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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8

    <108 – 이게 얼마나 좋은 건데>

     

    드래곤은 흔히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진다.

    수천 년에 달하는 수명.

    초월적인 힘과 지능.

    마음만 먹으면 국가 하나를 탄생시키고 소멸시키는 것쯤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그런 드래곤보다 지혜로운 존재를 손꼽으려면 영생을 누리는 신이나 신에게 도전하는 악마들이 아니고서야 감히 견줄 수가 없었다.

    그런 드래곤이 숨은 존재를 찾고자 마법을 사용하면 찾아내지 못할 비밀이 없다.

     

    <만물을 관조하는 완전 현실태Entelecheia의 눈>

    <코나투스Conatus적인 현실공간계 전면재해석>

     

    눈부신 빛의 입자가 범람하며 강의장 전체를 스캐닝하고는 모든 종류의 은밀한, 왜곡된, 인지를 속이는 구조를 해체하여 교장의 머릿속에 새긴다.

    가혹하리만치 고등한 마법의 발현 앞에서 지젤의 망토 속에 숨은 오크노디는 순식간에 발각되었다.

    덤으로 그녀의 뱃속에서 소화중인 마나포자낭의 존재까지도!

     

    -이 쥐새끼 같은 것. 마나가 들어있는 것이면 돌이든 포자낭이든 모조리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구나!

     

    어떻게 들켰지?

    설마 이미 먹었는데 입 밖으로 끄집어내진 않겠지?

    …왠지 정말로 그렇게 할 것 같은데?

    그런 경계심이 가득 느껴지는 오크노디의 시선.

    그 건방진 속마음이 읽히자 드래곤교장은 더욱 기가 막혔다.

    저 손버릇 나쁜 재단의 아이에게는 교육자를 향한 존경심이 눈곱만큼도 보이질 않는다.

     

    -그 쥐꼬리만 한 마나가 이 덩치로 간에 기별이나 갈 성 싶으냐? 뽑아낼 생각은 없으니 그런 건방진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가끔 학생들은 착각을 하고는 한다.

    기프트 아카데미는 인외마경이고 교장은 정체를 숨긴 마왕 비슷한 존재라고.

    돈벌이를 위해 시작한 장난이 어쩌다보니 981년째 이어지게 되었지만, 초창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나름 진심으로 가르침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의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의심받는 일은 아무리 하찮은 것들의 뭣 모르는 편견 때문이라도 불쾌감을 들게 만든다.

     

    -내 오늘 너희의 눈에서 기필코 존경심을 봐야겠다.

    -세상에서 버섯요리를 가장 훌륭하게 하는 방법을 보여주마!

     

    드래곤 교장이 손짓을 하자 빨간이빨버섯 몇 마리가 공중에 떠올랐다.

     

    꽥!

     

    가볍게 목을 꺾어 절명시킨 버섯들.

    버섯몬스터를 해치울 때 가장 문제시되는 포자는 외부로 방출되지도 못했다.

     

    -우선 버섯몬스터를 조리할 때의 첫 단계로 몬스터를 완전 제압한 상태에서 버섯몬스터의 전신에 마력코팅을 씌워야 한다.

    -포자 하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밀봉한 상태로 목을 비틀거나 칼을 넣으면 깔끔하게 해치울 수 있지.

     

    학생들의 표정이 썩 좋지 못하게 무너졌다.

    비위가 상해서.

    혹은 1단계부터 자신감을 잃어서 그런 탓이었다.

     

    -버섯류 몬스터는 색깔과 형태에 따라 조리법이 각기 다르다.

    -노란이빨버섯은 감칠맛 나는 국물요리용으로 우리고, 파란이빨버섯은 식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찌개와 볶음의 마지막 재료로 들어간다.

    -식감이 좋은 녹색이빨버섯은 고기대용이나 튀김으로 종종 쓰지.

    -대망의 빨간이빨버섯은 메인디쉬로 쓰이는 영양과 식감이 풍부한 요리다. 오늘은 빨간이빨버섯찜과 빨간이빨버섯수프를 해주마.

     

    버섯이 고기를 구울 때와 흡사한 먹음직스러운 향을 내자 학생들이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너희들 미쳤어? 저거 몬스터잖아.”

    “맞아. 심지어 그 악명 높은 버섯몬스터라고.”

     

    평범한 수준의 모험가는 절대로 요리할 수 없고 버섯몬스터 요리자격증 없이는 감히 함부로 식재료로 취급하려 들어서도 안 되는 위험한 요리.

    빨간이빨버섯의 악명이 유명한 만큼 교장이 만든 요리를 향한 경계심도 부쩍 높아졌다.

     

    -자, 완성이다.

     

    교장의 요리실력은 과연 대단했다.

    허공에서 이런저런 요리도구를 척척 꺼내는 실력도 대단했고, 물 조절과 불 조절을 모두 마법으로 처리하는 능력도 인상 깊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를 자신들이 먹는 것은 꺼림칙했다.

     

    -자, 선착순 한 명에게 시식기회를 허락하마.

    -왜 아무도 나오지 않지? 지금 이 교장의 요리실력을 의심하는 것이냐?

     

    학생들은 이미 울상으로 변했다.

    이러려고 교장이 요리를 했구나.

    어쩐지 악질 교장이 오늘따라 얌전하더라니, 이렇게 변화구로 위험한 강의과제를 내놓았어.

    읽히는 생각들이 다 거기서 거기였다.

     

    ‘저거 먹고 포자에 감염되면 포자에 감염되지 않으면서 먹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까이겠지.’

    ‘숙련된 2학년생이라면 이런 의심스러운 음식을 먹으라고 먹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거라며 감점을 받지는 않을까.’

    ‘저 교장이 만든 요리야. 또 무슨 함정이 숨어있을지 몰라.’

     

    의심으로 똘똘 뭉친 학생들의 생각에 괘씸하다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도중이었다.

     

    “그럼 제가 먹을래요!”

     

    겁 없는 쥐새끼.

    손버릇 나쁜 재단의 아이.

    오크노디가 해맑은 얼굴로 나섰다.

     

     

    * *

     

     

    “오크노디! 그런 위험한 음식을 먹겠다고 지원하면 어떡해. 요리라면 내가 나중에 얼마든지 해줄 테니까 교장님한테 잘못했다고 사과해!”

    “이사벨의 말을 들으십시오. 아무리 처음 보는 음식이라 먹고 싶었어도 그건 너무 무모합니다.”

    “어른들 말 들어라, 쥐방울아.”

     

    시식의사를 밝히며 나서자 이세계에서 사귄 첫 동료들인 이사벨, 지젤, 손오천이 즉시 만류했다.

     

    “괜찮아요. 저거 먹는다고 안 죽어요!”

    “죽지는 않고 포자에 기생당하겠지.”

    “진료를 받더라도 아주 작은 포자라도 남아있으면 안 되니 오랜 시간 집중치료를 필요로 할 겁니다.”

    “똑똑이들 말 들어라.”

     

    걱정되는 마음은 알겠지만 괜한 기우다.

    드래곤 교장이 요리를 잘못할 것 같지는 않다.

    저 교장, 의외로 요리에는 진심이니까.

    버섯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버섯요리가 맛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요리하기 까다로운만큼 버섯요리를 도감에 수집할 기회는 흔치 않았다.

     

    “정말로 괜찮아요. 위험한 음식을 먹는 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닌 걸요!”

     

    나중에는 히드라 독 수프를 마시려고 독 요리를 1000종이나 먹어서 내성을 잔뜩 땡겨놔야 하는데 먹어도 탈 없는 버섯요리 쯤이야 별 것도 아니지!

    딴에는 안심을 시키려고 해준 말이었는데 어째서인지 학생들이 훌쩍이기 시작했다.

     

    “쟤 왤케 불쌍해?”

    “변방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저런 유해식품도 먹는 건가요…?”

    “오, 오해야! 우리들 변방에서도 저 정도로 심한 경우는 흔치 않다고. 대기근이 닥치거나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든 극빈층이 아니고서는…”

    “꼭 극빈층일 필요는 없어.”

     

    즈앙이 넌지시 말했다.

     

    “암살자들은 원래 내성훈련을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소량의 독이나 유해음식을 복용하거든. 오크노디네 유파는 많이 하드하게 훈련을 했나보지만.”

     

    학생들의 눈에 고인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으아앙! 오크노디가 불쌍하다냐!”

    “…뭔가 미안해지네요. 저희 해상강국 피렌체에서도 암살자는 지금까지 기분 나쁜 녀석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고충을 겪으면서 자란 직업이었다니…”

    “동맥경화는 안 걸리겠네.”

     

    감수성을 과시하던 학생들 사이로 갑분싸스러운 소리를 한 학생에게 시선이 쏠렸다.

    학생은 자신이 그런 시선을 받는다는 사실에 더욱 당황하였다.

     

    “왜? 빨간이빨버섯은 에르고스테롤도 함유하고 있어서 동맥경화에 좋아. 혈관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적정량은 섭취해야 한다고.”

     

    호너 후라이드치킨은 제국 3대 공신가문의 일원으로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마나연단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았다.

    후라이드치킨 가문에서 대대로 축적된 지식은 체내의 혈관건강까지 꼼꼼하게 챙기게 도와주었다.

    빨간이빨버섯도 소량이라면 약재로 복용할 수 있다.

    신체단련도 고급과정으로 가다보면 ‘연단’의 과정을 중시하기 마련.

    오염되고 병든 몸을 건강하게 개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희귀재료로 신체건강을 챙기다보면 이런저런 잡지식이 늘기 마련이었다.

    이런 잡지식의 차이가 쌓여 가문의 비전이 된다.

    호너 후라이드치킨은 경솔하게 가문의 비밀 중 하나를 외부로 유출한 꼴이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감사히 받아들이거나 이용할 이들은 그다지 없었다.

     

    “제국 놈들은 피도 눈물도 없어? 어떻게 이런 분위기에서 저딴 소리를 할 수가 있지?”

    “모든 귀족이 저렇다고 착각하지 말아줘. 후라이드치킨 가문 놈들이 원래 좀 그런 편이니까. 우리 철판숯불갈비 가문과는 관계없는 일이야.”

     

    빨간이빨버섯의 약재로서의 효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보기엔 그저 불쌍한 변방출신 암살자의 마음을 모르는 무자비한 발언이었다.

    졸지에 상급반에는 새로운 소문이 번졌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줄 모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후라이드치킨 가문!

    후라이드치킨 가문은 자신들이 손수 키운 병아리가 닭이 되면 목을 따고 털과 내장을 제거하며 기름통에 튀기는 싸이코패스들의 가문이다!

    당사자는 억울할 평판이었지만 나야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

    [빨간이빨버섯찜을 먹었습니다.]

    [빨간이빨버섯수프를 먹었습니다.]

    ━━━

    [식품도감 <레어><버섯요리> 스택이 상승합니다.]

    [레어요리수집이 2종 상승합니다.]

    [버섯요리수집이 2종 상승합니다.]

    ━━━

    레어요리 [빨간이빨버섯찜] 수집 – 포자내성1%증가.

    레어요리 [빨간이빨버섯수프] 수집 – 포자내성1%증가.

    ━━━

     

    [당신은 겁에 질린 학생들을 대신해서 버섯요리를 복용한다는 무모하고도 용감한 도전에 솔선수범하며 나섰습니다.]

    [대담함 경험치+3]

    [착한아이 경험치+1]

     

    많은 학생들은 아연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나야 레어요리를 수집해서 기분 좋은 걸!

    수저에 남은 수프까지 입에 넣고 우물우물 마지막 한 방울까지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자니, 손오천이 다가와 묵묵히 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

    먼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져서 헤헤 웃으며 손오천의 거칠고 투박한 손에 머리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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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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