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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아직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다만 나는 하늘을 부수고자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유다. 나는 전생자였기에 하늘에 형체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

       

       비유를 떼고 말하자면 나는 내 주먹이 하늘에 닿는 것을 보고 싶었다.

       

       땅에서 내지른 주먹의 여파가 하늘까지 닿아 구름을 반으로 가르는 풍경을 떠올려보라.

       

       멋있지 않은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항상 모자란 것은 위력이었다.

       

       나의 주먹은 산에 구멍을 내고. 바위를 가루로 만들었으며. 여러 무림인의 강기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지만 하늘에 닿지는 못했다.

       

       설령 하늘에 닿았다 한들 구름에 자그마한 구멍을 냈을 뿐 내가 원하던 광경을 이룩하지는 못했다.

       

       위력. 위력. 필요한 것은 위력뿐이었다.

       

       단순히 하늘에 닿는 것이 아니라 하늘은 반으로 갈라버릴 주먹을 나는 바랐다.

       

       부단히 노력을 거듭하던 어느 흐리던 날. 산 정상에 선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얼마 안 가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있던 태양이 먹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나는 나의 신권을 완성해냈다.

       

       

       *

       

       검은 것의 입 근처의 공기가 흐릿해졌다. 그만한 압박이 더해진 것이다. 얼마 안 가 쏘아지겠군.

       

       상쇄 시킬 수 있을까. 꿰뚫을 수 있을까. 저 막대한 기운을 무마 시킬 수 있을까.

       

       확신은 없었다. 이런 일을 할 때에 확신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내가 무언가 일을 벌일 때에는 그것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었지. 내가 승리를 확신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말이다. 재밌을 것 같지 않느냐. 검은 것의 입에서 쏘아질 숨결을 내 주먹 하나로 없애버리는 일은.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과거 하늘을 가르길 원했을 적에 나는 항시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같은 힘으로 더 큰 위력을 낼 수 있을까를.

       

       당시에도 본인은 천마였고 나의 강권은 무림의 누구와 비교해도 우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럼에도 하늘을 반으로 가르는 것은 고된 일이었다.

       

       더욱 강한 권을 추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바라는 걸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방법을 바꾸어야 했다.

       

       여러 고민 끝에 내가 도달한 결론은 압축이었다.

       

       내 몸 안에 머무르는 내기를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서 발에다 싣고 진각을 밟음과 동시에 내 몸을 총으로 삼아 기운을 쏘아내는 것.

       

       나의 강기는 기만으로 대지에 금을 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만한 것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 쏘아내면 어찌 되겠는가.

       

       그것은 대지에서 하늘로 내리치는 벼락이었다.

       

       지금 아피스의 내가 가진 내기는 하늘을 가르던 당시보다 적다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 저 검은 것이 아무리 대단한 존재라 한들 어디 하늘보다 높을까.

       

       자아. 와라. 그대가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듯 나도 그대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으니.

       

       이건 내기다. 둘 중에 선물의 크기가 더 작은 쪽이 목을 바치는 게다.

       

       검은 것의 입 주변에서 흔들리던 공기가 멈췄다.

       

       온다.

       

       권의 기본은 언제나 같다. 단순히 팔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이용해서 내질러야 한다.

       

       발에서. 다리에서. 허리에서. 어깨에서. 팔에서 손목에서. 손끝에서.

       

       앞으로.

       

       나의 신권과 검은 것이 내뱉은 호흡이 부딪힌다.

       

       소리는 없었다. 소리를 전달할 공기마저 모두 다 박살났기에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그저 압박감뿐이었다.

       

       격돌이 끝나고 흩어졌던 공기가 되돌아오며 막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흙먼지가 눈앞의 시야를 가렸다.

       

       허나 그 존재감만큼은 가릴 수 없었다.

       

       방금 전 격돌에서 승자는 없었다.

       

       무승부.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상쇄한 셈이었다.

       

       허어. 큰일이 났구나. 모든 힘을 다해 내지른 공격이었거늘.

       

       상대도 전력을 다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건 너무도 희망적인 망상이었다.

       

       “인정하마. 이번은 네 승리다.”

       

       이 곳이 무림이었다면 기쁜 마음으로 패배를 인정했겠지.

       

       허나 여기는 무림이 아니었다. 심지어 현실도 아니었다. 이 곳은 어디까지나 게임 속의 세상이었다.

       

       플레이어의 특권은 무엇인가. 자신이 바랄 때까지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찾아오마.”

       

       그 때는 반드시 이길 것이야.

       

       [패배!]

       

       정신을 차리니 방패기사가 나를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걸 판명할 수는 없다만 크게는 경외와 두려움. 신기함 정도일까.

       

       “아해야. 네가 옳았다. 네 비수는 무척이나 날카로웠어.”

       “그렇죠?”

       “덕분에 즐거웠다. 그러니 조금 더 어울려다오.”

       

       패배한 채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더냐.

       

       자아. 빨리 재전을 받아 들이거라. 그리고 저 검은 것을 다시 불러 내거라. 이번에는 패배하였으나 다음번에는 다를 것이야.

       

       직접 신청을 보냈음에도 방패기사는 내 청을 받지 않았다.

       

       “왜 받지 않는 게냐?”

       “화령님. 이번이 저희가 약속한 열 번째 판이었거든요? 저도 사람이라 힘이 들어서요.”

       “괜찮다. 그대는 외신을 불러낸 후에 멀리서 구경하기만 하면.”

       “안녕히… 아. 잠시만. 진짜 해요? 하라고? 아니 이건. 이건 아닌데. 나 죽어요.”

       

       무어라 말을 하려던 방패기사는 갑자기 저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자신의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테지.

       

       부디 그 쪽에서도 나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대들도 한 인간이 거대한 존재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 아니냐.

       

       “에라. 모르겠다. 저기. 화령님.”

       “무어냐.”

       “님. 개못하잖아요.”

       

       [상대가 떠났습니다.]

       

       허?

       

       …

       

       감히 이 몸을 농락해?

       

       오냐. 알겠다. 그 뜻을 아주. 아아아주. 잘 알겠어. 그러니 네가 바라는 대로 해주마.

       

       그대는 머잖아 알게 될 것이야. 그대가 도발한 상대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내 친히 알게 만들어 주마.

       

       *

       

       방송을 끝마치고 침대에서 커뮤니티 화제글을 둘러보던 엔리는 화령이라는 유저의 영상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화령이라는 유저는 천마를 플레이 하는 사람들의 로망을 한 자리에 뭉쳐놓은 것 같은 사람이었다.

       

       고고한 걸음걸이나 눈짓. 오만한 어투와 그를 뒷받침하는 실력까지. 그야말로 천마 그 자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특히 데케이를 농락하는 모습은 엔리에게 통쾌함을 가져다주었다.

       

       데케이는 터렛의 여러 아피스 유저 중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직 프로를 데려와야 한다고 불리는 괴물.

       

       엔리가 데케이에게 저격을 당해 실패한 미션만 해도 몇 개던가. 돈으로 따지면 가히 수십 만원에 달할 것이다.

       

       꼭 한 번 골려주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해 이루지 못했던 것을 대신해서 이루어 줬으니 찬양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데케이가 날린 회심의 일격을 피하면서. ‘좋은 노림수였다. 허나 부족했구나.’ 라니.

       

       캬아. 영화냐고. 젠장.

       

       상대에 대한 악감정을 빼고서라도 화령이라는 유저는 너무나 멋있었다.

       

       터렛의 클립 순위 1 ~ 10위가 모두 화령에 관한 영상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도 그리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엔리가 열 번도 넘게 돌려 본 ‘노림수’ 영상은 놀랍게도 2위였다. 그보다 더 멋있는 장면이 있는 것이다.

       

       1위의 제목은 바로 ‘천마펀치’였다. 신전의 이스터에그인 외신이 날리는 즉사 패턴을 주먹으로 상쇄시키는 영상이었다.

       

       인간의 주먹과 신의 힘이 부딪히고. 공기가 터져 소리가 사라지고. 압박감만이 흔들리다가 폭풍이 몰아치며 신전 전체가 흙먼지에 뒤덮이는 모습은 멋있다는 말로는 표현을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엔리가 잠을 포기하고 다시 아피스를 킬까 고민 했을까.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 걸까.

       

       사람들의 추측에 따르면 아피스의 뉴비인 건 확정이고. 다른 게임 프로를 하다 온 사람이거나, 현실에서 무술을 배운 사람일 거라고 하는데.

       

       뉴비인데 저만한 실력이라니. 나한테도 저런 재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시청자들한테 놀림 받을 일도 없을텐데.

       

       오늘 엔리의 계급장 색깔이 금에서 은으로 바뀌자마자 환호성을 내지르며 놀려대던 시청자들을 떠올린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두고보자. 이 엔리 스콧. 지금은 두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그건 앞으로 네 걸음 나아가기 위한 후퇴일 뿐.

       

       나의 목표는 언제나 푸르디 푸른 플레티넘 땅일지니!

       

       – 띠리리리

       

       혼자 무릎을 꿇은 채 난리를 치던 엔리는 갑자기 울린 전화벨에 허둥지둥거리다 넘어져서는 얼굴을 바닥에 박아버렸다.

       

       아야야. 이 시간에 도대체 누구야. 스팸이기만 해봐라. 아주 나쁜 말을 해줄 테니까.

       

       스마트 폰에 떠오른 이름은 ‘백아라’였다.

       

       응? 아라 씨가 왜 전화를?

       

       맞다. 오늘 아피스 해보고 후기를 남겨달라고 했었지.

       

       어땠으려나. 재밌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가 생긴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인걸.

       

       “여보세요.”

       “아라씨. 아피스 해봤어요? 어땠어요?”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을 빼곤요.”

       

       전화 너머로 이를 가는 소리가 났다.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걸까. 아피스엔 뉴비를 괴롭히는 고인물들이 많으니까. 고역을 겪었을 지도.

       

       엔리는 조심스레 어떤 식으로 게임을 했는지를 물어보았다.

       

       다행히 백아라는 아피스를 나쁘지 않게 즐긴 것 같았다.

       

       프롤로그도 즐거웠고. 일반게임에서 사람들과 맞붙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당장에 게임을 접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엔리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무렵 백아라가 질문을 하나 꺼냈다.

       

       “엔리. 이 게임 커스터마이징은 나중에 바꿀 수 있나요?”

       “가능은 하죠. 근데 한 번 정하고 나면 한 달 동안 못 바꿔요. 왜요? 이상하게 커마했어요?”

       “그런 건 아닙니다. 튜토리얼에서 받은 비녀를 끼고 싶은데 머리가 짧아서요.”

       

       튜토리얼에서 비녀를? 엔리는 혹시나 싶어 아라에게 천마 튜토리얼을 한 게 맞느냐 물었다. 아라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상했다.

       

       엔리도 천마 튜토리얼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비녀 같은 보상은 없었다.

       

       있는 거라곤 삼장로께서 친히 주제파악을 시켜 주는 일 밖에는.

       

       생각이 멈추고 혹시나라는 단어가 엔리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럴 리 없지만 만약.

       

       “저. 아라 씨. 삼장로를 쓰러트리셨나요?”

       “네.”

       

       그게 뭐 대수롭냐는 듯한 대답에 엔리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거짓말?… 일리는 없지.

       

       얼마 전까지 VR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야. 아피스에서 삼장로를 쓰러트린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조금도 모를 게 분명해. 그런데 왜 거짓말을 하겠어.

       

       누구는 몇 시간을 박아서 겨우 삼장로에게 상처 하나 입히고 인간 승리라며 칭찬 받았는데. 누구는 하루 만에 삼장로를 쓰러트리다니.

       

       재능의 차이가 적당했다면 허무함을 느꼈겠지만 그 차이가 너무도 크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엔리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건 그저 경외감 뿐이었다.

       

       이게 재능이라는 거구나.

       

       어? 잠시만. 천마라면.

       

       “오늘 일반게임도 돌리셨다고 하셨죠?”

       “네.”

       “몇 연승 하셨나요?”

       “45연승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거기서 꺾였죠.”

       “…아라 씨 닉네님이 화령이에요?”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엔리는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아니 지금 아피스 커뮤니티를 불태우고 있는 천마를 아피스로 데려 온 사람이 나라고?

       

       나. 나중에 화령이라는 유저 분을 방송에 초대해서 사인을 받을 계획까지 세워 뒀었는데!

       

       엔리는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한참 동안이나 침대 위에서 발을 굴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감사합니다. 선작이 드디어 100을 넘겼습니다! 와!
    뭔가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좀 더 열심히 해보기로 했습니다.
    글이 여러분에게 재밌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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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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