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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에르빈 슈타우펜 준장이 이끄는 33기보여단이 병기국까지 5km 정도를 남겼을 시점.

         

       둥지 코앞까지 접근한 적을 막기 위한 티탄의 요격대가 나타났다.

         

       진격을 이어나가며 티탄 무리를 몇 번이고 성공적으로 격퇴했던 기보여단이다.

         

       “동축기관총으로만 응전한다. 티탄용 벌집탄은 최대한 아껴놔!”

         

       티탄을 상대로는 방심은 금물이건만.

         

       그들은 방심을 해버리고 말았다.

         

       고작 소규모 무리들을 어렵지 않게 격퇴했다는 사실에 도취되고 말았던 것이다.

         

       “키에에엑!!”

         

       “적 접촉! 기관총 사격 개시!!”

         

       투다다다다다다!!

         

       전차의 전면에서 발사된 날카로운 기관총탄들이 공기를 가르고 나아갔다.

         

       무모한 티탄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포효를 지르며 불나방처럼 달려들 뿐.

         

       병사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의미없이 바스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웃음을 지었다.

         

       “크하하하! 아주 픽픽 쓰러지는구만!”

         

       “방어 전력 치고는 수가 너무 적은데요?”

         

       “놈들도 슬슬 후달린다는 뜻이겠지. 주력 병력이 붙들려있으니, 뒤늦게 생산해봐야 내보낼 수 있는 물량이 얼마나 되겠어?”

         

       “승리는 우리 2대대가 차지한다!”

         

       그렇게 모두가 방심하고 있을 그 때.

         

       쿠웅! 퍼엉!

       푸슈우우우우우ㅡ!!!

         

       선두로 앞서가던 전차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폭발에 휩싸인 전차의 포탑이 공중으로 사출되었다가 땅바닥에 처박힌다.

         

       “뭐… 뭐야…?!”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병사들이 멈칫하자.

         

       슈우우! 쾅!!

       펑!!!!

         

       “적습, 적습이다!!! 대전차 개체가 나타났다!!”

         

       티탄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

         

       가장 선두에 있던 2대대는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었다.

         

       “후퇴, 일단 후퇴한다! 뒤쪽 아군에 구원 신호 보내!!”

         

       “대대장님! 퇴로가 차단당했습니다!! 이 놈들, 매복하고 있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차 2대가 파괴당한 것도 모자라 후퇴까지 불가능해졌다.

         

       “6호차, 피격! 피격!!!”

         

       “크아아악, 아아아아악!!”

         

       “전 차량! 대대장을 따라라!! 대대장 차량이 앞장서겠다!”

         

       2대대장이 빠르게 선두로 나서 길을 개척해보려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결정적인 악수가 되어버렸다.

         

       도로변 풀숲에 대기하고 있던 대전차 티탄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연막탄을 뿌려 생체 반응을 교란시키는 등의 발악을 해보았지만, 어디까지나 발악에 불과할 뿐.

         

       콰아앙!!

       푸슈우우우우!!

         

       “대대장님! 대대장님, 응답하십시오!!”

         

       “사방에 매복입니다! 중대장님!”

         

       “빌어먹을! 고립되었다!! 완전히 고립되었다고! 빨리 빠져나가! 어떻게든 퇴로를 확보하라!!”

         

       “여기는 3중대! 중대장 차량 피격후 완전 파괴! 지금부터는 3소대가 지휘권을 인계받겠습니다!”

         

       승리의 확신으로 가득 차, 여유롭던 통신망이 다시금 병사들의 고함과 비명으로 가득차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재앙이 벌어진 곳은 비단 33기보여단 뿐만이 아니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추락한다…!! 좌표 전송하겠다. 구조대 파견 바람!!”

         

       “편대 비행작전 수행 불가! 대령님, 퇴각 명령 내려주십시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제 안방 드나들 듯 쏘다니던 항공부대였다.

         

       공중전을 하지 못하는 티탄이기에, 그들은 너무나도 수월하게 근접항공지원을 수행할 수 있었다.

         

       비단 공격헬기 뿐만이 아니다.

         

       수송헬기들도 계속해서 투입되어 북부에 고립된 시민들의 구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레아 길리아드가 운전중인 스쿨버스의 엄호 역시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적의 촘촘한 방공화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원거리 공격 개체가 독침 따위를 마구잡이로 발사하는 수준이 아니다.

         

       대전쟁 당시에 항공부대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헬기 사냥꾼’들이 나타난 것이다.

         

       여유롭게 공중을 돌아다니던 헬기 몇 대가 영문도 모른 체 하늘에서 폭발했다.

         

       적의 방공망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리디야는 헬기부대를 전부 본부로 복귀시켰다.

         

       티탄의 방공망에는 자비가 없었다.

         

       비유를 하자면 작살이 아닌 그물이다.

         

       사방에서 빗발치는 대공사격에 정신없이 회피기동을 하다보면 각 기체들의 동선이 꼬이기 마련이고, 티탄은 이도저도 못하게 된 헬기를 마음대로 요리해먹곤 했다.

         

       결국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점만 빼면, 경장갑차량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까.

         

       33기보여단.

       급조한 항공사단.

         

       괴물의 군세는 기세좋게 나아가던 두 창을 정면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역으로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동안은 봐주었다는 듯이 말이다.

         

       이 모든 작전을 총괄하는 루터스 에단조차도 밀물처럼 쏟아지는 비보에 차마 대응할 수가 없었다.

         

       지휘본부에 적의 포격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점막폭탄 낙하ㅡ!!”

         

       쾅!! 퍼엉!!

         

       “국장님! 조심하세요!!”

         

       루터스 에단을 향해 날아드는 점막폭탄에 카린 메이븐이 다급하게 그를 붙들고 뒤쪽으로 잡아당겼다.

         

       거의 내팽겨쳐지듯 바닥을 구른 루터스였으나, 그의 시선은 여전히 전술 지도로 향해 있었다.

         

       “군락을… 이렇게까지 빠르게 발전시켰다고?”

         

       마흔 번의 회귀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루터스를 비롯한 사람들은 티탄 군락의 발전속도를 테크트리로 비유하곤 했다.

         

       이제 막 침식을 시작하고 둥지의 넓이를 넓히는 것이 1차.

         

       첫 둥지를 튼 근원에서부터 보다 떨어진 곳에 보조둥지 몇 개가 자리잡고, 일반개체로 이루어진 다수의 티탄을 생산하는 것이 2차.

         

       그리고 포병이나 방공포병, 정찰과 같은 각 역할에 맞는 특수개체를 생산하기 시작하는 것이 3차였다.

         

       1차에서 2차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3차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일부 특수 개체들이 2차 발전 단계에서부터 생산되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이 정도의 장거리 포격 개체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3차, 그것도 어느정도 안정화가 된 3차 군락만이 가능했다.

         

       아무리 도심 지역에서 발호하여 영양분 공급에 용이하다고 하더라도 비정상적인 발전 속도.

         

       루터스는 그것이 단순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장 깨달았다.

         

       “미하일, 이 새끼…!!”

         

       루터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티탄의 습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욱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경험하지 않았기에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다.

         

       티탄의 유전자배열을 변경하여, 더 똑똑하고 위협적인 개체로 만드는 짓은 티탄에게 소중한 이들을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들만이 가능하다.

         

       이미 한 번 선을 넘었는데, 두 번 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카린, 길을 열어줘. 본부의 통신은 결코 멈춰서는 안 돼.”

         

       “…! 알겠습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초장거리포격형 티탄이 발사하는 ‘점막 포탄’은 말 그대로 유기체로 이루어진 포탄이다.

         

       문제의 점막에서 발산하는 포자를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생물학 재해를 유발하는 한편, 내부에는 멀쩡한 사람을 티탄으로 뒤바꾸는 효소까지 존재했다.

         

       권총을 뽑아든 카린 메이븐이 길을 트기 시작한다.

         

       본부를 집중적으로 노린 생화학 포격이다.

         

       곳곳에서 병사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철퍼덕 늘어진 시체들이 되살아나 생명을 탐한다.

         

       카린은 침착하게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 좀비가 되어버린 동료들을 처리했다.

         

       그 손길에 슬픔은 있을지언정, 망설임은 없었으니.

         

       루터스 역시 그저 바스라져간 안보전략국의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 속에 담을 뿐이었다.

         

       그레이브야드 요새에서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쑥대밭이 된 통신본부에 도착한 루터스 에단이 수화기를 집어들어 외친다.

         

       “현재 응전중인 모든 병력들에게 알린다!! 2차 방어선을 기준으로 앞서있는 모든 병력들은 지금 즉시 지역을 이탈하라!!”

         

       예상 외의 성장력이다.

         

       대전쟁 당시의 티탄과 비교했을 때에는 여전히 약체에 불과하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

         

       안 그래도 쿠데타라는 이름으로 밤낮을 쉬지않고 달려온 장병들이었다.

         

       이제까지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했고, 그에 대응하려던 정부군 쪽의 부대들의 상황도 매한가지다.

         

       결국 이런 변수가 생긴 상황에서는 한 발자국 물러서는 게 낫다.

         

       코앞까지 왔다는 생각에, 아까워 선택을 미루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도래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맛보았기 때문이었다.

         

       당장 저번 회차만 해도 그랬다.

         

       마지막 군락.

         

       모든 참극이 시작된 첫 번째 둥지의 토벌을 나섰을 때.

         

       충분한 병력이 모이지 않았음에도, 지금의 기회를 잃을까 두려워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바로 그레이브야드 요새의 전멸.

         

       부서지고 깨지고 금이 간 끝에, 오열하며 후회했던 나날들을 똑똑히 기억하는 루터스로선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부디 살아서 돌아와라…!! 모두들…!!!!”

         

       이번 회차에서 처음으로 고백하는 진심.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호소하던 찰나, 루터스 에단의 몸이 강하게 밀쳐졌다.

         

       “ㅡ!?!”

         

       “끄흑…!!!”

         

       소란스러운 배경음을 뚫고 들어오는 신음.

         

       서늘한 감각에 루터스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유기체에 감염당한 좀비에게 몸통을 뚫린 부관이 있었다.

         

       “카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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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ar Hero With No Regrets

A War Hero With No Regrets

후회 안 하는 전쟁영웅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victory earned after forty regressions.

It was now my turn to leave their side.

Not by anyone else’s will, but by my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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