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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8

       

       

       “···우와아.”

       

       

       화려한 조명들이 번쩍거리며 두 눈을 어지럽혔다.

       

       이 세상이 마력과 초능력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뭘 그렇게 신기하게 봐? 이런 곳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처럼.”

       

       

       아멜리아의 목소리에 대답할 생각도 하지도 못한 채, 나는 멍하니 들어선 장소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르테?”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것처럼 공중에 떠다니는 신기한 물건들.

       

       형형색색 놓여있는,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색을 내뿜는 장신구들.

       

       그야말로 마법 같은 공간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지.

       

       

       “이 물건들은···.”

       

       “초인들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거네. 본 적 없어?”

       

       “능력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풍경.

       

       무슨 기계적인 장치가 있지는 않을까 살펴봐도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응. 일선에서 은퇴한 초인들이 모여서 만든 거지.”

       

       “···초인들이.”

       

       “뭐야, 몰랐다는 듯이. 마나를 쓸 수 있는 건 초인밖에 없으니까 당연하잖아.”

       

       

       아멜리아의 이야기는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이런 건 초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

       

       

       어쩌면 믿기 싫은 것일지도.

       

       ···그래, 초인이 그저 싸우기만 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을 텐데.

       

       분명 이런 걸 만드는 초인도 있을 거다.

       

       무언가를 죽이고, 싸우고.

       

       그런 걸 하지 않는 초인이 없을 리가 없지.

       

       

       “그냥, 신기해서요.”

       

       

       그럼에도 내가 그 사실을 외면해왔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그런 사소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초인도 평범하게 생활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이 세상이 점점 현실 같아져서.

       

       그래서 외면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사소한 일 하나하나를 모두 외면하기 힘들어졌다.

       

       작가님이 사라져서, 시우에게서 온기를 하나둘 느끼기 시작해서 그런 걸까?

       

       이 세상이 정말 인형극이 맞을까.

       

       사실은 정말 또 다른 세계일 뿐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뭐, 좋아. 이런 곳에 처음 와본 것 같은데. 그러면 더 좋지. 정말 신기할걸? 기대해도 될 거야.”

       

       

       왜 아멜리아가 자신만만한 건지.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니면서.

       

       입학식 당시의 나였다면 그저 코웃음을 치며 대충 넘겼을 텐데.

       

       아멜리아의 그런 모습마저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반응으로 보여서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정말로 평범한 학생 같은 느낌이라서.

       

       인형이 아니라 정말 사람 같아서.

       

       

       “둘이 거기서 뭐 해요?! 빨리 와요!”

       

       “아. 금방 갈게! ···가자, 아르테.”

       

       “네.”

       

       

       모르겠다.

       

       언제나처럼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머릿속 생각을 끊으려고 노력해봤지만 잘되지 않았다.

       

       우리를 재촉하는 도로시의 표정과 손짓.

       

       아멜리아가 걸어가며 내가 잘 따라오고 있나 한 번씩 확인하는 행동거지.

       

       분명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로시도 변한 게 없고, 아멜리아도 평소와 같았으니.

       

       그러니 그 모습을 보며 다른 감상을 품게 된 것은 필히 내가 달라진 게 원인이겠지.

       

       

       “무슨 이야기 했어?”

       

       “별거 아냐. 이런 곳에 처음 왔대서, 신기한가봐.”

       

       “···정말?”

       

       “네. 이런 곳은 처음이네요.”

       

       

       소설 속의 능력자들은 언제나 싸운다.

       

       사회에게, 마수에게, 때로는 같은 사람에게 대항한다.

       

       그래서 나는 어렴풋이 초인들은 영웅과 빌런 외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만들어진 세상 속의 인형처럼, 언제나 싸울 뿐인 초인들.

       

       그리고 실제로 보아온 초인들은 언제나 그래왔다.

       

       빌런과 싸우고, 영웅과 싸우고, 마수와 싸웠다.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지기 전에는 보지 못한, 그야말로 이 세계의 이야기.

       

       그렇기에. 그런 모습을 보아왔기에.

       

       나는 이 세계가 더더욱 만들어진 세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예쁘네요.”

       

       “다행이네.”

       

       “···네.”

       

       

       하지만 이런 풍경을 본다면.

       

       초인들이 누군가를 상처입히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봐버린 지금이라면.

       

       여전히 이 세상이 그저 잘 짜인 세계라고만 여길 수 있을까.

       

       눈앞의 광경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여전히 원래 살던 세상과는 매우 동떨어진, 마법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광경.

       

       그곳에서 사람들이 처음 보는 물건을 가지고 즐겁게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

       

       

       

       “거기서 뭐 하세요?”

       

       “음, 그, 그게···.”

       

       “손의 그건 슬슬 전해주셔야 할 텐데. 조금 있으면 한밤중이에요. ···설마 집에서 전달해주시려고?”

       

       “아냐, 전해줘야지.”

       

       

       시우는 도로시의 말에 손에 담긴 팔찌를 괜히 만지작거렸다.

       

       그래, 이제 슬슬 전해줘야겠지.

       

       전해줘야 하는데 말이야···.

       

       

       “아르테가 너무 즐거워 보여서 타이밍을 잡기가 힘드네.”

       

       “···아. 그건 그렇죠. 저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진작에 한번 놀러 왔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도로시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도로시의 시선을 따라가자, 아멜리아와 아르테가 무언가 하는 모습이 보였다.

       

       표정은···. 언제나처럼 웃고 있는 모습.

       

       아르테는 기본적으로는 수상쩍은 웃음을 짓고 다닌다.

       

       억지로 만들어 낸 웃음.

       

       즐겁지 않지만 웃는 것 같은 꺼림찍함이 아르테가 더욱 수상해 보이게 만들었지.

       

       분명 지금 아멜리아와 놀고 있는 아르테도 평소처럼 웃고 있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조금이나마 진심이 담긴 것 같은 표정이라는 걸까.

       

       그녀가 조금씩 나를 제외한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걸까?

       

       조금이나마 아르테가 성장하는 게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이런 곳은 다들 한 번쯤 오지 않나?”

       

       “···글쎄. 우리는 모르는 사정이 있겠지.”

       

       “그런가요.”

       

       

       아르테와 동거하며 깨달은 것은 또 하나.

       

       그녀에게는 상식이 부족하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요리도 잘하고, 세탁, 청소, 빨래 등 못 하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가끔 뉴스를 볼 때마다, 아르테가 상식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을 때마다, 아르테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저번에는 한 번, 아르테가 이해하고 있는 건가 싶어 뉴스의 내용과 관련해서 아르테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저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때, 아르테는 그저 웃어넘기며 말했다. 나는 저런 일은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른다고.

       

       ···그게 예전에 빌런으로 활동했던 사람이 개과천선했다며 자수했던 사건인데도.

       

       아라크네라면 모를 리가 없는, 정말 유명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딘가로 나갈 때면 이런저런 제품들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시선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요리를 잘한다 싶으면서도 가끔 처음 보는 요리를 선보이고는, 내가 처음 먹어본다는 말에 당황하기도 하고.

       

       반대로 가끔 내가 요리할 때면 처음 보는 요리라면서 신기하게 바라보고.

       

       마치 해외 여행을 간 관광객을 바라보는듯한 기분이었다.

       

       이곳의 문화를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을 보는 기분.

       

       

       “···가실 건가요?”

       

       “응. 가야지.”

       

       “힘내세요. ···결혼해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거 알죠?”

       

       “너는 도대체 무슨 말을···.”

       

       “후후. 농담이에요.”

       

       

       만약 정말로 내가 느낀 점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라면.

       

       아르테가 이곳이 어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먼 곳에서 온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불안하기 그지없을 거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지인도 없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무언가조차 없는 곳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무슨 기분일까.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인터넷에서 가끔 보면 그때는 그랬지 하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쏟아져나오는 나로서는.

       

       

       “···아르테는 외로울 거야.”

       

       

       내 옷을 훔친 것.

       

       그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나쁜 짓을 했으니까.

       

       아르테에게는 말 못할 행동을 한 적이 있으니까.

       

       ···사실 좀 많으니까.

       

       

       “분명 외로워서 그랬던 거겠지.”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오직 단 한 명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세상이란 얼마나 외로울까.

       

       시우는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외롭지 않을까.

       

       

       “있지, 아르테.”

       

       “···네? 어, 도로시랑 함께 있지 않으셨나요? 도로시는 어디에···?”

       

       “···.”

       

       

       내가 아르테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에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지 깨달은걸까.

       

       아멜리아가 아르테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진짜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여자답네.

       

       

       “···음, 그게.”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고백처럼 보인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같이 온 두 사람만 없었더라면 누가 봐도 데이트 중에 고백하는 커플처럼 보였겠지.

       

       ···그런 흑심이 없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르테가 자꾸 신경 쓰였으니까.

       

       그녀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다.

       

       그녀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녀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으면 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첫인상은 분명 나쁘다 못해 적대적인 존재였을 텐데.

       

       수상하기 그지없었던 아르테가 무서워서 밤에 눈물을 흘리던 시절이 떠올랐다.

       

       만약 그 시절의 나에게, 내가 아르테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걸 말하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하겠지.

       

       저런 못된 사람에게 반하다니. 미친 소리 하지 말라며 소리칠 게 분명했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있자니 무심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아르테가 나쁜 길로 빠져들지 않게.

       

       나와 친구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꽉 차버릴 정도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러니 이건 고백이지만 고백이 아니다.

       

       아르테를 도와주겠다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여러 차례 했던가.

       

       그 다짐을 그녀에게 말하는 고백.

       

       그러나 내 마음을 전하지는 않는. 그런 고백.

       

       

       “할 말이 있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막힌 혈이 뚫린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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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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