혀 흘러내렸다.

     

   그저 추측이다.

   아서를 직접 본 것도 아니고, 흘러가는 상황이 묘하다 싶어 한 추측.

     

   하지만 상황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하자 식은땀이 흘렀다.

   회귀자 아서라는 존재를 자신이 완벽히 말소해 버렸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썩을.’

     

   아서 녀석에게 큰 걸 바라지는 않았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복잡한 기분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세 여자의 기억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크라슈 자신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회귀에 기생한 형태에 가까웠으니까.

     

   ‘아직은 추측이야.’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건 현재의 아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세 여자가 기억을 전승받았음을 눈치챘다.

   그리고 크라슈는 그 정보를 알려준 게 누군지 눈치챘다.

     

   ‘아벨라, 그 녀석이겠지.’

     

   크라슈가 찾으려 했지만, 모습을 감춰 보이지 않았던 아벨라다.

   크라슈는 지금의 아서의 행보는 무조건 아벨라와 관련 있다고 판단했다.

     

   메리와 시그린의 정보도 아벨라를 통해 파악했겠지.

   어쩌면 상황이 더 골치 아파졌을 수도 있다.

     

   ‘……아서가 당장 시그린과 메리한테는 자신의 기억이 없다는 걸 숨기려는 속셈으로 가짜 아서를 보낸 거라면 그나마 나아, 하지만 아벨라가 아서의 기억이 없다는 걸 눈치채고,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면.’

     

   아벨라가 그러는 목적은 간단하다.

   아서의 독점욕이 유달리 많았던 녀석이었으니까.

     

   크라슈는 자기 목을 두둑 풀었다.

   불길이 잘못 번지는 순간 회귀자 사이에서 즉시 삼파전이 될 상황이 놓였다.

     

   ‘가짜 아서랬나.’

     

   크라슈는 때마침 메리와 함께 걸어 나오는 가짜 아서를 힐끗 보았다.

   그는 크라슈의 기억 속에도 없는 이였다.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놈이 아서든 아벨라든 둘 중 한 명이랑 이어줄 열쇠는 맞겠지.

     

   “그럼 일단은 그 녀석들이 오해한 대로 둬야겠어.”

   [ 네 누님인데 괜찮느냐? 네가 저놈들도 회귀자라고 하지 않았더냐. ]

     

   크라슈는 아카데미에 오기 전 그녀에게 자신 말고도 회귀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일러두었다.

   아카데미에서 네 명의 정보를 물어와 줄 이는 크림슨가든이 제일 적절했기 때문이다.

     

   크림슨가든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회귀자 자체에 무척이나 익숙해 보였기 때문이다.

     

   “괜찮아. 샬롯 누님이니까.”

     

   크라슈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 무슨 목적인지는 대충 들었잖아?”

     

   크라슈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걸렸다.

     

   자신을 회유시켜 샬롯을 무너트려 보겠다는데.

   어떻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의 기억 속 그 녀석들의 개짓거리는 모두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말이다.

     

   “오해한 김에 확실하게 이용해 먹으면 돼.”

     

   끝에 전부다 토해 내놓는 것은 저 녀석들이 될 테니까.

     

   “그럼 1차 시험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겠습니다.”

     

   그러는 순간 드디어 입학시험 교관인 카이란이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그녀의 머리 위에 떠 오른 판과 함께 마법으로 만들어진 글자들이 하늘에 나열되었다.

   크라슈는 자신의 1차 합격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맨 처음에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성적순으로 나열했다는 증거였다.

     

   ‘그 밑에 이름들도.’

     

   죄다 아는 녀석들이다.

     

   “내, 내 이름이 없잖아.”

   “이건, 이건 잘못됐어!”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허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껏 여기까지 와서 한 거라곤 오로라 석에 손을 올린 것 단 하나.

     

   자신들이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크라슈도 그들의 기분에 짧게 공감했다.

   예전에는 그 또한 합격라인이 아슬아슬했던 만큼 가슴을 쓸어내렸기 때문이다.

     

   ‘내가 입학한 건 지금보다도 1년 뒤였으니까.’

     

   알리오드가 독살을 시도하려 했다가 스스로 독스프를 마시고 죽은 이후.

   크라슈는 아득바득 훈련하고, 영약을 죄다 먹었다.

     

   물론 그럼에도 겨우 커트라인에 들어갔다는 점이 자신의 끔찍한 재능을 느끼게 했다.

     

   ‘탈락한 이들을 다 받아줄 만큼 라헬른 아카데미도 수준 낮은 곳이 아니니까.’

     

   이곳은 오직 세계 침식에 더욱 전문적으로 맞설 인재를 키우는 아카데미다.

     

   낮은 수준의 이들이 들어와봤자 그들은 수업 진도도 못 따라올 것이다.

     

   ‘어차피 여기서 떨어지는 놈들은 대부분 가문들이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연줄을 쌓기 위해 보낸 놈들일 테지만.’

     

   그래도 그 수는 적지 않았다.

   절반가량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탈락한 것을 납득 못하던 아이들이었지만.

   현실은 현실.

     

   그들은 터덜터덜 아레나 훈련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는 순간 바로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됐다.

   시험은 앞에서 말했듯 자신보다 강한 이, 동등한 이, 낮은 이를 상대로 세 번 대결하면 된다.

     

   하지만 이 시험에는 맹점이 있다.

     

   딱 한 명은 강한 이와도 동등한 이와도 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바로 제일 첫 번째 붙은 이름의 주인공 크라슈였다.

     

   오러 출력만큼은 단언컨대 최강.

   그러니 크라슈는 딱 한 번만 시험을 치르면 됐다.

     

   그리고 그게 일등의 특권이라는 것이었다.

   1차 시험을 일 등으로 통과한 시점부터 사실상 합격은 확정이었으니까.

     

   “두 번째 시험은 동등한 상대부터 치릅니다. 지금부터 교관들이 이름을 띄우면 그쪽으로 가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교관들에게 불려 나가는 와중에도 크라슈는 느긋이 기다렸다.

     

   “나 갔다 올게!”

     

   발락 녀석도 사라지자 크라슈의 주위는 조용해졌다.

     

   그도 그럴 게 크라슈가 맞붙게 될 사람은 딱 한 명.

   자신의 바로 아래인 메리 다이아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루한 모양이네요.”

     

   그러는 순간 크라슈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검은색의 머리카락과 눈가에 점이 보였다.

     

   그녀는 해적 여제라 불리던 카이란이었다.

     

   “입학시험 담당 교관님.”

   “카이란 부교수라고 부르세요. 크라슈 학생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요.”

   “그걸 알려주는 건 부정이지 않습니까?”

   “본인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하긴, 발하임이니 당연하다 여길지도 모르겠네요.”

     

   크라슈는 짧게 웃었다.

     

   “발하임이라도 당연한 건 없습니다.”

     

   크라슈의 단언을 들은 카이란이 멈칫했다.

   그가 과거 반푼이라고 들었던 소문을 그녀도 알았기 때문이었다.

     

   “……실례했네요.”

     

   어쩌면 트라우마를 건드린 발언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녀가 사과하자 크라슈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실례할 것까지는 아니죠.”

     

   거기에는 여유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카이란은 크라슈를 보았다.

     

   이 정도 여유로움.

   15살, 이제 막 성인이 된 학생이 가질만한 건 아니었다.

     

   뭐랄까, 어딘지 모를 관록이 느껴졌다.

     

   강함과는 별개인 관록.

   그것을 보고 있으니 그녀도 궁금해졌다.

     

   “크라슈 학생만 다른 이들과 달리 두 번째 시험을 한 번만 치루는 건 아쉬운 일이겠죠?”

     

   그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말이다.

     

   해적 여제, 카이란.

   그녀는 부교수가 되고 나서 본성을 최대한 줄였다.

     

   실제로 그녀를 만난 이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그녀의 성실함과 순함을 칭찬했다.

   오죽하면 부교수 사이에서도 그녀를 다들 인정하고 좋아할까.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애써 만들어 낸 겉모습일 뿐.

   그 실상은 대해에서 마구잡이로 날뛰는 해적 여제다.

     

   다행히 그러한 면모는 라헬른 아카데미 교장에게 스카웃 겸 교화를 당한 결과.

   그녀는 현재의 모습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때때로 본성을 참기 힘들 때가 있다.

     

   그건 바로 자라나는 강한 새싹을 눈앞에서 마주할 때 주로 이러하였다.

     

   오로라 석이 깨진 것을 봤을 때부터 그녀의 몸은 계속 근질거렸다.

   그녀의 내면에 본성이 지금 당장 크라슈와 맞붙어 보라며 소리쳤다.

     

   실제로 그녀는 애써 자신의 본성을 참는 중이었다.

     

   “……딱히 아쉬울 건 없습니다만.”

     

   크라슈 또한 그녀의 본성을 모르지 않았다.

   실제로 그녀에게 딱 걸려 고생한 학생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뇨. 크라슈 학생의 말대로 교관이 부정을 저지르면 안 되죠. 공정하게 해봅시다.”

     

   하지만 카이란은 이곳에 입학 시험관.

   룰 정도야 충분히 바꿀 수 있었다.

     

   “강한 이와 치르는 두 번째 시험을 적용하고, 교관과 치를 예정인 세 번째 시험을 먼저 치는 걸로 하는 거죠.”

     

   눈에서 뚝뚝 흐르는 전투 의지나 지우고 말해라.

   크라슈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어차피 치러야 하는 세 번째 시험.

   이르든 빠르든 결국 그녀와 맞붙게 되는 건 기정사실이다.

     

   ‘메리 녀석과 붙어야 하니 힘은 좀 아껴 두고 싶었는데.’

     

   생각해 보면 상관없나.

   오히려 여기서 전력을 다해버리고, 드러누워 메리와의 시험을 흐지부지하게 만들면.

     

   ‘그것도 시그린 한테 꽤 크게 곤란하게 할 수 있을 거 같단 말이지.’

     

   시그린은 메리가 입학시험에서 크라슈를 꺾기를 바라니 말이다.

     

   크라슈의 눈에 악의가 차올랐다.

   이런 쪽으로는 기똥차게 머리가 굴려 가는 크라슈였다.

     

   “좋습니다. 입학 시험관인 카이란 부교수님 말이니, 저도 따라야죠.”

     

   웃음 지은 크라슈는 겸사겸사 그녀의 전투심에 불을 붙여 주기로 했다.

     

   “하지만 하나 정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정해야 한다고요?”

   “네, 그야, 강한 상대라는 건 붙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카이란의 붉은 눈이 한차례 깜빡여졌다.

   동시에 그녀의 눈동자가 서서히 휘어지기 시작했다.

     

   “그 말은 즉, 부교수인 저는 동등한 상대다?”

   “그것도 모르는 일이죠.”

     

   확고한 도발을 듣고, 카이란이 해적 시절의 깔깔거리는 웃음을 터트릴 뻔한 걸 겨우겨우 참았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더 맹랑한 이였다.

     

   발하임은 다 이런 걸까.

   카이란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제어하며 걸음을 옮겼다.

     

   “좋아요. 어서 빨리 그럼 확인해 보는 게 좋겠죠?”

   “성격도 급하셔라.”

   “제가 해적 시절이 있어서 기다리는 건 잘 못 참거든요.”

     

   이제 본성을 숨기기도 힘든 모양이다.

   히죽거리는 카이란의 살벌한 웃음을 보며 크라슈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시죠.”

     

   두 번째 시험보다 세 번째 시험을 먼저 치르게 생겼다.

     

     

   * * *

     

     

   두 번째 시험이 한창인 와중.

   자신과 동등한 이를 겨우 쓰러트린 몇 명이 숨을 돌릴 때였다.

     

   경계선을 그어 놓은 아레나의 한 곳.

   거기에 익숙한 둘이 마주 보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야, 야야, 저 사람 설마.”

   “입학 교관님이랑 크, 크라슈 발하임?”

     

   뒤늦게 두 사람을 발견한 아이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크라슈가 입학 시험관과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아레나 쪽에서 보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가 워낙 컸는지라 두 사람의 대화를 그들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이란 부교수님의 버릇이 나왔군.”

     

   하지만 재학생들은 그것을 보고,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그들 중에서도 카이란의 버릇에 당한 이들이 몇 명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이길까?”

   “당연히 카이란 부교수님이지. 저분 원래는 교수직을 맡을 사람이었다고. 교장께 사정사정해서 부교수가 됐을 뿐.”

   “그런데 아까 크라슈 발하임이 오로라 석을 깨트린 걸 다들 봤잖아요? 승리는 장담 못할 거 같은데요.”

   “흐흐흐, 누가 이기든 재밌는 구경이 되겠네.”

     

   재학생들 사이 여기저기 이야기가 나오는 사이.

   딱 한 명 언짢음을 가득 담은 여성이 있었다.

     

   ‘왜 카이란, 저 여자가 나서고 난리야.’

     

   그건 다름 아닌 메리가 크라슈를 박살 내는 것을 기대했던 시그린이었다.

   이래서는 자칫하면 메리와의 시험이 없어질 판이었다.

     

   하여튼 저 남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든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어쩜 자신을 도와주는 일이 한 번이 없다.

     

   시그린은 크라슈가 매번 저주를 가져가 준다는 것도 당연시하고 있었다.

     

   “시그린 님, 무언가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는 순간 그녀는 옆에서 들린 연약한 목소리의 애써 표정을 고쳤다.

   자신이 만들어온 이미지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시그린이 이미지 지키기에 여념이었을 때.

   크라슈는 카이란을 마주 보고 있었다.

     

   “언제든 덤벼도 좋아요. 세 번째 시험은 응시생의 전력을 보는 거니까요.”

     

   카이란은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하며 웃었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문어 다리 모양이 그려진 단검 한 자루가 핑그르르 돌고 있었다.

     

   그런 여유로운 모습인데도 크라슈는 느꼈다.

     

   ‘틈이 없군.’

     

   괜히 원래 교수직으로 뽑힐 예정이 아니었다는 듯.

   카이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오러는 자신의 공간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다.

     

   ‘선공권을 준다라.’

     

   크라슈는 짧게 웃음을 삼켰다.

   그러고는 크라슈는 검집에서 우뢰성을 뽑아 들었다.

     

   텅 빈 날.

   그것을 본 카이란의 두 눈에 의문이 서렸다.

     

   탱그랑-

     

   크라슈의 검집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카이란은 그런 그를 뭘 하나 싶어 물끄러미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크라슈는 천천히 뒷발을 뒤로 당겼다.

   동시에 허리춤에 우뢰성을 당기고, 텅 빈 손 구멍에 우뢰성을 맞췄다.

     

   조용한 침묵 속.

   카이란의 시선이 쏠린 그때.

     

   파직-

     

   아주 짧은 스파크가 울려 퍼졌다.

   그 천둥소리에 카이란의 귀가 쫑긋 섰다.

     

   그 순간 그녀는 몸을 우뚝 멈췄다.

   크라슈가 잡은 자세는 거합술 자세다.

     

   그런 텅 빈 검날 앞.

   기묘한 흐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대의 빛이 크라슈를 중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죽하면 그의 주위 공간마저 뒤틀려 보였다.

     

   파직!

     

   또 한 번 스파크가 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을 본 카이란의 두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크라슈의 등 뒤에 흩날리는 옷 사이로 뻗어 나온 우뢰성의 날이 뇌기의 검집에 갇혀 있었다.

     

   문제는 그 검집의 내부였다.

   마구잡이로 뒤엉킨 새까만 흑염이 검집 속을 미친 듯이 두드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힘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오싹!

     

   카이란의 피부 위에 닭살이 우수수 솟아났다.

   그녀의 직감이 말하고 있다.

     

   지금 저 공격은 명백히 위험하다고 말이다.

     

   “스읍.”

     

   크라슈가 당긴 숨과 함께 그의 입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의 육체가 담금질 될 때마다 크라슈의 존재감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카이란의 머리털이 쭈뼛 섰다.

   동시에 그녀가 단검을 콱하니 틀어쥐었다.

     

   그녀의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지금 당장 저걸 막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그녀가 여겼을 때 그녀의 몸은 이미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타앙!

     

   이윽고, 발사대처럼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튀어 오른 순간이었다.

     

   크라슈의 입가에 걸린 미소와 그녀의 눈이 교차했다.

     

   “선공은 부교수님이 하신 겁니다.”

     

   그 미소를 보며 카이란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당했다.

   영악한 입학생 같으니라고.

     

   하지만 크라슈의 웃음과 별개로 그의 검은 이윽고, 뇌기의 검집을 산산조각 냈다.

     

   첫 공격부터 확실하게 전력으로.

     

   멸화침식(滅火浸蝕)

   삼식(三式)

   멸화천뢰(滅火天雷)

   

   

   

   

     

   

   

   ‘그게 나 다운 거 아니겠어.’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강!

     

   아카데미 아레나가 쑥대밭이 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트위치에서 삽화 작업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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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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