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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곡괭이와 삽을 든 채 열심히 일하던 제이크가 눈을 끔뻑거렸다.

       친구를 잘못 만나 험한 일을 하는 중임에도 왕실에서 내려온 임무란 말에 아무런 불만조차 내비치지 않는 것을 보면 보기 드문 참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혈십자군? 그런 조직은 처음 들어보는군. 아니, 그보다 신전에서 그런 불온한 것들이 나왔다니…. 믿을 수가 없네.”

         

       콰앙, 콰앙!

         

       “저도, 동감합니다.”

         

       마찬가지로 선배를 잘못 만난 후배 기사 요르드 또한 아직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에 끌려와 흙을 나르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제이크마냥 왕실에 대한 충성심도 없어 임무를 맡을 이유가 없는 그였지만, 그저 존경하는 선배들이 간다고 하니 따라온 것에 가까운 그였다.

       허나 그 또한 딱히 불만을 보이지 않았다.

       기사가 된 이후 첫 임무.

       나름 기대감을 품은 게 아닐까 싶었다.

         

       “딱히 안 믿어도 돼. 나도 남의 입에서 듣기만 한 거니까.”

         

       그리고 친구와 후배를 이 험한 곳까지 데리고 온 장본인.

       맨손으로 흙을 파내는 주제에 남들이 장비를 가지고 일하는 것보다 더욱 많은 양의 일을 해내는 그였고, 급기야 맨손으로 수박 두 개를 합친 듯한 돌덩어리를 부수는 이한까지….

         

       기사의 신분에서 땅굴에 갇힌 범죄자가 된 일동이었다.

         

       “…좀 정상적으로 일하면 안 되냐?”

         

       제이크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신나게 일하는 그를 구박했다.

       일하는 게 아니라 노는 게 아닐까 싶었기에.

         

       적어도 저놈은 말이다.

         

       “장비가 너무 부실해서 못 써먹어. 평소에 쓰는 전용 장비가 있으면 또 몰라도.”

       “너 아직도 부업 뛰고 있냐?”

       “아주 짭짤해. 몸 움직이는 데도 좋고.”

       “……괴상한 놈.”

         

       세 사람의 대화에는 딱히 두서가 없었다.

       심각한 사안을 다루는 것 같다가도 일상적인 대화를 섞었으며, 잡담을 주로 많이 나누는 것이었다.

         

       또한 이상할 정도로 목소리가 크기도 했는데, 자세히 집중하면 남들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것은.

         

       ‘반응이 없네.’

       ‘다른 사람들 반응 보니까, 딱히 의심 가는 이들은 없습니다. 단지, 저희가 많이 미친 인간 취급당하는 것 같지만요.’

       ‘이상한 종교에 대해 말하고 있어서 그런가?’

       ‘…그보단 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제발 정상적으로 일하라니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 장비가 너무 약해서 부숴지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힘 조절을 해!’

       ‘…쉽지 않음.’

         

       ─그들이 일부러 정보를 누설하며 [죄인]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시 첫술부터 배가 부를 수 없다 하였던가.

         

       ‘쓰읍, 걸려드는 놈이 한 놈도 없네.’

         

       결과는 영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이한은 제 기준으로 1km 일대 전부를 감지하는 게 가능했다.

       마음만 먹으면 5km 반경도 가능했지만, 그랬다간 10분도 유지하지 못하니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다.

       하여 1km가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한다면 훌륭한 무기가 되는 바였다.

         

       덕분인지 열심히 돌아다니며 [땅굴]에 모인 범죄자들의 반응을 일일이 살피는 데 성공한 이한이었고, 결과적으로 수상한 자들을 추려내지 못했다는 게 성과 아닌 성과였다.

         

       “답답하구먼….”

       “참아. 애초에 쉬운 임무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잖아?”

       “맞습니다, 선배님. 왕국을 전복하려는 세력이라니, 그만한 집단의 흔적을 찾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제이크와 요르드는 애초에 빠르게 진행될 일이 아니었다며 그에게 참을성을 가지라 말하였다.

         

       “오히려 너도 너야. 왕실 임무를 며칠 만에 끝내겠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웬만하면 년 단위로 이어지는 게 왕실 임무라는 건데.”

       “그렇게 길게 끌 시간은 없어.”

       “어째서?”

       “우리 애들 방학, 아니 휴교일 끝나면 나도 돌아가야지.”

       “…….”

         

       제이크는 불성실한 친구가 천직을 찾은 것을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왕실의 명령을 단기 알바처럼 여기는 불경한 녀석에게 화를 내야 할지를 도통 정하지 못하였다.

         

       * * *

         

       마물 테러, 혹은 학술원의 참사 등으로도 불리는 전날의 습격.

       마왕급 마물과 놀의 대군이 출몰한 그 사건은 사상자가 없어서 그렇지, 사실상 왕도가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테러였다.

       이한을 비롯한 생도들, 그리고 유능한 회귀자의 능력 덕분에 피해가 전무한 수준인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피해를 추정하는 것조차 불가한 대참사가 일어났을 것임이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왕도는 무사했으나, 그 과정만 보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는 바.

         

       그리고, 한 번의 실수가 어떤 참혹한 미래를 가져다 줄지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건 나라를 이끌 책임이 없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은 왕국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도발이 아닐 수 없구나. 전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것이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이야.]

         

       현왕은 분노했으며, 이번 테러를 저지른 이들을 어떻게든 엄벌을 내리란 어명이 떨어진 것이다.

       고위 관료를 비롯한 무수한 이들은 빠르게 움직여야 했고, 이로 인해 한동안 왕도의 뒷골목은 살 떨리는 나날이 이어져야만 했다.

         

       병사들이 움직이고, 기사단이 움직이며 수상한 자들을 모두 잡아들이길 반복하더니, 기어이 왕도에 숨어 있던 범죄자 중 8할 이상이 잡혀들어간 것이다.

         

       …허나.

         

       [아직도 진범을 잡아내지 못하다니!! 대체 경들은 뭘 하는 것인가!!!]

         

       진범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고, 왕은 진노했다.

         

       그러나 딱히 왕실이 무능해서 진범을 잡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도리어 진범이 유능하다고 볼 수 있을 거다.

         

       …병사들과 기사단이 움직였음에도 그 흔적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왕실이 찾은 건 테러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량의 학살 현장뿐.

         

       이렇게 되다 보니 왕실은 단기전일 줄 알았던 테러범과의 싸움이 장기전이 됨을 실감하며 여전히 진범 색출에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중이었으나.

         

       – 혈십자군이라, 하! 참으로 웃기지도 않은 조직이더구나.

         

       왕실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테러범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것은 수상할 정도로 유능한 어느 왕위 계승자였다.

         

       아이시스, 그녀는 놀랍게도 왕도를 침범한 이들에 대한 윤곽을 잡아낸 것이었다.

         

       – 갈라하드가 잡아들인 위법 마법사는 하위 사제였다고 하더구나. <광명의 빛>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고.

       – 그럼 신전이 범인이란 겁니까?

       – 이미 병사들이 조사하여 봤지만, 신전에는 그러한 하위 사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더군. 허나 병사들 또한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을 테지. 그 오만한 신전을 따르는 이들이 넘쳐나는데, 어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졌을까….

       – …….

       – 허나 여에게 그런 건 상관없지.

       – 그러다 천벌 받아요.

       – 하늘은 벌을 주지 않는다. 그저 자연의 이치대로 흘러갈 뿐. 그런 것도 모르더냐?

       – …….

         

       …그래, 딱히 왕실은 그녀 한 사람보다 무능한 집단이라 테러의 윤곽조차 알아내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알고도, 알더라도 자세한 조사를 못 한 것뿐이다.

       신전이니까, 광명의 빛이니까.

       전국민이 믿고 따르는 유일종교이니 병사들은 그들을 자세히 파고들지 못할 따름이다.

       병사들조차 광명의 빛을 따르는 신도들이었으니.

         

       감히 신전을 파헤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허나 아이시스는 아니다.

       신에게 기적이나 소원을 바라지 않으며, 오히려 신조차 이용해먹을 불경한 여자였지.

       하여 그녀는 신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기어이 정보를 뽑아내었다.

         

       그것도 왕처럼 왕좌에 앉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몸소 직접 움직여.

         

       어떻게 보면 한 나라의 후계자가 보이기엔 다소 과격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이것이.

         

       – 무능한 것들을 믿느니, 여의 두 눈으로 확인할 것이다.

         

       아이시스란 군주가 가진 천성이 아닐 수 없으리라.

         

       어쨌든 이토록 과격한 행동 덕분에 그녀는 왕실보다 먼저 신전과 왕실이 묻어버린 ‘과거의 잔재’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 신전, 이 미친 종자들 중 역모를 꿈꾼 세력이 있었다더군. 허나 그 조직은 선왕에 의해 빠르게 붕괴되어 사라졌으나…. 이렇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 같구나.

       – 한 번 없앴는데도 말이죠….

       – 사상과 종교란 민들레 홑씨와 같지. 없앤다고 하여도 끊임없이 나타날 수밖에.

       – 흠, 간단히 말해 광신도들이 광신도 했다 이거죠?

       – …여보단 네가 더 천벌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 내가 왜요?

       – …어쨌든, 그러한 홑씨들이 다시 씨앗을 심어 신전에, …아니, 왕국 전체에 그 홑씨를 퍼트리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여의 예상이다.

         

       왕도를 뒤엎고, 모든 불신자와 이교도들을 피로써 정화할 피의 십자를 짊어진 군대.

         

       혈십자군.

         

       참으로….

         

       -우습다 못해 역겨운 자들이 아닐 수 없지. 신의 이름을 팔아 제 권력과 물욕을 채우려는 역겨운 자들 주제에.

         

       아이시스는 신전에 대한 아낌없는 경멸을 드러냈으나, 이한은 딱히 공감해주지 않았다.

         

       – …걔들 확실히 있는 거 맞아?

         

       혈십자이니 뭐니 하는 이름을 들은 후부터 이한은 영 떨떠름했다.

         

       광신도 사상을 가진 건 그렇다 치고, 그만한 녀석들인데도 이름 한 번 못 들어본 것이 의아하기 그지없어서.

         

       그러나 아이시스는 확언했다.

         

       – 있다. 그 존재를 확인하느라 알버트가 사방팔방을 돌아다녔으니.

       – 그 양반 어디 갔나 했더니…. 어른한테 일 좀 그만 시켜요.

       – 여보다 정정할 자인데, 아직 쉬게 하는 건 안 될 말이다.

       – 참 나….

         

       알버트의 이름을 거니 그도 더는 반박은 불가했다.

         

       그렇다면….

         

       – 그 혈교인지 혈십자군인가 뭔가를 찾아내서 대령하란 뜻으로 보면 되나?

         

       슬슬 그녀가 내릴 명령이 무엇인지 예측한 이한의 물음이었고,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 여가 원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그 광신도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품과 그들과 협력하는 이들에 대한 명단, 혹은 흔적이다.

       – 협력?

       – 마물을 소환하기 위해 수만 명의 범죄자를 제물로 삼았다. 그것도 왕도 한복판에서, 이는 협력자가 없고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나한테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으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른 거야, 지금?

         

       임무의 내용은 이해하겠지만,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그녀조차 가까스로 흔적만 찾은 광신도의 흔적이다.

       한데 조금 싸움을 잘할 뿐인 그가 어떻게 그들을 찾아내고 여타의 증거마저 찾아낼 수 있겠는가?

         

       망망대해에 떨구고 나침반을 안 준 거랑 다를 바 없는 임무.

         

       이한으로선 이 아줌마가 스트레스가 심하여 드디어 정신줄을 놓았나 싶었다.

         

       – 딱 봐도 불경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 아, 들켰네.

       – 고얀 놈.

         

       따악!

         

       그녀의 부채가 익숙하게 이한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허나 평소와 다른 점은 그녀가 직접 가격한 게 아니라, 부채가 날아와서 그의 머리를 때렸다는 점이었다.

       때리는 제 손목이 아플 게 뻔하니, 이제는 던지는 건가 싶었는데….

         

       투욱.

         

       – ?

         

       부채에서 쪽지가 떨어졌다.

         

       – …제물이 된 인골들을 조사하여 보았지. 무수한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알아본 결과 인골들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했으며, 어느 지방 사람인 것까지 알아내었고. 신상명세까지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 …….

         

       – 하여 이들 대부분이 수감되어 있던 수감소를 크게 세 곳으로 특정 하는 것까지 가능했다. 그리고 세 곳 중 여의 직감이 울리는 곳은.

         

       툭.

         

       – 거기더구나. 한번 제대로 알아보아라.

       – …이 정도로 알아냈으면 나 필요 없는 거 아닙니까?

         

       대체 뭘 알아내라는 건지, 원.

         

       난잡하기 그지없을 인골들을 모두 짜 맞추어 고향과 행적마저 알아냈다는 찐 광기를 목도하며 이한은 자신이 필요한가 싶었다.

       그냥 혼자서 다 해결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 권력이 있다 한들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더구나.

         

       약간의 씁쓸함을 머금은 그녀의 의미 모를 읊조림이었고, 이한은 그런 그녀에게.

         

       – 그게 다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요.

       – …….

       – 좀 더 노력합시다, 우리.

       – 매를 버는 의동생이로다.

         

       뻐억!

         

       뾰족한 구두를 신은 그녀의 발이 이한의 정강이를 강타했고, 아이시스는 그날 발목을 접질렀다.

         

       * * *

         

       “…그러게 야만인도 아니고, 사람을 왜 때려가지고.”

       “뭐라고?”

       “아니야, 아무것도….”

       “?”

         

       이한은 애써 말을 돌렸다.

       어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이 나라 왕태녀의 발목을 다치게 했다고.

         

       아마 제이크라면 미쳤냐고 그의 멱살을 잡지 않을까?

         

       괜히 멱살잡이하다 친구의 목을 조이는 사태를 초래하고 싶지 않은 이한이었다.

         

       그때.

         

       “선배님. 그런데 말입니다. 이 땅굴은 대체 뭡니까?”

       “응?”

       “이제 와서 그걸 묻냐…?”

       “그, 그냥 일단 따라온 것뿐인지라….”

       “…….”

         

       이한은 볼을 긁적였다.

       이놈도 참 대책 없는 녀석이다 싶어서.

         

       ‘보증 서 달라 하면 해줄 녀석이네….’

         

       요르드 데커.

       같이 가지니까 별 불만도 없이 따라와준 성실한 후배 기사.

         

       성실한 점도 그렇고, 실력도 괜찮은 게 자신이 가르치는 삼인방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일까.

       이한은 나름 친절하게.

         

       “으음, 넌 이 땅굴이 어떤 곳 같냐?”

       “어어, 이유 없이 땅 파는 곳같이 보입니다만….”

         

       요르드는 오늘 이곳에 수감된 후로 별다른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땅굴만 계속 팠다.

       한데 이 땅굴을 파는 것에는 딱히 이유 같은 게 없어 보였다.

         

       이토록 땅을 판다고 하면 광물 같은 것을 캐는 건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니 말이다.

       마냥 흙을 파내고 바위를 부술 뿐인 반복적인 행위.

         

       대체 이 행위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인가 싶었으며, 혹, 땅굴이란 이름대로 진짜 타국까지 이동하는 굴을 파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 재밌긴 할 텐데, 이 주변에 강이 많아서 자칫 땅굴 파다가 다 수장 당할 수도 있지.”

       “그럼 침략의 목적으로 쓰는 건 아니란 거군요.”

       “그렇지.”

       “하면 무의미한 반복 작업을 통해 범죄자들을 계도하려는 그런-.”

       “아니지. 계도 같은 건 신전에서나 하는 거고. 왕국에서 사람을 계도할 일이 뭐가 있을까.”

       “허면….”

       “아, 마침 볼 수 있겠네.”

       “??”

         

       추가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했으나, 이한은 요르드의 시선을 돌려주었다.

         

       거기에는.

         

       [고귀한 내가 어째서 이런 비루한 꼴이 돼야 한단 말인가!]

         

       조금 전부터 그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거지 꼴이 된 채 불만을 내뱉는 아렌이 있었고, 요르드는 저 사람에게 왜 시선을 주어야 하나 싶을 때.

         

       “-온다.”

         

       콰드드득!

         

       “!!?”

         

       아렌이 파고 있던 흙무더기에서 쏟아져나오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Keeee!!!]

         

       “새, 샌드 웜!?”

         

       “샌드 웜까진 아니고, 샌드 웜 새끼들이야. 그보다 준비해라. 저것들 다 잡아야 하니까. 아, 그리고.”

         

       스윽,

         

       [무, 물지 마라! 거, 검은 어디 있나!? 검을 다오!]

         

       “…저 멍청한 새끼도 덤으로 구해주고.”

       “…….”

         

       요르드는 삽을 든 채 샌드 웜이 있는 방향으로 느긋하게 걸어가는 이한에게 어처구니없는 시선을 주었다.

       아니, 뭐 이런…!

         

       “…저걸 다 잡을 수나 있는 겁니까?”

         

       수십, 아니 수백 마리.

       계속해서 불어나는 어린 샌드 웜의 덩어리들을 보며 요르드는 마른침을 삼켰고, 한편으로 다행이라 여겼다.

         

       ‘오늘 먹은 게 물밖에 없어서 천만다행이야….’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다 나오는 징그럽기 그지없는 광경이었기에.

         

         

         

       땅굴, 그곳은 왕국 최대의 ‘샌드 웜 서식지’이자…….

         

       왕국 최대의 <비료공장>이기도 했다.

         

       …가끔 샌드 웜에게 소화된 인간이 비료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건 세간에 알려져선 안 될 비밀이었지만.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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