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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마기가 등장한 순간부터, 고명한 지부장과 성도지부 무사들의 가슴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망설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고명한은 가장 먼저 행한 것은 당가 내의 모든 이들을 지정된 장소에 나누어 연금시키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면 마교도로 간주, 그 자리에서 바로 참하도록 하겠소!”

         

       당가를 들쑤시는 일은 일개 지부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은 그는 곧장 무림맹 본단에 전서응을 날린 뒤, 본단에서 인원이 파견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하는 데에 온 힘을 쏟기로 한 것이다.

         

       서슬퍼런 감시 속에서 밤이 깊었다.

         

       시녀로 위장한 채 그들의 틈바구니에 숨어 도망갈 기회를 엿보고 있던 진미연은 입술을 짓씹었다.

         

       ‘이 머저리 같은 놈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실험실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보낸 대영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가 있었다면 더욱 탈출이 수월해졌을 텐데 말이다.

         

       ‘지금까지 안 오는 걸 보면 당했다고 봐야겠지….’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혼자 행동하기로 마음먹고, 잠든 시녀들 속에서 감시의 눈초리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는 무사에게 다가갔다.

         

       “저어, 잠시 뒷간에 가고 싶어요….”

       “커험험! 호, 혼자선 갈 수 없소.”

       “아이차암, 곤히 잠든 언니들을 깨우면 전 내일 아침 크게 혼날 거랍니다.”

         

       청초한 인상의 미녀가 그렇게 말하니 돌부처도 마음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데, 하물며 말단 무사의 마음이야 오죽하랴.

         

       “그러지 마시고…, 무사님께서 함께 가주셔요. 네?”

       “하, 하는 수 없군.”

         

       어수룩한 무사 하나를 꾀어낸 그녀는 뒷간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그의 뒷목을 후려쳤다.

         

       “컥!”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기절한 무사.

         

       진미연은 역용술을 이용하여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 뒤, 그가 입고 있는 의복까지 벗겨내어 제 몸에 걸쳤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익히 아는 얼굴로 변장한 그녀를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내 한 번만 부탁함세! 응?”

       “거참…, 빨리 돌아와야 해. 걸리면 우리 둘 다 끝이야!”

         

       대문을 막아서고 있는 무사에게 적당한 변명과 함께 은자 몇 냥을 던져주는 것으로 당가를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 진미연.

         

       “백우진…, 이 뼈 채로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놈!”

         

       성도까지 무사히 빠져나온 그녀는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 백우진을 욕했다.

         

       “언제고 반드시 네놈을 내 발아래 설설 기게 만들어줄 것이야.”

         

       자신이 겪은 치욕을 모조리 되갚아주고 말겠다며, 설욕을 다짐하고 산길로 접어들 때였다.

         

       “두고 보자는 놈치고 무서운 놈 없던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에 진미연의 몸이 얼어붙었다.

         

       “하물며 넌 훗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될 것 같네.”

         

       사박사박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돌아보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를 위해 친히 앞으로 걸어가 제 얼굴을 내비치는 백우진.

         

       “아, 아으….”

         

       처음으로 그녀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마치 귀신을 눈앞에 둔 사람처럼 딱딱하게 굳은 채 말을 더듬고 있는 그녀를 향해, 백우진은 더없이 쾌활한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지?”

         

       너한테서 악취가 난다고.

         

       백우진은 검을 뽑아 그녀의 목을 향해 겨눴다. 그러자 진미연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을 마구 비벼대며 빌기 시작했다.

         

       “제, 제발 한 번만 살려줘! 사, 살려만 준다면 뭐든 다 할게!”

         

       참으로 추하고, 역겨웠다.

         

       제 앞에서 살려달라고 빌었을 수십, 수백의 인간을 무참히 죽여 실험의 재료로 이용해놓고 정작 제 목숨은 아까워 그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넌 이곳에서 무조건 죽어.”

         

       웃음기를 싹 지워낸 그가 사형선고를 내리듯 말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그가 말을 덧붙였다.

         

       “…라고 말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네가 살 방법이 하나쯤은 있네.”

         

       동시에 새까맣게 죽어가던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생에 대한 의지로 불타올랐다.

         

       “뭐, 뭐든 할게! 말만 해!”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쭈그려 앉은 백우진.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네 감언이설에 속아 당가를 썩어가게 만든 이들의 명부가 필요해.”

         

       하루라도 빨리 당가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물건이었다. 마교도의 존재를 확인한 이상, 당가를 샅샅이 뒤지면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들 또한 색출해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러모로 피곤해지는 일이 될 것 같아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어차피 넌 모든 걸 잃은 몸이니까, 만약 네게 명부가 있다면 네 몸뚱어리 하나 정도는 살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있어!”

         

       그녀가 곧장 미끼를 덥석 물었다.

         

       “내 침상 바닥을 뜯어내면 금고가 있어. 거, 거기서 내가 알려주는 순서대로 단추를 누르면….”

         

       찾기 쉽도록 아주 상세하게도 알려주는 진미연.

         

       백우진은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진위여부를 가려보았다. 얼굴에 여유라곤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좋아.”

         

       흔쾌히 옆으로 비켜서는 백우진. 가로막혀 있던 길이 열리자 진미연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됐어, 됐다고!’

         

       어떻게든 살아남기만 하면, 지금 위기만 넘기면.

         

       이 순간 겪는 치욕은 언제고 되갚아줄 수 있으리라.

         

       혹여 거슬리면 그의 마음이 바뀔까 두려운 마음에 조심조심 걸어가는 그녀의 귓가에 백우진의 차가운 음성이 떨어졌다.

         

       “죽이고 싶은 마음 억지로 참는 중이니까 빨리 꺼져.”

       “히익…!”

         

       화들짝 놀란 진미연이 무공을 익히지 않은 몸이라곤 믿기 어려운 속도로 산길을 내달렸다.

         

       “저건 대체 정체가 뭐야.”

         

       분명 무공을 익힌 흔적은 없다. 그런데 저 속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이제 와선 아무래도 상관없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굳이 풀어야 할 난제는 아니었다.

         

       어차피 곧 그녀는 죽게 될 테니.

         

       “쩝.”

         

       아쉬운 마음이 일었다.

         

       진미연 수준의 악녀는 용사였던 시절에도 보기 드문 수준의 악인이다. 직접 처단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어쩌겠는가.

         

       자신보다 앞선 번호표를 쥐고 있는 이가 직접 죽이고 싶다고 부탁까지 해오는데.

         

         

       * * *

         

         

       진미연은 미친 듯이 산길을 내달렸다.

         

       날카롭게 솟은 나뭇가지에 곳곳을 베여도,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져도 금세 일어나 백우진으로부터 한 걸음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산 하나를 온전히 넘어갈 즈음.

         

       서걱

         

       귓전에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기울어졌다.

         

       “아…?”

         

       비탈길을 구르는 진미연.

         

       쾅!

         

       커다란 나무에 부딪힌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을 느꼈다.

         

       “아윽…!”

         

       고통에 신음하며 조금 전부터 힘이 들어가지 않는 제 다리를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발목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조금 전 들렸던 날카로운 소리는 제 발목에 있는 힘줄을 끊어내는 소리였던 것이다.

         

       “아, 아아…!”

         

       그녀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보기 좋은 얼굴을 하고 있네.”

         

       그때, 어둠 속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무척이나 익숙한 음성. 이윽고 어둠에서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당선영이었다.

         

       “기억나?”

         

       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맺혔다.

         

       “실험실에서 공포에 떨고 있던 내게, 당신이 자주 하던 말이잖아.”

         

       공포에 물든 제 얼굴을 보며 한없이 기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당선영에게는 지독한 공포로 남아있었다.

         

       사신처럼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진미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배, 백우진과 약속했어! 그가 날 살려주겠다고 말했어!”

         

       발악하듯 소리치자, 당선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그랬지.”

       “그러니까 약속을…!”

       “백우진은 약속을 지켰어. 널 놓아주었지.”

         

       진미연의 얼굴이 푸르뎅뎅하게 변했다. 같잖은 말장난에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파래졌다가, 빨개졌다가. 휙휙 뒤바뀌는 그녀의 얼굴색을 보며 당선영은 나지막하게 웃었다.

         

       “후후, 순진하네. 고작 그런 명부 하나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니.”

         

       그녀가 당가에서 행한 짓들은 억만금을 갖다 바쳐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였다. 그만한 가치를 지닌 목숨을 고작 명부 하나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이, 이…, 빌어먹을 년놈들이…!”

         

       삶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그녀가 되는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네년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 언제고 네년의 그 추잡한 몸뚱어리가 너와 백우진을 전부 파멸로 몰아넣을 거다!”

         

       그 말이 당선영의 가슴을 찔렀다. 이제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걱정거리를, 진미연이 헤집었다.

         

       “걱정하지 마. 그래도 당신보단 훨씬 오래, 행복하게 살 테니까.”

         

       싸늘한 어조로 내뱉은 그녀의 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푸푸푹!

         

       어느새 손에서 빠져나온 암기가 미친 듯이 저주를 퍼붓고 있는 진미연의 심장을 세 번 연속으로 꿰뚫었다.

         

       “크륵…!”

         

       역류한 피를 꾸역꾸역 내뱉는 진미연.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당선영이 손을 흔들었다.

         

       “먼저 가서 내 자리도 맡아두고 있어. 행복해질 대로 행복해진 뒤에 따라갈 테니.”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당당한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당선영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며, 진미연은 마지막까지도 추악한 질투를 가슴에 품은 채 숨을 거두었다.

         

         

       * * *

         

         

       마지막 할 일을 끝마치고 객당으로 돌아온 백우진은 빈 방에 홀로 앉아 있는 제갈연지를 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고 있는지, 자신이 온 것조차 모르고 있는 그녀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 뒤에서 확 껴안았다.

         

       “히익…!”

       “뭔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나.”

       “노, 놀랐잖아요오….”

         

       화들짝 놀랐다가 이내 가슴을 쓸어 내리는 그녀를 보며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야밤에 나를 찾아온 건…, 나랑 같이 자고 싶다는 얘긴가.”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자, 그녀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제갈연지는 제 목에 걸린 백우진의 팔을 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력 있는 그녀의 행동에 백우진은 반대로 쪼그라들었다.

        

       

       그가 힐끔힐끔 눈치를 살피자,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곤 아주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 자기 전에 백 공자 얼굴 보고 가고 싶었어요….”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달빛에 드러난 얼굴이 능금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배, 백 공자!”

         

       제갈연지가 팔을 뻗어 저 높이 있는 백우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마, 많이 하면 뼈 삭아요…!”

       “뭐라고…?”

       “그, 그럼 잘 자요!”

         

       백우진의 되물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팔을 뻗어 붙잡으려다 이내 멈추었다. 뒤에서 또 다른 이의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창틀에 당선영이 걸터앉아 있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술을 손에 든 채로.

         

       “누나랑 한 잔 하지 않으련?”

         

       그녀의 고혹적인 미소가 기나긴 밤을 예고하는 듯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처리 과정과 진미연을 죽이는 부분을 줄이고 줄여도 양이 제법 되더군요..

    그래서 연참으로 19금씬까지 달리려 합니다만, 뒷부분이 마무리가 살짝 덜 되어 있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듯합니다.

    아무래도 처음 써보는 19금씬에 대한 부담감이 좀 있어서인지 쉽게 글이 안 나아가더군요..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 지어서 새벽 중으로 올려놓을 테니, 혈기왕성한 아침에,,,!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큰 기대는 마시고, 부드럽고 너그러운 마음으로다가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내일,,,이 아니라 이제 오늘 두 배 이벤트도 끝나네요.

    이 기간 동안 여러분 덕분에 효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친구에 대한 신뢰의 대가로 빚을 좀 얻으셨는데, 그것도 거의 다 갚아드렸고 어버이날에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용돈도 드렸지요.

    모든 게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얻어진 일인 만큼, 더욱 더 열심히 하여 기대에 걸맞는 글이 될 수 있도록 똥꼬에 힘 빡 줘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새벽중에 한 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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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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