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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꿰애애액!”

         

        시끄러운 알람 시계가 울렸다.

         

        쓸데없이 성능은 좋아서.

         

        기지개를 쭉 켰다.

         

        3일 차의 날이 밝았다.

         

        “꿰엑!”

         

        건전지를 빼버리고 싶은 음량이었다.

         

        어젯밤은 지옥과 같았다.

         

        겨우 잠에 드나 싶었는데, 녀석들은 잠도 없는지 금방 다시 떠들곤 했다.

         

        어후, 날 잡아서 두꺼비랑 거북이 기강 좀 잡아야 하는데.

         

        연잎에 손톱을 쓱쓱 갈았다.

         

        고개를 살짝 내밀고 저 두꺼비의 피부와 내 손톱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소룡등천보로 지면을 박차고 녀석에게 돌진.

         

        그리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복부를 공략한다면?

         

        …씨알도 안 먹힐 거 같다.

         

        저 묘한 황금빛 기름을 봐라.

         

        이유는 몰라도 저기에 닿는 순간 치이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손톱이 녹아버릴 거 같다는 불길한 상상이 들었다.

         

        두꺼비는 가만히 두고, 옆에서 그어억거리는 거북이를 바라봤다.

         

        지면을 박찬 후 갈대 위에서 올라가, 중력을 이용한 박치기 공격이라면 데미지를 줄 수 있을까?

         

        …아니, 저 황금빛 등딱지에 머리라도 부딪치는 순간 나는 나는 도마뱀 쉐이크가 돼버릴 거다.

         

        고개를 다시 은신처 안에 넣었다.

         

        이런 깡패들이 왜 내 집 옆에 있는 거야.

         

        후.

         

        한숨이 나왔다.

         

        어제 하루 종일 운기조식을 시도해 봤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녀석들이 계속 떠드는 탓이었다.

         

        조금 조용해졌을 때 눈을 조금 붙이는 게 최선이었다.

         

        흐암.

         

        주둥이를 쭉 벌려 하품했다.

         

        배가 이제 슬슬 고프다.

         

        운기조식은 실패했지만, 조식 정도는 기대해도 될 거 같다.

         

        거북이와 두꺼비의 눈치를 쓱 살펴보다가 아주 은밀한 움직임으로 은신처에서 나왔다.

         

        [「은밀 LV2」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살금살금 기었다. 놈들은 내가 움직였는지 눈치채지도 못한 거 같다.

         

        이제 거리가 멀어졌으니, 전력을 낼 때였다.

         

        두 다리로 대지를 밟고.

         

        우다다다!

         

        전력으로 달리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가 사냥터라고 이름 붙인 장소였다.

         

        적당한 연잎과 갈대들.

         

        언뜻 보면 호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크기의 늪지대.

         

        내가 활동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름 모를 식물의 잎사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지 먹을 것 때문은 아니었다.

         

        운기조식이 실패한 만큼, 내공을 쌓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실마리는 몇 가지 있었다.

         

        「소룡등천보」

        작은 용의 걸음과 같은 보법입니다. 하늘을 날 듯이 벽을 탈 수 있고 물 위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속도에 보정을 받으며 다른 무공을 깨우치기 쉬워집니다.

         

        첫 번째 실마리는 바로 보법이었다.

         

        상태창이라는 게 있는 덕인지, 나는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면 그에 맞는 스킬이 생기곤 했다.

         

        은밀한 행동을 하면 은밀을.

         

        산성에 당하면 산 내성을.

         

        ‘다른 무공을 깨우치기 쉬워집니다.’

         

        이 문장은 아마 그것의 조건을 완화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주먹을 만 번 내지르면 깨닫는 무공이 있다면 주먹을 천 번만 내질러도 깨닫게 해주는 거 아닐까.

         

        단련.

         

        무작정 단련하는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실마리가 없었다면 말이다.

         

        「미식 LV1」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록, 영감을 얻기 쉬워집니다.

         

        피라냐회를 먹고 얻은 스킬이었다.

         

        영감을 얻기 쉬워진다.

         

        이 영감이라는 단어를 깨달음으로 치환할 수 있지 않을까?

         

        말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아는 무협의 경지란 그런 거였다.

         

        깨닫지 못해 몇십 년을 절정에 머무르는 무인의 이야기는 흔하디흔한 소재였다. 죽기 직전의 그 무인이 깨달음을 얻어 검으로 하늘을 가른다. 흔하지만 그만큼 사랑 받는 이야기였고.

         

        어떻게든 깨달음을 얻어야 했다.

         

        그래야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내가 할 일이 정해졌다.

         

        보법을 수련하면서도 미식의 효과를 발동할 수 있는 일.

         

        물 위에서 사냥을 하는 거다.

         

        “게게겍!”

         

        눈에 힘을 주었다.

         

        【물방개 LV1】

         

        야생의 눈이라는 스킬이 내가 가진 스킬 중 가장 활용도가 높은 스킬일 거다.

         

        상대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도 쓸만한데, 내 눈에 당장 보이지 않는 것도 이렇게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스킬의 레벨이 아직 1이라는 게 아쉽다.

         

        스킬 레벨이 오르면 자세히 보기의 성능이 올라갈 거 같은데.

         

        시선을 물방개에 고정했다.

         

        유의 사항을 확인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었다.

         

        나무에서 본 진딧물과 유사한 정도라고 해야 하나.

         

        물론 사냥 난이도는 진딧물보다 훨씬 높을 거다.

         

        놈은 물에서 헤엄치는 벌레니까 말이다.

         

        나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지만.

         

        촤자작!

         

        물살을 가르며 놈에게 돌진했다.

         

        뒷다리가 초당 20회의 육박하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균형을 맞춰주는 건 기다란 꼬리.

         

        양손은 적을 향해 뻗었다.

         

        물 위를 밟는 걸음.

         

        소룡등천보였다.

         

        가공할 속도를 이용해 그대로 물방개의 등딱지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콰직!

         

        단 한 방에 물방개의 움직임이 멈췄다.

         

        “겍겍!”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등이 뚫린 물방개를 쳐다봤다.

         

        이 정도 위력이면 진짜 무공 하나 쥐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

         

        소룡등천격이라던가, 소룡등천권이라던가.

         

        물방개를 아무리 노려봐도 변하는 건 없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

         

        나는 곧바로 물방개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물렁물렁한 외피를 벗겨 통통하게 오른 살코기를 꺼내는 건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터업.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흠….

         

        어제 생선회를 먹은 탓인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진 않았다.

         

        딱 생각했던 물방개의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벌레치곤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물방개 특유의 냄새가 조금 심했다.

         

        미식이라곤 부를 수 없었다.

         

        그래도 음식을 남겨선 안되지.

         

        레벨을 올릴 수는 있을 테니까.

         

        “게겍!”

         

        금세 물방개 한 마리를 먹어 치웠다.

         

        한 마리로는 역시 아쉬웠다.

         

        눈을 번뜩이며 수면을 다시 바라봤다.

         

        마음만 같아선 물고기를 잡고 싶긴 한데, 어제 봤던 그 피라냐들이 벼르고 있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꼬리를 넣어 낚시하려는 순간 곧장 물로 빨려 들어갈 거 같은 느낌이다.

         

        다른 도구가 있으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텐데.

         

        갈대 같은 것으로는 어림도 없을 테고 낚싯줄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만만한 물방개들이나 잡아먹어야지.

         

        촤자자작!

         

        첨벙!

         

        빠른 속도로 달려가 물방개 한 마리를 사로잡았다. 이번엔 변주를 줘 기다란 꼬리로 휘둘러서 기절시키는 데 성공했다.

         

        얘는 좀 나중에 먹을까.

         

        어차피 기절했으니까 보존식 느낌으로.

         

        좋아.

         

        몇 마리만 더 잡자.

         

        이왕이면 새우 같은 게 보이면 좋겠는데.

         

        그렇게 아직 남아 있는 물방개를 더 잡으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시선이 느껴졌다.

         

        재빨리 몸을 움직이고 고개를 틀었다.

         

        그러나 내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 힘을 주었다.

         

        【안트라코마르투스 LV3】

         

        【아터코푸스 LV.4】

         

        생전 처음 보는 이름 두 개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안트라코마르투스】

         

        몸길이는 3cm 정도 되는 고대의 작은 거미입니다.

        편평한 몸체에 커다란 앞발을 가지고 있으며 두 개의 독이빨로 적을 사냥합니다.

        겁이 많은 성격이라 위험을 느끼면 죽은 척을 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터코푸스】

         

        몸길이는 4cm 정도 되는 고대의 작은 거미입니다.

        거미와 전갈을 반쯤 섞은 생김새를 하고 있으며 독이 없는 꼬리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방수 기능이 뛰어난 실을 생성할 수 있지만, 거미줄로 둥지를 짓진 않는 특이한 행동 양식을 보유 중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거미 두 마리의 정보를 확인함과 동시에 반가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야생의 눈 LV1」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안트라코마르투스 LV3】

        【상태】

        「겁먹음」「배고픔」

         

        【아터코푸스 LV4】

        【상태】

        「순진함」「배고픔」

         

        야생의 눈이 진화했다.

         

        이젠 상대의 상태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날 바라보던 시선의 정체는 거미 두 마리였다.

         

        네필라 쥐라시카랑 비교하기엔 미안한, 아주 작은 거미였다.

         

        “겍겍.”

         

        조심해. 내가 아니라 다른 도마뱀이면 벌써 잡아먹혔을 거야.

         

        나도 네필라 쥐라시카와의 인연만 아니었으면 이 녀석들을 한입에 삼켰을지도 모른다.

         

        약간 보송보송하게 생긴 게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됐다. 못 본 척 해줄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녀석들이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키에에….”

         

        너희 왜 그래.

         

        난 도마뱀이고 너흰 거미야.

         

        왜 나한테 오는 거니.

         

        …가만.

         

        【그린 바실리스크 LV2】

        HP:55/55

        MP:24/24

        【칭호】

        「거미에게 사랑받는 자」

         

        내가 어떤 칭호를 가지고 있는지 기억해 냈다.

         

        거미에게 선공을 당하지 않는 능력.

         

        즉, 지금의 나는 녀석들에게 호감 도마뱀으로 낙인찍힌 상태라는 거다.

         

        “키오옹!”

         

        녀석들은 앞다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서로 종도 다르면서 친하게 지내다니.

         

        내 이웃들도 너희를 본받았으면 좋겠는데.

         

        “게게겍.”

         

        나는 최선을 다해 놈들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했다.

         

        내게 적대감을 갖지 않는 상대를 만난다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게게게겍!”

         

        덩치가 조금 큰 거미, 그러니까 푸스가 조금 앞으로 나왔다.

         

        “키오오….”

         

        녀석은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키엥엥….”

         

        독이빨이 보이는 투스도 엉엉거리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는 뜻일까.

         

        아까 야생의 눈으로도 확인 했으니 그게 맞을 거다.

         

        나는 내 발 밑에 깔려 있던 물방개를 한 번 쳐다봤다.

         

        푸스가 펄쩍 펄쩍 뛰었다.

         

        “키옹!”

         

        배고프다는 게 맞구나.

         

        나는 망설임 없이 물방개를 녀석들에게 밀어줬다.

         

        멀뚱 멀뚱 쳐다보는 거미 두 마리.

         

        “겍겍.”

         

        속고만 살았나.

         

        먹어도 된단다.

         

        “키오옹!”

         

        큰 거미가 먼저 물방개에 달려 들었고 작은 거미가 뒤따라 달려 들었다.

         

        그래. 많이 먹으렴.

         

        네필라 쥐라시카야 보고 있어?

         

        같은 종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한테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어서 다행이네.

         

        이런 거에 눈물이 안나는 도마뱀인데 괜히 눈물이 난다.

         

        꼬리로 내 눈가를 한 번 닦았다.

         

        “겍겍겍.”

         

        얘들아 잘 먹고 있니?

         

        “히오옹….”

         

        물방개가 거미를 잘근잘근 씹으려 하고 있었다.

         

        투스푸스야!

         

        찰싹!

         

        꼬리를 휘둘러 재빨리 물방개를 제압했다.

         

        “키오옹….”

         

        죽다 살아난 투스와 푸스는 서로 부둥켜안고 벌벌 떨었다.

         

        …아니, 너희 대체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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