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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이세린이 이 설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한 그날 이후, 이틀이 더 지났다.

         

        튜토리얼에 들어온 지 13일 차.

         

        이세린의 상태가 다행히 호전되어 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반면 이 설은…

         

        ‘됐어… 죽지만 않으면 괜찮아…’

         

        평소보다 더 심각한 컨디션의 이 설이었지만, 그녀는 왜인지 모르게 쑤셔오는 가슴을 무시하며 탐사를 이어 나갔다.

         

        그녀는 선발대.

         

        앞에서 몬스터를 토벌하며 나아가야 하는 존재였다.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갔다.

         

        비록, 아직 성좌와 계약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몇 시간 뒤에는 튜토리얼을 클리어할 ‘던전’에 도달하게 될 터.

         

        이대로만 그면 문제없었다.

         

        그런데 씨발.

         

        문제가 발생했다.

         

        “오우! 쌔끈하신데?”

         

        “와… 형님 존나 예쁜데요?”

         

        하필이면 가는 도중, 범죄자 무리와 마주쳤다.

         

        17명.

         

        전원 남자.

         

        이리 저리 찢어지거나 헐어버린 주황색 수감복을 입은 그들은 제법 강했다.

         

        전원이 10레벨을 넘겼고, 가장 강한 이는 17레벨이었다.

       

        [상태창]

         

        [이름: 박진환]

         

        [레벨: 17]

         

        [성별: 남]

         

        [성좌: 피를 마시는 악신]

         

        [칭호: 튜토리얼 학살자]

         

        [특징: 가학, 폭력, 약자 멸시, 우월, 자만, 살생]

         

        [특성: 약자 탐색, 천살]

         

        [근력(상하): 18.9]

         

        [민첩(중상): 16.2]

         

        [마력(중): 13.5]

         

        [지력(중하): 10.8]

         

        [정신력(중상): 16.2]

         

        [총평: 적당한 밸런스가 잡혀있습니다! 전사가 되기에 적합한 몸입니다!]

         

        “박진환…”

         

        수백 회차 동안 튜토리얼에서 많은 살인을 저지르며 혼란을 줬던 씹새끼이자 흉악한 연쇄 살인마.

         

        이번 회차에도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고 범죄자들이 소환된 곳에서 최대한 돌아 갔건만 결국에는 또 마주했다.

         

        “저거 뭐야…? 범죄자…?”

         

        “어! 저거 박진환 아니야?”

         

        “그 연쇄 살인마?”

         

        “쟤네들이 여기 왜 있어?”

         

        60명이 넘는 인파가 순식간에 들썩 거렸다.

         

        “망할 나비효과…”

         

        그녀는 그리 중얼거리며 혼란스러운 군중의 앞에 서서 그들을 바라봤다.

         

        ‘그냥 달려들어서 죽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만일, 저들이 똑같이 달려들기라도 한다면, 지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큰 피해가 나올 터, 그렇게 된다면 굉장한 손해였다.

         

        죽어 마땅한 새끼들이었지만, 죽일 수 없다.

         

        우리가 데리고 있는 어떤 새끼와 굉장히 비슷한 처지인 그들.

         

        왜.

         

        하필이면.

         

        신은 저런 새끼들에게 좋은 기회 만을 줄까.

         

        참으로 원망스러워 하는 그때, 범죄자 무리 중 하나가 외쳤다.

         

        “어, 어! 형님 저거 이 설 아니에요?”

         

        “이 설?”

         

        “그놈 있잖아요! 예쁘장하게 생긴 아동 성범죄자 새끼!!”

         

        “아아! 그놈? 어어 진짜네? 저 새끼는 때리는 맛이 참 좋았는데.”

         

        저들이.

         

        이 설을.

         

        알아봤다.

         

        어?

         

        도대체 어떻게?

         

        이전 500번이 넘는 회차를 통틀어 처음으로 있는 일.

         

        도대체 왜?

         

        그리 생각하며 이유를 찾았다.

         

        이 설.

         

        작고 왜소한 몸.

         

        어리게 생긴 중성적인 얼굴.

         

        그리고.

         

        얼굴?

         

        “씨발…”

         

        다시.

         

        나비효과.

         

        이 설의 얼굴이 예상 외로 멀쩡했다.

         

        이틀 전, 이세린의 목조르기 이후로, 그녀가 주기적으로 이 설의 몸을 회복 시켰기 때문.

         

        이전 회차 모두, 이 설은 얼굴이 못 알아볼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회차의 경우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범죄자들이 이 설을 알아본 것일 터.

         

        제기랄…

       

       

       

        이번 회차는 제대로 풀리는 것이 없었다.

         

        ***

         

        어?

         

        어?

         

        저.

         

        사람이 왜.

         

        저기에?

         

        바, 박진환…!

         

        왜, 왜 여기 있는 거지?

         

        어어?

         

        저절로.

         

        저절로 몸이 떨렸다.

         

        24년 간.

         

        감옥에서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고문에 가까운 행위를 일삼던 그가.

         

        왜, 왜 여기 있는 거지?

       

       

        뇌가 따라가지 않았다.

         

        그 멍청한 머리가, 지금이 현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저 멀리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범죄자 무리들을 보고 내 바람은 산산조각 났다.

         

        전부 20살 정도의 얼굴을 한 앳된 청년들처럼 보였지만, 이 설은 알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전부 끔찍한 살인마였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인되었던 공포가 다시금 나를 찾아왔다.

         

        왜?

         

        왜?

         

        왜?

         

        “야! 이 설! 오랜만이다! 깜빵에서 나간지 꽤 지났는데도 아직도 니가 그립더라!!”

         

        “하, 하하…”

         

        “근데 이야! 여기서 만나네! 반갑다야!”

         

        “아, 안 대느은데… 지, 지짜 안 대는데…!”

         

        “근데 내가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무 괴롭혔던 것 같더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

         

        “대답.”

         

        “아, 아니헤여! 저, 던, 혀 아, 아니헤여…!!!”

         

        시선이.

         

        이곳으로 집중되었다.

         

        이곳에 있는 군중 모두가.

         

        힘겹고 갑작스럽게 외치는 나를 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이빨이 없어 발음이 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집중되는 것보다.

         

        저 멀리서 외치는 이가 더 무서웠다.

         

        “설아! 너도 나 그리웠지?”

         

        “다다다다, 다, 당연 하, 하뎌…!!!”

         

        “그럼 이리 와야지. 안 오고 뭐해 씨발.”

         

        “어, 어어…?”

         

        “어어는 얼어 뒤질 어어야. 빨리 와라. 내가 직접 가기 전에.”

         

        “아. 으. 아…”

         

        어, 어떻게 하지?

         

        가야 하나?

         

        저 검은 머리 여자도 강해 보이던데.

         

        근데 안 가면 어떻게 되지?

         

        만약에 박진환이 저 여자보다 강하면?

         

        어떻게 하지?

         

        근데 가면?

         

        나는 더 맞는 거 아니야?

         

        더 무서운 거 아니야?

         

        아니아니.

         

        여기에 있어도 맞는데 어떡하지?

         

        둘 다 무서워.

         

        나를 때리는 사람도 다.

         

        나 괴롭히는 사람도 다.

         

        내 목 조르는 사람도.

         

        내 몸에 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다.

         

        다.

         

        다.

         

        무서워.

         

        어떻게 하지?

         

        “그쯤 하세요.”

         

        “뭐야 넌? 쓰읍 졸라 예쁜데?”

         

        “… 하…”

         

        “하하, 기가 쎈 여자는 정복하는 맛이 있지! 그래서. 왜 막는 거지?”

         

        “이 설을 줘서 우리에게는 아무 득이 없습니다.”

         

        “흠… 여기에 득실을 따질 게 있나? 내가 내 껄 가져 가겠다는데?”

         

        “네, 있습니다. 이 설을 오히려 저희는 아군이 줄어들고, 당신들이 적일 시, 적이 하나 더 생기는 꼴이 됩니다.”

         

        “하! 적? 이 설이? 지랄. 저게 너는 싸움이라는 걸 할 수 있을 것 같냐?”

         

        “…”

         

        “이거 웃기는 년이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다짜고짜 적이라고 하고… 존나 기분 더럽게 말이야.”

         

        “그럼 딜을 합시다.”

         

        “딜? 무슨 딜?”

         

        “저희가 이 설을 내어 줄 테니, 저희를 공격하지 말아주세요.”

         

        “흐음… 그럼 우리 손해가 막심한데?”

         

        “그럼 저희도 이 설을 내어 주지 못합니다.”

         

        “하! 우리가 다 좆까고 너희 공격하면? 뭘 할 수 있는데?”

         

        “저희가 그 정도도 못 막을 것 같습니까?”

         

        “…”

         

        “마지막 기회입니다. 적으로 간주하기 전에 딜, 하시겠습니까?”

         

        “… 그래서 예쁜이. 이름이 뭐라고?”

         

        “이시현입니다.”

         

        “그래 시현아. 딜 하자고.”

         

        “… 좋습니다. 강원 씨. 이 설을 풀어주세요.”

         

        “시현 씨… 진심이야? 지금 이 새끼를 그냥 풀어주겠다고?”

         

        “어쩔 수 없습니다. 겨우 성범죄자 새끼 하나 때문에 여기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것 보단 훨씬 낫습니다.”

         

        “하… 씨발… 그렇긴 한데…”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는 이 설을 놓아줘야 할 때입니다.”

         

        “아, 알겠어…”

         

        스륵.

         

        내 몸을 묶고 있던 밧줄이 풀려났다.

         

        이렇게 쉽게?

         

        나.

         

        다시 저 지옥으로 돌아가는 거야?

         

        아.

         

        으아.

         

        몸에 칼로 그림 그려지기는 싫은데…

         

        어, 어떻게 하지?

         

        여기 있게 해달라고 빌어야 하나?

         

        근데 여기도 아픈데.

         

        너무 아픈데.

         

        어, 어떻게 하지.

         

        어떻게-.

         

        “이 설.”

         

        “네, 녜…!!”

         

        “빨리 안 와?”

         

        가기 싫다.

         

        너무나도 가기 싫었다.

         

        그럼에도.

         

        공포가 각인된 몸은 저절로 움직였다.

         

        “어? 왜 일어서? 개새끼가 두 발로 걸었나?”

         

        “네, 네헤!!”

         

        두 발로 걷던 나는 순식간에 손을 바닥에 집고 4족 보행을 시작했다.

         

        아.

         

        으.

         

        큰일 났다.

         

        “개가 왜 사람 말을 쓰지?”

         

        “와, 왈… 활왈…!!!”

         

        나는 다급하게 개 흉내를 냈다.

         

        24년 간 매일 해오던 그 행위.

         

        이제는 유전자에 각인될 만큼 당연시 되던 그 행위가 거리낌 없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나는.

         

        그 흉악한 연쇄 살인마에게.

         

        개처럼 기어갔다.

         

        혀를 내밀고.

         

        팔다리를 땅에 붙이고.

         

        사람이길 그만두면서 말이다.

         

        아하하.

         

        내 꼴.

         

        진짜 웃기겠다.

         

        그치?

         

        ***

         

        “이 자가 중간에 도망칠 수도 있으니 동행해서 그쪽까지 가겠습니다.”

         

        “호오. 그러면 우리야 좋지?”

         

        역겹다.

         

        지금 옆에서 기어가고 있는 새끼부터, 나에게 더러운 시선을 보내는 저 새끼까지.

         

        하나같이 전부 더럽다.

         

        씨발.

         

        “시현 씨…!”

         

        “지원 씨 진정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 하지만…”

         

        시현을 걱정하는 박지원.

         

        그 모습을 바라본 시현은 그녀에게 몰래 속삭였다.

         

        ‘신호하면 저들에게 공격하라’고.

         

        잠시 놀란 눈을 하는 박지원, 이내 빠르게 그 표정을 지우고는 범죄자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 상황을 바라본 그녀는 앞으로 기어나가는 이 설을 따라갔다.

         

        참.

         

        참으로.

         

        잘 어울린다.

         

        인간이길 그만둔 새끼가 말 그대로 짐승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참으로 어울렸다.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범죄자 무리에게 천천히 걸어 나갔다.

         

        이 설이 기어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기에, 그는 이시현보다 먼저 범죄자 무리에 당도했다.

         

        “와, 왈…!”

         

        박진범에게 개소리를 내는 이 설.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허리춤의 검에 손을 올렸고.

         

        스릉!

         

        순식간에 박진환의 목을 갈랐다.

         

        ***

         

        반전은 없었다.

         

        박진환이 피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

         

        예전부터 그는 남을 무시하고 자신을 우월하다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수백 회차 동안.

         

        그는 그 생각 때문에 이시현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퍽!!

         

        잠시 공중을 회전한 뒤.

         

        땅에 떨어지는 그의 목.

         

        그리고 쏟아지는 피.

         

        그걸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됐다.

         

        “도, 돌격!!”

         

        박지원이 외쳤다.

         

        이게 신호였다.

         

        사람들이 이곳으로 달려왔다.

         

        답이 없다 생각하는 범죄자 몇몇은 뒤로 도망쳤으나, 이시현은 그대로 머리와 몸통을 분리 시켜줬다.

         

        남은 범죄자들이 싸웠다.

         

        인원 수는 우리가 많았다.

         

        하지만.

         

        “아악!! 내 팔!!!”

         

        “오, 오지 마 이 씹새들아!!”

         

        “꺄아악!!”

         

        “잡았다 이 썅년!!”

         

        사람.

         

        이곳에 와서 몬스터나 겨우 잡아봤지, 정작 사람을 한 번도 죽여보지 못한 이들은 오히려 역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범죄자를 상대하고 있는 건.

         

        스걱!

         

        “끅!”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검을 휘둘러 범죄자들을 베어나가는 강아현 뿐이었다.

         

        “제기랄…”

         

        이시현은 그리 곱씹으며 하나하나 범죄자들을 처형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대장을 빼면, 그녀의 입장에서는 전부 어중이 떠중이에 불과했으니까.

         

        그렇게 3분.

         

        범죄자 17명.

         

        전체 사망.

         

        우리 쪽 사망자 10명, 부상자 27명.

         

        오늘 살인을 저지른 이는 총 일곱 명.

         

        이시현, 강아현, 박지원, 강원 등등등.

         

        제일 놀라운 건.

         

        그 일곱 명 안에는 힐러인 이세린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그렇게 결론적으로.

         

        싱겁지만 많은 상처를 안은 전투가 끝이 났다.

         

        전부.

         

        이 설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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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나를 523번 죽인 회귀자가 후회한다
Status: Ongoing Author:
After being falsely accused of being a sex crime murderer and serving time, I was summoned to another world. There, I awakened the ability to read minds and found out there was a regressor. But that regressor was regretting something about me. Why is he acting this way towards me? I don't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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