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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8

       짜릿한 승리였다.

        

       MVP 인터뷰에 불려 나가는 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그조차 감수할 가치가 있었을 정도로. 팀 게임의 승리에는, 솔로랭크 승리와는 다른 쾌감이 있더라.

        

       나무꾼은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만천하에 보여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사심도 조금……아주 조금은, 섞였지만. 다 대의를 위한 거니까. 팀원들도 이해해 줄 거야.

       

       한 명 빼고는, 다들 기뻐하고 있었고.

       

       아무튼.

        

       객관적으로 보아도, 에스마키를 노리는 건 이 게임을 가장 확실하게 이기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었다.

       

       어쩌면, 광전사가 아니었어도 노리지 않았을까. 팀 게임에서 메인 오더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대는 건 손쉬운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니.

        

       솔로 랭크와 달리, 이런 팀 게임에서는 메인 오더가 누구인지 노출되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주장이든, 팀장이든- 사람인 이상, 죽고 또 죽다 보면 멘탈이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아무리 팀 게임이라고 해도, 1킬 6데스의 스코어를 달고 또 죽음을 앞둔 채로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내리는 건……어지간한 훈련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본인 살기 급급해서든, 팀원들 보기 민망해서든.

        

       안 그래도 나오나는 오더하기 편한 게임이 아니다.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미니맵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당장 눈 앞의 적과 온 몸으로 합을 겨뤄야 하는 상황에서 팀원들의 브리핑을 종합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니.

       

       잘 풀리는 판에서조차 홀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포지션인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죽음이 끝없이 누적되고, 언제 또 뒤에서 암살자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더를 해야 한다?

        

       오더에 개인적인 화와 짜증을 섞지 않는 것만으로도 상위권의 멘탈이다.

        

       에스마키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경기 후반부부터 고장나버린 상대 팀의 움직임만 봐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방송 중이니 화를 내지야 않았겠지만, 아마 입을 닫아버리지 않았을까.

        

       치밀한 계획에 따라 굴려가는 게임도 매력적이지만, 이렇게 상대의 계획을 분쇄해서 쟁취하는 승리에도 특유의 쾌감과 재미가 있다. 상대의 반응을 상상해보는 것도 그런 재미의 하나겠지.

        

       아……그러고보니. 대회니까, 나중에 찾아보면 상대팀 보이스챗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6명 중 1명 정도는 방송을 켰을 거잖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지.

       

       나중에 아크한테……아니, 레반한테 물어보는게 나으려나. 아크한테 상대팀 보이스챗 들어보고 싶다고 하면, 뭔가 꼬치꼬치 캐물을 것 같은 느낌이고.

       

       아무튼.

        

       여러모로, 출전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대회다.

        

       팀명……그건 잊자.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주동자만큼은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 벌써 1점을 앞서 나갔고……우리 제자가 멘티 MVP를 놓칠 리가 없으니까.

        

       조금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의자에 뒤로 기대어, 옅게 퍼져나가는 만족감을 만끽했다.

        

       대회 중만 아니었으면 축배를 들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어깨를 가벼이 스트레칭했다. 긴장했나. 조금 굳었네.

        

       역시 긴장을 푸는 물약을……아니,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도핑이 게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세간에서 널리 통용되는 인식이 아니라는 것 정도야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아크에게는.

        

       어째서인지, 언제부턴가 내가 술을 마신 상태인지를 기가 막히게 파악해내고 있기도 하고. 원래도 그랬지만, 그 때 같이 술을 마신 날부터는 정확성이 급증했다.

        

       지금 마시면 분명 걸리……겠지.

        

       조금 건조하게 느껴지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다시 보이스를 키웠다.

        

       《와, 노인과바다 팀 장난 아니네. 저게 진짜 우승후본가…….》

        

       《택틱 점검 한 번 해야겠네요. 바다바다님이 검방 들고 탑라인 서니까 아예 뚫을 수가 없는데…….》

        

       《법사랑 궁수 화력 집중하면 뚫리긴 뚫릴 거예요. 문제는 그러면 봇이 답이 없어지는 건데……차라리 궁탁님이 대방패 들고 탑 가서 드러눕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연습 많이 하셨는데.》

        

       《제가 또 인간 바리케이드 하나는 자신 있습죠.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버티고 서있기만 해볼까요? 레쌤이랑 훈련 많이 했어요, 그거.》

        

       《상대도 화력 투사해주면 그만일 거라서……혼자 버티긴 힘듭니다. 지하에서 한 번 올라와서 측면 찔러버리면 탑은 진영 다신 못 잡고 끝날 수 있어요.》

        

       《우리 너무 쫄지 마요! 상대 기사 안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지하에선 우리 선생님이 다 이겨요. 아무도 못 올라갈 걸요?》

        

       《별포크님은 스승이 아니라 교주를 모신 것 같은데. 나중에 주최측에 손해배상 청구하세요.》

        

       《신성모독이에요.》

        

       《봐요.》

        

       팀원들은 2경기를 단체로 관람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방송화면 상단의 현황표를 보니, 첫 세트를 가져간 노인과바다 팀이 두 번째 세트에서도 이미 중앙 거점을 점령한 상황.

       

       겨우 40분쯤 전에 첫 세트를 시작한다는 캐스터의 멘트가 들렸던 걸 고려하면, 팀원들이 충격과 공포에 빠져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다.

        

       포지션이 꼬인 걸 수도 있겠으나……글쎄. 그 정도 변수로 생긴 차이는 아닐 것 같은데.

       

       잠시 관객의 입장에서 방송을 관람하고 있자니, 채 5분도 지나기 전에 이건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게임임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밸런스가 맞지 않는 매치업이다. 10여분 만에 벌어진 심각한 스코어 차이보다도, 양 팀간 실력의 격차가 더 컸으니.

        

       사실, 이런 대회에서 팀간 밸런스 조절 실패로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만큼 대참사가 없다. 그러니 주최 측은 나름 밸런스를 맞춘다고 맞추려고 노력했을 텐데……아마, 다이아와 마스터 간의 실력 차가 상상 이상이라는 상위 티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머지 2명의 멘토를 다이아로 하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게임 좀 하는 스트리머’와 ‘전 프로’의 격차에 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 결과가 이 꼴이고.

       

       얼핏 보니, 공식 방송 채팅창에는 아주 친숙한 화염 이모지가 상당히 올라오고 있었다. 아마 밸런스에 대한 항의 표시겠지.

        

       그나마 도댓이 지하와 지상을 발빠르게 움직이며 터져나오는 구멍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우리의 결승전 상대가 누가 될지는 이미 명확했다.

       

       도적 대 도적의 멋진 결전으로 결승전 무대를 장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꿈을 고이 접는 사이, 화면은 그  원흉과도 같은 기사를 클로즈업으로 잡고 있었다.

        

       1미터 남짓 되는 롱소드를 들고, 중소형 버클러를 왼팔에 장비한 검방기사.

       

       얼핏 보기에도 두터워 보이는 전신 판금 갑옷은, 비교적 가벼운 무기에서 확보한 중량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옅은 후광이 비치는 것이, 자가 치유를 가능케 하는 성스러운 회복 특성까지 찍은 모양.

        

       나오나 입문자에게 많이들 권유하는 심플하고 표준적인 판금검방 세팅이다. 공수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눈먼 화살 한두 발 정도는 갑옷으로 버텨낼 수 있는.

        

       물론, 내게는 다르게 와닿는 무장이다.

        

       자가치유 판금검방. 다시 말해, ‘너 좆밥이잖아’ 빌드.

        

       변수만 없다면 너 따위한테는 절대 안 진다는 마음가짐으로 드는, 안정 그 자체인 세팅이다.

        

       초보자들이 은근 선호하는 세팅이라는 점이 더욱 악질적이었다.

        

       부계정을 만들어서 저랭크를 맴돌며 ‘하와와, 순진한 초보쟝이와요’ 거리다가, 적절한 먹잇감을 만나는 순간 돌변해서 농락을 시작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다.

        

       반대로, 그런 놈들을 검거하는 암행 순찰차로도 애용되는 세팅이었는데……. 시즌 6 무렵부터는, 피차 기본 공격도 헛손질하며 비틀거리던 검방판검 기사 둘이 대치하던 중, 한 명이 갑자기 현란한 연계기를 꽂아 넣으면 상대는 저스트 회피에 패링까지 해대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무튼, 요약하자면- 상대가 모두 자신보다 한참 레벨이 낮다는 확신이 드는 전장에나 들고 가는 무색무취한 빌드다.

       

       안정적인 만큼, 상대와 기본기 차이가 어지간히 나지 않는 이상 우위를 점하기도 힘든 탓이다.

        

       아주 가끔, 저걸 주력 빌드로 삼는 변태들도 있었지만……확인한 바로, 바다바다는 아니었고.

        

       그러니까, 저 기사의 용태가 의미하는 건 단 하나다.

        

       “무시하고 있네요.”

        

       《앗! 쌤! 보고 계셨어요? 바다바다님 진짜 장난 아니에요.》

        

       《시청자들 그만 무시하고 방송이나 켜요. 공식 방송에 지금 경기도 안 하고 있는 사람을 찾는 채팅이 대체 몇 개야.》

        

       조잘거리는 별포크의 목소리와 불퉁거리는 듯한 중저음이 겹쳤다.   

        

       ……레반이 좀 삐뚤어졌네. 4강전에서 MVP를 뺏긴 게 그렇게 분했나.

        

       벌써 그렇게 분하면 안 될 텐데.

        

       이런 저런 단어들이 머릿속을 이리저리 굴러다녔지만, 승자이자 어른으로서 관용을 베풀기로 했다. 갑자기 눈을 부릅뜬 아크의 캠 화면 때문은 아니고. 진짜로.

        

       아크의 방송을 끄고 공식 방송 화면을 최대 크기로 당겼다. 게임에나 집중해야지. 어쩌면 상대를 공략할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마침 옵저버도 바다바다를 잡아주고 있었다. 태산처럼 버티고 선 채 홀로 몇 명이고 물리치고 있는 기사.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한 구도로 그 기사를 비추는 화면의 외곽에, 빠르게 달려드는 또 하나의 불나방이 잡혔다.

        

       익숙한 후드에, 단검.

        

       도댓이었다.

        

       “도댓님이네요……지금 도댓님 방송도 채팅 안 되는 거죠? 응원하고 싶은데.”

       

        《네. 공식방송만 채팅 허용이에요.》

       

       “음……공식방송은 좀 그런데. 아스키 아트 올리면 밴 할 것 같아서요.”

       

       

        《……그건 도댓님 방송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kf5u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명군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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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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