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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Ep.107

     

   [재화 ‘코인’을 사용합니다.]

     

   [잔여 코인을 확인합니다.]

   [잔여 코인 : 158,000]

     

   [‘호수의 지배자 크레센도’의 의지를 확인합니다.]

   [‘호수의 지배자 크레센도’에게 ‘업데이트’를 사용합니다.]

     

   나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자그마한 불빛이 나와 크레센도 사이를 막는 모든 방해물을 피해 녀석에게 날아갔다.

   작은 얼음의 파편이 날아드는 듯한 연출에 약간 김이 빠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뒤로 이어진 고유 스킬의 효과였다.

     

   [‘호수의 지배자 크레센도’의 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두려움에 빠져 잔뜩 웅크리고 있던 크레센도의 비늘에 서서히 윤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오크들의 공격을 받아낸 날개의 상처가 점차 회복되며 생기를 되찾았고 그것을 녀석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슬쩍 든다.

     

   -어라?

     

   갑작스러운 신체의 회복과 함께, 기분 좋게 흘러 들어오는 낯선 힘.

   충분히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었으나, 녀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현재의 상황을 이해한 것 같았다.

     

   설마 이거 당신이 한 거예요?

     

   녀석이 그런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녀석은 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오크들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펄럭!

     

   -쿠위이익!!!

   -죽이라! 왕도마뱀은 충분히 죽일 수 있으……

     

   쩌어어억!!!

     

   -꿱!!!

     

   마치 강철판으로 고기를 다져 버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녀석의 날개에 직격당한 두 마리의 오크가 피를 흩뿌리며 저만치 튕겨진다.

     

   예상치 못한 괴력.

   크레센도는 휘두른 날갯죽지를 아직 거두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 모습을 직관한 다른 오크들은 차마 녀석에게 곧장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업데이트라는 고유 스킬을 얻었을 당시에는 이것이 특별한 스킬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코인을 사용해 능력치를 올리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어정쩡한 기술이라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지금 스킬을 사용한 이후로 그 생각은 완전히 머릿속 저편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존재의 격 자체를 올린다.

   일시적이라고는 하나, 격을… 그것도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의 격을 상승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사기적인 능력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탑을 오를수록 격이 오른다. 그리고 격이 오른 존재는 자신의 잠재력의 한계를 돌파한다……’

     

   그것이 내가 탑의 2층에서 능력치의 최대치를 Lv.30 까지 밖에 올리지 못했던 이유.

   아무리 코인이 많아도 격이라는 것 자체가 낮은 상태에서는 자신의 한계가 명확히 벽에 부딪치고 있기에 임무의 클리어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업데이트라는 능력이 있다면……

     

   내가 오를 수 없는 수준이라는 개념은 앞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크롸아아아!!!

     

   크레센도의 우렁찬 포효가 나의 달팽이관을 자극한다.

   날갯짓을 포함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던지 호수의 물을 사용한 마법들을 펼치기 시작한 크레센도.

     

   그리고 그 와중에 내 앞에 떠오른 작은 시스템의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띠링.

     

   [크레센도의 친밀도가 70%를 초과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임무 ‘주어진 기회 – 크레센도’를 클리어했습니다.]

     

   스킬 한 번으로 한순간에 완료해 버린 임무.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은 예상했던 그것이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주어진 기회 – 크레센도』

     

   주제 : 테이밍

   …

   …

   임무 : 크레센도와의 친밀도를 70% 이상으로 유지하십시오. [현재 : 71%]

   …

   보상 : ‘크레센도’가 당신을 따릅니다. / ‘소환의 반지’ 강화

   실패 페널티 : 크레센도가 격을 잃습니다. / 모든 용족이 당신을 적대합니다.

   —

     

   [‘호수의 지배자 크레센도’가 당신을 따릅니다.]

   [‘소환의 반지’가 강화됩니다.]

     

   —

   [소환의 반지(강화) : 크레센도]

   종류 : 보물

   랭크 : A+

   설명 : 마녀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었으나, 탑의 힘으로 그 소유권과 능력이 변경되었다. 마력을 사용해 크레센도를 소환할 수 있다.

   효과

   – 크레센도 소환 가능

   – ???

   —

     

   3층에서 한기의 마녀를 사냥하고 획득했던 반지가 서서히 밝은 푸른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크레센도의 비늘과 흡사한 색에 임무가 클리어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기분이다.

     

   “김시인 씨! 앞!!!”

     

   나는 갑작스러운 정보의 파도에 머리를 한 차례 털어낸 뒤, 토끼의 말에 따라 고개를 들었다.

     

   나를 향해 여러 갈래로 날아드는 무수한 병장기들.

   뒤에서 또 다른 주문을 외던 주술사들이 거슬렸지만, 나는 일단 눈앞의 전사들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

     

   “와. 여기가 마왕성?”

     

   5층의 마지막 단계.

   흑색 거성의 앞에 당도한 볼썽사나운 사람들의 모습에 주변에서 이를 구경하던 힘없는 소형 몬스터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우리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열흘이나 있어서 이것보단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금발 머리에 키가 작은 여자아이의 말에 뒤에 있던 남자가 고개를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젊은 게 좋긴 좋군요. 저는 힘들어 죽겠는데 저런 텐션이라니……”

   “천호 씨도 그렇게 나이가 많지는 않은 걸로 아는데요?”

   “후우…… 세영 씨도 서른 넘겨보세요. 그리고 원래 개발자는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텐션이 떨어지는 게 정상입니다.”

     

   남궁천호의 말에 박조철이 고개를 잠시 실소를 터트렸다.

     

   마왕성까지 찾아오며 모두가 힘이 빠졌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파이팅의 의미로 텐션을 올린 한가민이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농담을 던지는 남궁천호의 모습을 보니, 그들에 대한 신뢰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기분이다.

     

   “슬슬 정비도 끝났으니 들어가시죠. 다들 아시겠지만 임무 자체가 마왕이 힘을 회복하기 전에 처단하는 거라, 클리어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겁니다.”

     

   박조철의 말에 남은 세 사람이 각자의 무기를 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 잠시 걸음을 멈추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응? 가민아 왜 그래?”

   “……아뇨. 그냥 갑자기 조금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요.”

     

   가장 뒤에서 따라오던 한가민이 멈칫거리자 앞에 있던 서세영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지금까지 무언가에 쫓기듯 빠른 진행을 해 오던 한가민이 막상 최종 장소를 앞두고 멈춘 것이 신경 쓰였던 모양.

     

   “무슨 일 있습니까?”

     

   초감각이라는 능력 덕분에 자주 앞장을 서던 박조철이 말하자, 남궁천호도 경계가 짙어진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다.

     

   “아니요. 그냥 가민이가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는 것 같아서요.”

   “음…… 무슨 일이야? 혹시 어디 부상이라도 입었어?”

     

   박조철의 말에 한가민이 그를 잠시 바라본다.

   당연하지만 익숙한 얼굴이다. 탑의 이전부터 함께 해왔고 탑을 오르면서도 계속해서 힘을 합쳤던 모습.

     

   하지만 왜인지 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가민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예민한가 봐요.”

   “그으……래? 흠. 혹시 모르는 일이니 언제든지 신경 쓰이는 일 있으면 말해도 괜찮아. 내가 초감각을 배울 당시에 나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

     

   박조철은 2층에서의 자신의 기억을 잠시 떠올렸다.

     

   초감각이라는 것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에서 일반인의 범주를 초월하는 특출난 감각을 터득하는 과정.

   그리고 그 배움의 과정에서 박조철은 언젠가 한 번쯤은 인간의 오감을 벗어난 육감을 느꼈던 경험이 존재했었다.

     

   “그러니 갑자기 마음이나 머릿속의 무언가가 위험을 경고했다면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좋아. 경험상 뭔가가 짜릿했다면 그걸 따르는 게 신상에 이로웠거든.”

   “음, 그래요?”

     

   한가민은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시원하게 대답을 한 것치고는 그 반응은 좀 시원찮은 것 같았다.

     

   잠시 스쳐 지나간 낯선 감각.

   하지만 잠시 후, 그들과 함께 마왕성의 문을 여는 순간 그 감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여기, 왜 익숙하지……?’

     

   어두컴컴한 마왕성의 로비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분명히 처음 접해 본 장소였지만 낯익은 감각이 밀물처럼 들이닥치자 불편한 감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띠링.

     

   [마왕의 함정이 발동됩니다.]

     

   갑작스럽게 그들 앞에 떠오른 메시지 하나.

   그리고 그 순간 한가민은 자신의 시야가 가려지며 어두컴컴한 마력이 그들을 둘러싸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의 경계가 펼쳐집니다.]

   [로비를 벗어나 마왕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사는 오직 1명입니다.]

     

   눈을 가렸던 검은 마력의 안개가 서서히 걷혀 간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검은 갑옷을 입은 3명의 흑기사였다.

     

   “……!?”

     

   한가민의 머릿속에 마치 흑백영화의 끊어진 필름이 재생되듯 누군가의 기억이 산발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흑기사. 마왕.

   플레이어. 도전.

   죽음. 임무.

   동료. 인간.

   성공. 실패.

   그리고 시작.

     

   그녀는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이 누구의 것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기억 속에서 그녀가 하나의 힌트를 얻었다는 것.

     

   [새로운 임무가 주어집니다.]

   [모든 적을 무찌르고 마왕에게 도전하십시오.]

     

   [남은 그림자 기사 3/3]

     

   그녀는 천천히 무기를 꺼내 드는 흑기사를 보며 몸을 숙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레이피어를 조심스럽게 꺼내 들어 마모된 바닥을 서서히 긁어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가각. 가각.

     

   흑기사만이 남아 있던 마왕성의 로비에 땅을 긁는 작은 마찰음이 울려 빈 공간을 채운다.

   그리고 글의 마침표를 찍은 이후, 한가민은 무기를 땅에 던져 버리고 양손을 든 채,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것은 마왕성의 첫 번째 관문.

   현혹에 대한 한가민의 답변.

     

   그녀의 앞에 있던 흑기사 하나가 땅에 쓰인 글을 보더니 자연스레 자신의 무기를 땅에 버린다.

   그에 이어 다른 하나가. 그리고 그 뒤에 남은 하나마저 무기를 버리니 그때 새로운 메시지가 한가민의 눈앞에 떠올랐다.

     

   [첫 번째 시험 ‘환각을 꿰뚫어 보는 마음’을 통과하셨습니다.]

   [두 번째 시험 ‘한계 돌파’가 시작됩니다.]

     

   흩어지는 흑기사의 환상과 함께 다시 잠기기 시작하는 시야.

   그리고 잠시 후, 눈이 밝아지자.

     

   “……”

   “안녕? 반가워.”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합니다.]

   [눈앞의 적을 해치우십시오.]

     

   [한가민 1/1]

     

   한가민의 앞에 나타난 것은 또 다른 자신.

   그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 검을 빼어드는 금발 머리의 여자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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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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