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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페x리 1호기에 앉아있던 아가씨는 밀려오는 졸음에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고 있었다. 자명종의 추처럼 왔다 갔다를 반복하던 아가씨의 머리는 큰 움직임으로 밑으로 내려가더니 ‘으엣!’하는 격렬한 비명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며 뒤를 돌아봤다.

       

       

       “불렀어?”

       “아니요.”

       “…이상해. 졸음의 마왕이 내 머리를 밀고 있는 기분이야.”

       “기분 탓입니다.”

       “흠.”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뱉은 헛소리를 인정했다.

       

       

       아가씨와 단둘이 하는 데이트.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양장점에서 사치도 부려보고.

       길거리 거지와 시비가 붙어 싸우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길게 놓인 가로수와 은은한 빛을 내는 가로등의 불빛은 오늘따라 감성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조금 더 예뻐 보이고.

       이 시간이 더 오래갔으면 했고.

       가로등에 비추는 아가씨의 푸석한 하얀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아름답게만 보였다.

       

       

       휠체어에 앉은 아가씨는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자신의 손으로 뺨을 톡톡 두드렸다.

       

       

       “음냐… 졸려.”

       “조금 주무세요. 도착하면 깨워드리겠습니다.”

       “안 돼. 졸음운전을 하면 리카르도가 세상과 하직한다고 했어.”

       “제가 대리운전하고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런가?”

       

       

       아가씨는 고개를 작게 주억거리고는 ‘대리비’는 초콜릿으로 준다고 하고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10분쯤 더 걸어갔을까.

       

       

       적막한 분위기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던 아가씨는 살짝 고개를 틀어 나를 바라봤다.

       

       

       “리카르도.”

       “네.”

       “오늘 연극 말이야. 어땠어?”

       “좋았습니다.”

       “그렇게 말고, 구체적으로 말해봐. 앞으로 초콜릿을 잘 줘야겠다던가 아니면 초콜릿을 빼앗지 않는다는 교훈 말이야.”

       “음… 그러게요. 아가씨의 건강한 식단을 위해 초콜릿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만.”

       “이이익…!”

       

       

       시무룩해 하는 아가씨는 주먹을 불끈 쥐고 위협을 가해왔다. 흡사 곰탕이가 앞발을 내지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아가씨의 손을 보며 나는 ‘느립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이마에 딱밤을 살며시 때려주었다.

       

       

       “으갹!”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장난입니다.”

       

       

       그리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아가씨가 원하는 답을 슬며시 뱉었다.

       

       

       “음… 앞으로 아가씨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에?”

       “맞지 않으려고요?”

       “이이익! 그게 뭐야!”

       “푸하하! 장난입니다. 그럼 아가씨는요?”

       

       

       아가씨는 고개를 휙 돌려버리고는 투덜거렸다. ‘매번 장난만 해.’라고 중얼거리고 입술을 삐쭉 내미는 아가씨는 ‘흠..’이라는 작은 콧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나는… 리카르도랑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싶었으니까. 갑자기 훅 들어오는 아가씨의 말에 나는 입가에 피어오르는 웃음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뭡니까. 플러팅입니까?”

       “플러팅?”

       “꼬시냐고요.”

       “아니야!”

       

       

       주먹을 불끈 쥐고 붕붕 손을 저으는 아가씨는 질색하며 소리쳤다.

       

       

       “앞으로도 리카르도랑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거야. 편식도 조금만 하고 그리고… 연극에 나오는 사람이 너무 불쌍했으니까. 리카르도가 오래 살려면 착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오… 세 번만 더 보여주면 저한테 반하겠는데요.”

       “그건 아니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아가씨는 한숨을 뱉었다.

       

       

       “바보.”

       “아가씨는 멍청이.”

       “말미잘.”

       “성게.”

       

       “”푸하하하!””

       

       

       성인이 하기에는 다소 유치한 장난을 이어가며 우린 저택을 향해 돌아갔다.

       

       

       데이트는 제법 성공적인 것 같았다.

       

       

       *

       

       

       피곤에 눈이 반쯤 감겨있는 아가씨는 휠체어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주무시고 계신 거지.

       

       

       “코오오…”

       “손님?”

       “흠냐리…”

       “도착했습니다. 결제하셔야죠.”

       “리카르도가 해줄 거야…”

       “에이…”

       

       

       볼을 잡아당겨도 일어나지 않는 아가씨. 대리비는 나중에 줄 간식으로 퉁치자고 생각한 나는 길게 잡아당겼던 아가씨의 볼을 살며시 놓아주었다.

       

       

       늦은 저녁이라서 그런지, 저택은 고요했었다. 북적거리던 사용인들은 퇴근한 지 오래였고, 가주님과 로산나, 카일은 모두 잠자리에 들었는지 거실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듯한 조용한 분위기에 나는 작은 한숨을 뱉고, 곤히 잠든 아가씨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가볍네.’

       

       

       이렇게 조그마한 몸으로 어찌나 그렇게 많이 먹는 건지… 신기하네.

       

       

       “우으음… 초콜릿.”

       

       

       걱정이란 단어와 절연한 아가씨의 곤히 잠든 모습은 사과 먹고 기절한 어느 공주님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왕자님의 키스로 잠을 깨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나는 왕자님이 아니기에 참기로 했다.

       

       

       “잘 자네요.”

       

       

       아가씨는 한번 잠자리에 들면 쉽게 깨지 않으셨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들고 코도 골고.

       

       

       안 그래도 오늘 바쁜 일정을 소화해냈던 터라, 아가씨의 입에서 흐르는 침은 내 소매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코오오오…”

       

       

       나는 아가씨의 얼굴을 보며 작게 속삭였다.

       

       

       “안녕히 주무세요.”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작은 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 발끝을 들고, 혹시나 아가씨께서 깨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쉽게 깨지는 유리 공예품을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나는 어느새 아가씨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올리비아’의 방]

       -깨우면 물어.

       -시끄러우면 욕해.

       -알았으면 꺼져.

       

       

       사춘기 시절에 아가씨께서 쓴 살벌한 푯말이 매달려있는 방문을 보자,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휴 무서워라. 안 그렇습니까?”

       “흠냐… 배고파.”

       “그런가 보군요.”

       

       

       -끼익.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난 뒤.

       

       

       나는 푹신한 침대에 아가씨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분홍색의 커튼과 침대.

       

       

       귀여운 것과 거리가 멀 것 같은 악녀지만 사실은 분홍색과 곰 인형처럼 귀여운 것들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계셨다.

       

       

       단지, 한가지 흠이라면.

       

       

       귀여운 인형이라고 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는 사람의 팔을 물고 있는 곰 인형이나, 살벌하게 이빨을 드러내는 악어 인형이 있다는 정도.

       

       

       그래도 귀여운 걸 좋아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나는 작은 웃음을 지으며 아가씨의 애착 인형을 침대 구석을 치워버리고 조심스럽게 아가씨를 눕혔다.

       

       

       코를 고는 아가씨의 얼굴을 감상하는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새근거리는 아가씨의 숨이 고르게 들려오는 순간. 나는 조심스럽게 아가씨의 침대 맡에 앉아 머리를 쓸어 넘겼다.

       

       

       “플러팅은 적당히 해주세요. 심장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오래오래 같이 살자면서 심장마비로 죽일 생각입니까?”

        

       

       “정말이지….”

        

       

       나는 아가씨의 다리에 손을 올리며 씁쓸한 눈웃음을 지으며 회로를 불태웠다.

       

       

       “바보십니다.”

       

       

       [‘재활의 손길’을 ‘흑마법에 오염된 대상’에게 사용한 대가로 ‘활력의 1%’를 소모합니다.]

       

       

       사용한 활력 : 6%

       잔여 활력 : 94%

       

       

       [-90% 아래로 떨어질 시 소모되는 활력은 3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차가운 경고와 함께 입가에서 비릿한 혈흔의 향이 느껴졌다. 목울대를 넘어오는 붉은색의 액체를 뱉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쿨럭거리는 기침과 함께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에 나는 손을 들어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쿨럭… 쿨럭…!”

       

       

       몇 번을 해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삶이 조금씩 짧아지는 기분.

       몸에 직접적인 부작용은 없지만, 근본적인 무언가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통증에 나는 깊은 한숨을 뱉었다.

       

       

       “하아… 씨…”

       

       

       그럼에도 나는 좋았다.

       

       

       연극의 소년처럼 그저 지켜봐 주는 것이 내가 아가씨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자, 어릴 때 내 목숨을 살려준 보답이지만.

       

       

       짝사랑에 대한 수줍은 플러팅을 할 수 있어서.

       

       

       달뜬 숨을 내쉬며 가슴을 통증을 참던 나는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언젠가는 아가씨와 함께 걸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겁쟁이 같은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담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주체할 수 없는 통증이 온몸에 퍼지며 작은 신음이 입술 밖으로 나오려 하는 순간.

       

       

       -끼익.

       

       

       굳게 닫혔던 아가씨의 방문이 열리며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문틈 사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잠옷 차림이지만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살벌한 기세는 강렬했었다.

       

       

       분명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심성 없던 나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가 조금만 더 조심했다면, 문을 잠궜더라면 지금 이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텐데…

       

       

       후회를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피를 토하고.

       아가씨의 다리에 손을 얹는 그림은 내가 봐도 이상했으니까.

       

       

       남자는 당황한 나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하는 거지.”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쿨럭거리던 기침은 쇳소리를 내며 거친 숨소리로 바뀌었고 그 모습을 보는 남자의 표정을 더욱 차갑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나는 남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 큰일 났네.”

       

       

       일전에 내게 허튼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던 데스문트의 차기 가주.

       

       

       카일.

       

       

       그는 험악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장, 그 손 치워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수면 이슈로! 후원 맨트는 다음 회차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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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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