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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8

       백우진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이쪽을 향해 쇄도하는 짭연신의 움직임을 보았다.

         

       지금까지 싸웠던 상대들 중 단연 돋보이는 속도였다.

         

       녀석은 이미 다 잡은 물고기나 다름없었다. 짭연신은 진미연과 그림자들을 믿고 당장 시간을 번 뒤, 그들에 의해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지만, 이곳에 자신이 있고 십영이 마교를 등진 순간부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요컨대, 굳이 싸우지 않아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백우진이 녀석에게 싸움을 건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최근 대련 상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눈 깜빡할 사이에 거리를 좁힌 그가 발을 휘두르자, 그 궤도가 채찍처럼 휘어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을 가슴 앞에 세워 공격을 막아낸 백우진이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크, 이거지.”

         

       손끝으로 전해지는 저릿저릿함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백우진.

         

       적당한 강자가 필요했다. 한없이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줄 맞수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약해졌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빠른 법.

         

       평온 속에서 백우진은 한없이 무뎌졌다. 잠조차 마음 놓고 잘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고, 피 튀기는 전쟁이 일상이었던 과거가 무색할 정도로.

         

       감각을 되찾는 데에 가장 좋은 건 실전이다. 그것도 자신과 비슷한 맞수 또는 조금 더 윗줄인 상대와의 실전.

         

       비무로는 조금 부족하다. 결국 살수를 제한하고 싸우는 만큼 마음이 느슨해지니.

         

       ‘그렇다고 목숨을 거는 것도 별로지.’

         

       그렇다고 실전 한 번에 목숨을 거는 것은 아까웠다. 아무것도 없던 때라면 모를까, 지금 그의 주변에는 당선영과 제갈연지라는 아리따운 여인들이 있다.

         

       ‘아직 섹스도 못 했는데 죽을쏘냐.’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판을 짰다.

         

       초절정의 고수에게 자연스럽게 제약을 걸어 적당히 엇비슷하다 싶은 수준으로 맞추고, 살수를 마음껏 사용해도 되는, 이를테면 정제된 위기감이 넘실거리는 이 순간을 말이다.

         

       “겁 없이 나선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짭연신이 옷자락을 펄럭이며 으르렁댔다.

         

       그가 재차 달려들었다. 당가의 권각술 중에서 이름이 드높은 호연십팔퇴(浩然十八腿)의 초식이 펼쳐졌다.

         

       채찍처럼 낭창낭창하게 휘어져 들어오는 발차기가 수십 갈래로 갈라져 전신을 압박해왔다.

         

       퍼엉! 퍼엉!

         

       귀를 아찔하게 만드는 파공성이 연이어 울려 퍼진다.

         

       수십 갈래로 나뉘어 날아드는 발차기도 결국 단 하나의 발에서 비롯된 연속된 공격일 뿐. 동시에 날아드는 것처럼 보여도 약간의 편차는 있기 마련이다.

         

       백우진은 찰나에 불과한 그 편차를 놓치지 않았다.

         

       종이 인형처럼 팔랑거리며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공격들을 모조리 피해냄과 동시에 백우진의 검이 짭연신의 심장을 겨냥했다.

         

       “흠!”

         

       짧게 기함한 짭연신은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손바닥으로 검면을 때려 공격 방향을 비틀었다.

         

       허공을 베고 돌아온 백우진의 검. 짭연신은 그의 검에 덧씌워진 검기 위로 엄지만 한 크기의 점이 생겼다.

         

       ‘저건 또 뭐냐.’

         

       안력을 돋워 보았지만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저 검에 흐르는 기운이 뭉쳐져 만들어진 거라는 걸 알게 되었을 뿐.

         

       ‘또 무언가 수를 쓸 셈일 테지.’

         

       무엇인지 몰라도 상관없다. 경계심만 늦추지 않는다면 녀석의 공격이 제 몸에 닿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손과 발이 어지러이 하늘을 수놓았다. 그럴듯하게 형태를 갖춘 권법, 장법, 조법, 각법, 퇴법이 그 궤도를 바꾸어가며 백우진의 요혈을 노렸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

         

       답답한 속을 먼저 토해낸 건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짭연신이었다.

         

       백우진은 온갖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냈다. 움직임이 적은 만큼, 빈틈이 드러나는 일도 없었으며 오히려 간간이 짓쳐드는 날카로운 반격에 역으로 당할 뻔한 순간마저 생겼다.

         

       그것 외에도 그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대체 저 동그란 것들은 뭐냔 말이다!’

         

       공수를 이어갈 때마다 백우진의 검기 위로 자꾸만 동그란 점이 하나둘씩 생겨나더니 이제는 검의 반절을 뒤덮을 정도로 많아졌다.

         

       무언가 저것을 이용한 수법이 있는 듯한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올지 모르니 그저 난감할 따름이었다.

         

       “실망스럽네.”

         

       거침없이 공격을 이어가던 짭연신은 보았다. 진심으로 실망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백우진의 얼굴을.

         

       “초식이 어설퍼도 너무 어설퍼.”

         

       겉만 그럴듯하게 만든 당가의 무공들은 백우진의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너무 어설픈 탓에 아무리 빠르게 날아들어도 최종적으로 도착할 지점을 알고 있으니 피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래서야 무뎌진 감각을 어느 세월에 되찾는단 말인가.

         

       “에휴.”

         

       백우진이 한숨을 쉬었다.

         

       “이, 이놈이….”

         

       그 순간, 짭연신의 머릿속에 이어져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지금이야 이런 첩보 활동에 쓰이고 있지만, 그의 근본은 무인이다. 그런데 상대가 제 공격을 쉽게 피하는 와중에 실망어린 표정을 짓고, 한숨까지 내쉬고 있다.

         

       그것이 그의 자존심을 한없이 자극했다.

         

       “크하하핫! 그래, 지루한가 보구나.”

         

       그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특수한 대법을 펼쳐 체내에 잠재워둔 마기를 건드린 것이다.

         

       “오냐, 내 너를 길동무로 삼아주마.”

         

       무려 십 년을 잠들어 있던 마기는 요란스럽게 기지개를 켰다. 짭연신의 몸 주변에 붉은색 기운들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니 저건…!”

       “마기…, 마기다!”

       “그럼 정말로 가짜였단 말인가!”

         

       그는 삶을 포기했다. 무인으로서의 자존심까지 내버려가며 구차하게 삶을 연명하느니, 두고두고 방해가 될 백우진을 길동무 삼아 교의 더욱 밝은 미래를 제 손으로 열리라 다짐했다.

         

       콰앙!

         

       종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빠르기로 다가온 그가 손날을 세워 휘둘렀다. 백우진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자 그의 뒤편에 있던 전각의 기둥이 날카롭게 잘려 무너져내렸다.

         

       “흐흐, 용케도 피했구나.”

         

       두 사람의 비무를 지켜보고 있던 주변인들이 달려들 조짐이 보였다. 그들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빨리 백우진의 숨통을 끊어놓아야 했다.

         

       체내에 날뛰는 마기를 손에 불어넣자, 그의 손 위로 붉은색 날카로운 검기가 치솟았다.

         

       그가 땅을 박찼다.

         

       발을 디딘 주변 바닥이 패이고, 박살이 날 정도로 강렬한 도약.

         

       마교의 무공 대다수가 그러했다. 날뛰는 마기를 섬세하게 제어할 수 있는 이들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애초부터 마기가 지닌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선적이고, 파괴적인 무공이 주를 이루었다.

         

       마기의 폭발적인 성질을 그대로 이용한 직선의 공격은 알면서도 피하기 어렵고, 막아도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공격이었다.

         

       “죽어라, 이놈!”

         

       악귀의 울부짖음과 같은 외침과 함께 핏빛 검기가 백우진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이건 못 피한다.’

         

       한시도 가만 있지 않고 날뛰는 마기의 폭발적인 성질을 이용하여 움직임을 가속하는 방식이 백우진이 사용하는 벼락과 거의 비슷했다.

         

       검병을 두 손으로 쥐며 머리 위를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검기가 정수리 바로 앞에서 검과 만났다.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기의 파동에 의해 만들어진 후폭풍이 이쪽을 향해 달려들고 있던 무인들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경지가 약한 이들 몇몇은 이를 버티지 못하고 나동그라졌다.

         

       “쿨럭!”

         

       간신히 검기의 진로를 막아낸 백우진이 피를 토했다.

         

       “흐흐흐, 어디 또 한 번 말해보거라. 이래도 실망스러우냐?”

         

       백우진이 하는 것처럼 이죽거린 짭연신은 검에 가로막힌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간신히 동수를 이루어낸 검이 부들부들 떨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핏빛 검기가 어느덧 정수리 끝자락에 다다랐을 무렵, 백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넌 별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냐.”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미친놈, 죽을 때가 되니 헛소리를 하는구나.”

         

       그 말을 끝으로 팔에 더욱 힘을 주어 그를 사정없이 짓누르려 할 때였다.

         

       별안간 반대쪽 팔에 무언가가 닿더니, 날카로운 상흔이 새겨졌다.

         

       “큭…! 뭐, 뭐냐!”

         

       오직 백우진을 향해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던 그는 이제야 보았다.

         

       제 주변을 둘러싼 채 미약한 빛을 내뿜고 있는 자그마한 기의 조각들을. 그리고 그것은 무척이나 낯이 익었다.

         

       “이, 이건…?”

         

       조금 전까지 백우진의 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던 기운들이 분명했다. 헌데 그것이 언제 제 주변을 감싸고 있었단 말인가.

         

       “내 스승은 별을 보고 이게 떠올랐단다.”

         

       별처럼 무수히 많은 적이 둘러싸고 있으면 이를 어찌 상대해야 하는가.

         

       그의 스승, 검귀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품었다. 심지어 제 연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말이다.

         

       어쩌다 입밖으로 낸 소리에 그의 연인은 그리 대답했다고 한다. 저 무수히 많은 별이 적이 아니라 아군이면 안 되는 것이냐고 말이다.

         

       그 말 한마디에 이 기술이 탄생했다.

         

       스타 라이트(Star Light).

         

       “음, 이곳 식으로 얘기하면.”

         

       주변을 촘촘하게 에워싼 기의 조각들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짭연신이 핏빛 검기를 휘둘러 그것들을 모조리 파괴하려 했지만, 한 발 늦었다.

         

       어느새 검을 내려놓은 백우진의 양팔이 검기가 서린 그의 팔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때마침 괜찮은 초식명을 떠올린 백우진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그게 좋겠네.”

         

       유성만천(流星滿天).

         

       제 남자가 검에 단단히 미쳐 있음을 재차 실감한 연인을 떠나가게 만든, 비운의 검술.

         

       별빛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반짝이는 기의 조각들이 짭연신을 향해 쇄도했다.

         

       퍼억! 퍼퍽! 퍽!

         

       “끄하아악!”

         

       조각 하나하나가 단순히 기운을 뭉뚱그려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선으로 형성된 검기를 작게 압축하고 뭉뚱그려 만들어낸 검기의 다발이었다.

         

       전신을 칼로 헤집는 듯한 고통과 함께 그에게서 흘러나온 핏물이 강물처럼 계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 뜨고 보기 힘든 상태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짭연신.

         

       “네놈은…, 필시, 죽을 것이다….”

         

       대계를 망친 범인을 마교에서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을 테니.

         

       백우진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사람은 때 되면 다 죽는 법이야. 먼저 가서 내 자리도 맡아두고 있어!”

       “컥…!”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람의 혈압을 치솟게 만드는 말투에 그는 눈조차 감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께 일단 사죄의 말씀부터 올립니다…

    사실 오늘 연참을 통해 에피소드를 끝마칠 예정이었습니다만,,,

    전투편이 예상보다 조금 더 길어짐과 동시에 다음편에 약간의 이슈가 생기는 바람에 내일로 미루어지게 되었읍니다.

    그,,, 내일 편은 십구금이 걸릴 예정인데요,,,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여러분은 19금 씬을 볼 때 남성과 여성의 중요 부분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게 좋으신가요?

    아니면 좀 은어적인 표현이 좋으실까요.

    사실 이게 가장 큰 고민이라,,, 여러분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19금씬이 생각보다 묘사가 어려운 탓에 여러분이 만족할 만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머리를 싸매고 조금이나마 좋은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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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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