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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11. 폴리모프 (4)

       

       

       나는 평소처럼 출근을 위해 고지서가 잔뜩 달린 철문을 열고 출근길에 올랐다.

       

       “스읍 후- 새벽 공기는 언제 마셔도 기분이 좋단 말이야.”

       

       안개와 스모그가 5:5의 비율로 섞여,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새벽 공기의 촉촉함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좋네. 그럼, 오늘도 한번 열심히 일해 볼까.”

       

       돈을 빨리 모을 수 있으면 좋겠네.

       나는 한시라도 빨리 근무지에 도착하기 위해, 근처 노숙자에게 시비 걸리지 않기 위해, 다리를 재빨리 움직였다.

       

       “하나둘. 하나둘.”

       

       최근에 내 컨디션은 상당히 괜찮은 편에 속했다.

       매일 일을 나가고 있어도, 항상 느끼던 근육통과 피로감이 1도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피부가 좋아졌다는 소리까지 듣는 마당이다.

       그런데.

       

       “…오늘은 몸이 좀 이상하네. 왜 이러지?”

       

       기분은 똑같거나, 더 좋은 것 같다.

       평소라면 지금쯤 아주 가뿐하게 지하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달리 이마에서 땀이 삐질- 흐르고 있다.

       어제 나의 몸과 비교해 봤을 때.

       오늘은 몸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게 분명해 보였다.

       

       “뭔가 몸이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가…?”

       

       무언가 평소와 다른 위화감을 느끼며.

       나는 근무 지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가까스로 올라탔다.

       

       “하아… 하아…”

       

       

       평소보다 지친 몸.

       나는 땀을 닦아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고개를 잠시 숙이고 있으니, 등에 멘 가방이 내 몸을 짓눌렀다.

       그제서야 나를 괴롭히고 있는 녀석의 정체를 확실히 눈치챘다.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길 줄은 몰랐는데. 너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는구나. 뭐, 나이 어린 거 티 내는 거야?”

       

       이 자식들이.

       나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지퍼를 열어 안에 있는 녀석과 눈을 마주했다.

       내 예상이 적중하고 말았다.

       

       “가장 조용할 것 같던 네가 기어코 사고를 치는구나.”

       “…샤아-”

       “수련아.”

       

       푸른 눈의 드래곤.

       가방에 웅크려 숨어있던 수련이.

       지퍼 사이 작은 틈으로 바깥세상을 엿보고 있던 모양이다.

       나는 나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녀석과 아이컨택하며 이마를 짚었다.

       

       “아오, 이걸 지하철에 타기 전에 알아챘어야 했는데. 집에 돌아갈 수도 없고. 진짜 내가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샤아-”

       “뭘 잘했다고 울어. 울지마. 울고 싶은 건 나니까…”

       “…샤아-”

       

       수련이는 미안하다는 듯이 작게 울음소리를 냈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돌아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미안한 건 미안한데. 내 생각이 옳아.’

       

       수련이의 깊이를 모를 푸른 눈과 곧게 세운 턱이 그리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에휴-

       

       ‘돌아갈 수도 없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쩔 수 없지.’

       

       일단.

       

       “왜 나를 따라온 건지. 이유부터 말해줄래?”

       

       나를 따라오기 위해 이런 번거로운 짓까지 한 이유부터 듣기로 했다.

       

       

       ***

       

       

       지하철 구석에서 수련이는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샤아- 샤아아- 샤아아아아-”

       “음음. 그래그래. 그렇구나.”

       “샤아-”

       

       나는 수련이의 울음소리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수련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

       부모니까 자식의 얘기를 들어주는 의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뭐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얘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대충 알겠기도 하고.’

       

       산책하고 싶었다면, 내가 집에 돌아오고 나서 밖에 나가고 싶다 어필하면 된다.

       꼬리를 흔들던지, 문 앞에 가만히 서서 시위를 한다든지.

       신체 언어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걸 드래곤인 수련이가 모를 리도 없고.

       

       ‘그런데 굳이 내 가방에 숨어들었다는 건.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다고 보는 게 맞겠지.’

       

       가출하려고 했으면 말도 없이 집을 나가면 되니까.

       내 가방에 숨어들었다는 건, 바깥을 구경하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고 싶기 때문.

       부모인 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나를 따라 나온 게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는 육성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 자식 마음을 이렇게 잘 알아주는 부모가 어디있냐, 내가 생각해도 너무 훌륭한 부모같아. 그렇지 수련아?”

       “…샤아.”

       

       봐라.

       수련이도 맞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럼, 수련아.”

       “샤아-”

       “내가 바깥세상에 대해서 지금 대충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은 알려줄게.”

       

       지하철이니까 최대한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도록.

       어차피 출근 시간이라 인파가 많아서 눈에 잘 보이지 않을 거다.

       본다고 해도 드래곤이 아니라 애완 도마뱀이라 생각하겠지.

       나는 수련이가 밖을 제대로 볼 수 있게, 수련이의 머리만 가방 밖으로 빼냈다.

       

       빼꼼-

       

       “샤아-”

       

       이제 수련이는 밖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가방을 앞으로 멘 상태에서, 지하철 창문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먼저 우리가 어디에 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해. 현재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은 서울-07 구역. 우리가 사는 곳은 서울-09 구역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09 구역은 빈민가로 유명하다.

       내가 살고 있는 빌라에서 조금 더 멀어지면 마약과 장기 밀매와 같은 불법적인 일을 목격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내가 근무하는 서울-07 구역은 각종 산업 구역으로 형성되어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허들이 낮은 일자리가 많은 지역이며, 게이트의 출현율도 높은 편이다.

       

       “대충 서울 뒤에 붙은 숫자가 올라갈수록 환경이 좋아진다 생각하면 편해.”

       “샤아-”

       

       수련이는 창문에 빠르게 지나가는 짓다만 빌딩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닮은 명석한 두뇌로 잘 이해한 모양이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들도 갈 수 있긴 하지만… 그건 영웅들이나 헌터들이 돈을 벌려고 원정을 뛰러 가는 거니까. 나중에 알면 되고. 저 사람 볼래, 수련아?”

       “샤아-”

       

       수련이는 내 손가락을 쫓아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 하나를 눈에 담았다.

       내가 그 사람을 지목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저 사람 팔 보이지. 금속으로 된 팔.”

       “샤아-”

       “요즘 뜨고 있는 건데. 마력을 각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강해지려고 자기 신체를 개조하기 시작하고 있어.”

       “샤아-?”

       “알고만 있어. 사람의 몸이 금속으로 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 몸을 개조해서 강해진 사람이라는 걸.”

       “샤아-”

       

       수련이는 이번에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저 금속 팔이 부럽다.

       나도 몸을 저런 금속으로 개조하면 돈을 많이 벌고, 사람을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탐나고 질투도 생긴다.

       

       “나도 돈 벌면 나중에 개조나 해볼까…”

       “…샤아-”

       

       찰싹-!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수련이의 꼬리가 내 뺨을 강타했다.

       아프지는 않았고, 그저 의문이 들 뿐이다.

       

       “왜 그러니, 수련아.”

       “…”

       

       수련이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볼 뿐.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지 모르지만 저 신체 개조를 반대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지하철에서 수련이를 위한 교실을 열고 있자 하니, 결국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는 빼꼼 나와 있던 수련이의 머리를 눌렀다.

       

       “이제 다시 안에 들어가 있어.”

       “샤아-!”

       “반항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

       

       처음에 저항하긴 했으나, 군말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숨을 쉴 수 있는 구멍과 바깥을 엿볼 수 있으니.

       근무지에 도달할 때까지는 딱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자, 여기가 내 근무지야.”

       

       뭔가 큰 비밀을 가지고 직장에 출근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요상하다.

       나는 컨테이너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는 블루 드래곤에게 말했다.

       

       “수련아.”

       “샤아-”

       “얌전히 쉬고 있을 생각 있니?”

       “샤아- 샤아-”

       

       수련이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가만히 쉬고 있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이럴 때는 차라리 풀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네.’

       

       정신 사나운 애를 묶어 놓는다고 해서 덜 시끄러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게 자유를 줘!’라며 더 난리를 피울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적당한 자유를 주면서도 통제하는 방법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얌전히 쉬고 있을 생각이 없다면. 이걸로 딱 정하자.”

       “샤아-?”

       “나는 일을 해야 하니까. 너를 계속해서 확인할 수 없어. 그러니까. 1시간마다 네가 내 시야에 들어와서. 잘 놀고 있다는 걸 알려줘.”

       “샤아아…”

       

       흠.

       반응이 좋지 않네.

       수련이는 ‘내가 왜 그래야 하지…?’와 같이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그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나.’

       

       지금까지 수련이를 봐왔는데.

       수련이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드래곤은 그것도 힘든가…?”

       “샤, 샤아-! 샤아-!”

       

       겉으로는 아무리 쿨한 척해도.

       속으로는 아주 잘 긁힌다는 점이다.

       

       “인간이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샤아-! 샤아-!”

       “드래곤은… 그게 힘든가…?”

       “샤아-!! 샤아-!!”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크게 감정을 표현하는 수련이.

       수련이는 그 정도는 가뿐하다는 듯.

       스스로 가방으로 들어가 웅크려 앉았다.

       

       “그렇지. 드래곤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샤아-”

       “그럼 나는 일하고 올 테니까. 오늘 끝날 때까지 얌전히 하고 있어.”

       “…샤아.”

       

       자기가 당했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 빨리 도망쳐야지.

       나는 그렇게 수련이를 컨테이너에 두고 일하기 위해 나섰다.

       수련이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일을 해야만 맛있는 밥과 안전한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는 법.

       

       “저 왔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나와 드래곤을 위해 열심히 일을 시작했다.

       

       

       ***

       

       

       -보고 체계만 지키면. 내게 자유를 준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제안이야.

       많은 곳을 볼 수는 없어도, 적당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지하철에서 얻은 정보는 만족스러웠어. 하지만, 이런 기회가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겠어.

       

       뿅-

       수련은 가방에서 튀어나와 주변을 탐색했다.

       컨테이너 내부는 한기를 담고 있으며,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남겨져 있었다.

       

       -이곳에는 재미있는 정보가 없어. 밖을 나가봐야 하겠어.

       

       찰팍찰팍-

       수련은 바닥을 기어다니며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확인했다.

       환기를 위해서인지 창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저곳으로 나가면 되겠어.

       

       수련은 창문으로 나가 바깥.

       이하준이 근무하고 있는, 차원문에서 나온 마수들의 전리품이 널브러진 장소로 나왔다.

       그 마수의 전리품은 수련이 보기에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

       

       -전부 마력을 품고 있어. 순도가 꽤나 높아.

       

       모든 생물은 심장에 마력을 보관한다.

       마력은 순도가 높을수록, 능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인간들의 심장은 최하급의 마력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하준. 그 인간은 마력조차 없기도 하고.

       

       그래도.

       내 마력으로 생성한 물을 마시다 보면, 순도 높은 마력들을 저장할지도 모르지만.

       수련은 최근들어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이하준을 떠올리며, 이하준의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기어갔다.

       

       -흠.

       

       “이거 A-3으로 옮긴다. 곧 B파트도 오니까 다들 생각하고 있어.”

       

       그곳에서 이하준은 열심히 마수의 전리품을 들어 옮기고 있었다.

       무거운 마수의 전리품도 마다하지 않고.

       이하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을 참아내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집에서 봤던 표정과 다르게 진지하고,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수련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푸른 두 눈을 통해 기록했다.

       

       -저 남자는 TV와 비교하면 아주 초라한. 그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저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었나.

       

       지금 나라면 저 전리품을 한 번은 아니더라도, 세 번이면 다 옮길 수 있을 텐데.

       저 인간은 힘이 없어도 저렇게 열심히 물건을 옮기는 건가.

       

       -…보기와는 다르게. 진지한 모습이 있었네.

       

       이하준은 처음에는 드래곤을 팔아버리려 했다.

       그렇기에 수련은 자립할 수 있게 성장한다면 곧바로 그 집에서 나오려고 생각했다.

       언제 또 그런 마음을 먹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우리를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조금은 더.

       그 비좁은 집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임시 부모라는 호칭은 마음에 안 들지만.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수련은 이하준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식의 바다가 조금씩 넓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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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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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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