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9

       내 능력에 한계가 생겼다.

        

       능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추가 페널티가 생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 이후에 몇 번, 방 안에서 능력을 사용해봤지만, 나의 능력은 제대로 작동했다.

        

       하지만, 아마 어제 그 이름 모를 이를 만났던 순간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

        

       그 이후로 다시 그 시점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하는 생각으로 돌렸다고 하더라도 황제의 그 얼굴을 봐야 했으니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황제 혼자 지레짐작해버리는데, 다시 돌린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무엇보다, 그 통증을 다시 겪고 싶지도 않았고.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타박상은 치료했고, 길게 잠들었다가 깨어서 그런지 피곤함도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엄청나게 복잡했다.

        

       나는 던전에서 마주쳤던 그 이름 모를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난가?”

        

       혼자 그렇게 중얼거려보았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만약 내가 빙의물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면, 그게 미래의 나라는 게 클리셰이기는 했다.

        

       그 존재는 지보를 가지고 사라졌다. 그 미래에, 황제는 지보를 통해 무슨 사건이라도 일으키는 것일까? 그래서 그걸 막으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한 점이 있다.

        

       백 보 양보해서 그게 나라고 치자.

        

       시간 관련된 능력을 사용하고 있고, 그 순간에도 그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명확했다. 그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서순이 꼬이는 기분이 들었다. 미래와 현재와 과거가 섞여서.

        

       목소리도 그랬다. 노이즈가 잔뜩 낀 것 같은, 듣기 거북한 목소리. 일부러 그런 소리를 내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그저 다치거나 해서 나는 목소리도 아니었다.

        

       내가 그 상황 자체를 무위로 돌리기 위해 능력을 쓰자 아마 상대도 동시에 능력을 썼다. 그리고 공간을 깨부수고 나를 꽉 붙잡았고, 나는 시간을 돌리기는 했지만 불안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평소에는 ‘함께 돌아가야 했을’ 나의 몸 상태가 그대로였던 것이리라.

        

       그리고 둘의 능력이 충돌했다고 가정한다면. 그래서 그 존재는 있을 수 없는 미래에 남았고, 그 오류 때문에 그 시점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그렇게 생각해봐도, 이상하다.

        

       내가 쓰던 총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상대는 그 총을 앨리스에게 겨눴다. 황제가 아니라.

        

       나를 겨누었는데 앨리스가 그 앞에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내 신체적인 능력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총은 정말 질리도록 쏴보았다. 적어도 그런 근거리에서 누군가를 잘못 조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그게 ‘미래의 나’라면 더욱.

        

       그자는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실비아, 절대로—

        

       그 끝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게다가, 그자를 겨누었을 때 머릿속에 들었던 그 강렬한 거부감은…….

        

       …….

        

       아, 진짜 모르겠네.

        

       나는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자꾸 생각한다고 해서 상황이 이해가 가는 것도 아니다. 일단은—

        

       침대에서 겨우 벗어나 슬리퍼를 신고 일어나는 그 순간에,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 들어오십시오.”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클레어였다.

        

       “언니.”

        

       클레어가 나를 저렇게 불렀을 때는 보통 신이 나서 한껏 높아진 목소리였었는데.

        

       지금은 나를 걱정하고 있는 눈이었다. 조심스럽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가늘었다.

        

       “몸은 조금 괜찮아?”

        

       이번에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마법으로 치유를 받았으니 어디 더 아플 곳도 없었다. 애초에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옷에 피가 몇 방울 묻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내 피는 아니었다. 나를 잡고 있던 그 팔이 공간에 긁히며 흐른 피였다.

        

       물론 클레어가 걱정해주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

        

       클레어는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나를 보았다. 뭔가, 화가 잔뜩 난 언니를 찾아온 여동생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 다른 애들은 다 식당에 모여있거든. 슬슬 다 같이 식사라도 하는 게 어떨까 해서.”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답하던 나는 내가 아직 씻지도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클레어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본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던 모양이다.

        

       “금방 씻고 내려가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클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기다리고 있을게.”

        

       *

        

       ‘기다리고 있을게’라는 말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클레어는 내 방 의자 중 하나에 얌전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스마트폰 같은 기기도 없는 세상에서 그냥 그렇게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무척 심심했을 텐데.

        

       물기 묻은 머리를 수건으로 최대한 꾹꾹 짜서 물기를 없앴다.

        

       태엽을 감아 돌아가는 작은 선풍기 비슷한 것으로 최대한 말려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머리 어딘가에서 축축한 습기가 느껴졌다.

        

       “어, 그러고 가려고?”

        

       결국 머리를 말리던 것을 포기한 내가 교복을 입기 시작하자, 클레어는 깜짝 놀라 그렇게 말했다.

        

       평소의 나라면 그런 흐트러진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

        

       평소의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아마 시간을 돌려서 클레어가 오기 전으로 돌아갔을 거다.

        

       그리고 얼른 몸을 씻고 클레어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당연히 머리카락도 다 말리고.

        

       어차피 생각이야 아침 내내 했고, 시간을 돌린다고 기억이 날아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

        

       순간 떠오른 생각에 그렇게 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이상해 보입니까?”

        

       클레어에게 그렇게 물었다. 클레어는 얼른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엄마 싫어?’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처럼 천진난만한 동작이라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어제의 그 괴상한 사건이 마치 없었다는 것처럼, 이상하게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한 마디 정도는 물어봐도 상관없는데.

        

       대답은 못 해주겠지만.

        

       “그럼, 이대로 내려가겠습니다.”

        

       “응.”

        

       나의 대답에, 클레어는 이번에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나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샤를로트가 한 말이었다.

        

       사실 제대로 준비를 마치지 못하고 내려온 것 외에도, 이렇게까지 시간을 질질 끌고 늦게 내려왔다는 것 자체가 샤를로트에게는 신기한 일일 거다.

        

       지금까지 나의 캐릭터성은, 모든 일에 철두철미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거의 예언에 가깝게 계산해내고 해결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내가 늦잠을 자고, 남들 아침 먹으러 내려와 있는데 그제야 씻고, 머리도 축축한 상태로 내려왔다면……

        

       ……이건 내 캐릭터성은 고사하고 귀족이나 황족의 기준조차 벗어난 거려나.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맛있는 냄새가 코를 스쳤다.

        

       갓 구운 빵이었다. 내가 내려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내 몫의 식사 위에는 은으로 된 덮개가 덮여 있었다. 아마 온기를 조금이나마 보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서 나는 그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앨리스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이번에도 내 표정에서 뭔가 읽은 걸까?

        

       나를 데리러 올라온 사람이 앨리스가 아니라 클레어였다는 건, 이 자리에서 어제 일에 대해 변명을 해야 했던 건 앨리스였다는 소리다. 하긴, 샤를로트에게 다른 던전으로 가 달라고 부탁했던 사람도 앨리스였으니까.

        

       “앨리스?”

        

       내 대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인지, 샤를로트는 앨리스를 다시 보면서 물었다. 다행히 나에게 화가 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내가 그렇게 배고프다는 사실을 이해했던 모양이었다.

        

       “어제는…….”

        

       앨리스의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미안. 역시 말하기 어려운 일들 뿐이라서.”

        

       “그렇군요.”

        

       하지만 샤를로트도 앨리스에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사실, 샤를로트의 시선은 앨리스가 아니라 내 쪽을 향해 있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모닝 빵을 우물우물 씹고 있는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샤를로트의 시선을 느끼고, 나도 샤를로트에게 눈을 돌렸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에요?”

        

       “…….”

        

       나는 손에 들린 빵을 보았다. 입 크기로 작게 찢은 것이 아니라, 손에 통째로 들려 있었다.

        

       교양 없어 보였을까?

        

       그렇다고 샤를로트가 나한테 눈치를 주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다행히, 내가 파르페를 먹었을 때처럼 기겁한 표정은 아니었다.

        

       “예, 어제 많은 일이 있어서.”

        

       나의 말에 앨리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샤를로트는 그런 앨리스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그 깊은 눈동자에 호기심이 깃들었지만, 여러 말할 수 없는 정보를 보고 듣는 샤를로트였기 때문일까.

        

       우리 둘을 더 캐묻지는 않았다.

        

       “다른 분들은?”

        

       “레오는 제이크에게 끌려갔습니다. 아마 카지노에라도 갔겠죠.”

        

       나의 질문에 샤를로트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아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고, 레나는 무기를 손질하기 위해 식사 끝나고 바로 방으로 올라갔어.”

        

       앨리스가 그 뒤를 보충해 주었다.

        

       “언니, 더 먹을래?”

        

       순식간에 비어가는 나의 접시를 보고, 클레어가 그렇게 물었다.

        

       “…….”

        

       평소라면 거절했겠지만…….

        

       솔직히, 지금은 배가 너무나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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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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