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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8

       올리비아의 말에, 세트는 잠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녀의 심계가 세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윗 단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지?’

         

       어찌 사람이 만날 때마다 예상을 뛰어넘는단 말인가.

         

       ‘이 자가……정말로 마녀라고?’

         

       도대체 과거에 뭐 하던 자길래 제국의 속사정을 이렇게까지 꿰뚫고 있단 말인가.

         

       ‘이건……사실상 황위 옹립이다. 처음부터 이걸 계획하고 있었다고?’

         

       1황자 전하를 황태자로 올리는 것 까지는 좋다. 그도 엄연히 1황자 라인이었으니까.

         

       하지만 도대체 그것이 올리비아에게 무슨 득이 된단 말인가?

         

       세트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건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오.”

        “그럼 너네 단장을 불러오면 되겠네.”

        “……2시간만 기다려 주시오.”

         

       세트가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고 사라졌다.

       단번에 제국으로 이동하는 스크롤은 아닐 것이다. 위치를 읽히지 않기 위해서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경유하겠지.

       

       ‘물론 의미 없는 짓이지만.’

         

       [단서 #6의 주인은, ‘혁명가’입니다.]

         

       6번 단서부터는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이름 정도야,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올리비아는 다리를 걸터 앉은 채, 칼리오페가 오기를 기다렸다.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기 무섭게, 빛이 점멸하며 누군가 나타났다.

       암살자를 연상시키는 검은 복면을 두른 여인.

       그녀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는지, 허리춤에 매인 레이피어를 꼭 붙잡고 있었다.

         

       “세트에게 이야기는 대충 전해들었다.”

         

       2시간 동안 적탑주와 관련된 정보를 이 잡듯이 뒤지다 왔는지, 그녀의 머리에는 미처 숨기지 못한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딱히 쓸만한 정보는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당사자인 적탑주 갈두르는 아직도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을 테고, 협상의 주요 인물인 키엘과 무왕, 에스티는 전부 아틸라 산맥에 모여 있을 테니까.

         

       물론 이 자리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올리비아의 말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겠지만.

         

       “원하는 게 뭐지?”

         

       바로 본론인가.

         

       그만큼 시간 상의 여유가 없다는 뜻이리라.

       황녀가 에리야스에게 납치당하여 2황자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지금이, 1황자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 확실히 결을 맺지 못하면, 언제 역공을 당할지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없어.”

       “……없다고? 지금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정확히는, 1황자가 황제가 되는 게 내가 원하는 거야.”

         

       칼리오페가 미심쩍은 얼굴로 올리비아를 쳐다보았다.

         

       “……1황자 전하께 도대체 무슨 조건을 약속받은거지?”

         

       1황자는 아무래도 좋았다. 황녀가 황위를 받지 못하기만 하면 된다.

         

       올리비아는 일부러 여유를 연기하며 미소지었다.

         

       “그 정도는 알아서 알아내라고. 너희 능력 좋잖아?”

         

       도발이나 다름없는 말에, 칼리오페가 인상을 찌푸렸다.

         

       “……됐고, 마법사 협회와 관련된 이야기나 하지.”

         

       제국의 무력을 양분하는 두 세력.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금탑주를 제외한 모든 마탑주가 소속된 곳이, 바로 마법사 협회였다.

       그리고 현 마법사 협회장이, 적탑주 갈두르였다.

         

       “로트실드 가문은 중립이다. 알고 있나?”

       “알지. 하지만 마법사 협회장이 아니라, 적탑주를 비난하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아.”

         

       칼리오페의 주름이 한층 짙어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가주인 키엘 공작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적탑주에게는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한다. 그리고 키엘 공작은…….”

       “남이 뭘 하든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

         

       하지만, 적어도 갈두르에게는 아니다.

         

       “정 못 믿겠으면, 키엘 공작이랑 만나봐. 갈두르를 몰락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좋다고 받아들일걸?”

       

       그 말을 들은 칼리오페의 표정에 날카로운 기색이 스쳐갔다. 그녀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헛소리로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베일에 감싸인 마녀. 외딴 북부에서도 고위층들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인간.

         

       “……부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단순히 말 몇마디 듣고 실행하기엔 리스크가 커서 말이다.”

       

       물었다.

       올리비아는 씩 웃으며 답했다.

         

       “키엘 공작과 적탑주 갈두르. 둘은 개인적인 원한 관계야.”

       “……원한?”

       “키엘 공작의 아주 소중한 사람을, 갈두르가 공격했거든.”

         

       칼리오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올리비아의 의중을 떠보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키엘 공작에게 소중한 사람은, 그의 여동생인 힐데 로트실드 뿐이다. 그리고 힐데 로트실드는 공작가의 고위 기사들이 24시간 내내 호위하고 있지. 아무리 적탑주라고 한들…….”

       “한 명 더 있어. 아주 오랫동안 함께 했던 이성 친구가.”

        “……그따위 거짓말에 내가 넘어갈거라 생각한건가?”

       “거짓이 아니야. 애초에 내가 거짓말 해서 득될게 뭐가 있다고?”

       “키엘 공작이 우리를 경계하…….”

       “경계하게 되면, 너희들도 내 말을 이전처럼 신뢰하지 못하겠지. 그러면 나도 손해야. 질 좋은 정보원을 잃으니까.”

         

       올리비아의 말에 칼리오페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렸다.

       당황한 그녀의 손끝이 입가로 향했다.

         

       “……진짜라고?”

       “어.”

         

       칼리오페의 눈동자가 팽팽 돌아갔다.

         

       “……이성친구?”

       “어.”

        “그러니까, 성별이 여자다?”

        “그렇지?”

       “……약혼자?”

         

       아니, 잘 가다가 왜 거기서 그러냐.

         

       “아니. 그냥 이성 친구.”

        “……확실히, 약혼자를 적탑주가 건드렸다면 나 같아도 결투신청부터 하겠군.”

       “…….”

         

       젠장, 이젠 듣는 척도 안한다.

       아무래도 약혼이라는 단어에 단단히 꽂힌 모양이다.

         

       “재차 말하지만, 그냥 이성 친구야.”

       “그냥 이성 친구를 아주 소중하다고 하지는 않지.”

       

       ……그렇게 되나?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키엘과의 친분을 과시하려다 보니, 단어 선정에서 사소한 실수가 있었다.

         

       그런 올리비아를 바라보던 칼리오페가 씨익 웃었다.

         

       “역시, 숨겨진 약혼자가 있었군. 왜 숨기려고 했는지는 따로 묻지 않겠다.”

         

       올리비아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대로 생각해.”

       “……밤까마귀의 단장인 나조차도 약혼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니. 로트실드 공작가 정보부 수준이 이렇게나 높았나? 아무래도 등급 재조정을…….”

         

       이제는 아예 상상의 나래 속에 빠져버린 칼리오페였다.

       올리비아는 그런 칼리오페를 잠시 바라보다가, 넌지시 물었다.

         

       “요즘 신성 왕국은 어떻지?”

        “……여전히 교황은 동부 협상 건으로 부재중이다. 그리고, 최종 성녀 후보에 변동이 있었다.”

       “변동?”

        “2인 체제에서, 다시 3인 체제로 변동됐다. 리브가라는 이름의 후보가 포기 선언을 철회한 탓이지.”

         

       칼리오페는 알고 있는 정보를 술술 불었다.

       물론 순순한 호의에서 나온 행동은 아닐 것이다. 올리비아가 쓸만한 정보를 알려줬으니, 이렇게라도 빚을 털어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올리비아는 떠보듯이 물었다.

         

       “성녀씩이나 되는 직책인데 입후보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나보네.”

       “원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능력이 평범하지 않은지라, 교황 대행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겠지.”

         

       빛의 여신 아이테르의 총애를 받는 자.

       그것이 리브가였다.

         

       “상징적으로나, 가진 신성력의 총량으로나, 다른 후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수준이다. 굳이 흠을 찾아보자면 나이 뿐인데,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테니.”

         

       사실상 확정이라는 얘기였다.

         

       ‘자세한 내막은 직접 들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리브가를 만날 생각이 없었다.

         

       [단서 #6의 주인은, ‘혁명가’입니다.]

       

       올리비아는 다시 주제를 돌렸다.

         

       “너희, 당연히 남부에도 정보원이 있겠지?”

         

       칼리오페의 붉은 눈동자가 올리비아를 향했다.

       약간 들떠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있다.”

         

       칼리오페는 대륙 남부 출신.

       그리고 남부는, 악마들에게 빼앗긴 땅이다.

         

       그녀의 몇 안되는 역린이, 바로 남부였다.

         

       남부인들이 기질이 드센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독해지지 않은 인간은,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요주 인물 리스트도, 당연히 있겠지?”

         

       답을 알고 있는 질문.

         

       “……그래.”

       “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툭!

         

       칼리오페가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놓았다.

         

       자그마치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

         

       “만약 네가 선을 넘는다면…….”

       “안 넘어. 나는 다른 마녀들이랑 달라.”

         

       대륙 남부는 금지(禁地)다.

       하급 악마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고, 사악함과 절망으로 가득 찬 영혼들이 배회하는 곳.

       그리고 사악한 땅에는, 당연히 말종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흑마법사부터 시작하여 흉악 범죄자, 마녀…….

         

       칼리오페가 저렇게 행동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올리비아 정도 되는 수준의 마녀가 남부에 간다면, 그건 재앙이나 마찬가지니까.

         

       “다음 접선은 언제로 할 생각이지?”

         

       칼리오페의 질문에, 올리비아가 뒤돌아섰다.

         

       “내가 부를 때.”

         

       그리고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

         

       한참이 지나도록, 칼리오페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숨을 뱉어냈다.

         

       “빌어먹을. 개죽음 당하기는 싫은데.”

         

       그녀의 직감이, 맹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괜히 보낸건가.’

         

       올리비아를 남부로 보냈으면 안됐다고, 직감이 속삭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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