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8

       연성부 동아리 부실. 이 부실의 한쪽에 자리한 단칸방만이 나와 버멜이 마음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우리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서 밀회를 가졌다. 사실 밀회라기보다는 공모라고 부르는 편이 적절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겠지.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짐부터 풀었다.

         

        “그게 뭐야?”

        “뭐긴 뭐야. 요르문간드에게 받아온 거지.”

        “피치블렌드?”

        “아니, 그것보다 더 비싼 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프 녀석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구석으로 최대한 도망친 버멜은 나를 쏘아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걸 왜 여기까지 가지고 왔어!”

        “왜긴 왜야. 요르문간드를 만났다는 걸 증명할 수단이 이것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엘프놈의 미간이 좁혀졌다. 어이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그 위험한 걸 굳이 보여줘서 알려줘야겠냐고. 충분히 말로 전달해 줄 수도 있잖아!”

        “네가 못 믿을까 봐 가져왔지.”

        “믿긴 뭘 못 믿어!”

         

        이상하다. 나라면 이런 건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안 믿는데.

         

        이쪽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버멜은 이마에 손을 얹어간며 탄식을 토로했다. 한숨을 픽픽 내쉬는 것이 꼭 나라를 잃은 사람 같았다.

         

        그 잠깐 사이에 나는 버멜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가방에서 마석들을 꺼냈다. 물론 그냥 꺼내진 않았고, 방사선 방지 스크롤을 먼저 발동한 후 붕산 포장지를 한 꺼풀씩 벗겼다.

         

        “야, 벗기지 마!”

        “뭐 어때. 깐다고 금방 닳는 것도 아닌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방사성 붕괴 현상 때문에 1차폭탄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이런 물질의 반감기는 못해도 만 년 단위다. 

         

        중성재 흡수재를 모두 벗겨내고 책상 위에 두 종류의 마석을 하나씩 올려놓았다.

         

        하나는 우라늄. 다른 하나는 플루토늄.

         

        “와. 때깔 좋네.”

         

        올려놓고 보니 은빛을 띠는 보석 그 자체였다. 

         

        “이 영롱한 빛깔 좀 봐.”

        “제발.”

         

        1kg이 조금 안 되는 플루토늄 막대를 쓰다듬으며 촉감을 감상했다. 그런 내 행동에 버멜이 질겁하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잠깐! 만지지 말라니까! 그거 민감해서 잘못하면 위험하다고!”

         

        버멜의 입술이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급박한 나머지 말도 정돈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안절부절 못하는 엘프의 모습에 나는 픽 웃음을 짓고 말았다.

         

        얘는 전문가 앞에서 대체 뭘 걱정하는 건지.

         

        “괜찮다니까. 이런 건 원래 경험자에게 맡기는 거야.”

        “헛소리 말고 당장 집어넣어….”

        “이걸로 믿긴 하는 거지?”

        “어. 그러니까 제발.”

         

        좋아. 이제 딴 소린 하지 않겠지.

         

        “근데 그렇게 만져도 피폭 안 당해?”

        “오. 궁금해?”

        “아니?”

        “궁금하면 알려 줘야지.”

         

        들고 있던 플루토늄 막대를 다른 쪽 손바닥으로 여러 번 내리쳤다. 짝, 짝, 짜악. 가볍게 휘감기는 듯한 소리가 좁디좁은 방 안에 은은히 울려 퍼졌다.

         

        “자, 이렇게 충격을 줘도 임계질량이 안 넘으면 연쇄반응이 안 일어나. 모양이나 밀도 같은 게 바뀌면 또 모를까…. 어때. 신기하지?”

        “신기고 나발이고 좀 치우라고!”

        “재미없긴.”

         

        입술을 샐쭉 내민 채로 마석을 밀봉했다. 어차피 더 보여줄 것도 없었다.

         

        “좋아. 슬슬 본제로 넘어가 볼까.”

         

        우리는 책상에 둘러앉아 서로를 마주보았다. 버멜은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정말 물리학 전공한 거 맞아?”

        “또 이런다. 이러니까 내 눈엔 네가 날 못 믿는 것처럼 보이잖아.”

        “아니, 그쪽 전문가면 저게 위험하다는 것쯤은 가장 잘 알 거 아냐. 제아무리 방사선 방지 스크롤을 작동하고 있다지만 위험한 건….”

        “걱정할 거 없다니까.”

         

        나는 양 팔을 슬쩍 들어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내 몸으로 이 정도는 그린라이트라고.”

         

        쿵!

         

        ……뭐야.

         

        “무슨 소리지?”

        “글쎄.”

         

        우리는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밖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숨을 죽이며 철문 앞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문 앞에 귀를 대고 기다리자 밖에서 세 사람이 수근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방금 들었어요? 그, 그린라이트래요!]

        [그린라이트가 뭔데요?]

        [로테는 몰라도 돼.]

         

        세 명 모두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모양인데, 유감스럽게도 금안족과 엘프족 둘 다 귀가 밝은 종족이다.

         

        “이 목소리는….”

         

        적어도 두 명은 누구인지 알겠다.

         

        로테, 그리고 프레이.

         

        얘네 둘이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거지? 라는 의문은 금방 해소되었다.

         

        아무렴, 두 사람도 어쨌거나 이 동아리의 부원이다. 개강 전에 부실 청소라도 하러 왔다가 우리 대화를 우연찮게 엿듣게 된 거겠지.

         

        오해가 생겼다 한들 잘 얘기해서 넘어갈 수 있는 친구들이다.

         

        문제는 나머지 한 명.

         

        [아무튼 이건 특종이네요! 어디 보자. 녹음 스크롤을 어디에 뒀더라?]

         

        마지막으로 들려온 목소리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진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뭔데?”

         

        구두로 대답하는 대신 버멜에게 손짓을 했다. 귀 좀 빌려달라는 제스처였다. 

         

        “안젤리카 토츠펠이라고 알아?”

        “4학년인 안젤리카? 알지.”

        “여기 오기 전에 만났거든. 끈질기게 따라붙던데.”

         

        해서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까지 기삿거리에 눈이 멀었나.

         

        “귀찮게 됐네.”

         

        어떻게든 손을 써 둬야 한다.

         

        “그 안젤리카가 밖에서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단 말이지.”

        “안 그래도 너랑 나랑 썸 탄다고 물타기 하던데.”

        “그 소린 나도 들었어. 이거 파파라치 에피소드라고, 잘못 걸리면 조금 짜증나는 파트야.”

         

        이어지는 버멜의 말을 들어보니 별 쓰잘데기 없는 에피소드였다. 이 대륙을 무대로 하는 게임의 주인공이 연애를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라고.

         

        …어?

         

        가만 보자.

         

        “네가 여기서 연애하면 발생하는 일이라고?”

        “그래.”

        “너 여기서 건드린 여자라도 있냐?”

        “흑사병 전까지 아이템 모으느라 아싸짓만 골라서 했던 거 너도 봤잖아.”

        “그렇긴 한데.”

         

        그렇다면 흑사병 에피소드 이후로 무언가 트리거가 걸렸다는 뜻이다.

         

        코웃음을 치며 버멜을 꼬나보았다. 그러자 엘프 녀석도 이쪽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지었다.

         

        이렇게 마주본 채로 서로에게 보내는 미소에는 암묵적인 의미가 하나 존재한다. 둘 다 짐작은 하고 있으나,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냥 넘어가자는 뜻이다. 쉽게 말해 상호 존중의 제스처였다.

         

        “너무 게임처럼 생각할 필욘 없어. 여긴 현실이니까, 딱히 연심 같은 거 없어도 일어날 수는 있는 일이겠지.”

         

        무엇보다도 우리 둘이서 명백히 의심 살 만한 행동을 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건 쉽지 않겠지.

         

        오해를 풀려면 어떻게든 우리 둘이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만한 강력한 증거가 필요한데, 이걸 대놓고 해명하려 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잘못하다간 로즈마리인가 뭔가 하는 녀석에게 나와 버멜의 진짜 정체를 발각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이걸 그대로 놔두었다간 루머가 더 기괴하게 퍼져나갈 것이 자명했으니….

         

        “그래서, 이럴 땐 안젤리카를 어떻게 떨쳐내는데?”

        “공략법은 두 가지. 쉬운 쪽이랑 어려운 쪽이 있는데, 어떡할래?”

        “쉬운 쪽부터 들어보자.”

        “너랑 나랑 대놓고 연애하는 거야.”

        “미친 새꺄. 쌍으로 퇴학 당하고 싶냐?”

         

        여자아이가 된 내 성정체성에 영향을 주고 말고를 생각하기 이전에 교내에서 물고빨고 별 지랄한다는 소문이 학교 높으신 분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그날로 학교생활 쫑나는 거다. 아마 위원회에 끌려가서 재판을 받겠지.

         

        그렇게 되면 잘 되어도 봉사 100시간, 진짜로 재수 없으면 퇴학이다.

         

        “밖에서만 사귄다고 구라치면 돼.”

        “부실에서 이러고 있었는데 퍽이나 믿겠다.”

        “아직 이사회는 모를 테니까 앞으로는 바깥에서만 만나면 돼. 근데 그러면 그것대로 힘들어지겠지.”

         

        정보 교류를 바깥에서 하면 문제는 없겠지. 그래도 동급생에게 둘러싸여 해코지 아닌 해코지를 당하는 일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하여튼.” 

         

        혀를 쯧 차며 철문에서 귀를 떼었다.

         

        거짓을 인정하면서까지 속앓이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니까.

         

        “야. 스태프 챙겨.”

         

        처음부터 어려운 길을 가는 수밖에.

         

         

        **

         

        스코프(Scope)는 반경 400km 이내의 모든 사물에게 전파를 쏘아 보내어 상과 소리를 맺는 이 고유마도는 로즈마리의 전유물이다.

         

        에테르가 수도로 돌아온 직후, 로즈마리는 그녀를 따라 스코프를 조작하고 있었다.

         

        “응?”

         

        에테르는 수박만 한 흉부를 지닌 롤빵머리 영애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니, ‘대화’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일방적이었다.  

         

        “저 여자 뭐야.”

         

        불쾌감을 숨길 이유는 없었다. 소녀는 미간을 확 좁혀가며 인상을 찌푸렸다.

         

        “안젤리카 토츠펠이군요.”

        “토츠펠? 아, 사대공작이 싸지른 새끼였나.”

        “왜 모르십니까?”

        “존재감이 없어서 그만.” 

         

        애당초 마왕님 부활 계획에 걸림돌이 될 만한 존재가 아니라면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 건 메모리 낭비겠지.

         

        그러나 그런 생각은 곧 사라지고 말았다. 

         

        “큰 언니와 미천한 엘프족이 연애를?”

         

        저 안젤리카라는 여자가 스코프 너머로 떠들어대는 말에 잇새에서 으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쯧쯧.”

         

        이럴 줄 알았다면서 혀를 차대는 블랜튼.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당장 고문께서 그 엘프와 연정을 나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엘프 따위와….”

         

        엘프. 여신으로부터 정령의 가호를 직접 내려받는 신의 종족.

         

        이들은 모든 정령에게서 배척받은 금안족과는 상극을 이루는 존재였다.

         

        “여신 발닦개 역할이나 하는 찌끄래기들이 감히 우리 큰언니랑 연애 따위를 하려고 해? 세계가 미쳐 돌아가네!”

         

        로즈마리는 이를 갈면서도 스코프를 계속 주시했다. 보아하니 저 안젤리카라는 녀석은 엘프와 큰언니에게 연달아 접촉하며 인스턴트 뉴스를 양산하려는 모양이었다.

         

        마왕군 제4군 군단장은 생각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생각을 조용히 입밖으로 꺼내었다.

         

        “미친년. 어떻게 처리 못 할까.”

         

        하지만 곁에 있던 블랜튼 공작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오히려 잘 된 일 아닙니까?”

        “뭐가?”

        “둘이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이 교내에서 널리 퍼지게 되면 퇴학 수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오히려 이를 잘 구슬려면 쉽게 군으로 복귀하도록 유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한데….”

         

        보좌관의 조언에 로즈마리는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네가 그러니까 7석에서 머무르는 거다.”

        “제 머리로는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우리 큰언니가 그런 교칙 하나 모를까? 저 언니라면 분명….”

        “…잠시만요. 저게 뭡니까?”

         

        본격적으로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블랜튼이 손가락으로 스코프 너머를 가리켰다. 안젤리카가 에테르의 배낭에서 수상해 보이는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저게 뭐지…?” 

        “제 눈에는 마석인 것 같습니다.”

        “대체 살리에르 영지에서 뭘 가지고 온 거야?”

         

        자신은 마석에 대해선 그리 해박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로즈마리의 전문분야는 탐지 및 유격, 그리고 스크롤 축조다.

         

        같은 구천지대계라고는 해도 서로 공유하지 않는 정보가 있으니 저게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이윽고 에테르는 안젤리카의 추격을 뿌리친 뒤 버멜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엘프와 아카데미 내부의 동아리 부실까지 걸어가며 잡담을 나누었다.

         

        “이런 썅. 사담을 나눌 거면 집에서 하란 말이야! 왜 방학에 동아리 부실을 가는 건데!”

        “방음이 안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블랜튼, 한 번만 더 좆같은 소리 하면 바이올린으로 대가리 찍어버릴 줄 알아.”

        “시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저걸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블랜튼의 손가락이 안젤리카 토츠펠을 가리킨다.

         

        그녀는 지금 버멜과 에테르가 들어간 방 바깥에서 철문에 귀를 댄 채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곁에는 사릴에르 백작가의 차녀와 키 작은 요호족도 한 마리 보였다.

         

        “잠깐 기다려 봐.” 

         

        로즈마리의 스코트 마법은 철로 된 판 앞에서 해상도가 격감한다. 전자기적인 원리 때문이다. 철망으로 육면이 둘러싸인 장소 내부에는 아예 스코프가 투과하지 못한다.

         

        그러나 저 세 사람의 반응을 살펴본다면 어떨까.

         

        [바, 방금 들었어요?]

        [아뇨. 아마 아닐 거예요. 설마요. 제 친구가 그럴 리 없어요.]

        [교미 아냐?]

        [프레이!]

         

        키 작은 소녀의 폭탄 발언에 로즈마리의 머리가 띵 울렸다. 순식간에 더티 밤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더…. 더는 볼 필요 없겠어.”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스코프를 비추던 거울이 사라진다. 

         

        현기증을 느낀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처럼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겨우 일어난 로즈마리는 갑자기 짐을 싸기 시작했다.

         

        “블랜튼, 지금 당장 시간 되는 모든 인간형 동지들에게 소집 권고를 내려.”

        “회담 장소는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철병팔진에서 한다.”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혼자 머리로 안 된다면 여러 명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로즈마리는 지체하지 않고 대륙으로 바로 출장을 떠났다.

         

        그랬기에 보지 못했다.

         

        자신이 스코프를 해제하고 궁을 비운 사이, 기습적으로 철문을 열고 나온 에테르가 안젤리카를 캘리퍼스로 두들겨 패는 장면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022-10-30 : 문장 구성이나 표현을 전반적으로 다시 썼습니다. 기존의 내용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