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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할 말이요?”

       

       “응.”

       

       

       ···여기서?

       

       갑자기?

       

       갑작스러운 시우의 말에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과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기계들.

       

       시험 끝난 기념으로 놀러 온 거 아니었던가.

       

       손에 들린, 조금 전까지 아멜리아와 사용하던 기기를 괜히 만지작거렸다.

       

       

       “으음, 집에 돌아가서 해도 되는 게···?”

       

       

       ···그건 안 되겠구나.

       

       시우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나중에 말하면 안 되냐는 불평을 집어삼켰다.

       

       생각보다 즐거웠는데.

       

       아쉬운 마음에 조금 전까지 사용하던 기기를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내려놓았다.

       

       이런 건 나중에 다시 즐기면 괜찮으니까.

       

       정말 신기하고 흥미로운 물건이긴 했지만, 그것뿐.

       

       시우와 비교하면 길가의 쓰레기보다 못한 물건일 뿐이다.

       

       

       “···네, 뭔가요?”

       

       

       그나저나, 갑자기 무슨 일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시우가 저렇게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이유가 있던가?

       

       수많은 망상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사실 이 장소, 빌런 조직의 은신처라던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과대망상처럼 보인다는 건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평범하게 오락을 즐기고 있는 장소의 지하에 비밀 조직이 있다던가.

       

       그런 생각은 중학생도 하지 않을법한 유치한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다고.

       

       하지만 작가님의 존재 탓에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작가님은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어처구니없는 설정을 집어넣으면서, 재밌겠다며 방긋방긋 웃어댔으니까.

       

       

       “그게, 음···.”

       

       

       진지한 표정을 짓던 시우가, 이내 조금 곤란하다는 듯 눈을 돌렸다.

       

       이곳에서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는 뜻일까?

       

       

       “이곳에서 말하기 곤란하다면, 잠깐 밖으로 나가는 게 어떤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이거, 받아줄래?”

       

       “네?”

       

       

       무언가 결심한 듯, 시우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반사적으로 시우의 손에 담긴 무언가를 쥐어 들었다.

       

       ···팔찌?

       

       

       “이건···.”

       

       

       시우가 무슨 의도로 나에게 이런 걸 전해주는 걸까.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이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이런 물건을 전해주는 이유가 뭘까.

       

       확실히 이런 장소에서 전해주면 위화감이 없는 물건이다.

       

       수수한 듯 보이지만, 하얀색 실과 대비되는, 검은 실이 약간의 화려함을 더해주는 예쁜 장신구.

       

       장신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내가 봐도 완성도가 높은 물건.

       

       하지만 실에 약간의 마력이 담겨있었다.

       

       이건 도대체 뭘까.

       

       왜 이런 걸 갑자기 내게 건네준 걸까.

       

       

       “팔찌네요.”

       

       “···어때?”

       

       “네?”

       

       

       잔뜩 긴장한 듯한 시우가 내게 감상을 물었다.

       

       어떠냐니.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일까.

       

       도무지 시우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들어?”

       

       “···예쁘다고는 생각하긴 하지만, 그걸 왜?”

       

       

       도무지 시우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팔찌에 마력이 담겨있는 걸로 보아 범상치 않은 물건인 것 같은데.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가님이 스토리 전개를 시작했고, 그 탓에 시우가 새로운 악의 조직과 싸우기라도 하는 걸까?

       

       하지만 작가님이 내게 말을 걸지 않은 직후부터 시우는 나와 계속 함께 있었는걸.

       

       최근 시우가 방안에서 무언가를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죄송해요. 정말 모르겠는데.”

       

       

       그렇기에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도대체 이 물건은 무엇일까. 왜 나에게 주는 걸까.

       

       이 팔찌에 담긴 의미를,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시우가 당황한 듯 내게 무언가를 설명하려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이 부족했구나. 선물이야.”

       

       “선물?”

       

       “그래, 선물. 내가 직접 만들었어. 어때?”

       

       

       직접 만들었다고?

       

       그 말에 무심코 팔찌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이 팔찌를 시우가 만들다니.

       

       생각보다 시우는 손재주가 좋은 편인 걸까.

       

       손에 쥐어진 팔찌를 괜히 한 번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을 타고 느껴졌다.

       

       

       “한번 차볼래?”

       

       “어, 네···?”

       

       “자, 이렇게.”

       

       

       갑작스러운 말.

       

       직접 만든 선물이라는 말에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시우가 답답했던 걸까.

       

       아니면 원래 그렇게 하려고 했던 걸까.

       

       내게 다가온 시우가, 이내 내 팔목에 직접 팔찌를 착용시켜주었다.

       

       

       “음, 예쁘네. 어울려.”

       

       

       다행히 잘 맞는 것 같다며 웃는 시우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악의 조직의 소탕을 위한 비밀 이야기도 아니고.

       

       무언가 비극적인 사연이 담긴 팔찌도 아닌, 그저 평범한 선물.

       

       

       “이걸, 왜 저에게···.”

       

       

       시우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모습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네가 외롭지는 않을까 싶어서.”

       

       “···네?”

       

       “···음, 그게. 아무래도 아르테는 지금 내가 없으면 조금 힘들어하잖아?”

       

       

       머리를 긁적이며, 시우는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듯.

       

       오해하지 말라는 듯, 시우의 목소리에는 배려가 가득했다.

       

       

       “네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주는 거라 오해할 수도 있긴 하지만···. 사실 이건 꽤 예전부터 만들고 있었거든.”

       

       “···예전부터?”

       

       “응. 깜짝 선물로 주고 싶어서 조금 몰래 만들었지.”

       

       

       아.

       

       문득 시우가 혼자 방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던 게 떠올랐다.

       

       이걸 만들고 있었던 거구나.

       

       

       “아멜리아와 도로시도 많이 도와줬어.”

       

       

       시우의 말을 듣고 자괴감이 엄습했다.

       

       나는 시우가 여자에게 홀려 평소에 하던 수련도 내팽개치고 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나를 위한 선물을 만들기 위해 짬짬이 시간을 낸 거였어.

       

       하율에게 시우의 뒷조사를 부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고마···.”

       

       “그런데 아르테. 언제나 내가 곁에 있어 줄 수는 없어.”

       

       “···네. 그렇죠.”

       

       

       감사 인사를 표하려던 찰나, 시우의 미안함이 담긴 목소리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래.

       

       시우의 말대로, 그는 언제까지고 내 곁에 있을 수 없다.

       

       목욕할 때, 세탁할 때 등.

       

       평범한 일상적인 일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결국 시우는 언젠가 히로인과 이어지겠지.

       

       그렇다면 결국 시우는 나와 함께 있을 수 없다.

       

       다른 여자가 집에 얹혀살고, 시우와 계속 붙어 다니는 걸 좋아할 사람이 과연 어디 있을까.

       

       ···시우와 떨어져야 해.

       

       언젠가는 시우와 함께 있을 수 없게 된다고.

       

       눈앞에 시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이 점차 새하얗게 물드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언젠가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홀로 몸을 웅크린 채로 밤을 지새우겠지.

       

       점점 시야마저 새하얗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생각해서는 안 되는데. 생각해선 안 되는데.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시우와 떨어진 채로 몸을 웅크린 나.

       

       아멜리아일까, 도로시일까. 시우의 옆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여인.

       

       그렇게 되는 순간 나는 어떻게 될까.

       

       주변에 시우가 없다면 나는, 나는.

       

       유일한 인간인 시우가 주변에 없다면.

       

       무슨 기분을 느끼게 될지 상상조차 쉬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거야.”

       

       “···네?”

       

       

       내 상상을 순식간에 깨트리는 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거라니.

       

       ···그건.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불가능하지 않아.”

       

       “···조금 전까지는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수는 없다면서.”

       

       

       모순이었다.

       

       시우의 말에는 모순이 가득했다.

       

       언제까지고 함께할 수 없다면서, 언제나 나와 함께 있을 거라니.

       

       그저 입에 발린 말일 뿐.

       

       나를 달래주고 싶어 하는 말이라는 생각에 화를 내려던 찰나.

       

       시우가 내게 말했다.

       

       

       “그래. 항상 너와 붙어있을 수는 없어. 하지만 너와 함께 있을 거야.”

       

       “그게 무슨···.”

       

       “여기에 한번 마력을 넣어볼래?”

       

       “···마력?”

       

       

       마력을 넣어보라니.

       

       쓸데없는 거라면 잔뜩 화를 내줄 테다.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팔찌에 마력을 넣자 느껴지는 감각에 깜짝 놀랐다.

       

       

       “이, 이건···.”

       

       “어때?”

       

       

       느껴졌다.

       

       시우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당장 내 눈앞에 있는 것과는 별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시우와 내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된 것만 같은 느낌.

       

       

       “내가 너와 떨어진다고 해도, 아르테.”

       

       

       멍하니 팔찌를 바라보며 시우와 점점 거리를 벌려보았다.

       

       여전히 시우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거리가 벌려져 있어도.

       

       어디서 무얼 하고 있다고 해도.

       

       시우와 내가 마치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 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항상 함께일 거야.”

       

       

       이걸 어떻게 한 건지 물어보기 위해 시우를 바라보고서야 깨달았다.

       

       그의 팔목에, 내가 차고 있는 팔찌와 똑 닮은 팔찌가 있음을.

       

       

       “너무 걱정하지 마, 아르테. 나는 언제나 네게로 달려갈 테니까.”

       

       

       시우가 준 팔찌를 매만져보았다.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가슴에 퍼져나갔다.

       

       

       “어때, 아르테. ···선물, 마음에 들어?”

       

       “···.”

       

       

       멍하니 팔찌를 매만지고 있자니, 방금까지의 멋있는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안절부절못하는 시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시우의 그 모습이 웃겨, 나도 모르게 쿡쿡 웃고 말았다.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따뜻한 온기가 퍼지며 심장까지 닿았다.

       

       쿵, 쿵.

       

       두근대는 심장이 표현하는 것은 과연 무슨 감정일까.

       

       

       “멋진 선물, 고마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운명의 붉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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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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