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8

       머리가 포근하고 따듯한게 굉장히 편안했다.

        ​

        말랑거리면서도 딱딱한 촉감.

        ​

        부드러운 향기까지.

        ​

       몸 상태 마저도 개운했다.

        ​

       피로와 스트레스가 사라져 버린 기분이랄까?

        ​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인간놈이 아주 호사를 누리는구나.”

        ​

        오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

       풍겨 오는 맥주냄새.

        ​

        드워프인가?

        ​

        “하이엘프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다니. 드워프인생 별꼴을 다 보는군.”

        ​

        아, 이게 허벅지였구나.

        ​

        어쩐지 베개와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싶었다.

        ​

        “…허벅지?”

        ​

        번뜩.

        ​

        눈을 뜨니 보이는 얼굴.

        ​

        맑은 눈동자와 오뚝한코.

        ​

        하얀 피부에 앵두 같은 입술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싱긋 –

        ​

        “일어나셨어요?”

        ​

        “어어…?”

        ​

        매일보는 얼굴이지만 밑에서 올려다 보니 색달랐다.

        ​

        그리고.

        ​

        쏘옥 –

        ​

        세레나의 머리 옆으로 고개를 내미는 루나.

        ​

        “빠? 일어나쪄?”

        ​

        “루나야!”

        ​

        퉁퉁부어오른 두 눈.

        ​

        울었던 것이 확실했다.

        ​

        내가 갑자기 기절해 버려서 그런 걸까?

        ​

        “빠, 아파? 루나가 치료해 주께!”

        ​

        치료?

        ​

        성녀인 루나가 못할 건 아니지만, 루나는 아직 신성력을 다루는 법을 모르지 않나?

        ​

        세레나가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크리스가 쓰러지고 루나가 신성력을 다루기 시작했어요.”

        ​

        “신성력을?”

        ​

        “많이 놀랐었나 봐요. 아직은 어려워하지만…”

        ​

        세레나의 목을 잡고 매달려 있던 루나가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

        “꺄륵!”

        ​

        번쩌어어억 –

        ​

        “….????”

        ​

        눈부신 정도가 아니다.

        ​

        순간적으로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가 돌아왔다.

        ​

        온몸에 차오르는 힘.

        ​

        나른해지는 근육들.

        ​

        “또! 또!”

        ​

        버언쩍!

        ​

        “빠! 이제 안 아파?”

        ​

        아프고말고 할게 없었다.

        ​

        막말로 이 정도의 신성력이면 칼 한번 맞아도 금방 나아버리지 않을까?

        ​

        “아푸지마!”

        ​

        어안이 벙벙한순간이다.

        ​

        아기들은 자고 일어날 때마다 큰다지만, 하루하루 성장이 놀라울 만큼 빠르지 않은가?

        ​

        이러다가는 정말 어느새 다 커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

        그보다 루나가 언제 이렇게 세라나랑 친했지?

        ​

        나 말고는 업히지 않는 줄 알았는데?

        ​

        루나가 꾸물꾸물 나에게 내려왔다.

        ​

        “언니 조아! 언니가 까…”

        ​

        “응?”

        ​

        “꺄륵! 비밀이야!”

        ​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

        나에게 비밀이라니?

        ​

        루나가 나에게 비밀이라니?

        ​

        그리고 실제로도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쿠웅 –

        ​

        빠지직 –

        ​

        오도독.

        ​

        “하….아까부터 이게 무슨 소리야?”

        ​

        자고있을 때부터 들리던 소리였다.

        ​

        때리고 부수는 소리.

        ​

        고개를 돌려보니 드잔트가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

        갑옷을 덕지덕지 입고 있는 드잔트.

        ​

        도끼와 몽둥이 같은 것들을 들고 있는 오크.

        ​

        “어이, 오크! 여기 어깨 부분을 다시 때려 봐라.”

        ​

        “취이익!”

        ​

        나무몽둥이가 휘둘러지고, 갑옷에 닿자마자 부서져나갔다.

        ​

        콰지직 –

        ​

        “이런 멍청한 몬스터를 봤나! 도끼로 내려쳐야 할 거 아니야?”

        ​

        “취익! 기다려라!”

        ​

        다시 드잔트의 어깨에 휘둘러지는 도끼.

        ​

        콰치잉 –

        ​

        퍼석.

        ​

        도끼가 통째로 부서져 버렸다.

        ​

        “흐음, 아직은 충격 흡수가 미흡하군.”

        ​

        “취이익! 내 주먹은 도끼보다 단단하다!”

        ​

        도끼가 부러진 오크가 췩췩거리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이 갑옷에 상처 하나 내지못한 것이 분했으리라.

        ​

        부웅 –

        ​

        휘둘러진 주먹이 투구를 쓰고 있는 드잔트의 뒤통수에 직격했다.

        ​

        오도독 –

        ​

        “취이이익! 부러진 거 아니다!”

        ​

        “나르쿠! 주먹 부서졌다! 이제 약하다.”

        ​

        “부서진게 아니라 잠시 뼈가 흩어진 것이다!”

        ​

        지랄도 가지가지였다.

        ​

        도대체 저게 뭘 하는 짓이란 말인가?

        ​

        “드잔트씨가 만들고 있는 물건이 있다고 하네요.”

        ​

        “음?”

        ​

        “파라몬님과 클로셀님의 부탁으로 만드는 중이라고 하던데…”

        ​

        그래서 지금 저렇게 인체실험을 진행하는 중이란 말인가?

        ​

        “영감님들은 언제왔어?”

        ​

        “어제 왔어요. 화가 잔뜩 나서 오셨답니다.”

        ​

       그럴 줄 알았다.

        ​

        분명히 오크의 영혼에게 말했다.

        ​

        후회할 것이라고.

        ​

        인간이 오크와 마주치면 보이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

        도망을 가던가 죽여없애던가.

       

       큰일이야 없을 걸 알지만 그래도 진땀 좀 뺐지 않으려나?

        ​

        “그래서 지금 어디 있어? 다친 오크는 없고?”

        ​

        “다행히 두 분에게 다친 오크는 없지만…스스로 다치고 있을거예요.”

        ​

        “….?”

        ​

        그러고 보니 기절하기 직전에 개판이 나버렸었다.

        ​

        자기들끼리 치고 받으며 날뛰던 오크들.

        ​

        그걸 아직도 하는건가?

        ​

        “가 보자.”

        ​

        루나를 안아 들고 얼마 움직이지 않아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

        “취이익! 더 싸워라!”

        ​

        “구,굴락 오크들 전부 죽는다!”

        ​

        “아직 안죽는다! 죽기직전에 알려준다!”

        ​

        오크들의 상태가 말이아니었다.

        ​

        굴락이 펄쩍펄쩍 뛸 때마다 눈이 벌게지는 오크들.

       

       심지어 굴락이 능숙하게 그것들을 다루고 있었다.

        ​

       “취익! 죽기직전까지만 싸워라!” 

        ​

        그 옆에서 영감님들이 황당하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

        “아! 자네 왔는가? 빨리 이걸 좀 설명해보시게.”

        ​

        “영감님?”

        ​

        클로셀 영감님도 상태가 이상했다.

        ​

        미쳐날뛰는 오크들 처럼 잔뜩 흥분한 모습.

        ​

        “도대체 어떻게 오크가 굿을 하는 것인가? 지금 보이는 저것들은 다 뭐고?”

        ​

        “그…좀 복잡한데…”

        ​

       오크들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

        “운명이 걸린일이다! 취이익! 더 싸워라! 불꽃을 피워야 한다!”

        ​

        굴락의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

        영감님들한테 위협이라도 당한 걸까?

        ​

        그때 나를 발견한 굴락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

        울상을 지으며.

        ​

        “인간샤먼! 큰일 났다!”

        ​

        “응?”

        ​

        “선조의 영혼이 사라졌다! 당장 저길봐라!”

        ​

        굴락이 가리킨 곳은 불꽃이 타오르는 곳.

        ​

        “어, 그러네? 없네?”

        ​

        “취이익! 그러네가 아니다! 선조의 영혼이 오지 않는다!”

        ​

        무려 발을 동동구르면서 말하는 굴락.

        ​

        영감님들이 대놓고 신기하게 그걸 관찰하고 있었다.

        ​

        “라몬, 자네가 저놈을 죽였으면 마법사들이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네.”

        ​

        “그래서 먼저 물어보고 행동하지 않았나?”

        ​

        “검을 뽑고 다 죽일 기세로 말인가?”

        ​

        이 영감탱이들이 내가 기절한동안 도대체 뭔짓을 하고 다닌 거야?

        ​

        오고 가는 농담과는 별개로 굴락은 미치기 직전인 것 같았다.

        ​

       샤먼에게는 큰일 일테니.

        ​

        “당분간 못 올걸?”

        ​

        “취익?”

        ​

        신가물에 함부로 침입을 한 영혼.

        ​

        지금쯤 폭풍 같은 잔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느라 힘을 많이 쓴것 같기도 했고.

        ​

        “다시 올 거야, 영혼을 회복시키려고.”

        ​

        “취익? 확실한가?”

        ​

        “할머니가 나쁘게 보지는 않으시네. 애초에 그랬으면 너도 죽었을 걸?”

        ​

        “취익?”

        ​

        오크들의 일이야 시간이 나면 해결이 될 것이니 젖혀두고.

        ​

        영감님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

        “샤먼의 영혼이 저에게 옛날 기억을 보여줬어요.”

        ​

        “호오?”

        ​

        “영혼이 살아있을 때의 기억이니까 대략 오백년 전쯤?”

        ​

        “오백년이란 말인가…흐음.”

        ​

        클로셀영감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설명해 주겠는가?”

        ​

        “오크들이랑 언데드가 전쟁 중이었고, 마족들이 있었어요.”

        ​

        마족이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

        어느새 따라와 있는 드잔트도, 세레나 역시도 말이다.

        ​

        “그 당시의 성자도 보였고요.”

        ​

        제일 중요한 것이 남았다.

        ​

        도저히 내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

        ​

        생자도 망자도 아닌 해괴한 것.

        ​

        “리치도 함께 있더라고요.”

        ​

        “….!”

        ​

        클로셀 영감이 두 눈을 부릅떴다.

        ​

        “리치라 하였는가? 혹시, 그것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아는가?”

        ​

        “아니요. 당시의 모습만 볼 수 있었어요.”

        ​

        파라몬 영감님이 슬며시 손을 휘저었다.

        ​

        “나와 로셀은 이미 그자와 많이도 싸웠네. 성기사들과 함께 이긴 적도 많았지.”

       

       “…”

       

       “아주 오래된 악연이라네. 최후의 전투가 있기까지 끊임없이 싸웠으니 말일세.”

        ​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

        대륙전쟁 때의 일은 다들 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였으니까.

        ​

        마족에 관한 이야기만 넌지시 들었을 뿐.

        ​

        제대로 듣는 건 처음이었다.

        ​

        내가 가진 지식으로도 한계가 있다.

        ​

        평민들은 대륙전쟁의 전후 사정은 알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

        그저 살아남기에 급급할 뿐이고 네크로맨서들은 전쟁을 일으킨 나쁜 놈인 것이니까.

        ​

        “리치는 목을 베어내도 죽지를 않는다네. 그놈의 육체를 갈가리 찢어놓아도 마찬가지네.”

        ​

        애초에 살아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놈이니 그럴 것 같았다.

        ​

        “라이프 포스 베슬이라는 것이 있네. 리치의 영혼을 담아 놓는 그릇이지. 그걸 파괴해야 놈이 사라지네.”

        ​​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

       

       곧 이어 영감님이 설명을 이어갔다.

        ​

        “네크로맨서들의 수장이라 하면 다들 마족이나 마왕을 생각하겠지만.”

        ​

        “….”

        ​

        “마족과 마왕의 소환을 진두지휘하는 건 그놈일세.”

        ​

        마족과 마왕의 소환.

        ​

       지금까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줄곧 궁금했다.

        ​

        “도대체 그걸 소환해서 뭘 하는 건가요?”

        ​

        클로셀 영감이 이상한 표정을 짓다가 눈을 치켜떴다.

        ​

        그리고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

        “그렇군. 자네라면 당연하게 모든 걸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네. 평민이었다는 걸 깜빡했군.”

        ​

        “…예?”

        ​

        지금 내 위치가 애매하긴 하다.

        ​

        온갖 큰일에는 다 연루가 되어 있으며, 같이 다니는 사람들도 범상치가 않기 때문이다.

        ​

        자연스럽게 큰 인물들과 얽히고 있는 것.

        ​

        평민이 하고 다니는 일이라 보기에는 심각하게 이상했다.

        ​

        “지금부터 말해 줄 것은 사람들이 모르는 극비의 정보라네. 자네가 감당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듣겠는가?”

        ​

        당연한 소리 아닌가.

        ​

        내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일 텐데.

        ​

        “말해주세요.”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히로인과의 스토리를 기다려주시는 독자님들께 알립니다!

    세레나가 히로인의 포지션을 가졌음에도 분량이 적은 이유는…

    단순히 작가인 저의 연애경험이 적어서 그렇습니다….!

    여러작품들을 읽으며 공부하는 중이니 꼭 이쁜 이야기들도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e check love fortune, career fortune, financial fortune, compatibility, physiognomy, and points of inte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