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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네크로맨서들은 마족에게서 순수한 어둠의 마나를 제공받는다네.”

        ​

       영감님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

        “그 어둠의 마나를 조금이라도 쌓는 순간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네. 실제로 망가져가는 마법사를 본 적이 있지.”

        ​

        영감님들이라면 별일을 다 겪은 사람들이다.

        ​

        저런 경험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

        “어둠에 물들 수록 그 사람의 인격이 사라지고 결국엔 광인이 되어 버리는 게 그들의 결말일세.”

        ​

        일반적인 마나가 세상을 이루는 기운이라면, 어둠의 마나는 부정적인 것들을 이루는 기운.

        ​

        그런 걸 몸에 쌓기 시작하면 어느누구라도 정신이 나가버릴 것이다.

        ​

        “오직 힘에 집착하는 광기에 이끌려 마족에게 영혼을 내주고 계약하게 되지.”

        ​

        “왜 그렇게까지하는 거죠?”

        ​

        “굉장히 쉽고 빠르기 때문이네. 오랜 수련이 필요 없이 미치기만 하면 경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네.”

        ​

        “수련이 필요 없다고요…?”

        ​

        “물론 마법을 쓰는 능력은 따로 배워야하지만, 써클을 빨리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

        ​

        처음 네크로맨서를 마주친 건 엘프의 숲이었다.

        ​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

        경지가 낮은 네크로맨서들의 실력이 마법사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

        “5써클까지는 시간만 허락 된다면 무조건이라 할 만큼 성장이 가능하다네.”

        ​

        네크로맨서들이 수가 많지 않아도 강하던 이유가 이것이었던 것 같다.

        ​

        시간만 있으면 마법사들을 공장처럼 찍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그들이 모두 언데드를 다룬다고 생각하면 무시할 수 없을 전력이었다.

        ​

        “사람을 죽여 언데드로 만들고, 그 언데드로 또 사람을 죽이네.”

        ​

        그것의 반복.

        ​

        죽은 사람의 영혼을 모아 마족을 소환하고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

        ​

        그렇게 더 상위의 마족이 소환되고….

        ​

        “마왕의 소환까지 갔던 것이 수십년 전에 있었던 대륙 전쟁이지.”

        ​

        “허…”

        ​

        기가 차서 웃음도 안 나왔다.

        ​

        “우습게도 마족들은 대륙을 지배하겠다는 생각 따위는 없네. 그저 살육이 주는 쾌감을 음미하는 듯했지.”

        ​

        “완전히 미친놈들이네…”

        ​

        내 표정이 심각해지자 영감님이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

        “그들에겐 그게 정상이네. 착한 마족이 있다면 그게 미친 것이 아니겠는가?”

        ​

        “어쨌든, 네크로맨서들이 마족을 불러내는 목적이 뭔가요?”

        ​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영감님이 아닌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

        세레나가 무언가를 회상하며 슬픈표정을 짓고 있었다.

        ​

        “영생이에요.”

        ​

        “…영생?”

        ​

       더 물어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

       세레나가 슬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클로셀 영감 역시 고개를 저었다.

        ​

        “조사된 이유 중 가장 큰것이 영생이네. 마족에게 영혼을 빼앗기지 않고 끝없이 강해지는 것.” 

        ​

        “웃기는 족속들이네요.”

        ​

        “딱 한 명. 그것을 비슷하게 해낸자가 있지.”

        ​

        “리치인가요?”

        ​

        라이프 포스 베슬.

        ​

        영혼을 가두고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마법.

        ​

        그곳에 영혼을 가두어 놓았으니 마족에게 빼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그 역시 마탑의 일원이었다고 전해지네.”

        ​

        영감님의 말에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

        기록이 남아 있었으면 확실한 사실이었을 텐데, 저건 두루뭉실하지 않은가?

        ​

        무슨 전설도 아니고 말이다.

        ​

        “세상은 수치스러운 역사를 기록 하지 않는다네.”

        ​

        “음…”

        ​

        “후대가 알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지워 버리지. 지금 제국의 역사에도 왜곡된 부분이 많을 것이네.”

        ​

        본래 역사란 승자의 것이 아니겠는가.

        ​

        결국엔 승자에게 유리하도록 기록되는 것.

        ​

        “여하튼, 그 리치가 되는 방법부터가 문제일세.”

        ​

        “또 사람들의 영혼을 끌어모아서 하는 건가요?”

        ​

        내 생각과는 다르게 영감님이 고개를 저었다.

        ​

        “리치가 되려면 8써클의 경지를 이루어야 하네. 하지만…”

        ​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

        ​

        “인간의 몸으로는 8써클의 마나를 감당할 수가 없네.”

        ​

        “…그러면 어떻게 리치가 된 거죠?”

        ​

        말의 앞뒤가 안 맞지 않은가.

        ​

        리치가 되려면 8써클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는 마나를 감당할 수가 없다.

        ​

        “확실한 건 네크로맨서들을 심문해 봐도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네. 오직 그자만 알고 있지.”

        ​

        돌연, 영감님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

        호기심을 잔뜩 내뿜을 때의 얼굴이었다.

        ​

        “자네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네.”

        ​

        이 영감탱이가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

        “리치의 존재를 아는 마법사들은 나름대로 추측을 하고 있을 것이네. 사안이 무거워 말을 꺼내지 않은게지.”

        ​

        “….?”

        ​

        “자네가 머무는 신당의 근처에 왜 그렇게 많은 마법사들이 있겠는가.”

        ​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나?

        ​

        유난히 실력 있는 마법사들이 많이 모이긴 했다.

        ​

        줄곧 나를 따라다니기도 했고.

        ​

        “리치와 자네가 다루는 힘이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네.”

        ​

        영혼과 관련이 있다?

        ​

        순간, 조각들이 딱딱 들어맞기 시작했다.

        ​

        지금 네크로맨서들이 찾고 있는 것이 하나 있지 않은가?

        ​

        나 말고는 알아채지 못했던 이상한 마법들도 있었다.

        ​

        세계수에 씌워 놓았던 만들어진 허주.

        ​

        그리고 잡혀갔던 오크샤먼들.

        ​

        “영감님, 그 책 가지고 있어요?”

        ​

        “음?”

        ​

        “오크샤먼이 읽을 수 있다는 그 책이요.”

        ​

        그놈들이 썼던 해괴한 방법들은 주술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

        영혼을 타락시켜 허주로 만든 것도 말이다.

        ​

        실제로 푸른 불꽃을 이용했던 놈들이니까.

        ​

        떠억 –

        ​

        영감님들의 입이 벌어졌다.

        ​

        허겁지겁 아공간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는 손.

        ​

        낡은 책이 모습을 드러내자 굴락이 격하게 반응했다.

        ​

        “취이이익!”

        ​

        펄떡- 펄떡 –

        ​

        “괴,괴물인간 그건 어디서 났나?”

        ​

        “크리스가 찾았네만?”

        ​

        “인간샤먼! 대단하다! 존경한다!”

        ​

        “….?”

        ​

        아니, 영감님들은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이다.

        ​

        대충 단어 몇개만 던져도 그 뜻을 다 알아들을 정도로.

        ​

        살아온 경험은 어떠한가.

       

       닳고 닳아 연륜의 정점을 보이는 영감님들.

        ​

        그런데.

        ​

        “이걸 생각 못하신 건가요?”

        ​

        “당연하지 않은가!”

        ​

        “….?”

        ​

        “어느 누가 오크가 굿을 하며 영혼과 접촉한다고 생각하겠는가! 한낱 몬스터가!”

        ​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

        솔직히 나도 오크가 이런 종족이라고는 생각을 안 했으니까.

        ​

        그러고 보면, 이곳에 와서 제일 처음 만난것이 굴락이기도 하다.

        ​

        딱 맞는 시기에 그 근처에서 깨어났고, 굴락의 형제를 만났으니까.

        ​

        “취익! 이, 읽어봐도 되겠나?”

        ​

        영감님의 손에서 굴락에게로 책이 넘어갔다.

        ​

        순식간에 진지해지는 분위기.

        ​

       떨리는 손이 책자를 넘기고, 참다못한 영감님이 입을 열었다.

        ​

        “험험, 굴락이라 했는가?”

        ​

        “그렇다.”

        ​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가?”

        ​

        굴락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

        “괴물인간.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것도 모르나?”

        ​

        저 오크새끼가 미친게 확실하다.

        ​

        영감님한테 저런 말을 지껄이다니.

        ​

        “야 이새끼야, 빨리 말 안 해?”

        ​

        “취,취익! 인간샤먼은 공짜다. 말해 준다.”

        ​

        당당해졌던 굴락이 눈치를 보며 어깨를 움츠렸다.

        ​

        “신성한 불꽃을 피워내는 방법이 적혀 있다.”

        ​

        그거라면 이미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

        나름 활활피워내고 있으니 말이다.

        ​

        “오크샤먼만의 방법이다! 인간샤먼에게 배운 거랑은 전혀 다르다!”

        ​

        “음?”

        ​

        다르고 말고가 큰 문제가 아니라….

        ​

        저 말대로면 저놈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불꽃을 재현해 냈다는 소리.

        ​

        일렉기타로 굿거리를 연주하는 느낌이란 것이다.

        ​

        즉, 재능이 굉장하다는 것.

        ​

        굴락이 흥미를 잃었다는 듯 책을 넘겼다.

        ​

        “취익! 인간샤먼에게 배운 게 더 효과적이다! 옛날방법 낡았다.”

        ​

        “…의외로 사고도 개방적인데?”

        ​

        “오크들 변해야 한다. 이대로는 다 죽는다.”

        ​

        굴락이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내어 읽어보라고도 해봤지만, 불가능하단다.

        ​

        읽을 순 있지만 말로 할 수는 없는 글자라나….

        ​

        “취익! 불꽃의 활용 방법이 적혀 있다.”

        ​

        모두의 관심이 굴락에게로 쏠렸다.

        ​

        “영혼을 전사의 땅으로 보내는 방법이다.”

        ​

        “….?”

        ​

        “나도 처음 알았다! 오크의 영혼은 돌아갈 곳이 존재한다.”

        ​

        굴락의 얼굴이 해괴하게 일그러졌다.

        ​

        저거….

        ​

        복 받쳐 오르는 얼굴인가?

       

       아니면 위협을 하는 건가?

        ​

        “오크의 영혼도 갈 곳이 존재했다…취이익…!”

        ​

       굉장히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

        “신성한 불꽃으로 영혼을 태운다.”

        ​

        “….?”

        ​

        “그곳으로 오크의 영혼이 사라진다!”

        ​

        성불을 시키는 천도제와 비슷하기도 하다.

        ​

        “샤먼의 영혼도 보내야 한다.”

        ​

        “저번에 봤던 그 영혼?”

        ​

        “그렇다. 그래야 완전해진다고 적혀 있다.”

        ​

        굴락이 다시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

        “샤먼의 영혼이 불꽃 속으로 사라지면…”

        ​

        굴락에게서 전혀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나조차도 무심하게 넘겼던 일.

        ​

        그걸 다시 듣게 될 줄이야.

        ​

        “푸른 보석이 생겨난다. 오크의 보물! 인간샤먼, 복채 갚는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 공지로 한번 올렸지만 제가 오른손을 다치게 되었습니다.

    왼손으로만 집필을 하게되어 당분간 새벽이나 아침에 업로드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손으로 쓰니 시간이 너무 늘어나네요 ㅠㅠ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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