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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시간을 몇 분전으로 유 설이 입장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순간.

         

       두둥-.

         

       저벅-, 저벅-.

         

       웅장한 효과음과 함께 입구 쪽에서 대놓고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오오-.”

         

       “누구지? 참가자들은 다 나왔는데?”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과도한 리액션과 함께 입구 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두두둥-.

         

       이윽고 모든 참가자들의 시선이 모이고…, 효과음이 절정에 이른 그때…!

         

       저벅-.

         

       “여러분, 반갑습니다.”

         

       “……!”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참가자들이 가식을 집어던지고 각각 한 명의 소녀가 되어 소리쳤다.

         

       “우, 우와아아아아-!!”

         

       “하, 한시우다-!! 한시우-!!”

         

       “꺄아아아아악-!!”

         

       한시우.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는 많고도 많았다

         

       대한민국을 넘어선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

         

       아이돌들의 아이돌.

         

       그리고….

         

       5년 전에 3대 기획사 YW에서 자립하여 수많은 아이돌을 키운 천재 프로듀서.

         

       “한시우입니다. 그리고…,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의 메인MC이자 총괄 프로듀서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나아아에 출연했다. 그것도 MC 겸 프로듀서로.

         

       그 소식을 들은 참가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와아아아-!! 대박-!!”

         

       “하, 한시우님이 프로듀서…?!”

         

       믿을 수 없다며 어벙벙한 얼굴로 환호하는 이들과….

         

       “…….”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애들은 끗발 있는 회사 애들이겠지.’

         

       참고로 형제기획에서는 당연히 한시우가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도 뭐…, 나는 미래를 알고 있었으니까.’

         

       한시우가 나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나는 큰 반응 없이 그의 등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한시우님이 나오셨는데 별로 안 놀라시네요?”

         

       “……예?”

         

       갑자기 내 왼쪽 100위석에 앉아 있던 소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미리 알고 계셨어요?”

         

       “…….”

         

       그 말에 나는 100위석 소녀의 이름표를 확인했다.

         

       [레비 엔터테인먼트 박유정]

         

       레비 엔터라…, 처음 들어 본다. 아마 중소기업일 터.

         

       그래도 그녀의 얼굴은 연습생 치고도 상당히 예뻤다.

         

       뭔가 순박하게 예쁘장한 것이 뭔가 남자들한테 인기 있는 시골 소녀 느낌이릴까.

         

       그런 박유정이 순진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에 나는 약간 당황하면서도 곧이곧대로 답했다.

         

       “아뇨…, 전혀 몰랐어요.”

         

       “아…, 그래요? 한시우님 보고도 얼굴에 전혀 동요가 없길래 미리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

         

       “…원래 제가 무표정이라.”

         

       “아하.”

         

       스윽-.

         

       박유정은 이해한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내게 손을 뻗어왔다.

         

       “헤헤, 저희 이렇게 같이 앉은 것도 인연인데 친하게 지내시지 않을래요? 저는 박유정이고 18살이에요.”

         

       “…하예린, 19살이요.”

         

       “앗! 그러면 언니네요? 언니라 부를 게요, 언니. 헤헤.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리 말하며 웃는 박유정은 마치 개 같았다.

         

       …이게 나쁜 의미로 개 같다는 게 아니라 진짜 개.

         

       마치 골든 리트리버를 연상케하는 무해한 미소에 나는 그녀가 건넨 손을 잡았다.

         

       “저도 잘 부탁해요.”

         

       주물럭.

         

       “근데 언니 안 그래도 예쁜데 피부도 좋으시네요. 쫀쫀한 게 완전 도자기 같아요.”

         

       “…….”

         

       박유정은 원래 친화력이 강한 건지 악수를 받아든 내 손을 거리낌없이 주물럭거렸다.

         

       그 모습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

         

       전쟁터와 같은 이곳에서 누군가와 친해져 내 편을 만드는 일은 꼭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이 익숙해….’

         

       가물가물하긴 해도 박유정의 얼굴은 무언가 익숙했다.

         

       지금은 100위석에 앉아 있긴 해도 그녀가 데뷔조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미래의 데뷔조일지도 모를 그녀와 친해지면 내게도 떡고물이 떨어지겠지.

         

       이에 나는 너무 아부 티가 안 나게 무심한 느낌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유정 님도 예쁘세요.”

         

       “앗, 언니! 말 편하게 하세요!”

         

       “그래, 유정아 너도 예뻐.”

         

       “감사해요, 헤헤.”

         

       그렇게 박유정과 간단한 친분을 쌓는 순간 무대에서는 한시우 외에도 다른 심사진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아이돌 출신 솔로가수와 TV에도 여러 번 출연한 적 있는 유명 댄스 트레이너 등등.

         

       한시우 외에도 심사진은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을 방불케했다.

         

       “와아아아-!!”

         

       “꺄아아아악-!!”

         

       한 명 한 명 등장할 때마다 참가자들은 진심으로 환호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마지막 심사위원까지 등장하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이것으로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의 모든 심사진이 나왔습니다.”

         

       메인MC인 한시우가 마이크를 잡고 진행을 이어 나갔다.

         

       “지금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저희 아이돌 아카데미의 신입생들입니다. 모두들 자신의 꿈을 펼쳐갈 준비가 되셨나요?”

         

       “네에-!!!!!”

         

       “자, 그러면 지금부터 등급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Show me your dream!”

         

       “와아아아아-!!!!”

         

       한시우의 외침과 함께 참가자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어쩌면 아이돌 데뷔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그 시작을 알리는 등급 평가.

         

       참가자들의 마음에는 꿈을 향한 희망이 부풀어 흥분감과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이대로 훈훈하게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음정이 하나도 안 맞았던 거 아세요?”

         

       “고등학교 장기자랑 보는 듯한 무대였습니다.”

         

       “…….”

         

       등급 평가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처음에는 밝게 웃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보일 것이라 예상되던 심사진들이 정작 등급 평가가 시작하니 너무나도 차가워진 것이었다.

         

       특히 한시우.

         

       “오현희 연습생. 여기 나온 바로는 1년 동안 연습했다는데 맞나요?”

         

       “저, 정확히는 1년 반 했습니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연습을 하신 거죠?”

         

       “……!”

         

       따스한 외모와 함께 친한 오빠 이미지였던 그는 첫 심사부터 보는 이로 하여금 뜨악할만한 독설을 뱉었다.

         

       “…타이하이 엔터 오현희 연습생의 등급은 F입니다.”

         

       결국 첫 등급 평가부터 F가 나왔다.

         

       참가자 모두가 충격에 휩싸인 것과 동시에 옆에 앉은 박유정이 내게 속삭였다.

         

       “…솔직히 F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맞다.

         

       내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미흡하긴 하지만 F받을 무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첫 무대니까 더 박하게 평가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

         

       첫 무대는 앞으로 심사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렇기에 심사위원들은 더욱 냉정하게 평가함으로써 앞으로 심사가 말랑하지 않음을 경고한 셈이었다.

         

       “다음 타이하이 김희선 연습생 나와주세요.”

         

       “…….”

         

       같은 회사 연습생이 F를 받아서 그런지 다른 타이하이 연습생들도 얼어붙은 채로 무대를 이었다.

         

       “…F입니다.”

         

       “…D입니다.”

         

       “…E입니다.”

         

       F 둘에 E와 D 하나.

         

       타이하이가 그렇게 작은 회사도 아님에도 정말 처참한 성적표였다.

         

       “……흡.”

         

       결국 지금까지 잘 참던 타이하이 연습생들 중 한 명이 눈물을 보이고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이런 기류를 감지했는지 타이하이 등급 평가를 마친 한시우가 마이크를 들고 말을 이었다.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 명 때문에 참가자분들이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는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데뷔할 아이돌 그룹을 선별하고 있는 겁니다.”

         

       “…….”

         

       “그러니 당연히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고요. 다들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네.”

         

       100명의 참가자에게서 정말 개미 기어가는 듯한 대답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받은 평가들은 충분히 변동될 수 있으니 모두 성장하는 모습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등급 평가 이어가겠습니다. 다음 라히티 엔터 나와주세요.”

         

       “……넵.”

         

       타이하이와 라히티는 규모도 비슷하고 연습생 실력도 고만고만하다. 당연하게도 비슷한 심사평과 등급이 따랐다.

         

       특히 10년 넘게 연습했다는 장기 연습생이 나왔을 때는 압권이었다.

         

       “이여름 참가자…. 연습생 생활을 10년 넘게 하셨다고요?”

         

       “…예, 10살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12년 했습니다.”

         

       “12년…, 12년이라…, 하아….”

         

       한시우는 곤란하다는 듯 볼펜을 툭툭 치다가 말했다.

         

       “솔직히 그동안 열심히 했다는 티가 나기는 합니다. 음정이나 박자. 뭐 하나 틀린 게 없어요. 완성도만 보면 지금까지 참가자들 중 가장 우수합니다.”

         

       “가, 감사합….”

         

       “하지만.”

         

       두둥-.

         

       지금이 방송이었다면 아마 그런 효과음이 들어갔을 것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한시우가 운을 뗀 후 조금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이여름 참가자에게는 뭐랄까…,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없네요. 그냥 무난하긴 한데…, 너무 특색이 없다고 해야 할까.”

         

       “…….”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잘 춰도 별로 눈이 가지 않아요.”

         

       한시우는 에둘러서 말하긴 했지만 요지는 이것이었다.

         

       그녀가 아이돌로서의 재능이 없다는 것.

         

       “아, 앞으로 더 노, 노력….”

         

       한시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챈 장기 연습생이 말을 더듬으며 겨우겨우 대답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한시우가 표정을 굳히며 평가를 마무리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라히티 엔터 이여름 연습생의 등급은 C입니다.”

         

       C등급.

         

       지금까지 참가자들 중 가장 높은 등급이었지만…, 아무도 그녀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C등급을 받기 위해 보냈던 세월은 12년이었으니까.

         

       “…이것으로 라히티 엔터 등급 평가를 마치겠습니다. 다음으로….”

         

       그렇게 두 번째 순서였던 라히티 엔터 연습생들도 울상을 지으며 퇴장하는 것과 함께…, 피바람은 시작되었다.

         

         

         

         

         

       **

         

         

         

         

       “레비 엔터테인먼트 박유정 연습생의 등급은 E입니다.”

         

       레비 엔터테인먼트에서 혼자 참가한 박유정은 독무대를 마치고 E등급을 받았다.

         

       뒤에서 두 번째 등급이니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없지만….

         

       “예,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유정은 괜찮다는 듯 씩씩한 미소와 함께 무대를 내려왔다.

         

       “…괜찮아?”

         

       박유정이 돌아오자 나는 예의상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제가 실수를 많이 해서 그런 걸요. 괜찮아요! 다음에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무대 보이면 되죠!”

          

       “…….”

         

       마치 명량 소녀의 표본같은 대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녀의 무대는 썩 나쁘지 않았었다.

         

       중간에 발이 꼬여 넘어지는 실수만 없었어도 훨씬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울 터.

         

       ‘무대에서 넘어진 것 때문에 카메라 분량도 꽤 받았을 테니 얘한테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잠깐.’

         

       혹시 얘 일부러 넘어진 건 아니겠지…?

         

       확실히 지금 생각해보면 넘어지는 장면이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이긴 했다. 마치 고의로 그런 것처럼.

         

       나는 100위석에서 방긋방긋 웃는 박유정을 미심쩍은 눈으로 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겠지.’

         

       저 순수한 얼굴을 한 애가 그리 치밀한 짓을 꾸미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다음 무대를 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도 그럴게 다음 무대가….

         

       “다음 SAV 엔터테인먼트 서유진 연습생 나와주세요.”

         

       …유 설 외에 또 다른 3대 기획사 연습생인 서유진의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SAV….”

         

       술렁술렁-.

         

       그녀의 무대를 기다리고 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이름이 호명되자 주위가 술렁대기 시작되었다.

         

       서유진은 그런 관심이 나쁘지 않은지 콧방귀를 한 번 뀌고 당당한 표정과 함께 일어났다.

         

       그리고….

         

       빠안-.

         

       1위석의 유 설을 한 번 흘겨봤다가….

         

       스윽-.

         

       ‘…나까지?’

         

       고개를 돌려 나도 한 번 노려보고는 무대로 내려갔다.

         

       …정말 그녀의 다분한 의도가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나랑 유 설은 무대도 안 했는데 왜 벌써 견제하는 거야….’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대놓고 째려보다니…. 아무래도 서유진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 재능이 없는 듯했다.

         

       ‘아마 쟤는 상태창 켜보면 연기력이 나보다 낮을 거야.’

         

       내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 순간이었다.

         

       파앗-!

         

       갑자기 내 눈에 원래 보던 것과 다른 상태창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냈다.

         

       “……!”

         

       이를 본 나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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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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