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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8

       혈교주 그 놈이 본신을 이끌고 상대를 하러 온다면 좀 고생할 지도 모르겠으나 그 놈은 결코 자신의 몸을 드러낼 작자가 아니니 걱정할 이유도 없다.

       

       “하아. 그래. 어디 마음대로 해보거라.”

       

       내가 단호한 의지를 비추자 납득을 한 건지 체념을 한 건지 바루가 한숨을 내쉬었다.

       

       바루가 계획에 동의했으니 이제 물러설 것도 없구나.

       

       나무 위에서 폴짝 뛰어내린 후 검을 뽑아들며 수풀에서 빠져나오자 일을 하던 이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누구냐!”

       “백화령.”

       “찐이에요?!”

       “방송 보니까 우리 나오는데?”

       “팬이에요! 외신 잡는 거 여러 번 돌려 봤어요!”

       “야. 우리 지금 적이야.”

       “그른가?”

       

       실없는 이야기를 저들끼리 떠드는 것을 보아 여기 있는 자들은 하나 같이 유저인가 보구나.

       

       공터를 둘러보며 이 곳에 머무르는 이들의 수준을 살펴보았다.

       

       역시 하나 같이 약해 빠졌다. 신령을 지키기 위해 배치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혈교주는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들은 이 곳에 배치한 것일까.

       

       흐음. 당장은 이 곳에 있는 이들을 다 박살을 낸 후에 알아보도록 할까.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었던 녀석의 다리를 날리고 그 옆에서 헛소리를 하던 놈의 팔을 날려주니 그제야 유저들이 하나 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내가 움직이기 전에 무언가가 날아들 줄 알았는데 이제야 반응을 보이다니.

       

       혈교의 하수인 주제에 실로 정정당당하구나. 하마터면 그대들을 정파의 일원이라 착각할 뻔 했다.

       

       아니지. 정파놈들도 이렇게 반응이 느리진 않다. 그렇담 이들은 어디에 비유해야 하는 것이지?

       

       모르겠군. 알 필요가 없기도 하고.

       

       전투의 개막이 아쉬웠던 것에 비해 전투의 진행은 나쁘지 않았다.

       

       유저들은 집단전에 익숙한 것인지 나름의 전략을 지니고 있었다.

       

       지휘를 맡은 것으로 보이는 이를 처리했음에도 연계가 사라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이런 전투를 한 두 번 해 본 것이 아니리라.

       

       어지간한 양아치 집단보다 훨씬 낫구나.

       

       뭣보다 나를 상대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든다.

       

       죽지 않는 몸이라 한들 공포는 공포일 터인데 저들은 도망을 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식으로 달려들었다.

       

       허나 그러면 무얼하겠는가.

       

       저들의 상대는 본인이었는데.

       

       전략이니 전술이니 하는 것도 그것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대에게나 의미를 가지는 것.

       

       애초에 이기는 게 불가능한 상대라면 모든 것이 무의미 할뿐이다.

       

       평소 같았으면 저들의 재롱을 구경해 주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가운데에 갇힌 신령은 죽어가는 중이었으니. 한시라도 빨리 저 자를 구해야 했다.

       

       유저들을 제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고통과 공포를 모르는 듯 달려드는 이들이라 해봐야 결국에 사람의 육신을 지니고 있으니.

       

       목이 날아가면 죽고 사지 중 하나만 날아가도 불구가 된다.

       

       그렇기에 전투에서 사람을 배제하는 것은 너무도 쉽다.

       

       전투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강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유저와 달리 강인한 생명을 지니고는 있었지만 예전과 달리 성능이 좋지 못했다.

       

       과거 내가 상대했던 강시들은 무인이 생전 가지고 있던 능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거늘 이 녀석들은 무인의 열화판이 된 상태였다.

       

       이전의 강시는 이러했구나. 혈교주 놈이 나름의 개량을 거듭한 게 내가 상대한 녀석들이었나.

       

       정리하자면 혈교의 놈팽이 중에서 본인을 위협할 만한 자는 없었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모두를 바닥에 눕혔을 때에도 본인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은 채였다.

       

       “약해빠진 것들밖에 없군.”

       “…그대가 너무 강한 것이라 본다만.”

       

       바닥을 굴러다니는 이들을 보며 혀를 차자 바루가 어이없다는 듯 그리 말을 했다.

       

       나로선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것은 겨우 이류에 불과하거늘 단체로 달려들어서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

       

       적어도 위협정도는 줘야지.

       

       속으로 투덜거리며 철창 쪽으로 발을 옮겼다.

       

       “이봐.”

       “이보게. 나율! 나일세! 바루일세!”

       

       신령을 불러보았지만 답을 돌아오지 않았다. 의식을 차리는 것조차 버거운 것인가.

       

       조치를 하려면 일단 꺼내야겠지.

       

       철창에 손을 댄 순간 철에서 사기가 흘러나오더니 내 손을 튕겨냈다.

       

       “사술인가.”

       

       곤란하게 되었다.

       

       이걸 부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술법이고 뭐고 간에 이것 자체의 내구도는 그리 높지 못하니. 힘을 쓴다면 얼마든 박살 낼 수 있겠지.

       

       허나 무작정 철창을 부수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과거 혈교를 상대하던 시절에 무력으로 혈교주의 장난을 박살내려다 곤욕을 치른 적이 몇 번이었던가.

       

       이 안에 있는 신령은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작은 여파에도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른다.

       

       바루에게 이 자를 구하겠다 약속을 한 이상 마구잡이로 나설 수는 없다.

       

       “바루. 이 철창을 어찌 제거해야 하는지 알겠느냐?”

       “잠시 기다려다오. 이런 형식의 술법은 처음 보는지라.”

       

       신령인 바루조차도 혈교주의 술법은 생소한 것 같았다.

       

       하기야 금기가 괜히 금기일까. 그녀가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다른 놈들에게 물어보는 걸 테지.

       

       모조리 짓뭉개지 않고 몇 놈을 깨워두길 잘 했구나.

       

       “잠시 있거라. 내 질문을 좀 던지고 올 테니.”

       

       등을 돌려 돌에 기댄 채 가쁜 숨을 내쉬는 자에게 다가갔다.

       

       “너무 강한 거 아닙니까?”

       

       등을 기댄 채 나를 올려다보던 아해는 주변에 늘어선 패배의 흔적을 살피다 헛웃음을 흘렸다.

       

       “그대들이 너무 약한 게지.”

       “저희 중간보다는 위인데요.”

       “알바더냐. 본인에게 공격 한 번 성공시키지 못한 주제에.”

       “그렇게 말하시면 할 말이 없기는 한데.”

       

       키득거리며 웃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시선을 맞췄다.

       

       “저 사술의 진을 푸는 방법을 말해라.”

       “저도 몰라요.”

       

       가벼이 나온 부정에 미간을 찌푸렸다.

       

       “본인이 그대에게 질문을 한다 생각하느냐?”

       “아니. 진짜로 모른다니까요! 혈교주 그 놈은 유저한테 이런 거 설명 안 해준단 말이에요!”

       

       위협을 가하자 남자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정말로 억울하다는 듯한 어투에 일단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다른 놈들에게 물어 검증을 해보면 그만이니.

       

       “저희는 혈사파 내에서도 말단들입니다.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에요!”

       “쉬이 나불대는 말을 믿으라고?”

       ”진짭니다! 화령님 그 뭐시냐 살기 쓰시잖아요! 저 무서운 거 싫어해서 살기에 당하기 싫단 말입니다!”

       

       의심이 들었지만 아니었다만 이 자가 하는 꼴이 너무도 추해서 더 이상 따질 마음이 들지 않았다.

       

       “협박할 바에 그냥 곱게 죽여주세요!”

       

       그 외침을 듣고 나니 골이 아파왔다.

       

       차라리 이 자가 뻔뻔한 놈이었다면 상대하기 편했을 터인데.

       

       이야기를 듣고 있기도 귀찮다 싶어 혈을 눌러 입을 막아 둔 뒤에 옆에 죽은 체를 하는 자에게 다가갔다.

       

       “이 놈아. 아직 살아있는 걸 다 알고 있다.”

       

       그리 말을 했음에도 사내는 일어나지 않았다.

       

       죽은 체를 할 것이라면 호흡 정도는 멈추는 정성을 보여야지.

       

       툭툭 발끝으로 걷어차도 아무런 미동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일단은 발부터 하나 가져가도록 하겠.”

       “지금 깨어났습니다!”

       

       벌떡 일어선 남자를 보고 있자니 다른 것보다 한숨이 먼저 새나왔다.

       

       혈교의 아래에 있는 자들이 어찌 이리 허술하단 말이더냐.

       

       보통 혈교에 들어갈 정도면 밑바닥을 돌아다니는 놈들인지라 대개 성격이 험악하다만 이 놈들은 어찌 이런 것인가.

       

       유저라 그런 걸까.

       

       “방금 저 자의 이야기를 들었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발과 손 중에 무엇을 고를 텐가.”

       “네. 맞습니다! 저희는 말단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것이 연기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가 없구나.

       

       애초에 이 자는 나를 보고 두려워하는 게 맞기는 하더냐?

       

       어찌 본인이 협박을 하는 입장인데 이 자에게 휘말려야 하는 것인가.

       

       “그대들 중에 그대들이 이 곳에 배치된 이유를 아는 이가 하나도 없다고?”

       “넵. 그렇습니다.”

       “왜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나.”

       “굳이 알 필요가 있나요? 그냥 퀘 같은 거라고 생각했죠. 저희는 스토리를 크게 신경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로 머릿속이 순수한 작자들이구나.

       

       마음대로 이용을 당해도 적당한 보상만 주어지면 괜찮다는 소리더냐.

       

       하아. 아무리 보아도 이 자들은 일종의 버림패다.

       

       기이하구나.

       

       신령이라는 거대한 미끼를 내버려 두었으면서 거기에 버림패를 두었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무언가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생각을 거듭하던 중 문득 한 가운데에 있는 신령이 눈에 들었다.

       

       기시감이 들었다.

       

       수많은 생명.

       

       아래에 피로 그려진 혈진.

       

       가운데에 존재하는 그릇.

       

       “하나 더 물을 것이 생겼다. 혹여 얼마 전에 이 곳에 흑면사를 두른 이가 방문했나?”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자가 이 곳에 혈진을 덧칠했고?”

       “네. 그랬죠. 이야. 화령님은 모르는 게 없으시네요.”

       

       가운데의 신령은 단순한 미끼가 아니었군. 저것이 함정의 근원이었다.

       

       “바루! 혈진 바깥으로 빠져나가라. 지금 당장!”

       “갑자기 무슨 말을.”

       

       바닥의 혈진에서 삿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바루가 도망치는 걸 기다리다간 늦겠다 싶어 바루에게 달려가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저 바깥으로 내던졌다.

       

       그녀가 날아가며 나를 향해 무어라 소리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으니까.

       

       바루가 먼 곳에 있는 나무에 처박힌 후 혈진에 내장되어 있는 기능이 발동됐다.

       

       혈진이 설치된 지역 전체의 생명을 빨아들이는 술법.

       

       본인이야 이 술법에 저항해 생명을 빼앗기지 않는 법을 알아 멀쩡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스스로를 말단이라 칭했던 유저들은 갑작스레 빨려 들어가는 생명에 당황…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올 것이 왔다는 것처럼 체념한 얼굴로 죽음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나 보군.”

       “여기서부턴 기밀이라 말씀 못 드립니다. 나불대면 진짜 파문당할 지도 몰라서요.”

       “이미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만.”

       “그런가요? 그럼 뭐 좆 된거죠.”

       

       남자는 싱긋 웃음을 짓더니 이내 픽하고 쓰러졌다.

       

       흐음. 유저를 이용한 인신 공양이라.

       

       재밌는 수단을 사용하는 구나.

       

       저들은 죽어도 죽어도 살아나는 이들.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데에 아무런 망설임이 없겠지.

       

       죽음에 적당한 보상만 지불해준다면 얼마든 죽을 의향이 있지 않을까.

       

       혈교주 놈. 머리를 잘 굴렸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혈진의 효과가 끝을 맞이하며 가운데에 있던 철창이 무너져 내렸다.

       

       도마뱀은 혈로 된 내기를 마시며 점차 크기를 키워 나갔다.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그 눈을 보고 있자니 저 신령은 구하는 게 불가능할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은 이미 혈교주의 강시나 다를 바가 없었다.

       

       내가 저 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편안한 죽음 뿐일 테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님은 태평한 유저들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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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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