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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언제까지 이러실 건가요?”

         

       브이로그만 찍어도 유투브 구독자 10만명이 가능할 것 같은 옥음이 흘러나왔다. 

       

       지금 복면녀는 사천낭인들의 시선을 쓸어 담고 있는 상황.  어딜 가도 보기 힘들 미모의 여성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황이다. 

       

       나 역시도 지금 압박을 당하고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면 복면녀의 미모를 느긋하게 감상하며 감탄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 파업 첫날과 이튿날에 복면녀에게 말을 거는 낭인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 낭인들은 모두 유사연에게 뒤통수를 가격당하고 도망쳤지만 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5일간 붙어 있다보니 복면녀가 눈에 밟힐 수밖에 없었는데 몸짓 하나하나가 치명적이라 나도 모르게 흠칫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좋은 상황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좋은상황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기는 한데. 그 이상으로 마음이 섬뜩했다는 것이 문제지. 지금까지 나오는 각만 봐도 어마무시한 절세미녀인데 대체 무엇 때문에 나에게 이렇게 집착하는지.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요?”

         

       “당신만한 스승이 없다고 추천을 받았으니까요.”

         

       “내가 소저를 거부하는 이유는 아주 많소. 첫째로 객잔주가 나한테 개지랄을 떨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중개인들을 압박해서 나를 엿을 먹였기 때문이고 셋째는 소저의 미색이 너무 뛰어나서 같이 다니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고 넷째로는 소저가 암살자나 쓰는 흑영기공을 5일째 쓰면서 얼굴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지.”

         

       아무리 흑립이 대두들도 충분히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프리 사이즈고 이 여자의 얼굴이 조막만해도 턱선 말고 이목구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흑영기공]은 그림자 계열 무공을 익혔을 때 위력을 배가시켜주거나 은신술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무공. 설명만 들어도 떳떳하지 않은 무공인데 이걸 5일째 사람 면전에서 쓰고 있어? 온몸으로 수상함을 발산하고 있는 상황이지.

         

       문제라면 이 복면녀와 유사연이 절대 포기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나라고 영원히 이러고 있을 수 없다는 점이고.

         

       “그래 목적이나 들어 봅시다. 원하는 게 뭐요?”

         

       “사천낭인 중 최고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무공이나 영약을 구하셔야지.”

         

       “최강의 무인이 곧 최고의 낭인은 아니지요.”

         

       어째 복면녀가 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7년전 사천에 나타난 이래 의뢰 성공률 9할 3푼.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사지 멀쩡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길지 않은 사천 낭인의 역사를 뒤져 보더라도 호천안, 당신 같은 사람은 없어요.”

         

       “최고라는 단어는 자격 있는 이에게 주어지는 법. 무공으로써 최고가 아니라면 최고의 낭인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맞아요. 하지만 무공의 증진은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부분은 아니지요. 늘 노력은 하고 있지만 성취는 하늘에 달린 것. 사람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지난 5일간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했으니 생각은 지겹게 해 볼 수 있었다.

         

       파업 3일차가 넘어갔을 때부터 지금 이 일은 단순히 파업만으로 풀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유사연도 복면녀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 나도 대책을 세워야 했으니까.

         

       복면녀의 각오는 보통이 아닌 모양.

         

       복면녀의 흑영기공 운영이나 기척을 보아하니 못해도 절정 이상. 무림인의 일반적인 개념으로 볼 때 고작해야 이류 무사 따위가 제 의사를 무시하고 뒹굴거리고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노성을 터트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그걸 5일이나 참아주고도 이성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니…사천낭인의 정점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렇게까지 나한테 맞추어 준다면 전우조가 되어 주지 못할 것도 없다.

         

       내 지시만 따라 준다면야 어느 정도 명성 수치 관리가 가능할 테니까.

         

       대외적으로 했던 말을 번복하는 셈이지만 이 객잔의 낭인들 중에서 정말로 내가 이기리라고 생각한 낭인은 없을 것이다. 결국 유사연과 나는 수직적 갑을관계니까. 사장님 이겨먹는 직원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애초에 내가 하는 행동은 저항에 불과했다.

         

       대충 일주일 이 난리를 피웠으니 낭인들 사이에서도 졌지만 잘 싸웠다 정도로 평가해주었으면 좋겠네. 한동안 놀림거리가 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어쩌겠어 이게 을의 서러움이지.

       

       패배한 을이 될 수밖에 없다면 절세미녀를 옆에 끼고 다니는 을이 되겠다. 

       

       이쯤되면 사실 이긴 게 아닐까?

       

       내 소중이가 뇌를 지배하려고 시도했지만 고개를 흔들어 제압했다.

       

       “흐으음…”

         

       호천안으로는 벌써 8년이나 살았다. 

       

       무림천하에 떨어진지 1년만에 나는 이류의 한계에 도달했고, 2년동안은 그 이류의 벽을 넘고자 내 역량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 했다. 그리고 싹 다 실패했다. 

       

       그러니 도박기술을 수련하면서 숨 죽이며 살고 있었지. 

       

       그러나 여일예를 만나고 이 숨죽임은 끝이 났다.

       

       경지에 비해 명성치가 높아지면 죽는다 죽는다 말했지만 그렇다고 명성치가 높아지자마자 바로 죽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에 비유해 볼까? 내가 언제 죽을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며칠 뒤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베드 앤딩이나 게임 오버를 맞이해서 다시 게임을 시작해야 할 로딩 포인트를 고른다면 그건 분명 여일예를 만나기 전이 될 것이다. 

       

       지금의 나는 막 그 포인트를 지났다. 

       

        이제 호천안이라는 이름이 어딘가에서 거론되고 언급되며 나라는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눈 앞의 복면녀도, 그리고 이 복면녀를 주선해준 유사연도 마찬가지다. 

       

       내 이름에 명성이 달리고 그로 인해 나에게 무언가를 바라게 된 자들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복면녀는 내가 필요하거나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내 앞에 나타났을 것이고 유사연 역시 그냥 낭인객잔의 낭인들 중 한명이었던 나에게 이번 일로 어떤 기대를 가지거나 나에 대한 평판을 수정했겠지. 

       

       이런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 나타날 것이고 언젠가 휘말리고 또 그러한 일들로 위해 위험에 처하겠지. 

       

       그리고 그 위험을 극복하다가 언젠가 실패해서 떠올리기 싫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눈덩이를 굴리지 않았으면 아무 일 없었겠지만 이제 눈덩이는 산등성이를 떠났다. 내가 용을 써서 눈이 구르는 속도를 늦추고 늦추더라도 구르기 시작한 눈덩이는 언젠가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크기가 되어 나를 깔아뭉개겠지. 

       

       저 눈덩이에 깔아뭉개지지 않으려면 이류 그 이상으로 날아 올라야 했다. 

       

       그러니 언젠가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그 승부수를 띄워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낭인이 되고 2년간 모든 수를 다 동원했지만 이류를 돌파할 길을 찾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는 또 다르다.  여일예의 은원패도 쥐고 있고 복면녀 역시 한동안 같이 활동할 테니까. 여차하면 유사연의 힘도 빌릴 수 있지 않을까?

         

       경지가 이류인 상황에서 이 정도 고수들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다.

         

       문제라면 역시 값이다. 

       

       복면녀는 진심모드의 호천안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 호천안 일생일대의 도박에 어울리는 판돈을 저 면사녀는 지불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 셈은 어떻게 치룰 생각이오?”

         

       “무엇을 원하시나요?”

         

       “원하는 것은 있으나 한번 맞춰 보시겠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다. 제시? 그런 건 배고픈 사람이 해야지. 생각해 놓은 대가는 있지만 우선 제시는 받아 봐야 하는 법.

         

       -소환단을 드리겠어요.

         

       “부족해.”

         

       복면녀는 침묵했다.

         

       소환단.

         

       무림에 영약은 많지만 각 문파들에서 판매하는 영약의 선호도를 조사하면 그 중 1위는 아마 무당이나 소림이 될 것이다. 단순하게 소림이나 무당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무당과 소림파는 문파의 명성과 무관하게 축적된 연단기술의 수준이 매우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공의 특성을 가리지 않는 자연지기에 가장 가까운 영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영약이라도 내가 못 먹으면 그저 그림의 떡일 뿐.

       

        누구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연지기에 가까운 소환단과 태극환은 안정성과 범용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내공증진 효험 이상의 가치가 있다. 

         

       대환단 같은 최중요 영약은 바깥에 판매하지 않으니 금전으로 구매 가능한 최고의 영약은 소림의 소환단 혹은 무당의 태극환이다. 실제로도 게임에서 재화로 살 수 있는 최고 영약은 저 둘 정도.

         

       소환단 이상의 영약을 사기 위해서는 해당 문파의 공헌도가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서 문파의 은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

         

       아무튼 다시 소환단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소환단을 먹으면 어떤 폐급 2류라도 1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나만 빼고 말이지.

         

       현 상태의 나로써는 소환단이 아니라 대환단을 다스로 삼킨다고 해도 일류가 될 수 없다.

         

       소환단으로 받느니 차라리 돈으로 받는게 나은 것이 내 상황.

         

       “그런 건 아무래도 좋소. 당신이 의뢰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 나의 과거요.”

         

       “…무슨 의미죠?”

         

       “나의 출생. 혈통. 그것을 알아오는 것이 내 조건.”

         

       나의 한계경지가 이류로 고정된 것은 어디까지나 [잡혈] 때문이다.

         

       최종경지 -?

         

       적어도 –1은 되었을 테니 일류무사까진 오르겠지.

         

       잡혈, 하늘이 보장하는 천함. 이게 지금 나를 막는 가장 큰 관문이다. 대체 이 잡혈이라는 건 뭘까? 내가 이 무림천하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종경지를 뭉텅 깎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패널티다.

         

       10년이 넘게 이 게임을 했는데 저런 특성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 잡혈이라는 특성은 분명 무언가 있다.

         

       나는 이 특성을 이해하고 파훼해야만 한다.

         

       그러나 나는 이 호천안의 과거를 모른다. 그저 어느 날 트럭에 치여 열 다섯 살 호천안이라는 캐릭터가 되었을 뿐.

         

       복면녀는 말이 없다. 뭐 저 여자 입장에서도 내가 정보를 요구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이 ‘내가 정보조직 출신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라고 생각하며 당황하는 기색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말이지, 흑영기공 같이 어둠에 종사하는 기술을 보여주면서 사천낭인의 의뢰 현황 같은 은닉 정보를 알고 있다고 제 입으로 말해주었는데 이 정도로 단서를 흘렸다면 정보조직 출신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흑영기공으로 눈빛마저 완벽하게 가리고 있는 복면녀의 속내는 알 수 없는 일이었고 제법 오랜 시간 고미하던 복면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지만…최선을 다한다고는 약속해 드리겠어요.”

         

       “그래 그걸로 합의 본 걸로 합시다.”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여자가 정말로 내 과거를 알아오지 못한다면 내가 그녀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날은 오지 않을 테니 알아서 잘 해야 할 것이다.

         

       “그럼. 앞으로는 말을 편하게 하도록 하지. 앞으로 뭐라고 불러야 할까? 적어도 부를 호칭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

         

       “….묘(猫)라고 부르시길.”

         

       “좋다. 너는 오늘부터 흑묘라고 부르지. 불만은 받지 않겠다.”

         

       “어감이 별로군요…”

         

       “네가 선택한 이름 아닌가? 아무튼…그래…한동안 잘 부탁하지.”

         

       나는 손을 내밀었다. 중원에는 없는 악수라는 풍습에 흑묘는 내 손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다가 내 손을 잡았다.

         

       뭐 하나 알지도 못하는 흑묘라는 여자와 동료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 공모전 마감이 오늘이었네요. 금요일까진줄 알았는데…

    공지를 제대로 읽어봐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안에 다섯편이 올라갑니다.

    깔깔 난 오늘 뒤졌다.

    ——-

    막이 내리고…무대의 뒷편…

    작가:천안아 잡혈이 왜 최종경지 -1이 최소라고 생각해? -0일수도 있잖아.

    호천안:(공동지진)

    호천안:시, 시발 진짜 -0이면 나 운다?

    작가: ㅋㅋ

    호천안:나 진짜 운다? 바지에 똥도 싼다?! 어?! 시발 이거 존나 진심이라고!!

    작가: ㅋㅋ 아 왜 진짜 울라고 해 야 최종경지 -0인게 말이 되냐

    호천안:하아, 진짜지 진짜진짜진짜 맞지?

    작가:아 ㄹㅇ임 안그럼 스토리 진행이 안되잖음

    호천안:5252 작가 믿고 있었다구! 우효wwwww 전혀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흑묘:(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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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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