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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한 3일 되었나?

        다우림은 내 게이트에서 보았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반면, 그의 옆에서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인간 여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마 이 아이가 다우림이 말했던 ‘살랑미미’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방송인이겠지?

       

        “반갑구나.”

       

        나는 연신 사과하는 두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이제부터 방송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렇게 사과만 받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다만…….

       

        “왜 싸운 것이냐?”

       

        “…….”

       

        “…….”

       

        둘이 싸운 이유에 대해서는 결사코 입을 열지 않았다.

        나에게 밝히기 어려운 이야기일까?

        본체의 천룡안을 쓴다면 왜 싸웠는지 대략 알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그냥 의견이 뭔가 안 맞았나 보지.

       

        “그럼 방송을 시작해 보자꾸나.”

       

        “네.”

       

        “알겠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강물소는 컴퓨터와 장비를 만지기 시작했고, 살랑미미는 가방 안에서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가면을 꺼내 들었다.

        가면에서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선…… 아. 저게?

       

        “그것이 바로 ‘변신기’라는 것이냐?”

       

        “네.”

       

        들어 본 적이 있다.

        라츄얼 방송인들이 자신들의 컨셉에 맞는 모습으로 변신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도구라고.

        본래 명칭은 좀 더 길지만, 짧게 줄여서 ‘변신기’라고 부르고 다닌다고 했다.

       

        자랑하듯 나에게 고양이 가면을 보여 준 그녀가 자기 얼굴에 가면을 씌웠다. 그러자 그것이 작동 트리거였는지, 가면에서부터 마법진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복잡한 폴리모프의 마법식이 살랑미미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녀의 육체를 변형시키기 시작한다.

        모든 마법이 완료되었을 때, 내 앞에는 방금 전까지 있던 흑발 흑안의 인간 여자가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키는 조금 더 작아졌고, 머리카락은 핑크색으로 변했다.

        눈은 금색으로 빛났고, 머리 위에서는 고양이의 귀가 쫑긋거렸다.

        마찬가지로 꼬리뼈 뒤로는 고양이의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는데…… 왜 닉네임을 ‘살랑미미’라고 지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짜잔! 어때요냥?”

       

        “……냥?”

       

        왜 어미에 저런 단어를 붙이는 거지?

        나는 알 수 없는 이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김두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잘한 짓이었을까?’

       

        아무리 멸천룡과 약간의 친분이 있다고 한들, 민간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잘한 짓일까?

        김두식은 조금 전부터 계속 자기 양심을 쿡쿡 찌르는 생각을 도저히 떨쳐 낼 수 없었다.

       

        쾅!

       

        “야 이 X새끼야!!”

       

        “아.”

       

        방문을 벌컥 열며 쳐들어온 황조령의 모습에 김두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하필 저 누님이란 말인가?

       

        “이 미친놈아! 뭐?! 민간인들을 건드려?!”

       

        “자, 잠깐! 누님! 저 그냥 민간…… 으아악!!”

       

        분명히 육체에 관련된 이능은 없는 황조령이었으나, S랭크라는 명찰은 야바위로 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멱살 쥐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순식간에 그녀에 의해 탈탈 털려 버린 김두식이 기침했다.

       

        “쿨럭쿨럭!”

       

        “이 미친놈이…… 미친놈아…… 미친…….”

       

        이제 노년에 접어드는 한국 헌터 협회장을 탈탈 털어 버린 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아직도 씩씩거리는 황조령.

        그런 황조령으로부터 슬쩍 물러선 김두식이 소리쳤다.

       

        “누님! 그만! 그러다 저 진짜 죽습니다!”

       

        “C랭크 능력자가 엄살떨지 말지?”

       

        “그거 전부 거짓말인 거 잘 아시잖습니까!!”

       

        김두식이 젊었을 시절, 그 당시의 한국 사회는 상당히 어지러웠다.

        나라 곳곳에서 게이트가 터지지, 국가에서는 그거 막겠다고 능력자들을 개나 소나 강제 징병을 하려고 하지, 능력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특범 때문에 사회적 인식은 나락으로 떨어졌지…….

        북한이 먼저 망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제2의 6.25 전쟁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정도로 한국 사회는 개판 5분 전의 상황이었다.

       

        그런 어지러운 한국 사회를 바로잡았던 것이 바로 김두식을 비롯한 몇몇 위인들이었다.

        비록 지금은 다 은퇴하거나 죽고, 황조령과 김두식만 남아 헌터 협회를 이끌고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김두식의 명성은 대단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위인 취급이랄까?

       

        다만 그에겐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존재한다.

        C랭크 헌터로 알려진 그가, 사실은 아무런 능력도 각성하지 못한 민간인이라는 것이다.

       

        “그거 그냥 시원하게 밝히지 그러냐? 이젠 상관없지 않아?”

       

        “제가 협회장직을 그만둔다면 모를까, 아직은 안 됩니다.”

       

        그가 C랭크 능력자로 세상을 속인 것은 단순히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그가 한국에 헌터 협회를 세울 당시, ‘민간인’이 세운 헌터 협회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 취급을 받았던 당시의 능력자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고, 그랬기에 그들이 모일 ‘헌터 협회’의 꼭대기에 능력자가 아닌 사람을 앉힐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칫, ‘능력이 없는 이들이 능력자들을 나라 지키는 개로 취급한다’와 같은 이야기가 나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김두식은 자신을 도와주는 몇몇 이들과 말을 맞추어서 세상을 속였다.

        현재 세계에 김두식이 C랭크 헌터로 알려진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하여간에 고지식해…….”

       

        “크흠!”

       

        “그런데 그 고지식한 새끼가 이번에는 왜 일을 이따구로 해치웠을까?”

       

        스스스스…….

       

        분노한 황조령의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 온도가 눈에 띄게 내려가기 시작하고, 창문에는 서리가 끼기 시작한다.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몸을 덜덜 떨던 김두식이 버럭 소리쳤다.

       

        “어, 어쩔 수 없었단 말입니다!”

       

        “어쩔 수 없기는 개새끼야!!”

       

        “으아악!!”

       

        협회장실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협회장실 밖에서 자리를 지키던 이들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이시군…….’

       

        ‘오늘은 좀 조용히 지나가나 싶더니만.’

       

        이젠 연례행사와 같은 사건에서 애써 눈과 귀를 닫고 있을 때였다.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온 직원이 서둘러 협회장실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쾅!

       

        “큰일 났습니다!”

       

        “읭?”

       

        “응?”

       

        “?!”

       

        “?!”

       

        너무 자연스러워서 미처 반응하지 못한 경호원들도, 방 안에서 김두식에게 헤드락을 걸고 있던 황조령도, 비명을 지르던 김두식도.

        모두의 시선이 협회장실에 쳐들어온 직원에게 향했다.

        그리고…….

       

        “울루루 게이트가…… 열렸답니다!”

       

        “?!”

       

        “!!!”

       

        “미친?!”

       

        어마어마한 폭탄을 떨궜다.

       

        *            *            *

       

        콰직!

       

        공간이 열리고, 순식간에 수많은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지구의 땅을 밟은 개체는 6개의 눈을 떴다.

       

        캬아악!

       

        각각 시각, 미각, 후각, 촉각, 청각, 마각의 역할을 하는 6개의 눈이 돌아가며 지구의 정보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던 생물체를 통해 알아낸 정보도 몇 가지 있으나, 역시 직접 지구의 환경을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는 법.

        그렇게 주위의 정보를 끌어모으고 있을 때, 그 개체의 시야에 생물체가 보였다.

       

        “몬스터 확인!”

       

        “개체명 식스 아이! B랭크 몬스터 확인!”

       

        “뭐야?! 왜 벌써 튀어나와?!”

       

        “빠, 빨리! 빨리 공격 개시해!”

       

        “공격 개시!”

       

        투다다다다다!!

       

        울루루 게이트를 포위하고 있던 인간들이, 6개의 눈알을 달고 있는 ‘박쥐와 닮은 몬스터’를 향해 화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제작 계열 능력을 각성한 능력자들이 만들어 낸 총알이 수없이 쏟아지며 몬스터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가격을 가진 총알을 물 쓰듯 사용해야 몬스터 한 마리가 죽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헌터가 아닌 이들도 몬스터들을 죽일 수 있기에 한 선택이었다.

       

        순식간에 시작된 EX랭크 게이트와 인간들의 전쟁.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벌집이 되어 쓰러지는 몬스터들.

        수없이 죽어 가는 수하들을 느끼며…….

       

        번쩍!

       

        게이트 가장 깊숙한 곳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존재가 천천히 날개를 펼쳤다.

       

       

        *            *            *

       

       

        “안녕하다냥~! 냥하!”

       

        – 냥하

        – 냥하

        – 오늘 방장 텐션이 다른 데?

        – 방도 다른 것 같은데?

        – 오?

       

        방송의 시작은 살랑미미부터였다.

        서로 인터넷상에서 전화 통화로 대화를 나눈다면 모를까, 이번에 우리가 하려는 것은 현실 합방이다.

        당연히 한 사람의 방송에 다른 사람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의 결과, 이번 현실 합방에서는 살랑미미의 방송만을 열기로 결정했다.

        이번 현실 합방의 이유가 살랑미미라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최강물소와 함께 카메라에 비추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살랑미미라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렇게 바로 옆에서 다른 방송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역시 좋은 경험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살랑미미라는 아이의 방송 진행 방식은 눈여겨볼 부분이 제법 많았다.

       

        “대처가 매끄러운 것 같구나.”

       

        “저래 봬도 방송 경력이 7년 넘었을걸요?”

       

        “호오.”

       

        대선배님이었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살랑미미를 바라볼 때, 살랑미미는 애교가 잔뜩 들어간 말투로 소리쳤다.

       

        “송송이송이님! 4개월 구독 고맙다냥! 아리가또다냥! 강철의 매니저님! 이천 츄르 고맙다냥! 아리가또다냥!”

       

        “…….”

       

        저걸 현실에서 볼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나야 방송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으니 수익화 신청을 안 했고, 그렇기에 내 방송은 유료 도네이션 기능과 구독 기능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포인트를 사용하는 무료 도네이션 기능이야 있지만, 유료에 비하면 단순하고 심심하기에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포인트 도네이션 기능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는 포인트 도네이션 기능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아무리 채팅창이 빨리 넘어가도 시청자들의 채팅 하나하나를 전부 확인하고 답해주기 때문인지 사용하는 이들이 거의 없더라.

       

        “어우. 난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

       

        최강물소가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나? 나는 저런 대사 할 수 있냐고?

        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다.

       

        수치심 느끼지 않냐고?

        겨우 그런 일로 수치심을 느끼는 쪽이 이상한 일 아닌가?

       

        ‘음…… 인간들은 저런 연기를 하면서도 수치심을 느끼나?’

       

        미미하게 얼굴이 붉어진 살랑미미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살랑미미가 입을 열었다.

       

        “자! 오늘의 게스트를 모시겠습니다! 짜잔!”

       

        이제 등장해도 괜찮다는 그녀의 신호에, 나와 최강물소는 천천히 살랑미미의 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이제 나의 두 번째 합방, 시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이번 방송은 무사할 것인가?

    다음 이 시간에!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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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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