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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타르타로스의 이야기 – (2)

       

       

       

       쿠웅! 쿵!

       

       아버지, 크로노스가 두터운 청동을 치는 소리가 지하를 울린다. 

       티탄 신족 제일의 강자답게 청동 문 근처의 뜨거운 열풍을 견디며 문을 두드리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데스, 세계의 패권을 제우스가 쥐었다는 소리는 들었다!”

       

       열풍 때문에 고통이 느껴지는 듯 마치 짐승과 같은 울부짖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힘을 끌어올린다.

       

       나는 허리춤의 스틱스 검에 손을 가져다대고 청동 문 근처로 다가갔다. 

       헤카톤케이레스 형제들은 그냥 무시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어차피 저쪽은 내 목소리를 들었다.

       

       계속 3형제를 귀찮게 하지 못하게 여기서 풀려날 수 있다는 희망을 꺾어버려야겠다.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입니까?”

       “물론 상관이 있지! 너는 정말 이 어두운 저승의 주인으로 만족하느냐?!”

       

       무슨 소리를 하려나 했건만..

       방금 내가 3형제들에게 들려준 바깥 소식으로 이간질을 하려는 건가.

       

       “날 풀어주면 제우스 그 빌어먹을 놈을 몰아내고 너에게 하늘 아래의 모든 것을 나눠주겠다!”

       

       나는 권력 따위는 관심 없어.

       하물며 자기 자식들을 죽이려고 하고 전쟁까지 일으킨 당신이 날 권력으로 회유하려 해?

       

       “그 어떠한 여신도, 레아만 제외하면 네게 안겨주마! 상상해 봐라, 그 아름다운…”

       “헛된 희망은 버리시고 영원히 갇혀계시죠.”

       

       아직도 문 너머에서 열풍에 버티고 있다니 대단하네. 

       

       “어째서냐?! 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그 흉측한 놈들이 지키고 있지만 너 정도라면 잠깐 문을 여는 것은 가능할 터!”

       

       ‘그 흉측한 놈들’이란 할아버지 우라노스가 타르타로스에 던져버리고, 

       크로노스가 그대로 방치한 헤카톤케이레스 형제들을 말하는 것.

       

       그들은 크로노스의 말을 듣고는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을 더욱 구겼다. 

       한때나마 세계를 다스리던 주신이 이토록 무례한 성격이였으니 우리에게 패배했지.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당신을 풀어줄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

       

       내가 계속 거절하자 크로노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크으.. 하데스! 이 아버지가 붙쌍하지도 않느냐! 너는 나와 레아의 자식이다!”

       

       

       

       * * *

       

       

       

       저승의 군주, 하데스는 신들 중에서 손꼽히는 선신(善神)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명계의 신이 선신이라는 건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적어도 레테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3주신이라는 높은 지위를 가졌으면서 자신 같은 하급신들도 존중해주는 성품.

       부유함의 신인 플루토이기도 하면서 팔찌와 같은 흔한 치장도 하지 않는 소탈한 모습.

       항상 자신의 백성이 된 영혼들의 삶을 고민하는 성군의 면모.

       저승의 권세보다는 짧은 생을 살아가는 필멸자를 생각해주는 자비로운 신.

       

       같은 3주신인 제우스나 포세이돈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특히 마음에 드는 여신이 있다면 강제로 취하는 그 둘과 다르게 하데스는 자신의 형제들과 같은 무뢰배가 아니였다.

       

       종종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고 다닐때면 시선이 닿는 것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 남색을 즐기는 것도 아닌데..

       충분한 힘과 권위도 있으면서 어째서 여신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일까?

       

       그런 그였기에 그녀가 하데스에게 빠져들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데스는 모르겠지만 저승의 안주인을 노리는 여자들은 굉장히 많다.

       

       올림포스의 여러 여신들, 스틱스 여신, 특정한 물체나 자연에 깃든 요정인 님프들..

       마지막으로 망각의 여신 레테 자신까지.

       

       그래서 방금도 은근하게 망각의 권능을 집중시켜 사심을 채웠다.

       결국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이 들켰지만 자신을 크게 나무라지 않고 넘어가 준 그가 좋았다. 

       

       그렇게나 상냥한 선신(善神)이 지금 진심으로 격노한 것을 레테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아버지라고 했습니까?”

       

       청동 문 너머를 노려보는 명계의 신이 사납게 비틀린 미소를 짓자 저승 전체가 흔들린다.

       그의 모습은 칠흑같이 싸늘한 신력으로 뒤덮여 어둠의 형상으로 변했다.

       

       단 한마디로도 그의 감정이 얼마나 요동치는지 느껴졌다.

       대홍수 건으로 이리스를 통해 올림포스에 경고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분노.

       

       막강한 신력의 방출에 레테는 하염없이 뒤로 물러섰다.

       티탄 전쟁에서 활약한 헤카톤케이레스 형제들도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하데스의 등을 주시했다.

       

       그의 격노를 모르는 듯, 청동 문 너머의 크로노스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너와 내가 비록 험악한 관계였으나 우리는 부자(父子)지간이 아니냐! 네가 태어나 레아의 품에 안겼을 때를 기억..”

       “할 수만 있다면 내 몸에 흐르는 당신의 피를 전부 뽑아내고 싶은 마음입니다만.”

       

       강렬한 감정이 터져나와 하데스가 서 있는 바닥이 갈라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놈이 감히! 내 아버지의 피로부터 태어난 것들이 너희를 심판하리라!”

       “에리뉘에스(Erinyes)들은 저와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제 성채에 방문했었죠.”

       “뭣이?!”

       

       크로노스의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흉물이란 복수의 세 여신, 에리뉘에스를 말하는 것.

       우라노스의 잘린 성기의 피에서 태어난 그들은 모두가 꺼려하고 기피하는 자들이였다. 

       

       망각의 여신 레테는 지하 세계에서 거주하는 그녀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티시포네(Tisiphone), 알렉토(Alecto), 메가이라(Megaera).

       이 세 여신들은 청동 날개와 피 흘리는 눈, 뱀의 머리카락을 한 복수의 여신들.

       

       온갖 죄를 처벌하지만 특히 근친(近親)살해에 복수를 가하며 그 중에 패륜 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무시무시한 복수의 여신들이였지만 명계의 왕은 허물없이 그들에게 다가갔고, 이제는 종종 친분을 나눌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그쪽이 먼저 저희를 죽이려 했지 않았습니까? 에리뉘에스들은 당신의 생각처럼 바보가 아닙니다.”

       “하데스! 내가 너희..”

       “명계의 주인으로서 말하는데,”

       

       하데스의 싸늘한 목소리가 시간과 농경의 신의 말을 끊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말은 일종의 선포임과 동시에 법칙이 되었다. 

       

       저승의 신의 신격을 건 선언이 크로노스를 옥죄었다. 

       운명에 간섭하는 정도는 아니였지만 최소한 이 지하에서만큼은 거부하기 힘든 힘을 담은 예언이 되리라. 

       

       “당신은 영원히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크으.. 네.. 네놈이라고 다를 줄 아느냐..! 결국 너도 네 권위를 위협할 자가 생기면…”

       

       청동 문 너머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진다. 

       아무리 크로노스라고 해도 더 이상은 휘몰아치는 열풍에서 견딜 수 없었던 모양. 

       

       목소리가 천천히 사라지자 하데스 역시 감정을 가라앉혔다.

       소름끼치도록 불길한 검은 형체가 사라지고 다시 음울한 인상의 남신으로 돌아온다. 

       

       그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헤카톤케이레스들에게 입을 열었다. 

       

       “하아.. 저승이 흔들려서 영혼들이 많이 놀랐겠네. 미안하지만 나는 이만 돌아가보겠어.”

       

       “으음.. 그럼 다음에 또 보지.”

       “오늘은 회포를 풀기에 좋은 날이 아니였군.”

       “안심하고 돌아가, 이곳은 우리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역시 그는 선신이 맞다. 

       

       

       

       * * * 

       

       

       

       미친 자 같으니라고. 내 아버지랍시고 혈연에 호소하다니, 내가 넘어갈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뭐? 하늘 아래를 나눠주고 여신들을 안겨줄테니 풀어달라?

       

       정신나간 소리를 하던 중죄인 때문에 저승이 조금 많이 흔들렸잖아. 

       간단한 감정 통제도 제대로 못 하다니, 군주로서 좋지 않은…

       

       “저기.. 하데스.”

       

       저승으로 돌아가는 날 따라서 아까부터 조용히 걸어오던 레테 여신이 입을 열었다. 

       평소와 같은, 멍해보이는 얼굴이였지만 어쩐지 날 동정하는 것 같았다. 

       

       “방금 기억, 제가 조금 희미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는데요..”

       “…괜찮습니다.”

       

       크게 격분했던 날 생각해서 해준 말이였지만..

       그래도 그럴 정도는 아니다. 그냥 기분만 조금 불쾌했을 뿐. 

       

       일단 내 감정보다는 방금 지진에 놀란 지하 세계의 백성들을 챙겨야 한다.

       돌아가면 스틱스 여신이 또 잔소리를 하겠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이곳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이 잔뜩 긴장해 무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방금 내 실수로 인해 적이라도 침공한 줄 알고 있는 모양.

       

       “하데스님. 지하 깊은 곳에서 진동이..”

       “타르타로스의 죄인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며 그들을 지나쳤다.

       어서 성채로 돌아가 업무나 봐야겠군.

       

       “하데스 님!”

       “모르페우스? 무슨 일이지.”

       

       연두색 머리가 인상적인 남신, 꿈의 신 모르페우스(Morpheus).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신 닉스의 아들인 그는 지하 세계의 신 중 하나였다.

       

       잠의 신 휘프노스처럼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이던 그였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굉장히 다급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밤이라 지하를 잠시 떠나 이승의 생명들에게 꿈을 전해줘야 할 시간일텐데.

       

       “허억.. 저승의 입구에 피투성이가 된 헤르메스 신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여기서 복수의 여신 에리뉘에스들은 우라노스의 잘라진 성기의 피가 대지에 떨어져서 태어났습니다.
    + 아프로디테는 바다에 떨어진 피거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음.. 신화와 완벽하게 소설 내용이 같지는 않습니다.
    하데스를 제외하고도 다른 부분도요.. ㅎ

    그리고.. 요즘 날씨가 많이 더운데 다들 폭염 조심하세요..

    다음화 보기


           


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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