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9

       

       

       

       

       

       109화. 순위전 ( 2 )

       

       

       

       

       

       애초에 직업부터 이름이 야만 전사인데, 야만인이 맞지.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는 사이 경기가 시작된다.

       

       

       – “경기를ㅡ! 시작하겠습니다!!”

       

       

       남은 녀석들이 99명이라서 이제는 한 번에 두 명씩 결투를 진행한다. 저 넓은 경기장에는 프리가와 에스텔 단둘이 딸랑 서 있다. 

       

       

       – “야이! ‘삐ㅡ’ ‘삐ㅡ’ 야!”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묵음 처리 때문에 제대로 들리는 부분이 없는 프리가의 대사. 야만인한테 야만인이라고 했는데 엄청나게 화가 났다.

       

       

       ‘이게 그 사실 적시 명예 훼손인가.’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은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 아마 에스텔이 비겁하게 팩트로 때리니까 프리가도 할 말이 없어서 욕을 한 게 아닐까.

       

       

       – “… 흥!”

       

       

       에스텔이 로브를 펄럭이며 프리가의 도끼를 이리저리 피한다. 작게 들리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여자 캐릭터 같기는 한데, 신비주의 컨셉인지 절대 로브를 안 벗는다.

       

       원래 이런 게임에서 저렇게 꽁꽁 싸맨 캐릭터는 감춰둔 비밀이 한두 개쯤 있기 마련이다. 정체를 숨겨야 한다거나 사연이 있기 때문에 저렇게 모습을 가리는데, 나중에 모습을 드러내면 제법 예쁜 경우가 많다.

       

       

       ‘이름이… 에스텔? 얘도 여관에 나왔으면 좋겠네.’

       

       

       축제 기간이라고 영웅급 모험가 확률이 올라가기는 했는지, 여관에는 영웅급이 제법 자주 나오고 있었다. 그래봤자 거의 다 모험가 직업이었지만.

       

       덕분에 골드도 제법 짭짤하게 벌리는 상황. 슬슬 무기랑 광산을 하나씩 더 뚫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 부웅!

       

       핸드폰에서 커다란 파공음이 울린다. 멍하니 이어가던 잡생각을 멈추고, 시선을 화면으로 고정했다.

       

       

       – “아악! 이 쥐새끼 같은 녀석! 아오!”

       

       – “…”

       

       

       프리가의 도끼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른다. 이미 한참 뒤로 물러난 에스텔. 몸놀림이 깃털처럼 가볍다.

       

       아무래도 에스텔이라는 캐릭터의 민첩이나 회피가 더럽게 높은 모양인데.

       

       – 카캉!

       

       중간중간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공격도 한다. 대형 도끼에 비하면 단검의 리치가 턱없이 짧기 때문에, 멀리서 깔짝깔짝 던지며 견제 위주의 공격을 하는 에스텔.

       

       달려드는 공격은 빠른 민첩으로 피하고, 멀리서 단검으로 깔짝거린다고?

       

       보는 내가 숨이 턱 막힌다. 어깨에 있는 각궁을 왜 안 쓰는지 모르겠지만, 저것까지 쓰기 시작하면 프리가의 승산은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스킬창을 열어 리스트를 확인한다. 그래도 명색이 이벤트 주최자인데, 대놓고 벼락을 떨구거나 에스텔을 봉인시키기는 좀 그렇다.

       

       뭔가 좀 적당히 티 안 나는 스킬이 없나…

       

       

       ‘살랑이는 바람. 이게 민첩 증가였지?’

       

       

       프리가의 민첩만 올려줘도 아마 금방 이길 것 같다. ‘살랑이는 바람’을 프리가에게 걸어주려고 할 때ㅡ

       

       

       – “끄읏…!”

       

       – “야, 한 번 더 지껄여봐. 야만인? 어?! 야-만-인?!”

       

       

       어떻게 에스텔을 따라잡았는지, 프리가는 쓰러진 에스텔의 멱살을 붙잡고 강제로 일으키고 있었다.

       

       

       ‘어떻게 에스텔을 따라잡은 거지?’

       

       

       럭키 샷이라도 맞았나? 일단 프리가가 이겼으니, ‘살랑이는 바람’은 취소한다. 과정을 못 본 게 조금 아쉽지만, 아무튼 무사히 이겼으니 상관없ㅡ

       

       

       – 《모두 멈추시오!!》

       

       “음?”

       

       

       이건 또 뭐야?

       

       

       

       

       

              * * * * *

       

       

       

       

       

       프리가는 먹잇감을 덮치는 늑대처럼 빠르게 달려나갔다. 그 속도를 그대로 도끼에 실어서, 후려친다!

       

       콰앙ㅡ!

       

       용 사냥꾼의 도끼는 허공을 가르며 애꿎은 땅에 파고들었다.

       어느새 멀찍이 물러난 에스텔이 태연하게 프리가를 바라봤다.

       

       에스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프리가에게는 저 모습도 상당히 고깝게 보였다.

       

       까드득ㅡ하고 프리가의 입에서 이빨 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점점 분노에 눈이 뒤집히는지, 도끼를 움켜쥐는 손은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변해간다.

       

       타탓-!

       

       자세를 잡고 다시 한번 땅을 박찼다. 거대한 도끼가 무색할 정도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프리가. 

       그런 프리가의 눈을 향해 뭔가 날아들었다.

       

       캉-!

       

       “이 새끼가 진짜…”

       

       

       에스텔이 던진 단검이 도끼에 막혔다. 도끼의 옆면으로 몸을 가려 막았지만, 상당히 귀찮은 방식이다.

       

       

       “후ㅡ 넌 잡히면 대가리에 구멍 난다 진짜.”

       

       

       숫제 으르렁거리는 짐승처럼 말하는 프리가. 에스텔은 신경 쓰는 기색 없이 로브 안쪽에서 단검을 꺼내 연달아 던졌다.

       

       캉 카캉-!

       

       작은 단검에 무슨 힘이 이렇게 실렸는지, 단검이 아니라 창을 막는 착각마저 들었다.

       

       탓-!

       

       날아오는 단검이 뜸해진 틈을 타, 프리가는 재차 땅을 박찼다. 그리고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두른다.

       

       에스텔을 덮치는 벼락같은 일격. 그야말로 살의가 가득한 공격이었다.

       

       

       “…흥.”

       

       

       에스텔은 프리가의 도끼질을 보며 코웃음 쳤다. 그녀를 덮쳐오는 폭풍 같은 난격은, 힘으로 몰아붙이는 무식한 공격일 뿐.

       

       에스텔의 눈에는 도끼의 궤적이 선하게 보이는 듯했다.

       

       

       “뒤져, 이 씹새끼야!”

       

       

       화가 잔뜩 난 프리가의 공격은 점차 단순해졌다.

       그럴수록 에스텔은 몸을 살짝 움직이거나 뒤로 물러나며 가볍게 움직였다.

       

       허리를 비틀고, 뒤로 물러나고, 뛰어오른다.

       

       간단한 동작들로 프리가의 모든 공격을 묘기처럼 피해냈다.

       

       

       “우와아아아!!”

       

       “대단하다, 에스텔ㅡ!!”

       

       

       관중들은 에스텔의 신묘한 몸놀림에 찬사를 보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짜고 치는 한 편의 연극과도 같았으리라.

       

       

       “이익! 이 쥐새끼같은 녀석…!!”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프리가는 뒤로 뛰어오르며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프리가의 공격이 태풍처럼 몰아쳤다면, 에스텔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태풍이 아무리 불어도 깃털은 그저 순응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법. 깃털은 태풍을 만나도 부러지지 않는다.

       

       분하지만 에스텔은 자신보다 몸이 가볍고 재빠르다.

       

       그렇다면.

       에스텔의 발을 묶어야 한다.

       

       

       ‘이건…’

       

       

       가만히 눈을 굴리며 주변을 살피던 프리가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제법 괜찮은 수가 될 것 같다.

       

       프리가는 재빨리 계산을 마치고 에스텔을 바라봤다. 어깨에 걸린 각궁은 장식인지 모르겠지만, 활을 쓰기 시작하면 제법 까다로울 것이다.

       

       

       ‘그 전에 끝낸다!’

       

       

       프리가는 왼쪽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에스텔을 덮쳤다. 당연하다는 듯이 뒤로 물러나며 단검을 던지는 에스텔. 도끼로 막아낸 단검이 바닥을 나뒹군다.

       

       로브 안에 단검을 얼마나 챙겨온 것인지 에스텔은 끝도 없이 단검을 던지며 뒤로 물러났다.

       

       소모전을 통해 프리가의 체력을 깎아 먹고, 지친 틈을 타서 단검으로 마무리하려는 계획인 듯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프리가는 에스텔을 뒤쫓고, 에스텔은 도끼를 피한다.

       

       그렇게 에스텔과 프리가는 끊임없이 쫓고 쫓기며 경기장을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모양새는 성난 황소를 달래는 서커스와도 비슷해 보였고, 늑대에게서 도망치는 토끼와도 비슷해 보였다.

       

       그렇게 서로 쫓고 쫓기를 한참, 에스텔은 문득 이변을 느꼈다.

       

       

       ‘이 야만인, 나를 유도하고 있어…?’

       

       

       무작정 자신을 쫓는 것이 아니다. 어디론가 유도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로?

       

       황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에스텔. 프리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이제야 눈치챈 모양인데, 지금에 와서는 이미 늦었다.

       

       

       “알아차리는 게 늦네!!”

       

       

       프리가의 도끼가 땅을 쭉 긁으며 위로 솟구치자, 모래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그리고 모래 먼지와 함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슈욱-!

       

       “흐읏!”

       

       

       에스텔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발목에 뜨거운 감각이 스치며 주륵하고 피가 흘렀다. 뭔가 날아왔다. 하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저 야만인은 도끼 밖에 없을텐데…!’

       

       “크읏…!”

       

       

       에스텔은 이를 갈며 뒤로 물러났다. 고작 발에 난 생채기 정도로…

       

       쐐액-!

       

       “으읏!”

       

       

       프리가는 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달려들었다. 도끼가 땅을 긁을 때마다 날카로운 단검이 땅에서 솟구치며 에스텔을 향해 날아왔다.

       

       

       ‘내 단검을…!’

       

       

       에스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이 견제용으로 던진 단검을 도끼로 쳐서 날렸다고? 단검이 떨어진 곳으로 자신을 유도한 거였나?

       

       프리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하하하! 그 잘난 발도 다치니까 별거 없네!”

       

       

       에스텔의 움직임은 점차 둔해졌다. 발목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렀고, 고통은 에스텔의 신경을 갉아 먹었다.

       

       다친 먹잇감을 교묘하게 추적하는 맹수처럼, 프리가는 차근차근 에스텔을 몰아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퍼억-!

       

       “끄후웁!”

       

       

       프리가의 도낏자루가 에스텔의 복부를 강하게 후려쳤다. 손맛으로는 제법 깊숙히 맞았다.

       

       

       “꺼, 끄흐읍! 우욱!!”

       

       

       에스텔은 배를 움켜잡고 죽을 듯이 켁켁거렸다. 배 한번 맞은 것 치고는 너무 과하다 싶은 모습에 프리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야, 야! 일어나. 엄살떨지 말고 일어나. 그런다고 봐줄 것 같아?”

       

       

       자리에 주저앉아서 꺽꺽거리는 에스텔의 멱살을 잡아 번쩍 일으켰다. 체구가 작은 만큼 무게도 가벼워서 한 손으로 들기에 충분했다.

       

       

       “야, 한 번 더 지껄여봐. 야만인? 어?! 야-만-인?!”

       

       “으힉! 가가가감히 나나,나한테ㅡ”

       

       “아 됐고. 골라. 오른쪽 뺨에 구멍 날래, 아니면 왼쪽 뺨에 구멍 날래?”

       

       “흐, 히익!”

       

       

       스산하게 말하며 프리가는 용 사냥꾼의 도끼를 슬쩍 내밀었다. 도끼날이 서슬 퍼렇게 빛나자, 에스텔은 고양이에게 물린 쥐처럼 바들바들 떨어댔다.

       

       얼마나 심하게 떠는지 프리가의 손도 같이 떨릴 지경.

       프리가의 도끼는 점차 에스텔의 얼굴로 다가갔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사회자는 재빨리 프리가의 우승을 선언해버렸다.

       

       

       “아ㅡ! 실로 놀라운 전략이었습니다!! 용 시해자 프리가! 번뜩이는 지혜와 기지를 보여주면서ㅡ” 

       

       

       어떻게든 프리가를 멈추려는 사회자의 눈물 나는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프리가는 에스텔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다.

       

       정말로 에스텔의 뺨 한쪽에 바람구멍을 만들어버릴 것 같았다.

       

       결국 사회자의 신호를 받은 성기사들이 결투장에 난입하기 직전.

       

       

       《모두 멈추시오!!》

       

       

       콜로세움의 성화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네요! 다들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야만 전사, 강한 여성, 노출있는 복장…? 윽, 머리가…! 소, 소냐?? 누나가 왜 여기서…??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