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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파스텔은 연애에 관심 많을 나이~.

         

       “총장 대행도 학생 투표로 뽑았으니 학생회 인원도 학생 투표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생겼어? 누가 그런 반동적인 생각을? 학생회 임원 구성은 권력자 파스텔의 고유한 권한이라구.”

         

       약혼 초상화도 구경하고~.

         

       “본 파스텔은 부학생회장 겸 총무부장 겸 기획부장 겸 홍보부장 겸 봉사부장 겸 선도부장으로서 호레이스 총장님을 본받아 학생을 위해 행동할 것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와아아!”

       “학생 투표를 하면 어차피 인기인 파스텔이 이길 거기 때문에 예산 낭비를 막고자 학생회 선거는 하지 않겠습니다!”

       “와아아?”

       “대신 그 예산으로 모두에게 금화를 돌리겠습니다!”

       “와아아아!”

         

       동급생의 연애 소식에 귀를 기울일 나이~.

         

       “안녕 친구친구! 뭐어?! 엘리가 학생회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밀 제보가 있어?”

       “과격파는 아니라도 마계의 스파이가 아닐까?”

       “그 발언, 학생회에 대한 도전이야? 가 아니라! 착한 엘리가 스파이일 리 없잖아! 마족 스파이던 말던 상관 없어서 생각을 관둔 게 아니라 심성을 보고 한 판단이야! 이 만년필을 봐! 엘리가 선물로 준 거라구! 이런 진심 어린 선물을 주는 엘리가 스파이일 리 없어!”

       “그거 뇌물……?”

       “오잉?”

         

       사랑에 설레는 매일매일~.

         

       “친구친구들 모두 모였지? 이번 총장 선거를 통해 많이들 깨달았는지 학생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완전 공감! 그래서 학생을 위하는 파스텔은 감찰부를 신설하기로 했어! 학생회 산하는 아니고 행정 보고서엔 적히지 않는 사적 모임이야! 감찰권은 보너스! 모두들 학생을 위해 봉사해 보자! 가입할 사람 손! 손!”

       “기껏 불러서 한다는 소리가 정보기관에 비밀경찰이냐.”

       “레너드, 가장 먼저 손 들고 그러면 설득력이 없다구.”

       “썩을.”

         

       분홍빛 연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그레이스 상단주님! 기사단은 구조조정이 원활하고 아카데미도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이게 됐으니 이제 사병을 빼도 될 거 같아요! 야호! 야호!”

       “드디어 밀무역을 할 수 있겠군요. 후작 각하, 좋은 소식이 있답니다. 점령 사태가 장기화되며 영업외비용이 많아져 밀무역 규모를 줄여야 할 위기였잖아요?”

       “맞아요! 으아아! 내 복리 100% 현금 파이프라인이……!”

       “그게 요 며칠 마계 쪽에서 자금 투자가 많이 들어와 오히려 더 큰 규모로 운용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허억! 마계! 좋은 일을 하니 좋은 소식이!”

       “상행 준비 자체는 계속해 왔으니 병력이 돌아오는 대로 바로 출항할게요.”

       “아, 그전에 이 인원을 살펴봐 주세요. 기사단에서 구조조정된 인원 중 그래도 활용 가치가 있는 인력을 분류한 거거든요. 크래프트 상단에 고용하죠.”

       “이건? 흥미롭군요. 하늘섬의 군사 집단원으로서는 미달인 사람들일지 모르지만 확실히 일개 상단이 고용하기엔 과분한 인재들이긴 하죠. 그런데, 고용비가 효율적이진 않아요.”

       “괜찮아요! 외부인인 상단주님께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다들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전역할 위기시거든요. 그래서 권력자 파스텔과 개인적으로 협의해서! 하늘섬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각하의 상단에 명예롭게 소속되기로 하셨어요! 이 정도 비용. 와아! 착하신분들!”

       “이런 저렴한 고용비라니? 전직 기사단원을 이렇게 고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상단 신용이 올라 융자를 더 받을 수 있겠죠. 후작 각하, 눈부신 역량이세요.”

       “기본이죠!”

         

       나는 누구와 연애하게 될까~.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두근~.

         

       “다녀오세요!”

         

       파스텔은 정박장을 떠나는 무수한 밀무역 비공정들에 양손을 흔들었다. 갑판의 사병과 전직 기사단원들이 각하를 향해 경례했다.

         

       고래를 닮은 비공정들이 완전히 멀어져 작아졌다. 열심히 흔들던 양손을 내렸다.

         

       “뭔가, 뭔가 쏜살같이 지나갔어.”

         

       분홍 눈동자가 맹해졌다.

         

       머릿속에서 노랫말이 흘러갔다.

         

       나는 누구와 연애하게 될까~.

         

       “일만 하는 기분.”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두근~.

         

       문득 깨달은 분홍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진짜 일만 하는 중! 우아앙!”

         

       머리를 부여잡았다.

         

       “일과 연애하는 중이야……!”

         

       분홍분홍 벚꽃벚꽃 파스텔도 아니고 심지어 보라보라 타락타락 파스텔도 아니고 노랑노랑 금화좋아 파스텔로 살고 있잖아!

         

       “악마니임!”

         

       크래프트 가문 때문에 밀무역에 묵은 과거사라도 있는지 여전히 떨떠름해하는 악마에게 매달렸다.

         

       “세상이 제 연애를 방해해요!”

         

       악마가 살짝 혀를 찼다.

         

       『네 나이대에 연애를 권장하는 세상이 더 문제일 거다.』

       “으아아. 연령대가 짐작되는 구닥다리 발언.”

       『뭐라고……?』

         

       굳은 악마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정장 냄새.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만 편리한 연애 상대가 있으면 좋겠어요. 종일 같이 지내면서도 제가 일할 때는 없어졌다가 제가 원할 때는 나타나는. 게다가 맛있는 요리도 꼬박꼬박 챙겨주면 금상첨화.”

       『그 무슨 양심 없는 이상형이지.』

         

       워커홀릭이라면 다들 한 번쯤 꿈꿨을 이상형일 뿐인데에.

         

       “그런 상대라면 내가 먼저 수제 쿠키를 선물해 주고도 남을 텐데!”

       『남에게 그런 거 선물하지 마라. 네 외모로 주면 안 먹을 수도 없으니 굉장히 민폐다.』

         

       으에에.

         

       파스텔은 파묻은 얼굴을 들어 악마를 올려봤다. 분홍 눈동자에 미묘한 눈빛이 담겼다.

         

       “그건 살짝 과잉보호 같은 발언 아니에요? 저도 좋아하는 상대가 생기면 대시할 권리가 있다구요.”

         

       아무리 악마님이라도 말릴 수 없는 정당한 권리.

         

       악마는 상상했는지 살짝 아찔해진 표정이 됐다.

         

       『넌 모르겠지만 사람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특히 연애와 결혼 때 제대로 본성이 드러나지. 연애와 결혼 각각 한 번씩 말이다. 그러니 이런 건 최소한 학업을 마치고 스스로 판단할 역량이 쌓였을 때 고려하는 게 좋다.』

         

       파스텔은 내려보는 붉은 눈동자를 보며 묘한 감상이 됐다.

         

       엄마를 짝사랑했다가 실패한 남자가 이런 조언을 해주면 무슨 말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배덕감에 매혹된 무의식이 먼저였다.

         

       “엄마한테도 그리 틱틱대셨어요?”

         

       악마가 멍해졌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아.』

         

       패배자의 한숨.

         

       우와우와!

         

       정말인가 봐!

         

       파스텔은 놀리고 싶어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근데 그건 진짜 좀 심한 거 같아서 꾹 참았다.

         

       짝사랑 실패가 죄는 아니잖아!

         

       후아, 후아.

         

       마음속으로 숨을 쉬어 하극상 정신을 진정시켰다. 정장 품에서 살포시 떨어졌다.

         

       “학교로 돌아가죠!”

         

       모른 척하는 나, 완전 착한 듯.

         

       『하아.』

         

       악마가 깊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것이 패배자의 깊은 한숨일까.

         

       순수한 파스텔은 모르겠엉.

         

       그레이스 상단주에게 뒷일을 맡기고 돌아갔다.

         

       악마와는 떨어졌다. 악마는 도서관 안 가는 파스텔 때문에 저택 감옥에 갇혔을 시기의 정보 수집을 제대로 못 했던 아쉬움을 해결하겠다는 양 도서관에서 시간을 죽이는 중이었다.

         

       학생회실에 도착한 파스텔은 집주인처럼 노크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야호! 인기인 등장!”

         

       너희가 좋아하는 파스텔이라구!

         

       엘리와 더스틴은 너무 오래 같이 지내서 파스텔의 존재에 익숙해졌는지 오히려 문서 업무 떠넘긴다고 좀 질려하는 감이 생겼긴 하지만 오늘은 달라!

         

       특별히 엘리의 슈퍼 만년필을 사용해 문서 업무를 성실히 할 생각!

         

       겸사겸사 학생회에서의 인기를 되찾을 생각이야!

         

       분홍톤 인기인을 향해 시선이 쏠렸다. 더스틴은 현장직으로 잡무 중이라 없었다. 홍차를 내리던 엘리와 소파에 앉은 고학년생이 돌아봤다.

         

       오잉.

         

       다리를 살짝 떨고 식은땀을 흘리던 고학년생의 표정이 환해졌다.

         

       “크래프트 각하! 아니 크래프트 후배님? 아니 아니 그러니까 죄송하지만,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마음대로요, 선배님!”

         

       파스텔은 쫑쫑 걸어가 소파에 마주 앉았다. 엘리가 설탕 수북이 넣은 홍차를 건네줬다.

         

       고학년생은 굉장히 곤란한 상급자의 발언을 들었다는 양 끙끙댔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후작 각하……?”

         

       파스텔은 활짝 웃었다.

         

       “와아! 즐거운 호칭!”

       “휴우.”

         

       고학년생이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훔쳤다.

         

       파스텔은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제대로 안 녹은 설탕 가루가 살짝 맴돌았다.

         

       달달해!

         

       맛있다!

         

       “선배님은 무슨 볼일로 오셨어요? 학생회는 모든 학생에게 열려 있으니까 허심탄회하게 말해주셔도 돼요!”

         

       고학년생이 조용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공간이 있는 옆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

         

       으에.

         

       “저희 순수공학부를 살려주십시오!”

         

       으에에!

         

       선배님이 갑자기 무릎을 꿇으시면!

         

       꿇으시면……!

         

       파스텔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유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지도……!

         

       이것이 권력의 맛?

         

       보라색이 될 거 같아!

         

       “순수공학부라면 평소 눈여겨보던 곳이에요. 지금은 도주한 아니 행방불명된 카를로 교수님이 몇 번 언급했던 곳이죠. 뭐랄까 1학기 산학협력 축제 때 상단의 투자를 받으셨다면서요?”

       “평소 관심이 없으셨군요.”

         

       들킴.

         

       그치만 그치만.

         

       분홍분홍 파스텔은 공학에 큰 관심이 없는거얼.

         

       골방에 앉아 설계도를 들여봐야 하는 일생은 인기인에게 적성이 안 맞아.

         

       “아시는 대로 큰 상단과 관계를 맺게 됐었죠.”

         

       고학년생은 아련한 과거를 회상하는 표정이 됐다.

         

       “여러 협력 끝에 마계의 철도 부설에 참가할 수 있게 됐었습니다. 덕분에 지분도 좀 받고 자금도 많아지며 좋았죠. 그 상단이 파산하기 전까지는요…….”

         

       고학년생은 생애 처음 맛본 기회에 전 재산을 때려 박았다가 파산을 맞이한 투자자 같은 표정이었다.

         

       철도.

         

       열차.

         

       열차 구름 뿌뿌~!

         

       허억, 진짜 뿌뿌!

         

       파스텔은 갑자기 공학에 큰 관심이 생겼다.

         

       다시 생각해 보니 적성에 맞았던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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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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