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

       

       

       

       

       

       11화. 신의 무기 ( 8 )

       

       

       

       

       

       영웅급 모험가 방문 알림이 재빨리 게임에 접속해서 여관을 확인했다.

       

       

       “역시 현질을 하니까 잘 나오네.”

       

       흥흥♬

       

       

       돈 쓴 보람이 생기니 콧노래가 다 나오네. 여관을 터치해서 확인해 보니 붉은 머리의 여자가 서 있었다.

       

       

       “오, 모델링이 뭐 이렇게 예뻐?”

       

       

       꽤 공들여서 작업했는지 SD마냥 비율이 짜리몽땅하게 나오는데도, 제법 예쁜 캐릭터였다. 지금까지 나온 모험가들은 이목구비도 대충 그림자로 가렸는데. 

       나름 영웅급 모험가라 그런지 제법 힘을 빡 주고 만든 티가 난다.

       

       

       “얘는 이름이 뭐지?”

       

       

       여관 관리 화면에서 모험가 정보를 눌렀다. 지금까지야 전부 F급 모험가여서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지만, 처음 방문한 영웅급 모험가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다.

       

       

       “음…이름은 케니스고, 뭐야? 직업이 모험가가 아니라 성기사네? 그럼 영웅급 성기사라고 나와야 되는 거 아냐?”

       

       

       아니 또 번역문제야? 애초에 대사 스크립트도 이상하게 뭉게서 출시하는 개발자들이니. 이 정도 번역 오류는 애교다. 서버에 떡볶이 국물이나 안 흘리면 다행이지.

       

       

       “패키지 팔고 돈 좀 벌면, 번역이라도 고칠 것이지.”

       

       

       구시렁거리면서 케니스에게 뭘 팔아야 하나 인벤토리를 뒤적거렸다. 흠, 전부 E등급 아니면 F등급인데…

       

       

       “아, 이걸 팔면 되겠네.”

       

       

       얼마 전에 ‘마력을 띈 오르할콘’으로 제작한 ‘A급 무기, 신실한 자의 대검’이 인벤토리 한구석에 있었다. 그래, 이걸 케니스한테 팔아야겠다. 마침 성기사라고 하니 ‘신실한’ 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네.

       

       

       “지금 안 팔면, 이거 똥 되는 거야.”

       

       

       숙련된 게이머는 항상 최고의 효율을 뽑아낼 줄 알아야 하는 법. 내 오랜 게이머 경험에 따르면, 지금 케니스에게 A급 무기를 파는 게 가장 좋은 효율이다.

       

       

       “자, 가져라. A급 무기다.”

       

       

       케니스에게 ‘신실한 자의 대검’ 드래그해서 무기를 팔았다. 다른 모험가들과 마찬가지로 무기를 받아들고 빛무리와 함께 뿅! 하면서 사라지는 케니스. 곧 여관은 텅 비어 버렸다.

       

       

       “쯥. 저렇게 예쁜 캐릭터를 한 번밖에 못 보는 건가?”

       

       

       개발자들이 장사를 할 줄 모르네. 나 같았으면 예쁜 여캐 전용 일러도 뽑아서, 그걸로 메인화면에도 세우고 어? 수영복 스킨도 만들어서 팔고했다. 그 정도 정성은 있어야 유저들이 지갑을 열지.

       

       

       빠밤ㅡ!

       

       

       갑작스레 울리는 팡파레 소리.

       

       

       “어우씨, 놀래라. 뭐야?”

       

       

       화면에는 메시지와 함께 뭔가를 다운로드 한다는 로딩창이 떴다.

       

       

       《영웅급 모험가가 여관을 방문해, 무기를 샀습니다! 신규 컨텐츠, “마수 토벌”이 해금됩니다!》

       

       《마수 토벌 컨텐츠는 무기를 구매한 영웅급 모험가들로 진행됩니다!》

       

       《영웅급 모험가들이 일정 시간마다 마수를 토벌하고, 골드를 벌어옵니다!》

       

       《무기의 등급이 높을수록 사냥 효율이 높아질 것입니다!》

       

       

       “오…”

       

       

       단순히 무기를 만들고, 파는 게 끝이 아니라. 그 무기를 구매한 모험가들에게서도 돈을 벌 수가 있구나. 그리고 저런 모델링의 캐릭터들이 앞으로 계속 나온다고?

       

       어쩌면, 이 게임

       

       “갓겜일지도?”

       

       

       설레는 마음으로 컨텐츠를 다운로드 받았다. 용량이…제법 크다.

       

       

       “아니, 진짜. 또 이러네.”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아 두고, 저녁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와 김치, 찬 밥을 대충 볶아서 먹고 설거지를 끝내니 다운로드가 완료됐다.

       

       

       “오래도 걸렸네 진짜.”

       

       

       반짝거리는 화면의 표시를 따라 ‘마수 토벌’컨텐츠로 이동했다.

       

       그러자 화면에 펼쳐지는 수많은 괴물들.

       

       

       “어우씨, 이게 뭐야?”

       

       화면 앞에서부터 끝까지 온갖 괴물들이 바글바글하게 늘어서 있다. 고블린마냥 생긴 녀석부터, 문어를 닮은 괴물, 거미랑 사자랑 합친 괴물까지. 온갖 끔찍한 괴물들이 못생긴 얼굴들을 자랑하고 있다.

       

       

       “아주 그냥 여기가 뒤틀린 황천이네.”

       

        

       그런 괴물들 앞으로 걸어오는 붉은 머리 여자 캐릭터가 보인다. 방금 내가 무기를 팔았던 케니스다.

       

       

       “오, 케니스.”

       

       

       괴물들 앞으로 걸어간 케니스는 자기 키보다 큰 대검을 휘두르며, 괴물들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야, 저 큰 검을 무슨 나뭇가지 마냥 휘두르네.”

       

       

       얼마동안 거대한 대검을 한동안 낭창낭창 휘두르던 케니스는 지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빛으로 변해 화면에서 사라졌다.

       

       

       “어,뭐야? 죽은 거야?”

       

       

       놀란 마음에 확인해 보니 죽은 건 아니고, 그냥 케니스의 스테미너가 없는 거였다. 

       

       

       “하루에 한 번씩 소환해서 골드 펌핑하는 거네.”

       

       

       나중에 영웅급 모험가들이 더 늘어나면, 아마 다른 모험가들을 더 소환해서 사냥이 가능할 것이다. 

       

       

       “흐흐, 골드가 막 복사가 된다고!”

       

       

       나는 쌓인 골드를 보면서 이걸로 또 뭘 해야 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

       

       

       

       “…으음…”

       

       

       케니스는 낯선 공간에서 눈을 떴다.

       

       

       “…핫?!”

       

       

       케니스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 팔과 다리. 자기 영혼을 탐내던 푸른 귀화의 리치. 그리고 벽을 뚫고 나타난 데모닉 팔라딘.

       

       ‘그다음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기억나는 것은 자기 영혼을 파고드는 차가운 한기.

       

       ‘나는…죽은 걸까?’

       

       목숨에 미련은 없다. 부모도, 형제도 없이, 어릴 때부터 만신전에 몸을 의탁해 자랐다. 다섯 신이 그녀의 부모였고,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그녀의 형제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순간.

       

       “케일 선배님…한스씨…”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진 케일과 잔뜩 겁에 질린 한스의 모습. 자신으로 인해 얼어 버린 두 사람.

       

       

       꽈아악

       

       

       케니스는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며 주먹을 세게 쥐었다. 본인의 무력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조롱하는 그 사악한 악의에 대항할 수 없었고, 그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그러다 힘이 턱 풀렸다. 이미 죽은 몸. 이런 감정은 쓰잘데기 없지만, 리치에게 두 사람의 복수를 하지 못한 것. 케니스는 복수를 이루지 못하고 죽은 것이 아쉬웠다.

       

       애써 마음을 추스른 케니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죽은 거면, 여긴 천국일까?’

       

       

       여기가 바로 다섯 신들이 거주한다는 천국일까? 하지만 주변 풍경은 케니스가 들은 천국과는 사뭇 달랐다. 신의 영광을 노래하는 작은 천사들도, 구름 위를 뛰노는 영혼들도 없고. 어딘가 목가적이고…마치 평범한 분위기의

       

       ‘마치, 여관같은…’

       

       여관? 

       

       그 순간 케니스는 초월적인 무언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인간은 한낱 개미보다 못한 존재임을 느끼게 하는 시선이 그녀의 영혼을 압박했다.

       

       “그으읏!”

       

       케니스는 이를 악물고 움직이려 했으나, 손발은 덜덜 떨며 주인의 뜻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무릎은 점점 땅에 가까워졌고, 머리는 아래로 내려갔다.

       

       “으그으읏!!”

       

       케니스는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저 거대한 존재는 자기 영혼을 탐내는 악마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 힘을 다 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목소리가 들리고, 케니스는 저도 모르게 덜컥 무릎을 꿇었다.

       

       

       “아아…!!”

       

       《길 잃은 어린 양아, 두려워하지 말라.》

       

       《내 그대를 부른 것은 은총을 내리고, 사명을 부여하기 위함이니》

       

       《그대는 마땅히 사명을 받들고, 운명을 수행할지라.》

       

       

       “아,아아!!”

       

       

       케니스의 눈에 신성한 빛무리와 함께 그녀를 굽어살피는 거대한 존재가 보였다. 감히 마주칠 수 없는 격의 크기. 케니스는 머리를 조아렸다.

       

       

       《세상이 어둠에 휩싸여 어지러우니, 이는 시대가 용사를 필요로 함이라.》

       

       《허나, 손 하나로 열 개의 물길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니.》

       

       《악의는 끝도 없지만, 선의는 쉽게 꺾여버림이다.》

       

       《이에 내가 직접 선한 이들을 골라, 나의 대변인으로 만들고자 함이니.》

       

       

       케니스는 영혼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감동에 떨었다. 저분은 신이시다. 우리를 가엾게 여겨 지상으로 내려오신 신이시다! 아아ㅡ! 자비로우신 분!

       

       

       《케니스, 그대는 나의 첫 번째 대변인이요, 사명을 받은 그릇이니.》

       

       《필히 선을 보호하고, 악을 멸해야 함이다.》

       

       

       허공에 빛의 입자가 서서히 모이더니, 압축하고, 응축하며 그 모습을 바꿨다.

       

       

       파아앗ㅡ

       

       “이,이건…”

       

       

       케니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대검. 엉거주춤 일어선 그녀는 멍하니 빛을 내뿜는 검을 바라봤다.

       

       검의 크기는 케니스의 키보다 살짝 작은 수준이었다. 그녀가 일반 여성보다 큰 키임을 생각하면 무게도 상당하리라.

       검신은 보랏빛을 내뿜고 있었는데, 그 빛은 요사스러운 보랏빛이 아니라 우아하고 차분한 라벤더의 색으로 빛났다.

       

       

       꿀꺽ㅡ

       

       

       케니스는 떨리는 눈으로 검을 바라봤다. 매끈한 가죽의 핸드그립과 용이 입을 벌린 듯한 가드, 검신은 중간부터 날이 풀려서 서로 얽혀가며 이중 나선의 형태를 띄며 정점을 장식한다. 신검이다. 이것이 그야말로 신검.

       

       

       “이,이걸…어찌 감히 제가…?”

       

       

       케니스는 감히 검에 손을 댈 수 없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신의 시선은 그녀를 재촉하거나, 보채지 않았다. 그저 부드럽게 기다렸다.

       

       

       “…이 신검과 함께라면.”

       

       

       복수할 수 있다. 다시는 무력하게 소중한 이를 눈앞에서 잃지 않을 수 있다. 끝없는 악의에서 약한 이들을 지킬 수 있다. 선한 이들을 지키고, 이 세상에 빛을 집행할 수 있다.

       

       케니스는 떨리는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화아아아악ㅡ!!

       

       “우읏!”

       

       

       검에서 터져 나오는 빛에 케니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

       

       

       《악을 멸하고, 선을 수호하라. 케니스》

       

       

       파아앗!

       

       

       이윽고 케니스는 환한 빛무리에 싸여 사라졌다.

       

       

       

       

       –

       

       

       

       

       “──!! ─스! ──!!”

       

       ‘으, 머리야.’

       

       

       시끄러운 소리에 머리가 웅웅 울린다. 케니스는 무거운 눈을 억지로 뜨려고 노력했다. 온몸이 욱신거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아…난 아직 살아 있구나.’

       

       

       아프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 케니스는 억지로 일으켜세우려던 몸을 다시 편하게 눕혔다.

       

       

       ‘ 마지막에 데모닉 팔라딘님이 동굴 벽을 뚫는걸 봤으니, 아마 여기는 신전이겠지.’

       

       몸 상태가 말이 아닐테니 집중 치료를 받는 중일 것이다.

       천천히 몸의 형태를 느끼며, 숨을 들이쉰다. 자신이 깨어난 걸 확인한 사제가 사람을 부르러 갔는지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전부…꿈이었던 걸까?’

       

       

       그 거대한 존재도 아름다운 검도. 모두 자기 꿈인 걸까?

       허탈한 심정에 케니스는 한숨을 내쉬려다

       

       손끝에 잡히는 가죽 손잡이에 아픔도 잊고 벌떡 일어났다.

       

       

       “어?”

       

       

       꿈에서 봤던 그 대검이ㅡ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와 어색한 부분 지적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9분 남기고 연참…해냈다고!! 내일은 언제 올라올지 모릅니다! 진짜 몰라요!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