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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8

       대륙에서 갤러리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은 갤러리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특히 다크엘프처럼 오래 사는 종족이라면 들어본 적이 없을 수가 없었다.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눈팅만 하는 사람들.

       개념글만 읽는 사람들.

       익명을 방패삼아 쓰레기 같은 분위기에 실망해 접속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이들도 갤러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고 갤러리의 내용들을 주제삼아 배포되는 신문들마저 있다.

         

       그렇게 갤러리의 이야기는 항상 들려온다.

       다만… 갤러리가 어떤 모습인진 알지 못했다.

         

       갤러리란 어떤 모습일까.

       축복 받아 갤러리의 접속 권한을 얻지 않는 이상, 갤러리의 모습을 확인할 순 없다.

       갤러리에 선택받는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여태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다. 알아낸 사람도 없었다.

         

       어느 날 축복을 받아, 갤러리에 들어갈 수 있었단 사람도 있고.

       평생 동안 구경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알렉세이. 그도 마찬가지로 갤러리에 들어가지 못한 사내였다.

         

       “어떤 곳일까.”

         

       갤러리란 이야기장소가.

       다들 익명을 믿고 험하게 말을 하고.

       현실에서는 꺼내지 못할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한다는 얘기를 들어도.

         

       그걸 직접 목격하고 싫어하는 것과 구경조차 못해본 건 차이가 크다.

         

       그렇다.

       갤러리에 접속하지 못하는 사람은,

       평생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 하늘 끝엔 뭐가 있을까.”

         

       저 별 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걸 알지 못한 채. 죽는 것처럼.

       갤러리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다.

         

       센치해진 감정으로 지상을 돌아다니던 알렉세이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 조용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암살자…?’

         

       로브와 인장을 보아하건대, 여왕의 친위부대다.

       흠칫 놀란 알렉세이는 그들에게 살기가 없는 것을 보고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상대의 말을 기다렸다.

       깊게 눌러쓴 후드 속.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렉세이. 그대에게 묻고자 한다.”

       “예.”

       “갤러리에 접속하지 못 한다고 알고 있다. 사실인가.”

       “…예.”

       “그렇다면. 혹시 실험에 참여할 생각이 있는가.”

       “그게 어떤….”

       “위험이 있거나 그런 종류는 아니다. 갤러리를 이용할 수 있다면 하겠는가.”

         

       갤러리에 접속할 기회를 준다고? 어떻게…?

       물어보려다가 겨우 참았다.

       어차피 이들도 하수인에 불과하다.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할 수도 있고, 알더라도 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무조건 하겠습니다.”

         

       단지 지금 중요한 건 이 제안을 수락할 것인가 아닌가. 그 뿐.

       알렉세이가 확신을 담아 대답하자, 그림자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를 감싼 그림자의 장막이 사라지자,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여긴….’

         

       처음 보는 공간이다. 훤히 탁 트인 광장이라니.

       아르델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로브를 깊게 눌러쓴 암살자들이 다른 이들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여기 받으시면 됩니다.”

       “아… 예.”

         

       알렉세이도 얼떨떨한 상태로 받아들었다.

       네모났게 생긴 마법 장비와 이상한 줄이다. 아니, 마나 회선?

       이 물건들의 정체를 유추하고 있으니, 한 여인이 나타나서 박수를 쳐서 이목을 끌었다.

         

       “자. 다들 모였으니 한 번 설명하겠습니다.”

         

       순식간에 광장이 조용해지자, 그녀는 씨익 웃으며 손에 잡은 물건을 들어보여, 네모난 마법 장비의 옆면을 가리켰다.

         

       “여기를 톡 건드려 보시겠어요?”

       “여기를…?’

         

       알렉세이가 그녀처럼 누르자.

       네모난 물건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네. 이렇게 건드리면 갤러리의 모습이 이 마법 장비에 출력이 됩니다.”

       “뭣?!”

       “맙소사….”

       “이걸 실제로 볼 수 있다니.”

       “축복을 받지 않아도 볼 수 있단 말인가?

         

       주변에서도 갤러리를 보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어떻게 사용해도 좋으나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물건이 부서지지 않게 사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마나를 소진하면 꺼질 텐데… 이 선을 꽂고 세계수 뿌리에 꽂으면? 이렇게 충전이 됩니다.”

       “오오….”

       “그런 원리인 건가.”

       “되게 간단하군… 하지만 간단한 만큼 복잡한 물건이야.”

         

       모두가 감탄한 동안.

       알렉세이는 손에 쥐어진 물건을 쳐다보았다.

       이게… 그토록 궁금하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물건인가…?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염원하던 갤러리의 모습을 확인했다.

         

       ─일주일 만에 씻었더니 개운하네 ㅋㅋ [12]

       ─응애 여왕님 나 쭈쭈조… [3]

       ─짤녀 예쁠 시 자러감 [7]

       ─제국 거품인 거 같으면 개추 ㅋㅋ [16]

       ─드워프 풀 셋팅 vs 마왕 누가 이김? [25]

       ─이번 분기 신작 개 꼴리네 ㅋㅋ [33]

       ─여왕 중에 누가 제일 가슴 크냐? [81]

         

       이딴 게 갤러리…?

       알렉세이는 일단 게시글을 하나 눌렀다.

         

         

       ***

         

         

       갤러리는 어지럽다.

       이상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질 않나.

       쓸데없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싸운다.

       왜 이러지?

       이들을 한심하게 보던 알렉세이였지만….

       그것도 처음의 일.

         

       “진짜 뒤지고 싶은 건가?”

         

       알렉세이도 완벽하게 갤러리에 물드는 데 성공했다.

         

         

       제목) 심기체 처녀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심이라니까??

       몸도 중요한데 결국 마음이 완성하는 거임 ㅅㄱ

         

       ㄴ사창가 에이스도 처녀 가능함?

       ㄴㄹㅇㅋㅋ 결국은 몸이 중요하다니까

       ㄴ일단 몸은 처녀여야 하는 거 아닌가.

       ㄴ그럼 처녀빗치는 처녀임??? 행동이 처녀가 아닌데?????

       ㄴ처녀를 낳아줄 수 있는 여자면 명예처녀 아님…?

       ㄴ아무튼 처음은 처녀였으니 괜찮은 거 아님?

       ㄴ시발 ㅋㅋ 이 미친새끼들아 그만해

       ㄴ유니콘들 사창가에서 발견 ㅋㅋ

         

       “어허. 알지도 못하는 애송이 놈들.”

         

       이제는 익숙해져서 갤러리는 알렉세이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다.

       이상한 글들은 알아서 뇌가 필터링하고.

       적당히 읽을 만한 글을 보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제목) 그림자 마법은 다크엘프만 배움?

       나 마족인데 배우고 싶음

         

       ㄴ되겠냐 이 자식아 ㅋㅋㅋ

       ㄴ뭣도 없는 아르델 밑천을 털어먹으려고 하네

       ㄴ아르델 오면 배울 순 있음 ㅇㅇ

       ㄴ아르델 어케 감?

       ㄴ다크엘프로 태어나거나 고위 귀족하고 친해져야 함

       ㄴ그거 어떻게 함?

       ㄴ성공한 놈이 거의 없어서 모르겠음…

       ㄴㅅㅂㅋㅋㅋㅋㅋ

       ㄴ모범 사례가 없는 방법 ㄷㄷ

       ㄴ이걸 과연 방법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제목) 지금 치킨먹으면 엠생임?

       여긴 아침임 ㅇㅇ

         

       ㄴ아침에 치킨 ㄱㅊ은데

       ㄴ근데 곧 자야함

       ㄴ그건 이미 엠생인거 아닐까요?

       ㄴ치킨하고 상관없는 거 같은데?

       ㄴ아 그럼 먹어도 되겠네 ㄳ

       ㄴ인생은 조져도 긍정적인 친구 ㅋㅋㅋㅋ

       ㄴ인생은 조졌어도 치킨은 먹어야지 ㅋㅋ

         

         

       제목) 자기 종족 장점 하나씩 말해보자

       나 일단 인간인데 야추가 작음

         

       ㄴ그게 왜 장점이농 게이야…

       ㄴ야스 못 해본 걸 정당하게 핑계 댈 수 있음

       ㄴ아.

       ㄴ그건 너무 슬픈데…

       ㄴ나한테심한말그만해

       ㄴ짠하네… 내가 아는 남자애였으면…

       ㄴ오 같이 술 마셔주기 가능?

       ㄴ아니 그냥 뭐 짠하고 말겠지

         

       ㄴㅋㅋㅋㅋㅋㅋㅋㅋ

       ㄴ그냥 공감능력 100%

       ㄴ공감만 해준다고 ㅋㅋㅋ

       ㄴ”내가 왜.”

       ㄴ해결해줄 이유는 없긴 하지 ㅋㅋㅋㅋ

         

         

         

       제목) 후… 갤부이 만화 다 봤다…

       처음이 아니라서 네가 좋아 이거 다음 권 언제 나옴???

         

       ㄴ한참 남았지 ㅇㅇ

       ㄴ와 그걸 재밌게 읽네 ㅅㅂ

       ㄴ그거 비처녀만 나오잖아…

       ㄴ유니콘 학살쇼에 돈을 지원하는 씹새가 너였구나

       ㄴ시발 글만 읽었는데도 뿔이 아파…

       ㄴ에바야…

         

         

       제목) 와 갤 경매장 존나 편하네

       경매장 ㅅㅂ 이거 신세계네 이런걸 너희만 쓰고 있었다고?

         

       ㄴ왜 안 쓰고 있었음?

       ㄴ시발 그러게 세상 불공평하네

       ㄴ그걸 이제야 알았음?

       ㄴ거울도 안 보고 살았나봐 ㅋㅋ

       ㄴ이 씨발새끼가 ㅋㅋㅋ

       ㄴ갑자기 극딜 박아버리네 ㅋㅋㅋㅋ

       ㄴ슬슬 동부 0군 시간대라 그럼 ㅋㅋ

       ㄴ서부 0군 시간대보다 동부가 기본적으로 맵지 ㅋㅋㅋㅋ

       ㄴ엘프들은 딜링이 약하고 제국 애들은 찐 엠생들에 비하면 별거 없자너 ㅋㅋㅋ

         

       “이렇게 재밌는 걸 너희만 하고 있던 거냐…!”

         

       심지어 갤러리 경매장은 편하다!

       이런 마법 장비 하나 딸깍 했다고 물건이 거래가 되다니!

       그렇게 완벽한 갤붕이가 되어버린 알렉세이는 다음 글을 눌렀다.

         

       ─오늘 점심 ㅁㅌㅊ?

         

       평범한 글이었다. 제목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글이었다.

       다만, 내용물은 그런 게 아니었다.

         

       “욱….”

         

       끔찍한 사진이 알렉세이의 정신을 흔들었다.

       글에 첨부된 사진이 빛나면서 빠르게 점멸했다.

       잔인하거나 흉측한 사진들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정신을 유린했다.

         

       ‘무슨….’

         

       이런 것엔 내성이 있다 생각했는데. 선을 아득히 넘어버린 끔찍함이다.

       알렉세이는 몰려오는 구역질에 입을 틀어막았다.

       온갖 역겨움이 담겨있는 사진들에 갤러리에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허락하지 않았다.

       페이지를 벗어나도 다시 끌려온다.

         

       “이, 이게 왜 안 꺼지는 거야…!”

         

       뒤로가기 버튼을 수십 번 빠르게 연타한 뒤에야 지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정신엔 큰 데미지를 입은 이후였다.

       어떻게… 세상에… 그런 끔찍한 사진들이 존재한단 말인가.

       기억 속에 남아있는 생생한 사진들을 떠올리니, 불쾌한 감정이 몰려왔다.

         

       “오늘 식사는 글렀네….”

         

       식욕 삭제 완료.

       갤러리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탄생하는 동안.

       엘란의 여왕. 에리스도 납치 태그에 당해서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앙아아아아악!!!!!!! 세상에 왜 이딴 게 존재하는 건가요!!!!”

         

       그렇게 갤러리의 피해자가 속출했다.

         

         

       ***

         

         

       ─절대 갤러리 글을 읽지마

       ─이건 뭔데 ㅅㅂ

       ─갤러리 멸망 시즌 28713529호 ㅋㅋ

       ─제발 갤러리 섭종 ㅋㅋㅋ

       ─꼴짤 달린다@@@@@@@

       ─아시발야스하고싶닼ㅋㅋㅋㅋㅋ

       ─갤러리를구원해다오갤러리를구원해다

       ─드디어 갤러리 탈출ㅋㅋㅋ

       ─글 궁금하면 개추 ㅋㅋㅋㅋㅋㅋ [2]

       ─집단 독백 갤러리 ㅋㅋㅋㅋ

       ─글은 눌러보고 싶지 않냐?

       ─갤러리 (완)

       ─절대 저 글을 누르지마!!!!!!!!

       ─아 시발 댓글낚시 [11]

       ─좆망 갤 기념 몸매 인증함… [18]

         

       대부분의 게시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

       갤러리를 구경하던 주딱이 중얼거렸다.

         

       “와. 납치태그 오랜만이네.”

         

       옛날에 잠시 유행했다가 사라진 방식이지만, 이 방식의 분탕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낭만의 시대가 증명했다.

       글을 하나 누르자, 강제로 다른 페이지에 끌려간다.

       문제는 그게 수도 없이 반복된다.

       벗어날 방법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뒤로가기를 빠르게 연타하는 것 뿐.

         

       “근데 그때보다 빡센데?”

         

       나가기 버튼을 적어도 배는 빠르게 눌러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악질적이지만,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도망치는 데 성공해도 이미 뇌는 오염된 상태인 걸.

       온라인에 크툴루와 비견되는 존재가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흠.”

         

       주딱은 글 하나를 누르고 나타나는 끔찍한 사진들을 구경했다.

       인터넷 세계에서 존재하던 온갖 짤들이 모여 있다면 이런 느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글을 읽는 건 멈추지 않았다.

         

       “흐으음….”

         

       수년간 단련해서 온갖 혐짤 내성이 있어도 이 정도인데.

       없는 갤럼들이라면 어떤 반응일까.

       일반인에 가까운 이들이라면 최소 며칠은 후유증을 겪고도 남겠는데.

         

       “갤러리 곱창났네.”

         

       일단 혐짤들이 올라온 글은 짜르고….

       아니 아이디는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구한거야?

       새로운 아이디를 보는 족족 차단을 갈기고 있으니, 주딱의 방을 누군가 노크했다.

         

       “들어오세요. 어라, 여왕님?”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베아트리스가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로 왔을 지는 뻔한 일이었다.

         

       “갤러리 때문인가요.”

       “예. 갤러리 때문에 이야기를 하러 왔어요. 저희 사업과도 큰 관련이 있으니까요.”

       “아.”

         

       갤러리에 문제가 생기면 지금 만드는 물건은 쓸모가 없어진다.

       갤러리가 정상적이어야 물건이 팔릴 테니까.

         

       “그건 어떻게든 빨리 해결을 해볼게요.”

       “그리고….”

       “엣.”

         

       뭐가 또 있는 건가.

         

       “더 큰 문제가 생겼어요.”

       “뭔데요?”

       “대륙의 모든 나라가 회담에 참여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해요.”

       “아하.”

       “주딱에게요.”

       “?”

         

       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근 들어 글 자신감이 많이 사라져서…
    쓰는데 오래걸렸네요 죄송합니다…
    술 마려우니까 한잔 하고 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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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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