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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방송인 멸천룡 그랑 라그나가 다양한 치킨들을 먹으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사이.

       

        드래곤 멸천룡 그랑 라그나는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사람들과 극적인 협상을 타결하고 있었다.

       

        = 유익한 시간이었다.

       

        “네…….”

       

        영혼이 반쯤 빨려 나간 것 같은 얼굴이 된 김두식 협회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지금까지 협상한 내용으로 도장까지 찍은 계약서를 든 자예가 자기 주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먼저 돌아가 보겠나이다.”

       

        = 그러도록 하여라.

       

        우우웅!

       

        공간이 열리며 자예가 사라졌다.

        자기 권속이 돌아간 것을 확인한 멸천룡이 인간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 하나 물어볼 것이 있느니라.

       

        “……무엇이신지?”

       

        김두식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에 있는 드래곤은 그들이…… 아니, 인류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강대한 존재다.

        대한민국이 보유한 가장 강대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백익룡조차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존재라지 않는가?

        뭐…… 상대가 어머니라면 납득이 되긴 한다. 김두식도 90살 되신 노모께 항상 시달리니까.

       

        어쨌든, 눈앞의 드래곤은 아주 강한 존재다. 게다가 힘만 강한 게 아니라 머리도 좋다.

        만약 상대가 아주 자비로운 드래곤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인간들의 상식에 무지한 것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군.’

       

        특히 그녀가 데려온 자예라는 이름의 구미호.

        인간들의 상식이 부족한 주인과는 달리, 묘한 부분에서 날카로운 그녀의 말은 매서운 칼날과도 같았다.

        그 때문에 그들은 아주 간단한 계약만을 맺었다.

       

        대한민국이 멸천룡이 방송을 하기 위해 필요한 주민등록번호, 신분 증명, 편의 사항. 그 외의 여러 가지 조건들을 모두 보장하는 대신…… 멸천룡과 그녀의 수하들은 인류를 선제공격하지 않는다는 협상.

        어찌 보면 인류에게 불평등하게 느껴지는 조항이지만…… 김두식은 이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인류는 안전해.’

       

        왜냐하면 상대는 EX랭크 게이트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세계의 시한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EX급 게이트 하나를 이걸로 막았다?

        즉시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 주변의 땅값이 미친 듯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제 먼저 건드리려는 미친놈들만 막으면 돼. 그런 놈들만 막으면…….’

       

        적어도 동북아시아는 EX급 게이트의 위협에서 안전하다.

       

        나라의 안전을 위해, 자존심이라도 전부 팔 것 같은 기세로 김두식이 멸천룡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은 기세의 김두식을 보며 멸천룡이 고개를 갸웃거리길 잠시.

        그녀의 말이 들려왔다.

       

        = 김두식이여.

       

        ‘어떤 질문이 올 것인가?’

       

        제발 심각한 것만 아니어라…….

       

        = 너희 인간들은 치킨을 먹을 때 뼈는 먹지 않는 것인가?

       

        “……네?”

       

        “??”

       

        “??”

       

        “??”

       

        지하 주차장에 모인 인간들은 단체로 혼란에 빠졌다.

       

       

        *            *            *

       

       

        “이번에는 허니 갈릭치킨이라는 것을 먹어보겠노라.”

       

        나는 지금까지 프라이드, 양념, 간장, 스파이시…… 이런 방식으로 여러 종류의 치킨들을 먹어왔다.

       

        내가 먹방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먹방은 대체로 2가지 종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밥을 먹으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방송.

        또 다른 하나는 대량의 음식을 먹거나, 혹은 인간들에겐 맛이 없는 음식을 먹는 ‘챌린지 먹방’이라는 형태의 방송.

       

        그렇게 수많은 먹방들을 분석했지만, 정작 내가 먹방을 시작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먹방을 진행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처음 먹방을 진행하는 나이니, 우선은 가볍게 소통하는 방식의 먹방을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시청자들이 가장 즐거워한 것은 챌린지 형식의 먹방이었다.

       

        ‘어떤 방식이 좋을꼬…….’

       

        그렇게 고민을 해봤지만,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그냥 둘 다 하자.’

       

        어차피 아바타인 몸은 과식을 해도 상관이 없다. 애초에 용금으로 만들어 낸 가짜 몸이니까.

        물론 용금이라는 특수 금속과, 나의 지배력이 합쳐진 까닭에 진짜 인간처럼 피도 흘리고 임신도 가능하지만…… 어찌 되었든 과식 정도로 망가지는 약한 육체는 아니라는 소리다.

       

        그래서 내 수발을 들어 주는 자예의 수하. 육미호인 도화를 시켜 치킨들을 1인분씩, 종류별로 사 오게 했다.

        솔직히 종류별로 사 와봤자 한 10종류면 많은 줄 알았는데, 30종류가 넘는 것을 보았을 때는 나도 좀 놀라긴 했다.

        치킨…… 이렇게나 발전했는가?

       

        아무튼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치킨을 먹고, 동시에 모든 종류의 치킨을 1인분씩 먹는다.

        소통의 재미도 챙기고, 챌린지의 즐거움도 챙기는…… 이것이 바로 궁극의 먹방이 아닐까?

       

        – 그…… 만…….

        – 죽여… 줘…….

        – 저 오독거리는 소리 좀.

        – ㄹ… ㅇ… ㅋ… ㅋ…….

        – 안 보고 싶은데 비주얼 때문에 계속 보게 되네.

        – 이게 진정한 고문 방송이지 ㅋㅋㅋㅋ

       

        와그작! 오도독!

       

        “옴뇸뇸…….”

       

        허니 갈릭치킨은 또 맛이 특이했다.

        요즘 인간들에겐 이런 맛이 유행한다는 것인가?

       

        – 라나님.

       

        “왜 그러느냐?”

       

        – 치킨들 중 뭐가 제일 마음에 드시나요?

       

        “제일 마음에 드는 맛이라…….”

       

        한 시청자의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해 본다.

        으음…… 어려운 질문이구나.

       

        “너희들에겐 안타까운 이야기겠지만, 사실 나에겐 전부 맛있는 맛이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구나.”

       

        –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없나요?

        – 왕갈비치킨!

        – 근본인 프라이드가 짱이지!

        – 간장 양념!

       

        채팅창이 순식간에 다양한 치킨들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그런 시청자들을 타이르듯 입을 열었다.

       

        “아이들아. [진정하거라.]”

       

        – 네.

        – 헤으응.

        – 와! 갑자기 마음이 가라앉음.

        – 이게…… 마망력?!

       

        삽시간에 인간들이 진정한다.

        놀라워하는 시청자들에게 나는 작은 웃음과 함께 설명했다.

       

        “그리 놀랄 것 없단다. 가벼운 용언을 사용했을 뿐이니라.”

       

        – ……가벼운 용언?

        – 아니 그거, 드래곤 필살기 아님?

        – 백익룡이 한 번 사용하는 거 봤었는데, 일대가 날아가던데?

        – 나 지금 그거 본 거임? 미친?

       

        와그작!

       

        – 악! 그만!

        – 소름 끼쳐요!

        – 엄마!

       

        아니…… 뼈 씹는 소리가 어쨌다고 그러지?

        이 오독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식욕이 돋지 않던가? 나는 고기 먹을 때 이 소리가 없으면 뭔가가 어색하던데…….

        물론 뼈가 없다고 고기를 안 먹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직 어렸던 해츨링 시절에는 뭐든 닥치는 대로 먹어야 살았으니까.

        ……드래곤에게 편식이라는 말처럼 사치스러운 말은 없을 것이다.

       

        치킨을 맛있게 먹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나에게는 치킨들이 하나같이 전부 맛있게 느껴지는구나. 내 기호를 말하기엔…… 나는 오늘 처음 치킨이라는 것을 먹었고, 또한 아직 모든 종류의 치킨을 먹어 본 것도 아니지 않느냐.”

       

        – 그건 맞지.

        – 맞지맞지.

        – 그럼 치킨 다 먹고 나서 말해주시는 거죠?

        – ㄹㅇㅋㅋ

       

        “노력해 보마.”

       

        오도독!

       

        – 끄아아악!

        – 누가 도네 좀 쏴서 좀 말려 줘!

        – 수익화가 안 되어 있어서 도네 안됨!

        – 미친ㅋㅋㅋㅋ

       

        그렇게 그날은 하루 종일 치킨을 먹었다.

        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은 프라이드치킨이었다.

       

       

        *            *            *

       

       

        방송이 끝나고.

        마그마에 몸을 담그고 있던 나에게 자예가 다가왔다.

       

        “주인님.”

       

        = 무슨 일이냐?

       

        “첫째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 ……헤니시아가?

       

        드드드드드드……!

       

        자예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하도 내가 몸을 담근 덕분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마그마 온천(?)에서 몸을 일으켜 몸을 턴다.

       

        = 그래. 가보지.

       

        “네.”

       

        마법이 부여된 금속으로 만든 우산을 접은 자예가 다소곳한 움직임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 뒤를 따라간다.

       

        내 거처가 마련되어 있는 최하층을 벗어나자, 온통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지하 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저 높이 동굴의 천장이 존재하지만, 천장에 박혀 있는 보석이 반짝거리며 마치 밤하늘처럼 지하 세계를 비춘다.

        그렇다고 이 지하 세계가 어두운 것이냐고 한다면……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나무. 황금빛으로 빛나는 풀. 황금빛으로 빛나는 짐승들. 황금빛으로 흐르는 물. 황금빛으로 빛나는 대지.

        온통 황금빛으로 빛나는 세상.

       

        일반적으로 밝은 세상이라는 것은 하늘에 뜬 태양으로부터 내려온 빛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지하 세계는, 대지에서 뿜어지는 황금빛에 의해 밝은 세상이 유지된다.

       

        이것이 나의 레어이자 나의 영역.

        게이트에 만들어진 나의 세상인 ‘황금의 영역’이다.

       

        쿵! 쿵!

       

        나의 용금에 영향을 받은 동식물들이 나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달아난다.

        하지만 내가 지나간 후, 내 몸에서 흐른 액체 황금을 먹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한다.

       

        이 황금의 영역은 오로지 나로 인해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들에게 나는 태양이요, 신이니.

        그렇기에 나는 이 영역의 우두머리다.

       

        터엉!

       

        = 어머니.

       

        그리고 그런 나를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 중 하나.

        나의 첫째 딸이자 세 번째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 헤니시아.

       

        나보다 족히 2~3배는 거대한 몸체.

        날개는 없으나, 그 대신 등에 거대한 나무와 작은 숲을 길러내는…… 기묘한 형태의 드래곤.

        그야말로 작은 섬과도 같은 드래곤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나에게 얼굴을 비빈다.

       

        초목룡(礎木龍) 아르나 헤니시아.

        여기서 내 딸의 신명인 ‘초목룡’에서 ‘초’는 ‘풀(草)’을 의미하는 게 아닌, ‘주춧돌(礎)’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딸의 신명을 따져 보면, 이런 의미가 된다.

       

        모든 나무가 시작된 용.

       

        그 이름대로, 헤니시아에게는 모든 나무들을 지배하는 권능이 존재한다.

       

        = 이 어미의 영역에는 무슨 일이냐.

       

        = 보고 싶어서 왔을 뿐이랍니다.

       

        쓱쓱슥…….

       

        반갑다는 듯 연신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비비는 헤니시아.

        나는 이제 나보다도 더욱 커져 버린 첫째 딸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조그마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나보다 이렇게 커져서는…….

       

        = 이렇게 왔으니 조금 쉬다 가거라. 임신한 몸으로는 움직이기도 힘들지?

       

        = 감사해요 어머니.

       

        헤니시아가 몸을 웅크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간만에 찾아온 딸에 나 역시 눈웃음을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따님 등장.

    본 소설은 작가의 뇌피셜에 기반하여 만들어졌습니다. 현실 고증은 에라 모르겠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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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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