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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그러나 애석하게도 바로 시간을 낼 수는 없었다.

       

       

       법국과 전쟁이 끝나고 바로 뒷수습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딘을 비롯한 신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던 법국의 시스템을 가장 먼저 뜯어 고쳐야만 했다.

       

       

       물론 그건 1~2년으로 끝날 이야기는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지 그들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곧바로 내던진다면.

       

       

       그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기에. 법국은 기드온의 조력을 받으며 천천히 준비를 시작했다. 법국의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은 바로 백기사 티르였다.

       

       

       그나마 살아남은 전력들 중에서 가장 강한 전력이 티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오딘이 폭주했을 때부터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낀 자가 티르였으니까.

       

       

       “정말로 우리에게 맡기는 건가?”

       

       

       티르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미 전쟁에서 승리한 이상, 좋든 싫든 지독한 간섭이 시작될 수밖에 없을 텐데. 기드온의 아이작에겐 그런 기색이 없었다.

       

       

       어째서 그럴 수가 있나? 만에 하나 다시 반란을 모의하면 어쩌려고 그러지? 오히려 이러면 손해가 아닌가? 그런데 대체 뭘 위해서 전쟁을 한 거지?

       

       

       본래 전쟁은 권력자들의 이권에 따라서 일어난다. 즉, 권력자들이 이득을 얻기 위해서 무고한 자들을 밀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어떤가?

       

       

       기드온이 이득을 봤던가?

       

       

       아니, 아니다.

       

       

       오히려 도와준다면서 손해를 봤다.

       

       

       국가 단위의 지원금과 자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그런데 아이작은 기꺼이 법국을 돕는다는 선택을 내렸다. 그걸 티르는 이해할 수 없었다.

       

       

       “법국이든, 기드온이든. 결국 사람이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티르의 의문을 아이작은 한 마디로 잠재웠다. 살아남기 위해서, 마물에게, 그리고 종말에게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은 서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눈앞에 공공의 적이 존재하는데. 그걸 두고 서로 칼을 들이미는 것은 아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멸이다. 그 사실을 아이작은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종말의 전력은 아이작 본인조차 감히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다. 물론 최대한 전력을 보존한 지금의 승률은 5할 정도, 그렇게 낮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충분히 높은 확률도 아니다. 만약에 패배할 경우, 이 세상은 정말로 끝나버리니까. 그렇다고 주인공 지크에게만 다 떠넘길 생각은 없었다.

       

       

       ‘할 수 있다. 충분히 할만한 싸움이야.’

       

       

       사실 아이작의 노력 덕분에, 원작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았다. 원작에서는 법국은 멸망했고, 로키의 아이들은 이미 전부 다 종말에게 넘어간 상태이며.

       

       

       또 지크가 마지막 싸움에 보존한 전력 또한. 지금 아이작이 보존한 전력에 비한다면 매우 부족했다. 그걸 감안하면, 충분히 할만한 싸움일 것이었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원작과 다르게 흘러가는 지금의 상황일 것이다. 당장 종말의 예언부터가 원작보다 5년이나 훨씬 더 빠르게 찾아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제우스가 개입한 건가. 더 이상 전력의 소모를 막기 위해서.”

       

       

       역시 썩어도 주신은 주신. 나름대로 통찰력과 혜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작 또한 법국의 전력을 보전하고, 나아가 더욱 강화하는 것을 택했다.

       

       

       한때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면서 싸웠던 사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공공의 적을 상대하는 동지였으니까. 그리고 그 마음은 티르에게 전부 전해졌다.

       

       

       ‘과연, 이게 바로 아이작 실버테르라는 남자의 그릇인가.’

       

       

       티르는 거기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힘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릇의 크기에서 패배했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다.

       

       

       악의에 절대로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의를 지키는 모습. 그러면서 절대 독선적으로 변하지 않고 함께 가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영웅, 그 자체였다.

       

       

       반면에 티르, 자신은 어떤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굴복하는 것을 선택했었다.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나중에, 우리가 무사히 예언을 이겨낸다면.”

       

       

       “음?”

       

       

       “펜리르, 그 아이와 만나서 사과를 하고 싶다.”

       

       

       그것은 꾸밈없이 진심을 담아서 말한 티르의 본심.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펜리르에게 만나서 사과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지금은 감히 펜리르, 그 아이와 마주할 자신이 없다. 그러니, 적어도 예언을 함께 이겨내고. 그 뒤에 만나서 사과하도록 하자.

       

       

       모두의 힘으로 예언을 이겨낸 뒤.

       

       

       펜리르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는 예언에 나오는 괴물이 아니라고.

       

       

       ‘이 새끼는 왜 지 혼자 사망 플래그 찍고 있냐.’

       

       

       정작 아이작은 속으로 불안에 떨고 있었지만.

       

       

       * * *

       

       

       티르의 갑작스러운 사망 플래그에 불안해진 아이작이었지만.

       

       

       다행히 법국의 정상화는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뭔가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뇌부는 변했다.

       

       

       머리가 바뀌었으니 천천히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바람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변화의 바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법국에 있었던 강경파들이 그러했다. 성기사들, 나아가서 최전력인 백기사들 일부는 티르에게 기존의 체제로 돌아갈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심지어 의미없는 메아리도 아니었다. 기존의 체제에 익숙했던 법국의 적지 않은 백성들 또한 그들에게 동조했으니까. 아이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거 유혈 사태가 일어나겠군.”

       

       

       체제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내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적어도 내전만은 반드시 막아야한다.

       

       

       안 그래도 지금의 법국은 무리한 전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법국을 믿고 동맹을 맺었던 국가들이 고개를 돌렸고, 배상금마저 요구받고 있다.

       

       

       “당신들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으니. 그 동안 받아온 돈을 뱉어내시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결국 동맹으로 선택한 것은 그들이었으며,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법국은 동맹국을 마수에게서 지켜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무시하기에는 국가들과 관계가 걸린다. 그나마 오딘이 건재했었던 시절이라면 오딘이 직접 알아서 손을 썼겠지만…….

       

       

       지금 오딘은 제우스를 비롯한 그리스 로마의 신들에게 구속된 상태라서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신들이 나서기에는 아마 눈치가 보일 것이고.

       

       

       “마스터, 앞으로 법국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제는 그들의 손에 달렸다.”

       

       

       여기서 이 이상 아이작이 뭔가를 해주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내정간섭이나 강경파들의 명분이 되어서 바로 내전이 터질 수 있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모두가 강경파에게 동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백기사들 중 과반수가 의외로 티르를 포함한 온건파의 편에 섰다.

       

       

       이는 오딘의 독주를 모두가 긍정하지는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아니,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못 되었다고 느끼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정도면 되었다. 더 이상 우리가 할 일은 없어.”

       

       

       “드디어 돌아가는 건가요?!”

       

       

       “물론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아이작과 철의 방패는 법국에 남아 법국을 정상화시켰다. 크레타 길드와 아마조네스 또한 아이작과 함께 주둔하겠다고 했지만.

       

       

       그 제안은 아이작이 먼저 거절했다. 괜히 군대를 주둔시켜봤자 오히려 위협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드디어 끝났다.

       

       

        “와! 드디어 끝났다!”

       

       

       “그렇게 좋으냐?”

       

       

       “네! 마스터와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

       

       

       데이트.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아이작은 순간 참지 못하고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이작이 지크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다던가. 그런 건 아니다.

       

       

       그래.

       

       

       일이 너무나도 바빠서.

       

       

       그래서 미처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마스터?”

       

       

       “!!”

       

       

       미소가 가득했던 지크의 표정에 순식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음영이 드리운 지크의 눈동자가 아이작을 향했다. 그 눈동자는 마치 시체와도 같았다.

       

       

       “설마…… 잊어버리신 것은 아니죠?”

       

       

       “그럴 리가 있나.”

       

       

       그 와중에 아이작이 포커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유지하지 못하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러자 지크는 활짝 웃었다.

       

       

       “그렇죠? 마스터가 약속을 잊어버리실 리는 없겠죠?!”

       

       

       “…….”

       

       

       지크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애석하게도, 아이작은 그럴 수 없었다. 아무리 바빴다고는 하지만, 소중한 가족과 약속을 잊었다니.

       

       

       원래는 솔직하게 말하고 사과하는 것이 맞겠지만. 아까 지크의 표정을 떠올리면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 아이작이었다. 그렇다면, 뭐 어떻게 할까?

       

       

       “지크, 혹시 오늘 시간이 되나?”

       

       

       “네? 네, 딱히 할 일은 없어서.”

       

       

       “그렇다면 오늘, 법국 시내를 함께 둘러보도록 하지.”

       

       

       “그, 그건 혹시……?!”

       

       

       “그래, 기드온에서 데이트와는 별개로 말이다.”

       

       

       기드온에서 데이트와 별개로라는 말에 지크는 말 그대로 방방 뛰면서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죄책감이 더 피어오르는 아이적이었지만.

       

       

       이내 스스로 마음을 다 잡았다.

       

       

       그만큼 지크에게 더 잘해주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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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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