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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기사의 롱소드는 결코 리치가 긴 무기가 아니지만, 도적의 단검에 비하면 장창이나 다름없다.

        

       불합리한 싸움이다. 장르의 문법에 비하여 과도하게 정밀하게 구축된 나오나의 전투에서 무기의 리치는 절대적인 강점이니.

        

       물론,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없었다면 도적은 그냥 트롤이었겠지.

        

       도적은 다른 모든 캐릭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은 스태미나를 가지고 있다. 1:1.5 정도의 교환비로 깎아내더라도 유리할 정도로.

        

       별포크에게 일단 도망다녀보라고 한 이유 중 하나다. 끝까지 튀는 도적을 따라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여기저기로 도망다니면서 상자만 여는 도적은 생각보다 까다로우니까.

        

       다만……상자만 연다고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니, 팀을 캐리해야만 하는 도댓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니다.

       

       이기고 싶다면, 어떻게든 기사의 품에 파고들어 유효 사거리까지 접근해야겠지.

        

       정석적으로는, 공격 페이크를 넣으며 공간을 장악하고, 헛손질을 반복적으로 유도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생존기를 돌진기로 사용해서 틈을 비틀어 열어야 한다.

       

       이제 겨우 시즌 1이니 아직 정석이 정립되지는 않았겠지만……도댓이라면.

        

       첫 접근.

        

       천천히 거리를 좁히던 도적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기사의 롱소드가 잽처럼 쭈욱 뻗어왔다. 정석적인 견제기다.

        

       마찬가지로 정석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슬몃 뒤로 물러나서 다시 타이밍을 재려는 듯하던 도적이, 급작스럽게 앞으로 돌진했다.

        

       타이밍상, 선입력된 움직임.

        

       마지막 기회라고 확신한 걸까. 도댓답지 않은 저돌성이었다.

        

       하지만 벌써 상대 궁수의 리젠 시간이 45초밖에 남지 않았으니……실제로 지금이 역전을 위한 최적의 틈이기도 했다. 도댓다운 판단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공식방송에 떠오르는 캠 화면에 바다바다가 잡혔다. 카메라를 공개하는 스트리머들은 이렇게 해주는 구나. 움찔거리며 두 눈을 부릅뜨는 모습이 썩 통쾌하다.

        

       감히 도적으로 시작부터 달라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심리의 허점을 완벽히 찔렀다. 

        

       도적은 기사가 뻗은 검을 미처 회수하기도 전에 그 숨결이 느껴질 거리까지 파고드는데 성공했다. 아마, 오늘 경기 내내 쌓았을 포석의 결과. 

        

       《도댓 선수! 파고 들었습니다! 당황하는 바다바다 선수! 거리를, 도적의 거리를 내어줬습니다!》

        

       다만, 응원하는 마음은 같으나……해설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니.

        

       이를 악문 도댓의 얼굴이 화면 구석에 뜸과 동시에, 연계된 움직임으로 단검이 기사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회피하기는 어려운 일격이나-

        

       -투웅!

        

       판금검방은 바로 이런 변수 차단에 최적화 되어있다. 비교적 작은 버클러로 상대의 공격 포인트를 정확하게 막을 수 있을 때의 얘기지만- 애초에 그럴 자신이 있는 놈들이 들고오는 빌드니.

        

       첫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으나, 실망할 틈은 없었다. 도적의 단검은 양 손에 들려있다. 지금이라도-

        

       -푸욱

        

       기어이 두 번째 연계 공격을 상대의 허벅지에 꽂아 넣는데 성공한 도댓이, 같은 호흡으로 급격하게 옆으로 스텝을 밟았다.

        

       저건 좀……역동작을 몇 번을 거는 거야. 스태미나 3분의 2는 날아갔겠는데.

        

       애초에 2타를 찌르는 대신, 공격을 의식하게 만들면서 심리전을 걸었어야 했다.

        

       물론 이미 몰린 이상, 스태미나를 아까워할 타이밍은 아니긴 했다. 1초도 채 지나지 않아 기사의 롱소드가 허공을 갈랐으니.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팔 하나쯤은 내어줬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듯이, 팔이 온전하다고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이라도 전략을 바꿔야 한다. 체력을 갉아먹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한 번……딱 한 번만, 어떻게든 훈수를 두고 싶은데. 밴이라도 감수하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도댓의 방송은 채팅뿐만 아니라 도네이션도 막혀있는 상태였다.

        

       도적은, 미래를 포기한 대가로 기사의 측면을 잡은 상태. 공격 우선권을 쥔 지금 뭔가 해야만 한다는 초조함이 흔들리는 단검에서 느껴졌다.

        

       안 돼.

        

       상대가 긴장한 틈을 타서 한 번 빠져야 한다. 공격을 예상하고 있는 판금검방에게 공격을 뻗어 줄 이유는 없어.

        

       전화라도……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 되겠지. 게임을 하다가 말고 전화를 받을 리가 없으니.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내려진 도댓의 판단은, 강공이었다.

        

       기사의 안면을 향해 단검이 쇄도하다, 멈췄다. 찌르기 페인트. 도적의 몸이 급격하게 뒤틀리며, 반대편의 단검이 기사의 하체를 향해 번뜩였다.

        

       힘이 실린 베기 공격이다.

        

       스태미나가 대폭 깎인 직후에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한 강공격이라니. 들어간다면야 확실히 우위를 잡을 수 있겠지만……너무 성급한데.

        

       -채앵!

        

       역시나, 읽혔다. 전 프로한테 통할 수가 아니다. 알고도 반응 못할 무기 – 무식하게 큰 양손도끼라든가 – 를 들고 있으면 모를까.

        

       한껏 일그러져있던 도댓의 얼굴이 툭, 하고 풀렸다. 집중의 끈을 놓아버린, 멍한 표정.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도전할 마음조차 사라졌겠지. 반응속도도, 수싸움도, 전략도- 모든 면에서 상대가 우위에 서있었으니.

        

       《철벽! 철벽입니다! 도저히 뚫을 수가 없어요!》

        

       철벽. 포아글 시절 바다바다의 닉네임이었다고 하던데……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잘 지었네.

        

       벽에 부딪혀 공격에 실패하고 물러나는 도적을 향해, 기사의 방패가 추격하듯이 휘둘러졌다.

        

       쉴드 배시. 피하기야 피하겠으나-

        

       뒤로 피해야만 하니, 거리는 다시 벌어졌다.

        

       그리고 도적에게는 다시 접근할 스태미나가 없으나, 성기사는 떨어진 체력을 치유할 능력이 있다.

        

       다시 말해, 끝났다.

        

       최후를 보고 싶지는 않은 마음에 방송을 꺼버리고 나니, 새삼 찾아오는 정적이 사뭇 어색했다. 팀 보이스……끈 적 없는데.

        

       도댓이 가벼이 제압당하는 모습에 팀원들도 충격을 받은 걸까.

        

       ……지레 기선제압을 당하는 건, 좋지 않은데.

        

       * * * *

        

       《레반님, 저거 뚫을 수 있겠어요?》

        

       ‘도발인가.’

        

       레반은 고개를 가벼이 흔들며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흘려보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시점에 일부러 그러진 않았겠지.

        

       조금은 냉정해진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물어본 이유는 명확했다.

        

       저걸 뚫을 수 없다면, 우승도 할 수 없다.

        

       《안 될까요?》

        

       “……솔직히, 혼자는 어렵겠네요. 검방에 판금이라, 수비적으로 나오면……그래도, 돌파는 힘들더라도 대치는 됩니다.”

        

       재차 재촉하는 이예나의 질문에, 레반은 무심코 조금의 허세를 섞어 답했다. 지고 싶지 않다는 승부욕 탓이었을까.

        

       《아.》

        

       오디오를 가득 메우던 팀원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이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MVP는 보통 우승 팀에서 나오겠죠? 패배한 팀에서 MVP만 뽑는 건 나머지가 범인이라는 선언같아서, 부담스러울 거잖아.》

        

       이건 또 무슨 소린지.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의 흐름을 도무지 쫓아갈 수가 없었다.

        

       누군가 대신 대꾸해주기를 기다리던 레반은, 2초가 흐르도록 대답이 없자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겠죠.”

        

       《그러면, 우리 준우승하면……MVP는 멘토랑 멘티 다 노인과바다 팀에서 나오겠네요.》

        

       ……아니, 설마.

        

       이미 4강에서 MVP로 1점 땄으니, 결승에서 져서 MVP를 상대가 가져가면 내기는 자기가 이기는 거라고?

        

       “아니, 혹시……아니죠?”

        

       -흐흫.

        

       익숙한 웃음소리.

        

       “아니, 아따먹님?”

        

       -흐흫, 흠.

        

       웃음소리가 두 번 들려올 때까지도, 이어지는 대답은 없었다.

        

       “야, 이 씨-”

        

       * * * *

        

       ……악마적인 효율성을 가지는 전략이기는 한데. 진짜로.

        

       가벼운 일반 게임에 건 내기였다면, 조금은 유혹을 당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대회는, 대회다.

        

       이런 자리에서 승리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가 되지 못하였다고 하여, 그 무게를 우습게 볼 생각은 없다.

        

       ……약간의 긴장을 풀기 위한 대화였을 뿐이지. 겸사겸사, 의욕도 고취시키고.

        

       다만, 부가적인 효과가 상상 이상이었다. 레반에 이어서, 아크도 기운을 차려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고- 별포크까지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이 참전했으니.

        

       그 덕분일까. 픽 화면에 들어설 때 즈음에는, 모두가 바다바다의 활약 따위 기억 못하겠다는 듯이 열을 올리고 있었다.

        

       좋아. 분위기는, 완벽하다.

        

       그런데…….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제, 궁수, 광전사네요! 》

        

       《이건 아따먹따먹과 5인의 도적 팀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한 픽이에요. 물론 광전사가 나온 건 기분이 좋겠지만, 근접전 스페셜리스트인 아따먹 선수를 궁수나 사제로 돌려야 하는 건 치명적일 수 있어요.》

        

       《반면, 노인과바다팀은 기사에 광전사. 그야말로 랜덤신이 보우하는 픽입니다. 이미 두 명이 주캐를 잡았어요. 마지막 픽으로는, 아마 궁수 아니면 도적을 쥐어 줄 것 같은데요. 네, 도적이네요!》

        

       《노인과바다 팀의 최종 픽은 2기사 1사제 1 법사 1도적 1광전사네요. 4강에서 보여준 무적의 이지선다를 다시 선보이겠다는 의도 같은데요, 이거?》

        

       《네, 맞습니다. 바다바다 선수가 다시 자가치유 가능한 기사로 탑을 홀로 틀어막고, 본진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봇을 통해 중앙 거점을 압박하겠다는 거예요. 바다바다 선수를 잡으러 세 명이 가면 본진이 뚫리는데, 두 명이 가면 혼자서 버티니, 몇 명을 보내야 됩니까 대체! 이 수수께끼에 해답을 가져오라고 숙제를 던져 주고 있어요!》

        

       《그리고 별포크 선수, 연습기간 동안 지하만 주구장창 팠거든요! 어떻게 할 건가요, 아따먹따먹 팀!》

        

       《역시, 레반 선수가 광전사를 가져가고, 아크 선수가 사제를 가져갑니다. 그리고 궁탁 선수가 성기사! 이어서 고라박스 선수가 마법사, 별포크 선수가 도적을 고르네요. 이건 별포크 선수에게 지하를 맡기고, 레반 선수가 바다바다 선수를 마크하겠다는 건데……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모릅니다. 아따먹 선수가 궁수로도 4강에서와 같은 저력을 보여준다면, 이 경기!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조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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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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